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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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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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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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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3화

DUMMY

33.


젊은 웨어울프가 앉아있던 자리에 유리가 앉으며 질문에 답했다.


“모르겠다고 대답하면 믿기라도 하실 겁니까?”


웨어울프는 무미건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믿을 것 같나?”

“설마요.”


유리도 그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게 이상한 것 아닙니까? 살기도 풀풀 풍기고 있으니 말이죠. 게다가 마을의 입구부터 이곳까지 30명이 저를 따라오더군요. 그리고 이건 음···,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울드라고 부르게.”

“예. 울드, 당신께서도 일부러 이 상황을 유도했지 않습니까.”

“뭐, 그것도 그렇지만.”


얼굴에는 무미건조해도 미소란 것이 걸려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주변을 얼릴 만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유리를 향해 살기도 흘려보냈다.


“우리 같은 이들이 자네들을 좋아할 수 있겠나. 게다가 죽인다는 둥, 노예시장에 판다는 둥. 간과할 수 없는 말도 지껄이고 말이야. 하마터면 죽일 뻔했지 뭔가.”


그 말과 함께 기운도 같이 일으켰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데다 항상 감각을 펼치고 있는 유리는 온전히 그 기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소크테라만큼은 아니지만, 죽을 뻔했군.’


유리는 그의 가운에 저항하며 입을 뗐다.


“그 점은 죄송합니다. 그런데 좋게 얘기를 하고 싶어도 그게 되지 않았습니다. 제 상황이 마음에 여유를 주지는 않더군요.”

“나도 시간을 뺏은 건 사과하지. 그런데 성격이 굉장히 꼬였군.”

“남 말할 처지는 못 되십니다.”


그 말을 하고 유리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서의 일을 끝내고 납치범들의 흔적을 쫓아가야 하는데 울드와 영양가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술사들은 다 이런 건가? 소크테라도 그렇더니 울드와 대화를 할 때도 그들의 분위기에 이끌리기만 해.’


울드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로 마음을 가다듬고 대화를 이어갔다.


“소크테라에게 어느 정도 얘기를 들었을 거로 압니다.”

“알고 있지. 영감탱이 주제에 명령조로 말해서 기분이 언짢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러면 얘기하기는 편하겠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꽤 지났을 테니, 무기는 완성이 된 겁니까?”

“아니. 아직 하루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해.”


하루.

1분 1초가 매우 촉박한 유리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말이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하루 동안 이곳에서 발이 묶여있어야 한다니.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은 없습니까?”

“없어. 이 작업은 막대한 사기를 버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야. 그만한 사기를 버티려면 그와 대등한 기운을 품어야 해.”

“어떻게 말입니까? 소크테라는 이미 주술이 상당 부분까지 진행돼 막대한 사기가 모였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술사가 필요한 것이지. 영감탱이에게서 받은 종이나 줘봐.”


로브 안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잡히는 종이를 꺼내 울드에게 건네줬다.


“잘 물들었네. 그리고 자네 뒤쪽에 수납장 있지? 좌측 제일 위쪽에 있는 것 좀 가져와 봐.”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말한 수납장을 들고 왔다.

울드가 침대 중 빈 부분을 두드려 유리는 그 위에 수납장을 내려놓았다.


“단검이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날카로운 것 들고 있나? 있으면 나한테 줘봐.”


품 안의 단검을 꺼내 건넸다.

울드는 검 끝으로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찔러 나온 피로 수납장의 위, 앞, 뒤, 양옆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유리는 그 모습을 주시했다.


“영감탱이가 하는 것도 봤을 텐데 뭐가 신기하다고 쳐다보는지. 내가 참아야지, 원.”


울드가 투덜댔다.


‘내가 못 들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애도 아니고.’


어느새 그림을 다 그린 건지 울드가 수납장에서 손을 뗐다.

단검을 돌려줬고 유리는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매개체를 그리는 것까지 다 끝나 뭐가 이루어지는지 지켜보려 했는데 울드가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뭡니까?”

“벌레들한테서 보석 챙겼지? 그거 다 줘봐.”


유리는 4개의 보석을 꺼내기 위해 배낭에서 손을 집어넣다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고개를 돌려 울드와 눈을 마주쳤다.


“다 보고 있던 겁니까? 아님, 알고 있는 겁니까?”

“이곳에서 우리가 직접 채굴한 광석이야. 자네는 몰라도 우리는 느낄 수 있어.”


그 말을 확실히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어 마음 한구석에서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그에게 건네줬다.

보석을 받은 울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왜 4개밖에 안 주지? 분명히 10개···가 아니지. 5개일 텐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 알고 있군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왜 4개밖에 안 주냐니까. 나머지 하나는.”


그러면서 울드가 배낭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배낭을 잡지는 못했다.

유리가 그 손을 낚아챘다.

게다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마나까지 일으켜 강하게 움켜줬다.

울드도 마나를 일으켜 뼈가 부서지거나 손이 터져 날아가는 불상사는 모면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는데 손이라도 날릴.”


울드가 말을 하려 했지만, 유리와 눈이 마주치자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광기, 분노, 살의, 슬픔 그리고 절망.

그것을 느낀 울드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 유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빨리 뭐라도 말을 하셔야 할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거칠고 무의식적으로 일으킨 기운처럼 매우 날이 서 있었다.


“지금 제가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습니까? 제 전부이자 하나밖에 없는 딸이 제 눈앞에서 잡혀갔습니다.”


검지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망할 위의 것들은 정확한 사실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2주를 가까이 돌아다녔는데도! 납치범들의 규모도 위치도 정체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팔을 들어 팔찌를 보여줬다.


“이 팔찌 하나만을 의지해 제국 안 또는 밖 어딘가에 있을 납치범을 찾아야 하는 제 심정을 아십니까?”


유리는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

울드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 이유가 유리의 악력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웨어울프다.

인간의 몇 배에 해당하는 강도의 뼈와 기초근력 그리고 질긴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가 얼굴을 찡그린 이유는 다름 아닌 유리의 손 때문이었다.


으드득.


유리의 악력이 강해질수록 무언가가 끊어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잔뜩 흥분한 탓에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 상황에 저와 주술을 펼치고 있는 자만 알 수 있는 사실을 아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하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안 미치겠습니까?”

“자네 손이 망가져. 그만 놓는 게 어떤가?”

“죽으면 됩니다. 그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까 말이죠.”

“그러면 정신에 부담이 크지 않나. 내가 다 말해줄 터이니 해야 할 일부터 하자고.”


유리는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반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마음도 진정되어갔다.

가슴 속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기운에 들고 있던 팔을 내렸다.


‘아···.’


그와 눈이 마주친 유리는 속으로 절로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가진 기운에 비해 탁하며 초연한 눈빛을 가지고 있어 이 자의 힘을 빌려도 될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명함과 함께 총기가 있고 영롱하게 빛나는 금안.

처음 봤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고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기운을 풍겼다.


“그래서 남은 보석은 어디에 있는 건가?”


유리는 뜸을 들이고 입을 열었다.


“좀 더 조사하고 싶어 시험 삼아 부숴버렸습니다. 중요한 물건입니까?”

“그건 아니다만. 흠, 그래도 확실히 하는 것이 맞겠지. 일단 손부터 놔주겠나?”

“죄송합니다.”


손을 놔주자 울드는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목걸이를 꺼냈다.

목걸이에는 작은 푸른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보석을 뗐다.


“목걸이로까지 만드신 거면 중요한 것 아닙니까?”

“이곳에 처음 정착했을 때 내 힘으로 만든 목걸이일세. 단순한 기념품일 뿐이야.”


떼어낸 보석을 수납장의 그림에 올려놓고 수납장을 열어 푸른색의 물건을 꺼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봤을 때는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물건이었지만 실상은 다르다.

유리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게 주술을 막을 물건인 겁니까.”

“그러네. 아직 미완성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냥 물건이 아니라 검이네. 단검. 자네가 잘 사용하는 것 말일세.”


울드가 말하고 나서야 물건이 단검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유심히 보는 사이 그는 받았던 종이를 검신에 감고 4개의 보석과 함께 다시 수납장에 넣었다.


“이제 끝난 겁.”


유리는 다시금 말을 잇지 못했다.


‘소크테라만큼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울드에게서부터 흘러나오는 막대한 양의 마나가 전부 수납장으로 향했다.

굉장히 순도가 높고 부드럽지만, 어딘가 이상한.


‘막상 그렇지만도 않군.’


꽤 긴 시간 동안 마나가 수납장으로 향하자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올려진 보석이었다.

마나를 받은 보석은 강한 빛을 내며 녹아 형태를 잃고 벽을 타 흐르기 시작했다.

액체는 매개체에 닿는 순간 피를 따라 흘러갔다.

수납장에 그려진 모든 그림이 삽시간에 보석이었던 액체로 뒤덮였다.

그리고 액체는 다시 단단히 굳었다.


“후···.”


울드는 깊게 숨을 내뱉으며 일으켰던 기운을 가라앉혔다.

힘든 작업이었던 것인지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 수납장을 카펫의 가운데에 내려놔 주게.”


유리는 단장급 이상의 마나가 넘실거리는 수납장을 카펫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넘실거리던 마나가 진정되며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저 상태로 하루 정도 놔두면 완성이 되네. 후, 잠시 누워야겠어.”

“괜찮으신 겁니까.”

“자네는 내가 괜찮아 보이는가. 늙고 병들어가는 웨어울프일세. 그래도 자네가 궁금해하는 점을 말해줄 힘은 남겨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얼마나 긴 얘기입니까?”


유리의 말에 울드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들을 생각인가? 지친 노인네인데?”

“제가 궁금해하는 점을 말해줄 힘은 남겨두셨다고 방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뭐, 그보다는 눈을 감으시면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실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말이죠.”

“그래서? 잠을 재우지 않겠다고? 노인네를?”

“예.”


표정 변화 없이 유리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황당함을 넘어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간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런 태도인데?”

“저도 압니다, 안 좋은 거. 버렸으니까요. 그러니 얘기나 해주시죠. 어떻게 당신이 제가 시간을 회귀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유리가 본론을 꺼내자 중얼거리며 표정을 지웠다.

그와 동시에 가벼워졌던 분위기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울드는 고개를 천장으로 돌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내가 지금 살아있는 이유는 부활 주술 때문이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정말···입니까?”


울드는 어두운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수많은 아이를 죽였을까, 어떻게 신들의 눈을 속였지, 이대로 놔둬야 하는가 아니면 죽여야 하는가, 죽인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텐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일세.”

“죽은 사람을 강제로 살렸다는 말입니까?”

“조금 복잡하고 긴 얘기인데 괜찮겠나?”

“검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천천히 하시면 됩니다.”

“그래, 그러면 되겠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기를 잠시 울드는 옛날이야기를 하듯 얘기를 시작했다.


“시작은 대략 300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일세. 그 시절의 나는 어린아이였고 주술을 배우는 약초꾼에 불과했지. 그날도 동료와 함께 약초를 캐기 위해 위로 올라갔어. 약초를 굉장히 열심히 캐고 있었지. 그러던 와중 수많은 기척을 느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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