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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38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5.22 13:48
조회
235
추천
6
글자
10쪽

손꾸락 잘못 누르면 잘린다

DUMMY

냉랭하지만, 차분한 강희성의 말투가 이어졌다.


“당신 말대로 우리 회사는 손해 보지 않았어. 하지만···”

“······?”

“우리가 왜 지금까지 승률 100%인지 알아?”

“······.”

“바로, 원칙대로 해서 그래. 우리는 우리들만의 원칙과 규정이 있거든.”


그러더니 김한결의 손을 바라보며 강희성이 미소를 흘렸다.


“어떤 손가락이야?”

“······네?!”


불길한 기운을 느낀 듯 당황한 김한결.

옆에 있던 짱구가 재차 윽박질렀다.


“어떤 손꾸락이냐고 새꺄! 잘못 누른 손꾸락이.”


그러자 김한결이 마지못해 그의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오른손 손가락들 사이에서 검지가 바르르 떨며 위로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


강 대표가 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물었다.


“열 배 있냐?”

“······열 배라면···.”

“네가 판 물량의 10배. 좋아, 할인해서 100억이라고 하자.”

“제가 그런 돈이 어디서······.”


강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짱구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규정대로 해!”

“네 형님!”


짱구와 그의 부하들이 김한결의 양팔을 잡고 포박했다.


“대 대표님!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강 대표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가자, 험상궂은 인상을 들이밀며 씨익 미소를 짓는 짱구.


“좃문가 양반, 좋게 좋게 가자 이?”


이마에 길게 흉터가 그어져 있는 사내가 김한결을 힐끗 보고는 조소를 지으며 그의 오른쪽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그러더니 그의 품에서 꺼내지는 번쩍이는 도끼 칼.

김한결이 이를 보고 발버둥 치자, 덩치 둘이 양쪽에서 김한결의 손을 줄로 묶었다.


“야이 썅 좀 가만히 있어!!”


이제 나무 탁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김한결의 오른손 검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침이 바싹 바른 김한결.

너무 긴장한 나머지 혀까지 움직여지지 않고.


“아, 안···”


그의 눈에 보이는 건 30cm 높이에서 그의 손가락을 정조준하고 떠 있는 도끼 칼.


순간, 거기서 반사된 빛이 번쩍하고 스치는데,


“안 돼, 제발······”


아랑곳하지 않고 힘껏 내리찍는 도끼.


-탁!


으,으······으아아아아아아악······!!!



***



······이대로 끝은 아니겠지?

설마 이대로 끝은 아닐 거야!


남대문투자클럽이란 회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 없는 나는 집에서 멘붕에 빠진 채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를 찾아가야 하나? 아니면··· 혹시 내일이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문자가 오는 거 아닐까?


그러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이를 알 수 있는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정우진씨. 고생 많았어.”

“···네?”


눈앞이 캄캄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 말로 모든 게 끝이 났다는 걸 직감했다.


“허튼짓은 하지 말고!”

“······?”

“당신도 어차피 우리 돈 먹고 일했잖아.”

“네?”


첫 거래일에 축하한다고 받은 100만 원.

그게 내가 이 자들과 한 몸이었다는 징표란 말인가?


치밀한 자들이다. 그날 그걸 찾아서 내 통장으로 이체한 순간, 이 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버린 셈이었다.


“계좌는 함부로 건들지 마.”

“그거야 당연히···”


주식을 매도하면 2일 후에야 찾을 수 있는데 그 돈을 건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결국 놈들은 이틀 후, 작업계좌에서 그들의 돈을 모조리 찾아갔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텅 빈 계좌를 보니 마음이 허전했다.


내 계좌에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내가 받아야 할 수수료도 제로였다. 이미 계산된 계좌 운영이었다. 놈들은 애초에 그렇게 많은 수수료를 내게 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내 계좌는 시세조종에 이용만 당했다. 게다가 그걸 거래한 당사자가 바로 계좌 주인인 나였으니 나는 할 말이 없었고, 놈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 피 같은 내 돈!’


진짜 내 돈이 들어간 개인전용 계좌는 엉망이 되고 있었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으로···

다음 날에도 병진물산의 하한가는 풀리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렇게 4연속 하한가를 맞은 것이다.


[병진물산]

[총매수금액: 1,000만 원]

[총평가금액: 150만 원]

[평가손익: - 850만 원]

[수익률: - 85.0%]


“우진아 미안하다.”


1만 원대였던 주가는 천 원대로 내려앉았고, 내 전 재산은 그래서 1천만 원에서 백만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며칠 후 나타난 한결이 녀석은 내게 울면서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잘려 나간 손가락을 보는 순간, 녀석에게는 화조차 낼 수 없었다.


“하······! 개 미친······.”


강희성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손가락 잘못 누르면 잘린다고 했던 말.


“씨발, 그 개새끼들이 그런 거냐?”


나는 결국 한결이에게서 그동안 녀석이 말하지 않았던 자초지종을 들어야 했다.


녀석은 남대문 투자클럽에 들어가기 전에 굿모닝 증권사에서 일했다. 우리나라에서 제법 규모가 큰 3대 증권사 중 하나였다.


녀석의 투자 성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역시 허세를 좋아하는 녀석다운 투자 성향이었다.


처음에는 잘 됐는지 회사에서 높은 실적을 자랑하며 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으면 리스크도 큰 법.


녀석이 점차 욕심을 부리면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제 고객 돈에까지 손을 댔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더 큰 손실을 입히고 피해소송까지 당하게 되자, 급전이 필요하다며 내게 돈을 빌려 간 것도 이맘때였다.


그때 김한결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며 구세주처럼 손을 뻗은 사람. 그게 바로 남대문투자클럽 강희성이었다.


“우리는 김한결씨 같은 고급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당신 빚을 해결해 줄 테니 우리 회사에서 함께 일해 봅시다!”


악마의 손길이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강희성 대표가 아무 대가 없이 거래할 리 만무했다.


그는 김한결에게 증권사 고객들의 정보와 가능한 많은 차명계좌를 요구했고, 결국 그 계좌들을 주가조작에 이용했다.


그리고 그들의 작전 종목 병진물산.

실적보다 주식으로 먹고사는 회사. 자본잠식에 지속적인 추가상장으로 주식 수만 늘어난 회사였다.

회사 대표는 세력들과 합작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한 지분을 비싼 가격에 팔아먹었다.

안 그래도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차에 찾아온 폭력배들의 요구가 한몫 챙길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다.


나는 한동안 트라우마와 패닉, 절망과 자책감 속에 밤잠을 설쳤다. 생각이 많아지면, 동네를 미친놈처럼 뜀박질하기도 했다.


“오빠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어쩐지 그 사람 순 양아치 사장 같더라니···. 괜찮은 거야?”


이혜림의 위로조차 소용없었다.


“나도 실은 강 사장이 주가 조종 세력이 아닐까 어느 정도 의심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애널 오빠랑 친한 거 같길래 말하기 조심스러웠는데 결국···.”


지난 일을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우리 와인바 손님들 중에 강 사장한테 투자해서 돈 번 사람 많다던데. 결국 돈 많은 놈들 배 불리려고 그 짓 하나 보네.”


들으면 들을수록 상처만 커질 내용들 뿐.


“아무튼 그때 오빠가 내 말을 잘 들었어야지.”

“그놈 조심하라고 한 거? 미안하지만, 혜림아 그건···.”


변명처럼 들릴까 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날 혜림이가 한 말은 너무 추상적이었다. 나도 어차피 강희성을 좋게 보지 않았던 터라 조심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주식을 너무 몰랐다는 거다.


*


며칠이 지나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우진아, 너 잘 있는 거여?

“···네.”


오랜만에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순간 울컥했다.

그 자상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위로받고 싶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아뇨. 아프긴······.”


하나밖에 없는 자식놈이 엄마가 그렇게 하지 말라는 주식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다음 달 아부지 제사니께 잊지 말고 꼭 와야 혀!

“알았어요. 아직 한 달이나 남았구만.”

-그리구, 아부지 제사 끝나믄 또 바로 가지 말구, 그 담날 니 생일인께 멱국이나 먹고 가. 알았지?

“···예.”

-그려, 다들 젊은 사람들 일자리 없다구 난리더만, 울 아들은 한 군데서 꾸준히 잘 다녀서 참 좋다.

“······.”


엄마는 내가 아직도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다니던 회사에 다니는 줄 알고 계셨다. 하지만, 나는 이제 백수였다.


-너무 일 무리허지 말구, 혼자 있다구 밥 거르지 말구. 내말 듣는 거여?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엄마나 일 좀 줄이셔요. 이제 여름이라 날도 더운데 땡볕에 나가지 마시고.”

-어서 일 혀. 회사 눈치 보이니께 어여 끊을께.



***



그리고 한 달 후,


나는 아버지 산소에 들렀다.

엄마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버지 제사만 아니었다면 한동안 집에 내려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부자가 되는 이야기는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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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꾸락 잘못 누르면 잘린다 +2 23.05.22 236 6 10쪽
11 주식이 왜 빨간색이어야 돈 버는 줄 알아? +2 23.05.21 239 7 11쪽
10 와인바 서버의 충고 23.05.20 240 5 10쪽
9 아침마다 오는 암호 23.05.20 243 5 10쪽
8 외인부대 23.05.18 248 7 11쪽
7 위 아래 위 위 아래 23.05.17 253 8 11쪽
6 남대문 투자클럽 23.05.17 258 7 10쪽
5 돈 버는 비밀 +1 23.05.16 272 7 11쪽
4 스물 한번째 회사에 들어가다 +2 23.05.15 281 5 11쪽
3 라면이 주식인 놈 +1 23.05.14 302 9 11쪽
2 패가망신 +2 23.05.14 392 10 12쪽
1 Prologue. 주식으로 안 망하는 세 가지 방법 +11 23.05.14 574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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