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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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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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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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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남대문 투자클럽

DUMMY

이게 그 일생일대 몇 번 오지 않는다는 기회인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단이 주식이라서 그렇지. 아버지를 망하게 한 주식.


하지만 나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내 돈 전혀 안 들이고 하는 거니 망할 일도 없지.


그러니 일단 지금 온 기회부터 잡아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주식은 낮에 거래되는데 초짜인 내가 과연 업무시간에 주식매매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한결이가 말하는 건 분명 사놓고 기다리면 되는 그런 장기투자 성격은 아니었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바로바로 매매해야 한다고 했으니.


하지만, 회사에서 김 대리가 주식 창을 들여다볼 때마다 속으로 욕하던 내가 아니던가. 나 또한 그런 놈처럼 되기는 싫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며칠 후 우습게도 나의 이 고민을 회사에서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우진씨 정말 미안하게 됐어. 우리 회사가 채용 예정이었던 정규직 증원 계획이 취소가 돼서 말야···.”


한 달 있다가 나가란 소리였다.


‘정말 주식을 할 운명인가?’


하지만, 한편 아쉽긴 하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정규직 소리는 한번 듣고 나가고 싶었는데···.


지난번 회사 술자리가 떠올랐다.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업무뿐만 아니라 술자리를 통해서도 회사의 속사정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술자리 이후 내 눈에 왠지 이 회사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



청도동 고급 와인바. 돈 많은 자들과 이와 연루된 비밀 가득한 자들이 드나드는 곳.


전에 갔었던 그 고급와인바를 다시 찾게 될 줄 몰랐다. 전에 본 예쁜 와인색 머리 서버도 다시 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녀를 의식할 겨를은 없었다.


“우진아, 인사해 이분이 우리 대표님이셔.”

“안녕하세요. 정우진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우리 한결씨가 믿을 만한 친구라더니 인상이 참 좋으시네.”

“아, 네 감사합니다.”


그가 악수를 건네온 뒤 내 술잔 옆에 명함을 올려놓았다.


[남대문 투자클럽] [강희성 대표]


외모에 비해 걸쭉한 목소리를 가진 30대 후반의 호리호리한 남자. 한결이가 회사의 대표라며 소개해준 사람은 생각보다 나이가 젊었다.


그런데 굳이 왜 회사를 놔두고 이런 곳으로 나를 불렀을까?

한결이 말로는 회사가 보안상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직원조차 신원조회와 외부 면접을 끝낸 후에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한결씨가 자기가 먹어도 되는 걸 굳이 우리 친구분한테 양보한다고 하길래 한번 보자고 한 겁니다.”


내 계좌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옆에 앉은 한결이 녀석이 의로운 사내처럼 당당히 허리를 곧추세웠다.


“아, 물론, 우진씨 물건이긴 하지만 어차피 안 쓰시는 거 빌려준 걸로 알고 있어요.”

“아, 예···.”

“내가 한결씨 부탁이니 허락한 거고.”

“······.”

“난 본래 사람 말은 잘 안 믿어요. 직접 확인하는 스타일이라서.”

“······.”

“우리 회사는 김한결씨 같은 전문가만 필요한 게 아니고, 손가락 잘 쓰는 일꾼도 많이 필요합니다.”

“···네?”

“트레이딩 말입니다.”

“아···네.”

“우진씨, 트레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죄송한데 잘···.”


그러자, 강 대표가 불쑥 오른손을 허공으로 쳐들었다.


“바로 이···”


마치 따귀를 때리려는 듯한 자세처럼 보여서 순간 움찔했다.


“정직한 손! 저희는 정직한 손을 원합니다.”

“아, 네···”

“느린 손가락은 교육으로 해결되지만, 정직하지 못한 손가락은 해결할 수 없어요. 잘리기 전까진···.”

“······?”


의미심장한 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그게 회사에서 잘린다는 건지, 손가락이 잘린다는 건지 헛갈렸다.


“우리처럼 많은 계좌를 관리하는 투자회사는 계좌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런 정직한 트레이더가 필요하다, 이 말씀입니다.”

“얘는 정직한 친구예요. 믿어도 됩니다, 대표님.”


옆에 앉은 한결이가 거들었다. 그러자 강 대표가 인자한 표정으로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한결씨가 보증한 사람이니까 이리로 오라고 한 거야. 다른 사람이면 이런 데로 부르겠어?”

“하긴, 헤···.”


한결이가 무안한 듯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와인바 역시 아무나 들이지 않는 곳이므로 그들에겐 비밀스런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서약서까지 쓰고 보안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고 했다.


나는 약간 부담스러워져서 물었다.


“그런데 저 같은 초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이 바닥에 빠르고 정확한 손들은 널렸어요. 정직한 손가락이 아니라서 그렇지.”


그럼 내가 정직한 손가락이란 건가? 나를 언제 봤다고.


“솔직히 내가 뭐 복잡한 건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툭 까놓고 말하면 우진씨 조사는 이미 다 끝낸 상태요. 별문제 없을 거 같아서 보자고 한 거고.”

“······?”


말로만 듣던 뒷조사인가? 뭔가 무섭고 찝찝하다. 근데 워낙 큰돈을 다루는 일이니 그럴 수도.


“근데 우진씨 인상을 보아하니, 더욱 믿음이 가는군. 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뭐 이 일이 그렇게 난이도 있는 일도 아니고, 회사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괜한 걱정은 말고.”

“아직은 잘 모르지만, 배우면서 해보겠습니다.”

“이왕이면 잘 배워서 우리 정예부대에 들어오면 좋겠구만.”

“예?”


한결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우진아, 그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너는 일단 네 물건 관리하는 법부터 배우면 돼.”

“······.”

“그래요, 우진씨. 그럼 한번 잘해봅시다. 자, 건배!···”


쨍!


그때였다.


“어이, 강 대표!”


눈앞에 어깨가 딱 벌어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러자 강 대표가 술을 마시려다 말고 헐레벌떡 일어났다.


“헙! 형님이 여길 어쩐 일로.”

“강 대표. 작업은 잘 되고 있다며?”

“별말씀을요. 흐흐 다 형님 덕분이죠.”

“그쪽 식구들인가?”


우리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에서 거친 세계의 포스가 느껴졌다.


“아, 예 새로 들어온 우리 식구들입니다.”


우리도 얼떨결에 일어나 인사했지만, 그의 시선은 답례 없이 다시 강희성 대표를 향했다.


“강 대표 잠깐 좀 볼 수 있을까?”

“그러시죠, 형님.”


강 대표가 낯선 남자와 함께 멀리 칸막이가 쳐진 룸 안으로 사라졌다.


휴우~


비로소 긴장을 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치키치키치키···타닥 타르륵 다닥······


바텐더의 칵테일 퍼포먼스가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트레이로 술을 나르는 그 와인머리 서버의 모습도 들어왔다.


-또르르르~


투명한 술잔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칵테일 색깔이 예뻐 보였다.


‘아! 나도 언젠가 돈 많이 벌어서 저런 여자와 함께 저런 예쁜 색깔의 칵테일들을 마셔보고 싶다!’


하지만, 내 테이블에는 칙칙한 남자 둘. 그리고 그 독한 코냑 한 병이 다시 보였다.


“이번에도 코냑이네. 칵테일은 안 마시니?”

“대표님이 이거만 드셔. 칵테일은 여자들이나 마시는 거라고.”


한결이 녀석이 이 장소를 알게 된 거도 강 대표 때문인 거 같았다.

긴장도 풀 겸 아까 따라놓은 술을 마셨다.

크으··· 여전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


- 쨍그랑!


그때 갑자기 가까운 테이블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성이 들려왔다.


“뭐 하는 짓이야?”

“아, 죄송합니다!! 금방 치우겠습니다.”

“하 재수 없으려니까!”


와인머리 서버가 당황한 듯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깨진 유리잔을 만졌다.


“아니, 괜찮습니다. 제가 치울게요.”

“괜찮아요.”


개의치 않고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 조각들을 얼른 주워 다른 직원이 가져온 쓰레기통에 담았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다친 데는 없나요?”


서버는 내 질문에 대답할 겨를이 없이, 어느새 나이 많은 직원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괜찮을까?”

“교육 좀 받겠지. 여긴 워낙 VIP 손님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한결이도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10분쯤 지났을 무렵.

비로소 강 대표가 나왔다.


“쏘리, 저분이 우리 VIP 고객이라서 말야. 어디까지 얘기했지?”


이후로 이어진 대화는 온통 회사와 자기 자랑뿐이었다.


우리에게 실패란 없다. 우리가 사면 무조건 오른다. 하루에도 상한가 몇 개를 맞췄다. 이름만 대면 아는 재벌과 연예인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등등···


때론 그의 말과 행동에서 약간의 쇼맨십도 느껴졌지만, 진지한 표정과 직설적인 말투가 나를 쉬 웃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한결이는 그런 강 대표에게 맞장구쳐 주며 아부를 떨었고, 나는 그들 옆에서 둘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하며 경청했다.


강 대표와 헤어지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검정 슈트 차림의 덩치 한 명이 90도 인사를 한 후 그를 벤츠에 태웠다. 한결이 말로는 그의 비서라고 했다.



***



집에 돌아온 후 습관처럼 만보기 앱을 열었다.

아직 채워지지 않는 만 보. 한 달간 매일 만 보를 걸으면 주는 5천 원짜리 보너스 상품권도 보였다.


평소에는 악착같이 따내려 했던 상품인데 오늘따라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인다. 그래도 머리를 식힐 겸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다시 꺼냈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주식계좌로 향했다.


[매수종목: 병진물산]

[현재가: 6,200원]

[전일대비: +8.05%]

[보유주식수: 6만 주]

[총매수금액: 1억 9천만 원]

[총평가금액: 3억 7천만 원]

[평가손익: 1억 8천만 원]


1주일 전보다 커져 있는 숫자들. 주당 가격도 그렇고 보유 수량과 수익도 그렇고···.

회사에서 계속 매집 중이라더니 내 계좌를 통해서도 꾸준히 매집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 큰돈이 내 계좌에 있다니···

내가 평생 이만한 돈이라도 만져볼 수 있을까?


단지 10% 수수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현재 기준으로 1억 8천만 원이 수익 중이니까 그 10%면, 1천 8백만 원.

이 역시 현재 내가 가진 돈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큰돈이다. 게다가 이대로라면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그럼 내 돈도 집어넣을까? 아니야, 좀 더 확인해 보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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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외인부대 23.05.18 248 7 11쪽
7 위 아래 위 위 아래 23.05.17 253 8 11쪽
» 남대문 투자클럽 23.05.17 258 7 10쪽
5 돈 버는 비밀 +1 23.05.16 272 7 11쪽
4 스물 한번째 회사에 들어가다 +2 23.05.15 281 5 11쪽
3 라면이 주식인 놈 +1 23.05.14 302 9 11쪽
2 패가망신 +2 23.05.14 392 10 12쪽
1 Prologue. 주식으로 안 망하는 세 가지 방법 +11 23.05.14 574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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