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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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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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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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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5.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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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돈 버는 비밀

DUMMY

주식은 몰라도 계좌가 의미하는 게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내 계좌에 1억 원이란 돈을 입금하여 산 종목이 두 배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었던 거였다.


병진물산?

듣도 보도 못한 회사다. 이 회사 주식 하나로 이렇게나 많이······.


가뜩이나 방금까지 주식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뭐지?

한결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놈은 내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받았다.


“한결아, 어떻게 된 거야?”

-말하자면 길어. 지금 보자!



*



밤 9시.


어색했던 저녁 술자리를 파하고 박 과장을 비롯한 일부 회사 직원들은 2차로 향했다.


다행히 계약직인 나에게까지 강요하지는 않았으므로 나는 한결이를 만나기 위해 집 근처 카페로 향할 수 있었다.



'분명 무슨 착오가 있을 거야. 새끼, 일 처리 좀 똑바로 하지···.'


한결이가 뭐라고 할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 미안하다 친구야, 돈이 잘못 입금됐어. 다시 돌려줘! 대신 커피는 내가 쏠게!


그렇게 말할 게 뻔하다. 그러고 나면, 나는 돈을 바로 이체해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래도 뭔가 찝찝하다. 그 이유가 뭘까?


내 계좌로 누군가가 동의 없이 돈을 입금하고 거래를 하고 있어서? 아니, 그거보다는······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주식으로 누군가는 계속 돈을 벌고 있다는 거. 그걸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서였다.

그리고 그 재수 없는 김 대리. 그놈도 주식으로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했다. 강렬한 소외감이 느껴졌다.


아, 내 계좌! 그게 내가 산 주식이었다면···

내 돈도 한 달 만에 그렇게 불어나 있었겠지?

하지만, 내 돈으로 투자한 게 아니니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


카페에 도착하니 녀석이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내 눈치부터 살폈다.

계좌 때문에 내가 화가 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한결아, 나 사실 할 말이 많다.”

“그 계좌?”

“짜식 알았어, 설명해줄게. 일단 숨 좀 돌리고.”


그러더니 카운터 쪽을 향했다.


“야, 뭘로 할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저, 여기요 따뜻한 아이스··· ”


녀석이 뭔가 이상한 듯 다시 내 쪽을 쳐다봤다.


“아씨, 장난 말고.”

“따듯한 거 없으면 차가운 거 달라고 해.”


그렇게 말하고는 낄낄대고 있을 때 익숙한 문자가 다시 왔다.


- 400% 폭발 임박 종목추천. 가입비 무료.

- 너도나도 수익실현. 종목 적중률 100%.


“하~ 지겹다 지겨워 이 시간에 또···”


계속되는 주식 문자와 전화에 화가 나서, 며칠 전에는 일부러 모르는 척 받은 적도 있었다.


- 선생님 주식하세요?

“그게 뭐에요?”

- 정말 주식 모르세요?

“아, 그거···제 주식은 라면이에요.”

- 뭐라구요?

“제 주식은 라면이라구요.”

- 선생님 정말 주식 모르세요?

“너야말로 주식 모르냐? 난 라면만 먹고 산다고 개새꺄!”

- 뚜 뚜···


내가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놈이라고 소문이 나길 바랐다.

그럼 그쪽에서 내게 더 이상 전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그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 후로도 하루 수십 통의 문자와 전화가 오고 있으니.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방금 온 문자를 한결이에게 보여주며 쏘아붙였다.


“야 임마, 이런 거 좀 안 오게 할 수 없냐?”

“미안하다, 한번 오픈된 정보라 어쩔 수 없어서 그래.”

“뭐 오픈?”

“아니, 별거 아니고, 가입할 때 무심코 마케팅 활용 동의 버튼을 눌렸나 보더라고. 시간 지나면 줄어들 거야.”


생각해 보면 내 잘못도 있었다. 그 고급 술집에서 나는 분위기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아무 경황이 없었다.

자세히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놈이 시키는 대로 가입했을 뿐이었다.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건 그렇고, 내 계좌에 있는 그 돈들은 다 뭐냐?”

“우진아, 미리 말했어야 하는데 사실 그거 우리 회사에서 작업 좀 하느라 잠깐 넣은 거야.”

“작업?”

“넌 말해도 잘 모를 거야. 이쪽 일은··· 흠흠.”


녀석이 헛기침을 하며 커피를 들이키고 나서야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주식을 여러 계좌로 거래하거든, 한 계좌로 하면 세금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고객 동의 없이 남의 계좌로 거래를 한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그거 불법 아니니?”

“어차피 네 돈 들어가는 거 아니니까 이해해줘라. 세상에 법대로 해서 돈 버는 게 어딨냐?”

“그럼 불법이 맞긴 맞나 보다?”

“위에서 하도 쪼길래 계좌 몇 개 만들어 바친 거뿐이야, 그걸 내가 관리하는 거고.”

“······.”

“그래서 너한테 바로 연락한 거 아니냐. 미안해서.”

“그럼 그 돈이 회삿돈인 거네.”

“맞아.”

“그럼 다시 돌려주면 되는 거고?”

“노!”

“···노?”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나는 당연히 돌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뭐냐?”

“그거 당분간 빼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둘 순 없겠냐?”

“뭐?”

“사실은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네가 모르고 건들까 봐. 아이디랑 비번도 건들지 말고.”

“왜 그래야 하는데?”


녀석이 갑자기 주위를 살피더니 상체를 내 쪽으로 굽혔다.


“우리 회사에서 아직 매집 중이라서 그래”


매집? 주린이에겐 낯선 단어였다. 녀석이 목소리를 낮추니 나 또한 똑같이 물었다.


“그게 뭔데?”

“어이없네, 사서 모은다고 임마.”

“그럼 뭐를 사 모으는데?”

“그거”

"그거?"


녀석의 시선이 내 폰을 향했다.


“그래서 어떡하게? 언제까지 내버려 둬야 하는 건데.”

“열 배.”

“···뭐?”

“그거 열 배 될 때까지.”

“그, 그게 열 배나 간다고?”

“쉿!”


나도 모르게 톤이 올라가자 녀석이 다시 조용하란 제스처를 취했다.


“그때가 언젠데? 열 배 되는 때.”

“그건 나도 몰라.”

“뭐?”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겠지. 아직은 시크릿이라더라.”

“뭔 놈의 회사가 그리 비밀이 많냐?”


하지만, 이놈의 입에선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그렇긴 하지. 근데 난 그거 땜에 들어간 거야.”

“···뭐?”

“돈 버는 비밀!”

“······돈 버는 비밀?”

“나도 아직은 잘 모르지만, 확실한 건···”


그러더니 녀석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해제했다.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함께했다.


“여기는 무조건 버는 데야.”

한결이의 휴대폰이 나를 향했다. 보이는 건 증권계좌. 매수한 종목마다 모두 빨간색이었다.


“너 빨간색이 뭔지 아냐?”

“······.”

“올랐다는 거다. 주식이 오르면 빨간색. 내리면 파란색. 그리고 이 숫자는···”

“됐어 임마, 누가 그것도 모를까 봐 그러냐?”


사실 나는 용어에는 약해도 숫자에는 밝았다. 회사에서 늘 하던 일이 허드렛일 아니면 숫자 계산하는 일이니.

녀석의 계좌는 작게는 몇백에서 크게는 몇억까지 수익 중이었다.


“여기 봐봐. 오늘 산 종목은 모두 상한가야.”

“이걸 너희 회사가?”

“응, 샀다 하면 상한가.”


그리고 내 계좌에서도 봤던 그 병진물산이란 종목도 보였다.


“그럼 네 꺼도 회삿돈으로?”

“뭐 정확히 말하면 고객 돈이지. 고객이 맡긴 돈을 회사가 대신 운영하는 거니까.”

“그럼 뭐, 그거 올랐다고 너한테 좋을 것두 없겠네.”

“우진아, 바보니?”

“······?”

“대신 우리는 수수료를 먹어.”

“얼마나?”

“오른 금액의 10%”

“······뭐? 10%나?”


총 매입금과 평가액을 대충 계산해봤다. 총 6억에서 원금 2억을 빼면 현재 수익금이 4억이니까···


“헉! 그럼 네가 한 달 만에 4천만 원을 먹는다고?”


지금까지 내가 힘겹게 모은 돈보다도 많은 액수였다. 그 큰돈을 한 달 만에 번다니!


“아니, 그리고 더 있어.”

“······?”

“내가 모은 작업계좌에서도 10%.”

“네가 모은 계좌?”


감이 왔다.


“그럼 내 계좌도?”

“똑똑하네.”


남의 계좌로 돈을 번다니 기분이 더 나빴다. 이 자식은 내 계좌 말고도 더 있을 게 분명했다.


“너 계좌 몇 개나 있는데?”

“12개”


가족들이나 나 같은 어리버리한 친구들 계좌일 것이다.


“그럼 12배 더 번다는 얘기네?”

“그렇지.”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더 놀라운 건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투자해서라는 거.


“그런데 왜 이런 계좌가 필요한 거니? 회사에서 그냥 한꺼번에 거래하면 안 되냐?”

“말하자면 길어. 특히 너 같은 초짜에게는.”

“그럼 회사가 손해 볼 때도 있지 않겠니?”

“놉, 절대 그럴 일은 없어.”

“······?”

“아까도 말했듯이 여긴 승률 100%야.”


세상에 그런 게 있을까? 100%라니.


“그걸 믿으라구?”

“야, 나 애널리스트야. 그 정도쯤은 이미 다 확인해 임마.”


수상하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신세계가 있지 않을까?


“우진아, 너 세력이라고 들어봤나?”

“세력?······”


익숙하다. 회사 술자리에서 박 과장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가 주식으로 빨리 돈 버는 방법은 세력에 빌붙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세력을 거스르면 좆된다고도.


“니가 뭘 알겠냐마는, 이 바닥에는 그런 게 있어.”

“그럼 너희 회사가?”

“뭐 세력이 별거 있냐? 돈 많고 작업 잘하면 세력이지!”


녀석이 으스대듯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우진이 너 혹시 내가 네 계좌로 돈 버는 게 배 아프냐?”

“그거야 당연히···.”

“그럼 니껀 너 먹어 임마.”

“···뭐?”


너무 쉽게 말해서 농담인 줄 알았다.


“너 진짜냐?”

“내가 솔직히 생각해 봤는데 찌질이 네꺼는 못 먹겠드라. 나 어려울 때 도와준 것도 있고.”


녀석의 말이 왠지 진심처럼 느껴졌다. 아니 진심이길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에게는 지금껏 가진 적이 없던 큰돈이 생기는 것이다.


“대신···”


순간 긴장했다.


“대신, 네 계좌는 네가 거래해야 해.”

“뭐?”

“내가 어떻게 거래를 해 임마.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데.”

“졸라, 단순해, 그냥 언제 사고 언제 팔지 회사에서 알려주는 대로만 바로바로 하면 돼.”

“시키는 대로만?”


다행이었다. 그 정도라면 금방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사고팔면 된다는 거지?”

“그래.”

“내 돈은 안 넣어도 되고?”

“그렇다니까.”

“그 댓가로 수익의 10%를 준다고?”

“야, 너 나 못 믿냐?”


녀석이 아무리 허세가 심해도 친구에게 사기 칠 놈은 아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어차피 나는 손해 볼 게 없고.


내 돈 들어가는 게 아닌 이상 또 내 계좌를 내가 관리한다면야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솔직히 너희 아버지가 주식을 모르셔서 그렇게 되셨지, 주식을 아셨으면 그렇게 되셨겠니?”

“아, 이 자식이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들먹이고···.”


하지만 녀석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우진아. 너도 이젠 좀 그렇게 찌질하게 살지 말고 임마. 돈 좀 벌어야지. 주식 좀 배운다고 나쁠 건 없잖아.”


배워서 나쁠 건 없다는 말이 오늘따라 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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