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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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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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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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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와인바 서버의 충고

DUMMY

전화기 너머로 사무실에서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우진씨, 나여, 장 실장.

“아, 예.”

-대표님이 오늘 첫 테잎 끊은 거 축하한다고 남은 돈 빼서 용돈 하랍디다.


남은 돈이라면··· 계좌를 확인했다.


[잔액 100만 원]


이렇게나 많이? 생각지 못한 횡재였다.


하지만, 문득 이들이 나를 테스트하고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저들은 내 계좌에 돈을 입금한 순간부터 늘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내 뒷조사를 해 놨고, 개인정보까지 꿰고 있는 자들이다.


주식계좌에서 잔액 출금 버튼을 누르고 근처 현금 인출기에서 찾을 수 있도록 일반 은행 계좌로 이체했다.


그동안 서울 생활에서 내 수입 중에 지출되는 순서를 보자면, 1순위가 주거비, 2순위가 엄마 용돈, 3순위가 적금, 마지막이 내 용돈이었다.


적금은 은행에 들어간 돈은 찾지 않는다는 신조 때문에 가급적 빼지 않았다. 지난번 한결이 녀석 때문에 잠시 깬 적이 있지만, 녀석이 갚은 후엔 다시 넣어둔 상태다.


그래서 결국 부족했던 건 늘 내 용돈. 하지만, 내게도 곧 큰 용돈이 들어올 것이다.

최종 수익이 얼마나 날지 모르지만, 앞으로 더 오른다면 최소 몇천만 원?


할 일을 끝냈으니 바람이니 쐬자는 마음에 만보기를 켜고 밖으로 나왔다. 평일 오전에 나오기는 오랜만이다.


멀리 현금 인출기가 보였다.

돈을 찾아 길옆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는 찰나,


“어머 오빠!”

“어?”


뭐? 오빠라구? 내게 오빠라고 부를 사람은 이 서울 하늘 아래 한 명도 없는 걸로 아는데······.


뒤를 돌아보자, 눈앞에 츄리닝 차림의 예쁜 아가씨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누구지? 낯이 익은데···


“아, 그 와인바?”

“네 맞아요.”


전에 그 와인바 서버였다. 그녀의 윤기 나는 와인 컬러 헤어를 보고서야 기억이 났다.


“이렇게 하고 보니까 못 알아보시겠죠?”

“조금은. 와인바에서 늘 제복 입은 모습만 보다가···”


화장기 없는 얼굴과 지나치게 가벼운 옷차림이 부끄럽다는 듯 서버가 수줍게 웃었다.


이런 누추한 동네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웬일일까? 게다가 여기는 그녀의 와인바가 있는 곳에서도 꽤 먼 거리였다.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시죠?”

“어머 말 놓으세요. 제가 무안하잖아요.”

“아···그런가?”


자꾸 오빠라고 하는 걸 보니, 그럼 한 달 전 그 술자리에서 나랑 친해졌던 건가?


“저희 엄마가 이 동네 살아요. 우진 오빠도 여기 사시나 보네요?”

“어? 내 이름을 어떻게···?”

“호호, 제가 원래 사람을 잘 기억하거든요. 정우진 맞죠?”

“예···아니 응.”


그녀가 내 옆에 놓인 컵라면을 보며 말했다.


“다 불겠어요, 어서 드세요. 근데 저도 이 라면 되게 좋아하는데···”


이 여자와 나란히 앉아서 편의점 라면을 먹게 될 줄이야!···.


“오빠, 우리 바에 처음에 왔을 때 베이지색 슬랙스 팬츠에 파란색 남방 입고 온 거 기억나요.”

“헉! 기억력 장난 아닌데. 어떻게 그거까지···.”

“제가 원래 쓸데없는 거까지 기억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오빠가 워낙 특이해서 기억이 나는 거에요.”

“아, 내가 사실 그런 곳은 처음이라···.”


그녀는 생각보다 말이 많았고, 말하는 중간에는 마치 배고픈 10대 소녀처럼 라면을 흡입했다.


- 후루룩


“저는 옷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요. 거기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도 많거든요.”

“다 점잖고 돈도 많아 보이던데.”

“돈만 많으면 뭐해요. 재벌 싸이코패스 같은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

“그 안에 있다 보면 별의별 얘기 다 듣게 돼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고상하고 세련되어 보였던 그녀가 오늘은 왠지 평범해 보였다.


“그런데 왜 그런 곳에서···”

“다 돈 때문이죠 뭐. 전 원래 꿈이 기자였어요. 근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렇게 벌어 먹고사네요.”

“······.”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도 꿈이 기업가였어. 회사 CEO나 오너가 돼서 남들에게 월급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월급을 주는 사람은커녕 받는 사람도 쉽지 않네.”

“어머 그래요? 의외네요.”

“······뭐가?”

“아뇨···그냥. 아참, 지난번엔 고마웠어요.”

“응?”

“지난번에 컵 깨졌을 때.”

“아···”

“내가 거기에서 3년간 일하면서 깨진 컵 대신 주워주는 손님은 오빠가 처음이었어요.”

“뭘, 그걸 가지고···”

“근데 오빠는 제 이름 아세요?”


그제야 내가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운하네.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평소 여자엔 별로 관심이 없나 봐요?”

“미안. 이름이?···” “혜림이에요. 이혜림.”

“이름 참 이쁘네.”


혜림이 라면을 국물까지 들이키더니 말했다.


“오늘 라면 쏘셨으니 술은 내가 쏠께요. 오늘 월차라서 쉬거든요.”


의외로 소박했던 그녀의 모습은 그날 저녁 동네 포장마차까지 이어졌다.


그녀는 술이 좀 들어가자, 말도 더 많아졌다.

병든 홀어머니 얘기를 할 때는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가도,

다시 그녀의 꿈 얘기를 할 때는 또 활짝 웃는 소녀가 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와인바 서버가 아닌 동네 이쁜 동생 이혜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근데 참 오빠 그분 조심하셔야 해요.”

“뭐?”

“강 사장님 말이에요. 남대문.”

“우리 대표님이 왜?”

“저도 말씀드리기 쫌 곤란한데···암튼 조심하셔야 해요.”

“······”

“제가 너무 말이 많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무한테나 이렇게 말하진 않으니까. 저 이래 봬도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요.”


말하려면 제대로 말을 해주던가. 참 싱거운 아가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뜻을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당시 너무 무지했다.



***



매매암호는 늘 같은 시간에 계속되었다.

혹시 잘 받았는지 전화로 다시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번 상한가 보낼 때는 하루 한 번 거래를 시키더니, 이후에는 하루 여러 번 나눠서 매수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분할매수였다.


[B101, 9~12, 1313···, 500x20시장]


병진물산을, 9~12시 사이에, 호가창에 1313··· 반복될 때마다 500주씩 20번 분할 매수하라.


하루 한 번 보내던 문자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두 번 보내기도 하였다.


[B101, 9~12, 1313···, 250x20시장]

[B101, 1~3, 1313···, 250x20시장]


공통점은 종목명과 내 호가창 매매암호 1313이었다. 호가창에 13이란 숫자가 반복될 때 거래하라는 신호.


그리고 또 하나는 매일 하루 1만 주씩을 거래하라는 거였다.

회사는 매수를 위한 자금으로 딱 그만큼의 돈을 입금했다.


내 계좌에서 언제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걸로 보였다. 오차는 기껏해야 백만 원 내외였으니.


처음에 한 번 거래하고는 너무 쉬워서 이래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이후 하루 거래 빈도가 늘어나면서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았다.


특히 호가창에 언제 불쑥 나타날지 모르는 숫자암호를 보느라 책상 앞에 꼼짝없이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휴대폰을 사용할 생각도 했지만, 갑자기 오는 전화나 문자로 집중이 곤란하다며 회사에서 준 노트북으로 거래할 것을 지시했다.

어차피 휴대폰의 작은 화면으로는 빠르게 지나가는 호가창 암호를 캐치하기도 힘이 들었다.


노트북 HTS 화면을 열고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병진물산]

[현재가 : 11,000]

[보유주식 수: 12만 주]

[총매수금액: 10억 2천만 원]

[총평가금액: 13억 2천만 원]

[평가손익: + 3억 원]

[수익률: + 29.4%]


지난번 상한가 이후 주가는 1주일 넘게 횡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계좌 수익금 또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에서 최근 오른 금액으로 매수를 많이 시키면서 내 계좌의 수익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평가손익을 보면 여전히 3억 원 수익 중.

그래서 내가 받을 예상 수수료는 10%인 3천만 원.


여전히 큰 금액이다.

그리고 현재 11,000원인 주식이 20,000원까지 간다고 했으니 수익은 더 늘어날 게 분명했다.



*



오전 8시 30분.


[B101, 9~10, 1313···, 10만 시장]


오늘도 다름없이 수신된 거래 암호.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 웬일이지?’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암호가 여느 때와 달라 보인다.

그건 바로 맨 마지막 숫자 10만!


‘헉, 10만 주를 사라고?’


매일 1만 주씩 거래했었는데, 그럼 오늘 또 상한가를 보내려는 건가?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얼마 전 새로 튼 내 계좌 때문이다.


사실 나는 며칠 전 그동안 꾹꾹 참아오던 걸 행동으로 옮겼다.

나만의 증권계좌를 통해 은행에 있던 돈 전부를 이 주식에 넣은 것이다.


돌다리는 수없이 두드릴 대로 두드렸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처럼 회사에서 계속 매집하는 이상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그들의 계획을 이렇게 매일 아침마다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단지 내가 가진 돈의 얼마를 넣을까를 고민했다.

그동안 수억씩 거래하다가 은행에 든 내 돈 천만 원을 보니 생각보다 작아 보였다. 그래서 다 투입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남대문 투자클럽이 상당한 물량을 매수할 예정이다. 결국 얼마 전 내 결정을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여보세요?”

-B101, 9~10, 5353···, 10만 시장, ···색깔 잘 확인해!


-뚝!


늘 그렇듯 내가 암호를 잘 받았나 확인하는 전화였다.

마지막에 색깔을 잘 확인하라는 말은 호가창 암호에 대한 얘기다.


호가창에 나타나는 숫자가 빨간색이면 매수하고 파란색이면 매도하라는.

하지만, 한동안 항상 매수만 해왔기에 신경을 쓰지 않은 부분이다.

오늘 다시 확인 시키는 걸 보면 오늘 매매할 금액이 역시 크긴 큰 모양이었다.


계좌를 열어보니 손이 떨렸다.


[매수가능 금액: 20억]


실수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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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바 서버의 충고 23.05.20 240 5 10쪽
9 아침마다 오는 암호 23.05.20 243 5 10쪽
8 외인부대 23.05.18 248 7 11쪽
7 위 아래 위 위 아래 23.05.17 253 8 11쪽
6 남대문 투자클럽 23.05.17 257 7 10쪽
5 돈 버는 비밀 +1 23.05.16 272 7 11쪽
4 스물 한번째 회사에 들어가다 +2 23.05.15 280 5 11쪽
3 라면이 주식인 놈 +1 23.05.14 302 9 11쪽
2 패가망신 +2 23.05.14 391 10 12쪽
1 Prologue. 주식으로 안 망하는 세 가지 방법 +11 23.05.14 57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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