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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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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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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17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5.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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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인부대

DUMMY

“어이, 이 팀장, 대표님이 여그 2번 종목 약 좀 치란다. 어차피 재료 있는 놈들이니께 걱정말구 쳐봐야, 여그 분위기 좋을 때 올리시려나 본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시세조종을 하는 꾼들은 사무실 말고도 더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외인부대는 주로 IP 추적을 피해 PC방이나, 자택에서 근무하는 꾼들을 말했다.

이들은 주식거래 말고도 여러 곳에 급성 찌라시를 돌리거나 카페나 종토방(종목토론방) 등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선 남대문투자클럽 강희성 대표.

그동안 추천한 종목들의 수익률을 보여주며 시간을 끌었다.


“이 회비가 비싸다고 생각되는 형님, 누님, 동상들은 우리 VIP 회원이 될 자격이 없으신 분들입니다. 돈 꼬라박고 한강 가지 마시고 딱 한 달만 끊어보세요. ···그리고 괜찮다 싶으면 3개월! 허벌라게 좋다 싶으면 6개월! 아주 꼴려 뒤지겠다 싶으신 분은 12개월 특별 할인가로!······”


한 달 회비가 120만 원이니까, 이들 중 절반만 회원이 돼도 무려 10억이 넘는 돈이었다.

그리고 이 개미들을 잘만 활용하면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그걸 잘 아는 강 대표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만무했다.


오전 10시 30분.

20% 전후에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2번 추천종목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회비가 비싼지 안 비싼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위아래로 흔들리는 호가창.

이를 주시하던 강 대표. 다시 흥분하며 톤을 올리기 시작했다.


“2번 타자 **테크야, 네 테크닉을 보여줘라!”


그러자, 다시 솟아오르는 불기둥.


[···23%···24%···25%···]


“힘내라! 좀만 더, 더, 더, 더·········”


[···27%···28%···29%···]


“싸라 마!···”


여지없이 상한가에 도달하는 주가.


[**테크, ↑ 30% 상한가]


“쌌다! xx 존나 치더니 결국 지까짓게 안싸고 배겨?”


추천종목 두 개가 연속으로 상한가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리딩방에는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환호성 댓글이 빗발쳤다.


- 꺄악!!!

- 지렸다! 씨발~ 존나···

- 나도 쌌다.

- 헐, 이런 데는 처음 본다.

- 내 인생에 처음 먹는 상한가에 눈물이···

···

..


그리고 언제 들어왔는지 새로 입장한 사람들 숫자 또한 어느새 두 배로 급증해 있었다.


의기양양해진 강 대표. 그의 과격하고 자극적인 멘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쫄리는 놈은 50% 익절하고 나머진 홀딩합니다!”


- 익절이 뭐냐?

- 팔라고요?

- 반만 팔란 말인가?

- 으이구 등신들, 쪽팔려!


리딩방에는 나와 같은 주린이들도 꽤나 들어와 있었다.


“거 참, 말귀 드럽게 못 알아 쳐먹네! 이 X을 내일 또 먹고 싶은 놈은 박아놓고, 쫄리는 놈은 반 빼란 말여.”


- ㅋㅋㅋ

- 난 내일도 먹고 싶어.

- 난 존나 쫄려서 반만···

- 전 여잔데 어떡하죠?


오전 11시.

태풍처럼 휘몰아치던 2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눈앞에 남은 건 이제 단 두 종목.


(3)[**Q ↑ 9% 상승중]

(4)[**산업 ↑ 15% 상승중]


설마 했다가 연달아 두 개의 상한가를 목격한 사람들의 심리는 이제 나머지 두 종목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예상한 듯 얼굴에 미소를 띄우는 강 대표.

그의 입에서는 흥분한 이들을 부추기는 알 듯 모를 듯한 멘트가 시작되었다.


“자 이제 3번이 먼저 갈까요? 4번이 먼저 갈까요? 맞춰보세요, 여러분!”


가뜩이나 사고 싶어 안달 난 이들에게 강 대표의 그 말은 곧 매수 싸인처럼 들렸다.


갑자기 매수세가 몰리면서 들썩거리는 3, 4번 호가창.


상한가를 확신하며 급히 매수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이미 산 사람들은 더 많은 물량을 추가 매수했고, 돈 많은 누군가는 뭉텅이를 시장가로 쓸어갔다.


단 몇 초 사이에 5% 이상의 급등이 나오는 두 종목.


(3)[**Q 9% →15% 상승중]

(4)[**산업 15% → 21% 상승중]


잠시 트레이딩실 꾼들에게 뭔가 싸인을 보내는 강 대표.

이제 마지막 바람몰이를 하려는 듯 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자극적인 멘트를 이어갔다,


“하아! 이눔들이 흥분했나 갑자기 바딱 서버리네. 니들도 존나 xx 치고 싶어서 그러냐? 갈라믄 가즈아!!!······”


그러자, 먼저 움직이는 건 4번 **산업.

쭈욱 상승하더니 상한가 근처까지 움직였다.


[25%, 26%, 28%···]


이제는 이를 지켜만 보던 의심 많은 자들까지 뒤늦게 합세하며 미처 덜 오른 3번 **Q를 끌어올리고 있다.


[18%, 19%, 20%···]


하지만, 비이성적인 개미들의 군중심리가 모두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느낀 순간,


바로 옆 트레이딩실에서 들려오는 마우스 클릭 소리.


딸칵, 딸칵, 딸칵······


이와 함께 그대로 폭락하는 주가.


[20%···15%···10%···8%···]


동시에 여기저기서 개미들의 탄성 소리가 들렸다.


- 아, 좃 됐다!

- 살려줘······.

- 씨발, 이놈도 조루인가요?

- 형님 제발 이놈 좀 다시 세워 주세요 ㅜ.ㅜ

···

..


하지만, 개미들이 미처 던질 새도 없이 시초가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주가. 더 이상 회생할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데···.


강희성 대표는 의중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차댔다.


“아, 혹시 올라가는 데 따라간 분들이 있었는가? 저런, 그러시믄 안 되는데···쯧쯧. ”


전문가처럼 보이는 멘트와 광고 또한 잊지 않았다.


“주식은 언제나, 재료! 수급! 타이밍! 요 삼박자가 딱딱 맞아야 잘 가는 겁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주린이 여러분! 우리 남대문 회원이 되시면 제가 최대한 두 종목도 손실 나지 않도록 AS 해드릴 테니···.”


오후 3시 30분.


- 장이 종료되었습니다.


“자, 오늘 돈 버신 분들 집에 가서 xx 치시고 소고기 사드쇼잉! 구경만 하신 분들은 얼른 회원 가입하시고, 재밌었다면 주위 분들에게 광고 좀 하십쇼. 다음에도 남대문 활짝 열고 기다리겠습니다. 남대문 투자클럽!!!”


사무실에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 네 가입 원하신다구요. 몇 개월로 하실까요?”



***




방송이 끝난 후 다시 조용해진 사무실.


“아이고야, 목이 다 쉬뿌따!”


강희성 대표는 피곤한 지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었다.

그러자 그 우락부락한 덩치, 짱구가 마치 여자 비서처럼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물을 가져다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나는 강 대표의 그 원맨쇼와도 같은 방송을 인상 깊게 지켜본 뒤, 다시 칸막이가 쳐진 책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혼자 트레이딩을 연습하던 공간이었다.


강 대표가 물을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 짱구에게 물었다.


“오늘 1, 2번 올리느라 무리 안 했냐?”

“좀 버겁긴 했는디 우덜이 미리 작업하던 물건이라 단가가 낮아서 괜찮습니다.”

“재료가 아직 살아 있는 놈들이니까, 내가 다 올린 거야. 그러니까 봐라, 3,4번도 존나 가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좀 많이 팔렸냐?”

“네. 방에 들어온 개미들이 많아가꼬, 우덜이 갖고 있던 물량 90% 가까이는 넘겼습니다.”

“수익은?”

“그건 아직··· 외부 계좌들 취합이 안 끝난 상태라 정확하진 않은데유, 형님.”


그러자, 강 대표가 짱구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짱구야, 짱구 한 번 돌려봐라!”


무언가 계산하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서류를 보는 짱구. 결국 계산기를 두드려보더니,


“물량 대충 계산해 보믄 55% 정도 수익일 겁니다.”

“한 달 작업한 거 치고는 괜찮네.”

“아, 그리고 회원들두 많이 늘었습니다.”

“그걸로 여기 관리비 내고 애들 소고기나 사 먹여라!”

“네. 형님!”


- 지이이이잉


돌연 강 대표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형님. 방금 일 끝났습니다.”


그가 형님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난번 와인바에서 만난 남자였다. 거친 세계의 포스가 느껴지던 남자.


“······걱정마세요, 형님. 그 물건은 우리가 특별 관리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조만간 작업 마무리하겠습니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강 대표가 뭔가 생각하더니, 갑자기 내 쪽을 쳐다봤다.


“우진씨!”

“네, 대표님.”

“우진씨 이제 트레이딩 쫌 하지?”

“네, 그닥 어렵지는···.”

“그럼 이젠 우리 식구 된 거니까, 꿔다 논 보릿자루마냥 있지 말고 애들이랑 좀 친해지고 해.”

“아, 예···.”

“이제 곧 계좌 굴릴 일손이 부족해지니까, 일꾼들 도와서 슬슬 우진씨 손가락도 좀 움직여 보자구.”

“네. 알겠습니다.”


내가 자리로 돌아가자, 강 대표가 이번에는 다시 짱구와 한결이를 불렀다.


강 대표 앞에 나란히 앉은 한결이와 짱구의 뒷모습이 보였다.

딱 벌어진 짱구의 어깨와 대비되는 한결이의 다소곳한 뒷모습. 왠지 오늘따라 더 왜소하게 느껴졌다.


강 대표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B101 작업 마무리하려면 앞으로 2주간이 엄청 중요해. 그러니까 수급팀한테 종가 관리하라고 시키고 너희는······”



**



“뭐라고 하는 거냐? B101.”


한결이는 굳이 아무도 없는 옥상까지 올라가서 내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었다.


“네 계좌에 있는 종목이야.”

“뭐? 그럼 병진물산인가 그거?”

“쉿!”


녀석이 주위를 살폈다. 혹시 누군가 담배를 피우러 옥상에 올라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야, 그게 뭐라고 그렇게 비밀스럽게 말하냐?”

“회사 규율인 거 알잖아 임마. 그리고 그럴만한 놈이니까 그렇지.”

“오늘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주식이 마구 오르던데 그냥 공개방에 오픈하면 좋은 거 아냐?”

“참 순진한 놈! 그건 팔 때나 하는 거지.”


녀석이 피식 쪼개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첫 모금을 길게 내뿜으며 다시 말을 잇는 김한결.

눈빛은 순진한 양 한 마리 내려다보듯 내리깔고 있다.


“주린아, 방송이 회원들 회비나 빨려고 하는 줄 아니?”


그 정도는 나도 이미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까 추천한 종목들을 사전에 이미 작업했다는 거잖아.”

“그렇지. 처음에 상한가 간 놈들은 보여주기 위한 쇼였고, 뒤에 올라가다 미끄러진 놈들이 메인이야. 그전에 매집해 놨다가 오늘 팔려고 한 거지.”

“그런데 상한가를 그렇게 쉽게 보낼 수 있는 거니?”

“당연히 어렵지. 그래서 우리는 시총 작은 놈들만 건드려. 그나마 올리기 쉽거든. 그것도 재료가 살아 있는 놈들로다.”

“재료란 게 뭔데?”

“주가가 오를 만한 정보 말야. 아직 안 터지고 숨겨진 호재.”

“회사는 정보력이 좋아서 그걸 미리 아는 건가?”

“순진하긴. 여기가 무슨 증권사인 줄 아니?”


한결이가 다시 담배를 깊이 빨았다가 내뱉으며 무언가 회상하듯 말을 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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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물 한번째 회사에 들어가다 +2 23.05.15 280 5 11쪽
3 라면이 주식인 놈 +1 23.05.14 302 9 11쪽
2 패가망신 +2 23.05.14 391 10 12쪽
1 Prologue. 주식으로 안 망하는 세 가지 방법 +11 23.05.14 57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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