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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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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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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7,252

작성
23.05.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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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
10쪽

1화. 내가 가난하다니

DUMMY

10년 후.


환생한 이세계의 부모는 자작농이었다. 아버지는 과거 북부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여한 병사였다는 소문이 얼핏 들렸다. 지금 경작하고 있는 땅도 아마 전쟁이 끝나고 월급 대신 받은 땅인 거 같았다.


그 동안 자라오면서 이곳이 지구가 아닌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나는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곳은 언어도 완전히 다르고, 문화도 달랐다. 내가 속한 왕국에선 금기로 되어있지만 대륙 어딘가엔 마법도 존재한다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곳은 내가 알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검과 마법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윌리엄. 밭에서 일하시는 아빠한테 샌드위치 좀 갖다 드리렴.”


“네 엄마.”


왠만큼 걷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참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겪었다.


태어난지 만으로 10년. 여기선 간단한 농사일이나 집안일을 도울 수 있을 만한 나이다.


“아빠. 이거 엄마가 갖다 드리래요.”


아버지의 이름은 존. 체격이 좋고 잘생긴 남자다. 그는 땀을 닦고 내가 건네준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우와~ 내가 좋아하는 햄 샌드위치네? 햄이 어디서 난 거야?”


“오늘 아빠 생일이잖아요. 엄마가 인심 썼대요.”


그는 샌드위치를 우악스럽게 씹어 먹으며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잔뜩 굳은살이 배긴 거친 손바닥의 느낌이 머리를 통해 전달되었다.


“짜식! 너도 밥 안먹었지? 아빠랑 나눠 먹을래?”


“괜찮아요. 집에가서 먹을 거에요.”


나의 이세계 부모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다. 가난하게 살아도 절대 한눈 파는 일 없이 살아왔다. 문제는 가난이다. 우리 가족은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있었다.


“형~ 엄마가 밥먹으러 빨리 오래!”


저 멀리서 동생 토미가 뛰어오고 있었다. 그래. 나의 이세계 부모는 나를 낳고 내리 두 명을 더 낳았다. 둘 째는 남동생이고 막내는 여동생.


즉 나는 삼남매중 맏이가 된 셈이다. 지금도 나는 부모가 서로 야릇한 눈빛을 교환할 때면 굉장히 걱정된다. 이곳에선 피임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여기선 임신 확률이 매우 높다.


여기서 더 낳지 말아야할텐데···

농가엔 자식이 곧 노동력이라 아이를 많이 낳는게 일반적인 일이라고는 해도 당장 올해는 작황이 안좋아 우리 다섯 가족 먹을 게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았다.


“오빠 어서 밥먹어.”


“응 고마워 제니. 너도 많이 먹어.”


둘째 토미와 막내 제니는 둘다 맏이인 나를 잘 따르는 귀여운 동생들이다. 자칫하면 지루하기만 할 뻔했던 나의 이세계 어린시절은 전부 이 동생들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엄마는 안드세요?”


“응? 엄마는 배 안고파. 이따 아빠랑 먹을 거야. 걱정말고 어서 먹으렴.”


나는 알고 있다. 어머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그래봤자 밀과 야채를 조금 넣고 묽게 끓인 죽인데 그것조차 부족해서 하루에 한끼 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꼬르륵.


어머니의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어머니가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엄마 나 더 먹을래.”

“나도!”


철없는 동생들은 집안 사정을 알리가 없으니 음식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에휴.. 여기서 더 먹으면 진짜로 부모가 먹을 게 없어지는데···


“그래 더 줄 게. 많이 먹으렴.”


어머니는 아낌 없이 남은 죽을 긁어서 부어준다.


“윌리엄 너도 더 먹을래?”


“아니 됐어.”


어머니는 토미와 제니가 신나게 먹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느 시대, 어느 세계이건 부모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자기는 굶어도 자식이 잘 먹는 거 보면서 기뻐하는 거.


꼬르륵.


젠장. 내가 뭐라도 해서 최소한 먹고는 살 수 있어야지. 이러다가 기근이라도 오면 굶어 죽기 딱 좋은 상태다.


나도 이곳 나이로 이제 열살. 말하고 읽고 쓰는 법은 어깨 너머로 배웠다. 어차피 이런데서 환생했으니 큰 영화를 누리겠다는 욕심은 버린지 오래되었다. 이젠 그냥 부모 동생 배 안곯고 행복하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윌. 밥 먹다말고 어디 나가니?”


“친구들이랑 놀러요.”


“친구 누구?”


나는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


“아 친구 있어요. 그 제시랑 쿡이랑 시장에서 놀기로 했어요.”


어머니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무 멀리 가진 마~ 요즘 시장에 나쁜 아저씨들이 많다고 들었어.”


“네 걱정 마세요. 저녁 먹을 때쯤 들어올 게요.”


나는 집에서 나와 흙길을 걸어 시장이 있는 읍내로 나갔다. 깡시골이었지만 읍내에 가면 구경할 게 그나마 좀 있었다.


야채 가게, 정육점, 대장간, 옷가게, 그리고 도서관.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마을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은 이 마을의 촌장이 사비를 털어 지은 3층짜리 목조 건물이었다.


촌장은 예전에는 잘나가는 모험가였다는데 다리를 다쳐 귀향한 뒤로 이렇게 마을 발전을 위해 힘쓰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어이! 윌이냐?”


내가 도서관에 들어서자 도서관의 사서 케인이 손을 흔들며 반겼다. 말이 좋아 사서지 사실은 그냥 동네 놈팽이다. 어른들 말로는 10년 전에 이 마을에 흘러들어왔다는데 나이도 모르고 고향도 모르는데 사람은 착해서 그냥 눌러 앉은 케이스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도 케인이 일은 안하고 빈둥대기만 하는 꼴을 영 좋게 보진 않는 모양이었지만 존경 받는 촌장이랑 아는 사이라서 그냥 참아주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케인 아저씨.”


“그래 어서와라. 오늘은 어떤 책을 읽으려고?”


“그냥 이것 저것요.”


책을 통해 지리와 역사, 문화, 기술 및 교육 수준등을 파악한 결과 확실히 이곳은 인류의 중세 수준의 발전상을 가진 세계가 맞았다.


내가 환생한 나라는 중북부의 소국 파라곤 왕국. 마법보단 검술에 뛰어난 자가 더 많은 나라였다. 그리고 이곳을 다스리는 리안의 영주 로버트 핼포드는 유명한 검술의 달인이기도 했다.


문제는 영지 리안은 파라곤에서도 가장 북단에 위치하여 평균 기온이 낮아 농사가 잘 안되는 지역이다. 그렇다고 광물이 풍부하지도 않고, 특산물이 있지도 않다. 한마디로 별볼일 없는 땅이란 얘기다.


영주 로버트 핼포드는 검술에는 뛰어났지만 정치에는 소질이 없는듯 했다. 그 정도나 되는 전공을 세우고도 이런 쓸모 없는 변경을 영지로 하사 받은 걸 보면 말이다.


“하··· 하필이면 골라도 난이도 헬인 나라에 떨어뜨려놨네.”


우선은 집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비참하게 굶어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아저씨 여기에 식물이나 농사 관련된 책도 있어요?”


케인은 내 말을 듣고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책장 한구석에서 책 두권을 꺼내 가져다 주었다.


‘식물 도감’과 ‘농사법’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오 고마워요!”


나는 그 책들을 앉은 자리에서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곳에서의 식생은 전생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나라의 주요 농작물은 밀과 보리 그리고 홉. 나의 아버지 역시 밀농사를 짓고 있었다.


“흠··· 역시 이곳의 농사법은 굉장히 원시적이군.”


아버지가 농사짓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곳에선 거름도 주지 않고 물만 줘서 작물을 키운다.


하긴 예전 세계에서도 작물에 거름을 주는 ‘시비법’이 정립된 건 조선 중기부터였던 걸 감안하면 이상하진 않나?


그래서 지력이 떨어지면 휴작하는 곳이 많아 생산량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내가 해볼만한 게 몇 가지 있을지도···


“어라?”


식물 도감을 읽던 중 나는 한 식물의 챕터에서 눈이 멈췄다.


[감자: 독초. 잎과 줄기에 독성이 있어 먹어선 안된다. 새싹에는 독 강해 만져서도 안된다. 꽃은 아름다워 일부에선 관상용으로 취급한다.]


“독초?”


설마··· 여기선 감자가 독초 취급 당하는 거야? 물론 감자의 잎에는 독성이 있어 사람이 먹진 않지만 땅속에 숨어 있는 덩이 줄기는 없어서 못먹는 부분이다.


“케인 아저씨.”


“왜?”


나는 케인에게 책을 들고가서 도감의 감자 설명 부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식물 본적 있어요?”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삽화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이거? 숲에 가면 많아.”


“좋아!”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배고픔을 극복할 방법의 실마리를 찾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재빨리 책을 반납하고 도서관을 나설 채비를 하자 케인이 걱정스러운듯 덧붙였다.


“윌. 혹여라도 숲에는 들어가지 마라. 거긴 가끔 마수도 출몰한다고 하니까.”


나는 걱정하는 케인의 말을 뒤로 한 채 곧장 숲으로 뛰어 갔다.



***


거대한 숲.


책에서 읽었다. 이곳 거대한 숲은 왠만한 영지 두 개가 넘는 크기라고. 파라곤 왕국의 리안은 국경의 동쪽 일부를 이 숲과 접해 있었다.


엄밀히는 숲의 일부까지가 영지였으나 숲은 엄연히 왕의 소유로 사냥과 채집은 영주의 허가를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막상 들어오니 으스스하네.”


전생에 헌터였다곤 하나 지금은 힘없는 어린애의 몸. 케인의 말대로 위험한 마수가 나올지도 모르니 너무 깊이 들어가진 말아야겠다.


···


숲에서 야생 감자를 찾은지 30분. 나는 드디어 나무 옆 덤불처럼 자생하는 감자 식물을 찾아냈다.


“있다!”


이렇게 흔한 식물인데 왜 먹을 생각을 한 번도 못한거지? 잎과 줄기를 먹고 탈이 난 기억 때문에 덩이줄기를 먹을 생각조차 못하고 사는 걸까? 아무튼 우리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어 줄 수 있겠다.


“어디 뽑아 볼까? 끄으응차!”


우두둑!


줄기를 잡고 뽑자 감자의 줄기가 뽑히면서 감자의 덩이줄기 들이 차례로 딸려 나왔다.


“감자다!”


흙냄새와 함께 익숙한 감자의 냄새가 났다. 나는 감자를 쪼개어 속을 먹어보았다. 달착지근한 전분의 맛이 혀끝에 느껴졌다.


“역시 먹을 수 있겠어.”


나는 셔츠를 벗어 감자를 담기 시작했다.


“얼른 돌아가서 부모님께 갖다 드리자.”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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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화. 농지를 개간하다 +3 23.07.19 1,255 51 13쪽
69 68화. 교역을 시작하다 +3 23.07.18 1,359 56 17쪽
68 67화. 온천의 발견 +9 23.07.16 1,727 65 17쪽
67 66화. 향유고래 +2 23.07.15 1,886 68 18쪽
66 65화. 인재 등용 +1 23.07.14 2,112 67 15쪽
65 64화. 마석의 사용법 23.07.13 2,147 73 13쪽
64 63화. 마석 수집 +1 23.07.12 2,179 71 16쪽
63 62화. 내가 영주라니 23.07.11 2,325 73 17쪽
62 61화. 결착 +3 23.07.09 2,359 80 14쪽
61 60화. 불꽃 놀이 +1 23.07.08 2,380 76 17쪽
60 59화. 복수 +4 23.07.07 2,474 75 21쪽
59 58화. 세이렌의 바다 +2 23.07.06 2,376 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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