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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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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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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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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53화. 스카우트

DUMMY

어느 늦은 밤 노보스의 뒷골목. 허름한 술집 안이 시끌벅적하다. 술집 이름은 ‘고블린의 부엌’. 가게 이름을 정말 대충 지은 것 같은 이 작은 술집이 오랜만에 북적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오날은 노보스 최흉의 갱, 흑견단 간부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노보스 제 3지부의 지부장을 맡은 건 지로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아무것도 없는 뒷골목 출신이 밑바닥부터 기어올라 지부장 자리까지 꿰찬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살아 남기 위해 무슨짓이라도 할 각오를 일찍부터 했던 것이다. 마침 술도 얼큰하게 들어갔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지로.


“끅···. 다들 이렇게 모여줘서 고맙다. 자네들 덕에 우리 3지부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보스 최고 기록을 찍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 박수를 제지했다.


“나는 열 살 때 처음 남의 물건을 훔쳤다.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이었지.”


일동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열 세살에 처음 사람을 죽였다. 우리 같은 쓰레기들 중에서도 꽤 이른 편이지? 말하자면 악인의 조기 교육을 받은 엘리트인 셈이다.”


다시 터져나오는 웃음.


“그 때 내가 깨달은 인생의 진리가 한가지 있다 인간성을 포기하면 꽤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이딴 개소리를 머릿속에 지워버리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옳소!”


“멋있다!”


“내 나이도 이제 서른 다섯. 이 바닥에선 꽤 오래 버텼지. 그리고 아직도 잘나가고 있다. 왜? 내 경쟁자였던 놈들은 지금다 무덤에 있거든.”


와하하하!


지로는 술잔을 집어들며 말했다.


“인간성을 버린 우리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다. 귀족 놈들 좆까라 그래라. 우리야말로 진정한 밤의 귀족···.”


“어디서 개가 짖나?”


난데 없는 목소리에 적막이 흘렀다.


지로의 말을 끊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 지로의 시선이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 이동한 끝에 바텐더 바로 앞자리에 얼큰하게 취한듯한 남자가 보였다.


지로는 손을 귀에 갖다댄 자세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잠깐.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군. 자네들도 듣지 않았나? 분명 누군가가 아주 모욕적인 발언을 한 거 같은데? 내 귀가 잘못된 건가?”


그의 말에 조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도 지로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에겐 이런 일도 하나의 여흥. 전혀 나쁠 것 없는 전개였기 때문이었다.


그 때 마침 그 남자는 몸을 돌려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기분도 좆같은데 거 조용히들 좀 마시지? 니들 여기 전세 냈냐?”


지로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센척하는 약자를 잘근잘근 밟는 건 그의 오랜 놀이이자 취미. 그는 술잔을 단숨에 비우며 말했다.


“역시 생일은 생일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크레이션이 다구리인 거 어떻게 알고? 응?”


험악한 인상의 덩치큰 사내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손에는 어느새 곤봉이나 단검, 사슬 따위의 무기들이 들려 있었다.


약자를 짓밟는 건 강자의 특권. 그는 술이 취해 말실수를 한 불쌍한 남자가 여러명에게 린치를 당하는 걸 술안주 삼아 생일 잔치의 여흥을 길게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어이! 형씨! 거 말이 좀 심하잖아? 사람보고 개라니?”


거대한 덩치의 갱이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그 갱의 주먹이 남자의 머리크기 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갱은 흉터가난 얼굴을 남자에게 들이밀며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술을 처먹을라면 곱게 처먹을 것이지 왜 남의 좋은 날에 악담을 퍼부어? 새끼가 뒤질라고.”


남자는 잔에 반쯤 남은 술을 비우고 잔을 탁 하고 내려놓았다.


“후우··· 오늘은 형이 일진이 좀 사납거든? 좋게 말할 때 그냥 가라.”


남자의 말에 흑견단의 단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하하!


“들었냐?”


“와 이놈 제대로 미쳤네. 야! 너 우리가 누군줄 몰라?”


남자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단원의 팔뚝에 새겨진 검은 개 모양의 문신을 힐끔 바라봤다. 남자의 눈이 커지며 그의 입에서 제대로된 단어가 튀어 나왔다.


“흑견단?”


“하하 이제 알았냐? 니 놈이 지금 누굴 건드렸는지? 너 이새끼 오늘 제삿···.”


우드득.


갱은 남자의 어깨를 잡은 손이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 있는 걸 보았다. 이윽고 그는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끄아아악!


단원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 거대한 덩치가 공중으로 붕 뜨더니 천장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기 때문이었다.


불쌍한 덩치는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남자는 피묻은 주먹을 냅킨으로 닦으며 말했다.


“오냐. 니들이 흑견단이란 말이지? 이 개같은 놈들아 오늘 잘 걸렸다.”


그 말에 지로 역시 얼굴에 웃음기를 거둔 채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죽여!”


그는 한 남자를 향해 달려드는 부하들이 거의 같은 속도로 튕겨져 나가는 걸 목격하고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뻐억! 쨍그랑!

퍽! 콰득!

으아악! 끄으윽!

우득! 안돼! 하지마! 아악!

퍼억! 사··· 사람살려!


자그마치 열 여섯 명이었다. 어중이 떠중이도 아니고 이곳 노보스의 뒷골목에서 침좀 뱉었다고 하는 험악한 놈들로만 열 여섯.


별로 덩치도 안커보이는 이 남자는 그야말로 복날에 개패듯이 부하들을 패고 있던 것이었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방금까지만 해도 지로는 자신이 강자의 위치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절대 건드리지 못할 귀족이나 기사들은 제외해야겠지만 다수의 평민과 노예들의 위에서는 제법 떵떵거리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오늘 일어난 이 해프닝 역시 그는 강자의 위치에서 약자를 짓밟는 수순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우당탕!

쿵!


마지막 한 사람까지 완전히 떡실신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지로는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즐거웠던 기분이, 그리고 얼큰 달달하게 취한 술기운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뒤였다.


남자는 부하들의 피가 묻은 주먹을 대충 옷에 쓱쓱 닦더니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광기에 찬 그 눈빛으로 소리쳤다.


“너희들 때문에 난 오늘 직장을 잃었다. 씨발 아직 빚도 다 못갚았는데!”


지로는 영문을 알 수 없어 눈만 꿈뻑꿈뻑할 뿐이었다. 그는 알리가 없었다. 방금 그들이 건드린 남자는 바로 오늘 왕실 근위병단에서 불명예 제대하고 쫓겨난 토비 맥마흔이란 사실을.


근위병 토비가 쫓겨난 이유는 바로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그는 바로 그 날 핼포드 영주의 일행의 층을 지키던 병사 중 하나였던 것이다.


“경계 실패는 니미. 좆까라 그래! 흑견단 이 개같은 놈들이 벽에 숨어 있는 걸 내가 무슨 수로 알아? 안그러냐?”


지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집에 아픈 어머니가 계시단 말이다! 내가 돈을 안벌면 그 비싼 약값은 누가 대줄 건데? 엉? 이거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지로는 급 공손한 자세로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의 애처로운 신음소리에 필사적으로 귀를 닫고 눈 앞의 강자의 눈치를 살피는데 필사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뭐가 죄송한데? 너 뭐 알아?”


잔뜩 취한 토비는 비틀비틀 걸어와서 지로의 멱살을 잡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남자의 몸은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질이었다.


사실 왕실의 근위대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유력 귀족의 자제중 검술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 지원할 수 있는 근위기사단. 처음부터 신분의 장벽이 있기에 근위기사단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위고하 막론하고 무력만으로 뽑는 근위병단.


토비는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주먹 하나로 근위병단에 뽑힌 괴물 같은 남자였던 것이다.


물론 근위병단은 뽑힌 뒤가 더 지옥이었다. 1년 내내 매일 살인적인 훈련을 받아 그 중에서 살아남은 극소수만이 근위병단에 정식 입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훈련을 통과한 병사들은 인간을 초월한, 그야말로 살인기계로 거듭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


한편 그들의 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이 말쑥하게 생긴 남자는 마시고 있던 술잔을 비운 다음 걸어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거 이거~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제 말좀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는 얼어붙은 바텐더에게 말했다.


“여기 이 신사분이 마신 술값은 제가 대신 내드리지요. 그리고 기물 파손된 건 이걸로 충당하시고요.”


금발의 남자는 금화 한닢을 엄지손가락으로 튕겨 바텐더에게 던졌다. 바텐더는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듯 금화를 받아들고는 한숨을 쉬며 대걸레를 가지러 자리를 비웠다.


“넌 또 뭐야?”


토비는 갑자기 등장한 이 낯선 남자를 경계하며 말했다.


“니가 뭔데 내 술값을 대신 내줘?”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제 이름은 로이 하복. 저는 선생님 같이 강한 분들을 스카우트 하는 사람입니다. 아까 싸우는 걸 우연히 봤는데 굉장하시던데요?”


토비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대답했다.


“모험가 길드의 스카우터인가? 모험가 따윈 안할 거니까 괜히 헛물 들이키지 말고 꺼지시지.”


“저는 모험가 길드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 암살자 길드? 역시 관심 없어. 좋은말 할 때 꺼져.”


로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도 아닙니다. 저란 사람은 그저 선생님 같이 국가에 충성을 다했던 분들의 처우 개선에 관심이 많은 전직 군인이라고 해두죠.”


그러자 토비의 표정이 굳으며 로이와의 거리를 벌렸다.


“내가 군출신인거 어떻게 알았지? 스톰베일가에서 보낸 사람이냐?”


“하하! 아닙니다. 저도 제대한지 오래됐지만 예전엔 북부군에 있었죠. 군인이라면 걸음걸이나 말투만 봐도 티가 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 손목의 문신. 근위병단 마크죠?”


토비는 소매를 내려 손목을 가리며 로이에게 되물었다.


“북부군 어디 소속이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자리를 옮겨서 하는게 어떨까요? 술은 제가 사겠습니다. 에이! 너무 그렇게 경계하시면 저 섭섭해요. 그냥 군출신들끼리 세상 사는 얘기나 좀 하자는 거죠.”


로이의 능청스러운 말투에 토비의 눈에 서린 독기가 풀어졌다.


“에라 모르겠다. 까짓거 죽으면 죽는 거지. 실직자 신세에 공짜술 얻어먹는 일이 어디 흔한가? 그럼 앞장서시지. 대신 메뉴는 내가 정한다.”


“뭐. 특별히 원하는 데라도···?”


로이가 당황하며 묻자 토비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기랑 와인 나오는데로 가지. 당신 스카우터라며? 판공비 빵빵하게 있을 거 아니야?”


한숨을 쉬며 대답하는 로이.


“네··· 그럼 그렇게 하시죠.”


두 사람이 가게에서 나가자 지로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서른 다섯이 되는 생일 날. 그는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강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던 건 모두 그의 착각.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연초를 꺼내 물고 휴대용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깊게 빨아들인 뜨거운 연기가 폐를 가득 채웠지만 뼛속까지 스며든 한기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후우···


그는 연초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널부러진 부하들을 물끄러미 바라본 다음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휴··· 그냥 은퇴나 하자.”



***



노보스의 화려한 거리에 있는 제법 고급스러운 술집. 그곳에서 로이는 익숙한듯 주문을 했다.


“여기 이 신사분에게는···.”


“아 나는 와인.”


“와인은 어떤 걸로···?”


토비는 사실 와인을 마셔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웨이터의 물음에 당황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들여다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와인이 다 같은 와인이지 어떤··· 거냐니?”


로이는 한눈에 그를 파악했다.


‘일단 비싼거라니까 뭔지도 모르고 일단 시키고 본 거로군.’


“고기랑 같이 먹을 거니까 적포도주로 주문하겠네. 물론 드라이한 베일산 고급 포도주로 한 병 부탁하네. 아 그리고 식전주로는 뭐가 있나?”


웨이터는 재빨리 상업적인 미소로 영업을 시작했다.


“안그래도 우리 가게에 기가막힌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로이는 의자에 기대며 물었다.


“뭔데?”


“저 멀리 미르에서 건너온 증류주입니다.”


로이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응? 증류주 판매는 불법 아니었어?”


그의 질문에 웨이터는 자랑스러운듯 가슴을 펴며 대답했다.


“저희 ‘레드 라이온’은 외국의 사절단을 접대하는 공식 주점입니다. 자유도시의 높은 분들이 여길 오면 꼭 찾는 술이 바로 이 보드카였죠. 그래서 왕국에서는 특별히 외국 손님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내려줬습니다.”


“나는 외국인이 아닌데?”


로이의 말에 웨이터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뭐 그렇긴 한데··· 손님은 저희 가게 단골이기도 하고, 또 한병 정도야 뭐 어떤가요? 장부도 없고 사실상 단속도 없어서 노보스 분들도 많이들 찾고 있거든요.”


‘생각보다 허술하군.’


“보드카라··· 들어본적 있어. 자유도시에 요즘 유행하고 있다는. 근데 식전주로 쓰기엔 너무 독하지 않나? 나는 달달한게 좋던데.”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게 독한 대신 엄청 맛이 깔끔하거든요. 한 번 드셔보신 분들은 무조건 이것만 찾습니다.”


“그럼 보드카도 한 병 갖다주게 따라줄 필욘 없어. 우리끼리 편하게 얘기하며 마실 거니까.”


웨이터는 요령 좋은 태도로 메뉴판을 가져가며 인사했다.


“아! 네 그럼 대화에 방해받지 않도록 조용한 분위기로 모시겠습니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시죠.”


웨이터가 가고 나자 토비가 눈이 휘둘그레지며 물었다.


“이런데 자주 와요?”


“뭐··· 직업이 직업인지라··· 어쩔 수 없죠.”


“솔직히 이렇게 비싼데는 처음와보는 거라··· 사실 와인도 처음 마셔보는 거고···.”


토비의 부담스러워하는듯한 표정에 로이는 시원스레 웃으며 말했다.


“나라를 위해 분골쇄신 희생하신 분인데 이정도 호사는 응당 누리셔야죠.”


토비는 아까의 격한 감정이 이미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머리가 맑아지자 자연스레 의문이 떠올랐다.


“근데 어디의 누구시라고요?”


로이는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일단 술이랑 음식이 나온 다음에 얘기합시다.”



***



2시간 뒤.


“우하하! 제가 대선배님을 몰라보고! 이거 실례가 많았슴다! 북부군 8군단 쪽에 계셨다고요? 이야~ 빡센데서 복무하셨네! 아! 가만! 이 후배가 경례 한 번 올리겠습니다.”


“야! 사람들도 보는데 민망하게! 하지마!”


“아입니다! 제가 경례 한번 제대로 올리겠슴다! 촤려었! 선배님을 향해 경례에엣! 파라곤에 영광을!”


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주먹을 왼쪽 가슴 상단에 치는 경례 자세를 취했다.


“야! 됐어 됐어! 술이나 마셔!”


“아임니다! 경례 받아주실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검다!”


“알았어! 자!”


로이가 대충 경례 자세를 취하자 토비는 부동 자세를 풀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불과 두 시간만에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야 빨리 한잔해! 너 고생 많았다! 그 근위기사단장이란 놈 듣고보니 완전 씨발놈이네?”


두 사람은 벌써 몇잔째인지도 모를 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맞죠? 그 새끼가 저보고 뭐라는줄 아심까? 니가 인마 경계를 제대로 안서니까 국왕 폐하의 손님 방에 버러지가 기어들어온 거 아니냐! 와~ 이게 말이 됩니까?”


로이는 맞장구 치며 대답했다.


“그거네~ 꼬리자르기. 잘못은 윗대가리들이 저질렀는데 만만한 병사 한 명한테 덤태기 씌워서 보내버리고 덮는거잖아? 야 척하면 척이지! 내가 군생활 하루 이틀 해봤냐?”


“그니까 말입니다! 제가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거기서 그러고 있었겠냐고요?”


로이는 토비의 어깨를 두드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래 그래 내가 니 마음 다 알지. 너 집에 어머니도 아프시다며? 다른 형제들은?”


토비는 급격히 우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다른 형제들은 다 놈팽이들이라 도움도 안돼요. 그나마 집안에서 돈버는 사람은 저 하난데, 어머니가 몸져 눕자 다들 나몰라라 하고···


그나마 제가 번 돈으로 어머니 부양하고 사는데··· 불명예 제대라 연금도 안나오고 아주 막막해서 죽겠습니다.”


토비는 독한 보드카를 단숨에 들이켰다. 탁! 하고 내려놓은 술잔위로 뜨거운 눈물이 두어 방울 떨어졌다. 그것을 본 로이가 본론에 들어가기 위해 목소리를 깔았다.


“토비야. 너 지금부터 형이 하는 말 잘 들어라. 너 여기서 있어봤자 좋은 꼴 못보는 거 알지? 너 희생양으로 내쳐진 거야. 그 사람들 눈에 니가 곱게 보이겠냐?”


“후우··· 아니요.”


“그래!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우리쪽으로 넘어와라.형이 좋은 대우 받게 신경써줄게.”


“우리쪽··· 이라뇨?”


“어 그게. 형 사실 리안 출신이야. 너도 봤지? 핼포드 남작님. 그양반이 진짜 상남자시거든? 출신 이런거 안따지고 무조건 실력으로 대우해주시는 분이야. 너 정도 무력이면 야~ 기사단에도 들어가겠다. 그럼 어머니도 편하게 모시고 떵떵거리고 살수 있어.”


토비는 망설이는듯 조금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근데 저 같은 사람도 대우를 해주신다는 게 정말인가요?”


“형이 이래뵈도 핼포드 남작님과 친분이 좀 있거든! 북부군에서 모셨던 분이라 잘 알지. 니 사정을 들어보니 딱하기도 하고 군인 출신끼리 이거 남일 같지 않아서 그래. 내가 남작님께 잘 얘기해둘게. 리안에 좋은 자리로 좀 알아봐달라고.”


토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혀··· 형.”


“어 그래. 앞으로 넌 내 동생이다. 내가 진짜 너랑 너희 어머니 확실히 책임질테니까 나만 믿고 따라와.”


“이··· 은혜를 어떻게···.”


“야! 나 섭섭하게 또 이럴래? 형제끼리 무슨 은혜야? 닥치고 한 잔 따라봐. 오늘 마시고 죽자.”


“네! 형님.”


쨍!


술잔이 부딪히고 독한 술이 각자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술잔을 비우는 로이는 머릿속으로 내일 아침 올빼미 편으로 보고할 안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쫓겨난 근위병 스카우트 완료. 별건 보고 사항 있음. 왕도에 보드카 불법 유통 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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