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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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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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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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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68화. 교역을 시작하다

DUMMY

오랜 세월 담을 쌓고 살던 두 집단 간에 교역의 물꼬가 트인건 비달족의 대족장 비요른의 결단 덕분이었다.


문서를 통한 계약에 익숙하지 않은 비달족을 위해 나는 바위에 새기는 방식으로 계약의 증표를 남겼다.


이로써 교역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은 충족되었다.


나는 첫 번째 거래 품목인 향유고래 기름과 뼈, 그리고 용연향을 받고 그 자리에서 500골드라는 거금을 부족에게 건넸다. 500골드가 합당한 가격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다만 부족민들에게 모두 돌아가기에 부족하지 않은 금액일 뿐이었다.


‘이것으로 씨앗은 심었다.’


이 500골드는 화폐 경제의 씨앗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부족민들은 당분간 물물교환과 병행하여 사용하겠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화폐 사용의 편리함을 알아차릴 게 분명했다.


떠날 채비를 마친 내 천막 안으로 아사가 들어왔다.


“오늘 돌아간다고 했지?”


“응 여기서 할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됐으니까. 아사, 머리 좋은 부족민들을 뽑아 장부 관리를 맡기도록해.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은 서둘러 가르쳐줄게 여기에 남아 있는 일부 모험가들에게 당분간 선생님 역할을 맡길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았어. 몸조심하고.”


“그래. 너도.”


갈길이 멀었지만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심은 악의 씨앗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눈에 선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금화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손가락으로 튕겨 올렸다.


팅!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떠오른 금화는 내가 휘두른 검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다.


스릉!


허리에 찬 검집에 다시 검을 꽂아 넣은 나는 반으로 잘린 금화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앞으로 이 돈때문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길 거야. 욕심없고 순박하던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이기도 하겠지.


넌 그걸 보고 분명 괴로워하고 후회도 할 거고···. 하지만 비달족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던 그 약속은 무조건 지킬게. 이건 그 약속의 증표라고 생각해줘.”


금화 반쪽을 받아든 아사는 아무말 없었다. 영민한 그녀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이미 예상했으리라.


사실 이건 그녀가 아닌 나를 위한 행동이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는 금화 반쪽을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말했다.


“두 달 뒤에 상인들을 데리고 여기로 다시 올게. 그 때까지 고래 한마리 분의 기름과 뼈를 준비해줘.”


“알았어. 아무도 안볼 때 어서가.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보여선 안되잖아. 다른 사람들에겐 말을 타고 갔다고 말해둘게.”



나는 스킬을 시전하여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



해골섬의 지하 동굴.


기대했던대로 바퀴에 회전력을 부여하는 마법 부여 작업이 이미 끝나 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마법에 관해서는 볼칸이 대륙 최고였다.


“우선은 30대 분량인가···. 수고 많았어요.”


볼칸과 연금술사들은 불과 며칠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나는 완성된 바퀴를 그림자에 수납하며 말했다.


“아참 추가 의뢰가 있는데요.”


내 말에 볼칸은 대뜸 눈을 치켜뜨며 반발했다.


“일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의뢰냐? 이래선 내 연구를 할 시간이 없지 않겠느냐?”


“근데 이 의뢰는 못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말씀드리기 좀 조심스럽습니다.”


나는 일부러 볼칸의 자존심을 긁기 위해 얼른 꺼내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들어보시고 무리라고 생각되시거든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다른 사람을 찾아보도록 할게요.”


“뭔데 그러냐? 이 볼칸이 못할 거 같은 일이란 게 대체 뭐길래?”


그렇게 말하는 볼칸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불거져있었다.


‘걸려들었다.’


“아아··· 비달족에 두 다리와 한쪽 팔, 그리고 한쪽 눈을 잃은 전사가 있는데요. 의족, 의수, 그리고 의안을 만들어줘야하거든요. 근데 그냥 모양만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능을 해야해서요.


팔다리는 움직여야하고 눈은 보여야하고···. 하하! 역시 말도 안되는 일이죠? 미안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해서···.”


“하아?! 고작 그걸 가지고 우물쭈물해댄 거냐?”


그는 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큰소리로 한탄을 늘어놓았다.


“이몸의 고매한 마법에 비하면 마도공학 따위 애들 장난이나 다름 없다는 걸 영주씩이나 돼서 모른다고? 난 아카데미생일 때 전쟁용 거대 골렘도 만들어본 사람이다. 그깟 의수 의족? 무식한 것도 정도가 있지! 대마법사에게 고작 의수? 하··· 이거 나라에 마법사가 사라지니 결국은 이지경이 되었구나.”


“아··· 그런가요? 제가 마법쪽은 잘 몰라서요. 그럼 볼칸님은 그것들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건가요?”


“쉽게 만들수 있지! 난또 뭐라고. 하참!”


나는 재빨리 나무로 본을 뜬 비요른의 팔과 다리 모양의 나무 토막들 건네주며 말했다.


“이것들인데요. 정말 하실 수 있겠어요?”


“그럼 못할줄 알았냐? 이건 술식이 더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아. 움직이는데 필요한 마나는 신체에서 공급받는 거로 하겠지만 원한다면 마나 저장소를 내장해줄수도 있다. 이건 진짜 기초중의 기초다.


출력, 내구력, 기능, 성능 등 나눠야할 이야긴 많지만 일단 이것만으로도 착수는 가능하겠지.”


“굉장해요! 역시 대마법사가 괜히 대마법사가 아니네요.”


“흥! 영주씩이나 돼서 이런 일로 일일이 감탄하지 말아라. 이건 마법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니까.


휴··· 이래서 빨리 군대를 만들어야해. 빌어먹을 왕국을 전복시켜 다시 나라에서 마법을 가르치고 장려하게 만들어야겠어. 좋아!


그깟거 금방 만들어주지. 자네는 계속해서 내게 마석을 공급해라. 내친김에 다시 골렘쪽으로 연구 방향을 틀까 싶다. 죽은 병사를 언데드로 만들어서 언데드 군대를 만들까 했는데 재료가 될 시체 구하는게 여기선 너무 힘들어.


신체 연성은 더더욱 난이도가 높아지고···. 차라리 골렘을 양산해서 쳐들어가는 편이 싸게 먹힐지도···.”


그 점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그는 오크와 와이번을 복제해서 군대를 만들어왔다. 그 때문에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고룡인 서리용을 정신지배까지 할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가 의외의 지점에서 실수를 한 것이다.


철은 군도의 여러 섬들 중 광맥을 포함한 섬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광석을 캐고 제련하는 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일. 되도록이면 철저한 분업화를 하여 영지를 효율좋게 발전시켜야 한다.


“필요한 광물들은 종이에 써서 올빼미로 보내주세요. 타 영지에서 대량으로 구매해서 공수하겠습니다. 마석은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계속 공급할 겁니다.”


볼칸은 목표가 정해지니 이내 온 정신을 그쪽으로 집중하며 작업에 착수했다. 천재라는 족속들은 대게 그런 법. 그 밑에서 일하는 평범한 조수들만 죽어날 뿐이다.


나는 연금술사들의 원망어린 시선을 뒤통수로 받아내며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



리안 영주의 집무실.


오랜만에 찾아온 발란의 상인 콰이트 파묵이 내가 꺼내든 새로운 사업 얘기에 입이 귀까지 걸려 있었다.


“나랑 향수 사업을 하자고? 이야~ 북쪽에 틀어박혀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를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안거야? 지금 온대륙에 향수가 대유행인거?”


나는 그에게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다듣고 난 그는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정도로 놀랐다.


“뭣!? 비달족과 거래를 텄다고?”


“엄밀히 말하면 왕국령에 편입시킨 거지. 행정적으로 이제 얼어붙은 땅과 고르곤 군도는 애커만 남작령이야.”


돈냄새 맡은데 귀신인 콰이트가 턱수염을 만지며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뭐 우여곡절까진 내 알바 아니고, 얼어붙은 땅은 리안보다 더 넓은 지역이지. 인구는 과거 전성기 땐 만명까지도 추산할 정도로니 꽤 잠재력 있는 시장이 열린 셈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여 설명했다.


“그간 호전적인 부족민 특성과 극악의 접근성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땅이었어. 하지만 최근에 다녀와보니 여러가지로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걸 확인했어. 유용한 자원이 정말말 풍부해.”


콰이트의 두 눈에 점점 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우선은 이걸 봐줘.”


나는 준비해둔 고래 기름과 용연향 덩어리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그는 노련한 상인 답게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고래 기름과 거무튀튀한 돌덩이 같은 묵직한 용연향을 알아보았다.


“고래 기름이야 그리 신기한 물건은 아니고··· 그 옆에 물건은 흥미가 동하는군. 너는 이걸 용연향이라 부르니? 발란의 어부들 사이에서 이건 엘드리스의 호박이라 불리는 물질.


가끔 그물에 걸리거나 바닷가에 떠밀려온 걸 찾아낸 어부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얘긴 들은 적 있지. 사용처는 고급 향수의 재료.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어 부르는게 값인 물건인데...


하지만 이게 고래의 배설물이라는 건 나도 몰랐는 걸?”


나는 그의 눈썰미에 감탄하며 말했다. 실력있는 상인은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감식안을 갖추고 있기 마련. 그러기 위해서는 박물사에 필적하는 어마어마한 지식량이 필요한 게 당연했다.


“역시 알아볼 줄 알았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는 이 향료로 리안을 상징하는 향수를 개발하고 싶어.”


콰이트는 뜻밖이라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흐음··· 재료만 파는게 아니라 직접 향수를 만들고 싶다고? 향수는 이제 막 유행을 타기 시작한 상품이라 실력있는 기술자가 많지 않아. 당장은 재료만 판매해도 큰 돈을 벌 수 있을텐데 굳이?”


“재료만 팔면 이윤이 크지 않지. 이왕 하는 거 바엘 마을에 향수 제조 공장을 만들 생각이야. 비달족은 사향소도 많이 키우고 울프문트에선 감자를 재료로 알코올을 생산하니 재료의 수급 면에서 유리할 거 같아서.”


“하지만 판로는? 향수는 유행을 크게 타기 때문에 만든다고 무조건 팔리는 게 아냐. 잘못했다간 애써 만든 향수를 모두 버려야할 지도 모르지. 그냥 안전하게 향수 개발은 타국에 맡기고 재료만 팔지 않을래?”


그의 우려는 타당했다. 향수 제조법은 각국에서도 극비로 취급하는 정보. 그리 간단히 만들어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만들어 놓은 뒤에도 유행에 편승하지 못하면 그대로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향수는 그만큼 취향을 크게 타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향수의 개발에 뛰어든다는 건 큰 리스크를 진다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내게도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무턱대고 만들 생각은 없어. 유행을 선도할만한 강력한 인맥을 활용할 거야.”


콰이트는 여전히 미심쩍다는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어? 가만··· 이야기를 못따라가겠어.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강력한 인맥이란 건 누구를 말하는 건데?”


“리안나 왕태후.”


“헉!”


그는 내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오자 너무 놀라 두 눈이 커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예인이나 일류 운동 선수와 같은 유명인을 이용한 마케팅은 전생엔 흔한 방법이었다.


제품 제작 단계에서부터 스타의 취향과 철학을 녹여내어 그 스타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연관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이른바 스타 마케팅이란 것이다. 나는 그러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할 생각이었다.


향수는 원래 엄청난 고가의 사치품. 주소비자는 구매력이 있는 왕국의 귀족이 될테니 사교계의 정점에 있는 리안나 왕태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유행시킬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잠깐만! 너··· 못본 사이에 얼마나 인맥을 다진 거야? 그 분이랑 어떻게 친해진건데? 그 분은 발란 상회의 회장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이야.”


“자세한 얘기까진 말할 수 없지만 내가 그분께 정기적으로 꽃배달을 하기로 약속드렸다는 것까진 말해줄게. 이제 날이 풀리니 개화 직전의 꽃들을 선별해서 보낼 건데 그 편으로 향수 샘플을 포함시켜 시향을 시킬 거야.”


“리안나 왕태후의 마음에 들때까지 시행착오를 거치겠다는 거로군.”


“맞아.”


“그분에게 바치는 꽃과 샘플은 전부 무료. 초기 투자라 생각하고 때려 박을 거야. 그러다가 완성된 상품이 바로 리안을··· 더 나아가 파라곤 왕국을 상징하는 대표 향수가 되는 셈이지.”


···


상인 콰이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는듯 입을 굳게 다물고는 멋드러지게 다듬은 콧수염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휴··· 윌리엄. 아니 애커만 남작님.”


“왜?”


“넌 기사가 아니라 상인을 했어야 했어.”


“엥?”


“너와 알게된 건 내 상인 경력의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왜이래? 갑자기 왜이렇게 띄워줘?”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돈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거든. 근데 이건 보통 대박이 아니야. 내 상인 경력을 모두 걸고 장담할 수 있어. 우린 이제 왕보다 부자가 될지도 몰라.”


그는 갑자기 내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


“윌리엄 애커만 남작님. 제가 더 잘할게요. 부디··· 부디 이 사업 저와 함께 합시다.”


역시 이렇게 나올줄 알았다. 유능한 상인은 물건과 함께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법. 그와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편해서 좋았다.


5년의 시간 동안 변함 없는 신뢰를 보여주는 유능한 상인인 콰이트 파묵. 예전부터 탐나는 인재였다. 나는 이때다 싶어 준비했던 제안을 꺼내기로 했다.


“그래서 말인데··· 내쪽에서도 조건이 있어.”


“뭔데! 뭐야? 말만 해. 내가 진짜 다해줄 수 있어.”


“형 이제 그냥 내밑으로 들어와.”


“응?”


“발란 상회에서 나와서 내 재무관으로 일해달라고.”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다른 나라 사람인데?”


“그냥 용병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국적을 바꾸지 않아도 영지에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영지에도 많아. 하는 일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야. 다만 형은 리안에서 살면서 영지의 수출입을 비롯한 재무 전반의 일을 맡아 하는 거지.”


내 뜻밖의 제안을 듣고 그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은듯 했다.


“저··· 생각할 시간을··· 조금 줄래?”


나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계속해서 조건들을 제시했다.


“형이 수락만 해준다면 리안의 재무관으로 정식 임명할 게. 기사 작위와 함께 봉토도 섭섭치 않게 챙겨 줄 거고, 무엇보다 리안을 오고가는 모든 거래에 대한 통제권을 줄게. 봉급은 물론 상회에서 받는 것보다 무조건 두 배로 줄 거야.”


나는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포착했다. 그에게도 이건 너무나 뜻밖의 제안이었겠지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기도 했다. 그는 원래 거대 상회에 고용된 상인.


거상을 꿈꾸는 상인들은 원래 자기 상회를 갖기 전까진 이렇게 상회에 소속되어 일을 배우며 인맥을 쌓아간다. 하지만 유능한 상인 중엔 이렇게 영지나 왕국의 재무관으로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건 나쁘지 않은 제안이 틀림 없었다.


나는 그의 결심에 쐐기를 박을만한 얘기를 꺼냈다. 사실 그것은 제안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포부에 가까운 얘기였다.


“형도 지켜봐서 알겠지만 15살에 부관이 되고, 기사가 된 다음 영주까지 되는데 2년이 채 안걸렸어. 앞으로 난 계속 올라갈 거야. 형이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형은 내 성장과 함께 하는 동업자가 되는 거야.”


나는 유리잔에 보드카를 천천히 따랐다. 가만히 듣고 있던 콰이트는 맑고 투명한 독주가 잔에 조용히 차오르는 걸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던 그를 향해 최후통첩에 가까운 말을 던졌다.


“이건 70도짜리 보드카야. 전임 영주인 핼포드 자작은 이걸 원샷으로 마시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빨리 마시진 못해.


그러니까 내가 이 잔을 다 비울 때까지 결정해줘. 그 정도면 충분하지?”


···



그는 내가 잔을 반쯤 비웠을 때 생각을 끝내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말 있다니까! 이 콰이트 파묵을 영입할 생각을 하다니! 솔직히 놀랐어. 아니 고맙다! 나도 네가 보통이 아닌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제안해올 줄은 몰라서 놀랐을 뿐이야.


수락하냐고? 당연하지! 내가 네 영지를 왕국 제일의 부자 영지로 만들어주지. 가만있어보자··· 우선은 일할 사람들을 데려와야겠어. 그동안 내가 쌓아온 인맥을 이쪽으로 끌어들여야겠지.


그동안 쏠쏠히 벌어다주던 감자 유통망은 기존 상회에 넘겨주고 와야겠지만 새로운 사업에 관한 유통망은 어차피 새로 개척해야 하니까 유능한 인재를 끌고와주지.


기존 상회도 내가 독립하겠다고 하면 말리진 않을 거야. 그 동안 벌어줄만큼 벌어줬으니···.”


나는 반쯤 남아있는 보드카를 단숨에 비우며 말했다.


“크으··· 좋아! 그럼 앞으로 잘부탁하네 콰이트 재무관.”


그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잘부탁드립니다. 영주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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