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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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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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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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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홍건적과의 싸움 (1)

DUMMY


서영의 말대로 조령은 부친의 장례를 치룬 이후로는 말도 없었고 사람들과 교류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령은 서영의 물음에도 말없이 고개만 좌우로 흔들며 부인했다.


서영은 손으로 바닥을 살살 치며 그녀에게 앉으라고 했다. 조령이 자리에 앉자 서영이 살살 웃으며 말했다.


“내 천막에는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 특히 자호와 소이는 마치 자기 천막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서영은 자기 침구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앞으로는 여기서 자도록 해. 네 물건도 여기로 가져오고. 물론, 이동 중엔 내 마차를 타.”

“왜 그래야 하죠?”

“나도 개인 생활이 필요해. 네가 여기 있으면 이 천막에 들어 오는 걸 어려워 할 거야.”


조령이 대답하지 않자 서영은 웃었다.


“농담이야. 실은 사대악인이 너를 노리고 있어. 네 부친이 지녔다는 지도를 노리는 것 같아. 너를 보호하려면 내 곁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지.”

“혈귀마?”

“그렇지. 혈귀마는 사대악인 중 셋째야. 지난번에 살려 주는 게 아니었어. 그날 놈의 몸을 두 동강 냈어야 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는 혈귀마가 아주 무서운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언니가 그를 이기니까 아버지가 매우 기뻐하시면서 언니를 따라가자고 말했어요.”


조령의 말에 서영은 코끝이 찡해왔다.


“다 지난 일이야. 이제부터라도 넌 내 곁에 딱 붙어 있어. 아무렴 내가 아우 하나 못 지켜 주겠어?”


서영의 말에 조령은 뜻밖의 대답을 하였다.


“저도 제 몸은 지킬 수 있어요.”

“잘 됐구나. 그런데··· 무슨 수로?”

“시험해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어떻게 시험해야 하지?”

“한번 단검으로 저를 겨눠 보세요.”


서영은 조령이 무공을 익혔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검을 다룰 줄 아니?”

“아버지에게 조금 배웠어요.”

“너도 알겠지만, 내 경신법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빨라서 나를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 나 보다는 좀 약한 녀석을 상대하는 것이 좋겠어.”


서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두 손가락을 튕기자 손에서 ‘딱’하는 소리가 났다.


“아우야, 따라와.”


서영이 천막을 나서자 그 앞에 있던 노팔룡이 기뻐하며 소리 질렀다.


“선녀님이 웬일이야? 오늘은 통 보이지 않아서 내내 아쉬웠어.”


서영이 보니 노팔룡은 이미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서영은 노팔룡을 부축하며 조령에게 말했다.


“너를 상대하기 딱 좋아 보이지만, 지금은 너무 취해 곤란하구나. 다른 사람을 찾아 보자.”


서영은 노팔룡에게 웃어 보였다.


“노대협, 날이 추우니 천막 안에서 쉬세요. 이대로 있다가 입 돌아가 가요.”

“엥? 네 천막에 들어가도 되는 거였어?”

“아니, 노대협 천막으로 가시라고요!”

“쯧! 거긴 냄새나는 황대칠과 소소구 때문에 싫어.”


노팔룡이 다시 주저 앉아 술을 마시자 서영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조령을 이끌고 걷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운기하고 있는 자호가 보였다.


조령이 자호를 가리키자 서영이 고개를 저었다.


“자호의 무공은 웬만한 고수를 능가해. 다른 사람을 상대 하는 게 좋겠어.”

“그래도 자호 오라버니를 상대해 보고 싶어요.”

“아니. 나는 소오를 찾고 있었어.”


그러나 조령은 이미 자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걸 본 서영은 흥미롭게 그녀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 봤다.


“뭐하고 계세요?”


운기중인 자호가 눈을 떴다.


“여긴 어쩐 일이야?”

“추운 데 앉아서 눈을 감고 계시길래요.”

“내공심결을 연구하고 있었어. 생각에 집중하려고 일부러 추운 데 있는 거야.”

“성과가 있으면 좋겠네요. 저는 방해가 되는 것 같으니 이만 가볼게요···.”


자호가 다시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나도 성과가 있으면 정말 좋겠어.”


조령이 금세 돌아오자 서영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방금 뭐 한 거야? 부친한테 배웠다는 게 인사 나누는 거였어?”

“자호 오라버니 품속에 이게 있었어요.”


조령은 소매에서 단검을 꺼내 서영에게 줬다. 서영이 단검을 살펴보니 자호가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벗길 때 애용하는 물건이었다.


서영은 조령에게 속삭였다.


“난 아무것도 못 봤는데 대체 언제 슬쩍 했어?”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이에요.”

“알고 보니 대단한 능력자인데? 그럼 이 단도를 다시 자호 몰래 그의 품속에 넣어 놓을 수도 있어?”


조령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자호 오라버니가 너무 착해서 어렵지는 않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사람을 쉽게 믿어요.”

“하긴, 자호는 선한 사람이지.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


그녀는 단도와 같은 크기의 나뭇가지를 가져와 조령에게 주며 말했다.


“이걸 자호의 품속에 넣어두고 올래?”


잠시 후, 조령이 자호의 주변을 잠시 얼쩡거리자 자호가 눈을 떴다. 조령이 웃으며 말했다.


“자꾸 방해해서 미안해요. 오라버니가 너무 잘생겨서 그만···.”


자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서영이가 그런 말 했더라면 기뻤을 텐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면서 수련하세요. 날이 추워요.”

“괜찮아. 난 건강해서 이 정도 날씨는 아무것도 아냐.”


조령이 돌아오자 서영이 조용히 물었다.


“했어?”

“네.”

“그럼 확인하러 가야지.”


서영은 조령의 손을 잡고 자호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어?”


서영을 보자 자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냥 놀고 있었어.”

“지금 네 단검이 필요한데 좀 빌려줄래?”

“어디에 쓰려고?”

“됐어. 단검이 아까우면 그냥 아깝다고 해. 우린 간다.”


자호가 당황하며 품속에서 나뭇가지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


“미안해. 여기 있어.”


서영은 자호가 내민 나뭇가지를 보면서 크게 웃었다. 그제야 자호는 자기가 내민 것이 단검이 아닌 나뭇가지인 걸 알고 허둥대며 품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내 단검이 어디 갔지?”


서영이 조령에게 귓속말하자 조령이 자호 곁을 소리 없이 지나갔다. 그 순간 자호는 품속에서 단검을 찾았다. 자호는 멋쩍게 웃으며 서영에게 단검을 내밀었다.


“내 가슴이 넓다 보니 찾는 데 시간이 걸렸네. 자, 받아.”


서영은 단검을 받아 살펴보더니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이걸로는 안 되겠다. 날이 너무 무뎌.”

“뭐 하려고?”

“호두 까먹을 거야.”

“호두를 까려면 망치를 써야지. 괜히 손 다쳐.”

“그런가? 그럼 우린 이제 갈게.”

“서영아, 호두 까 줄까?”


서영은 자호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조령의 손을 잡은 채 걸어갔다. 자호가 듣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후 서영이 말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는 네 손이 자호의 근처에 가는 것도 보지 못했어.”

“오라버니가 허둥지둥 댄 채 정신을 놓고 있어서 슬쩍 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나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넌 자호의 몸에 손도 대지 않았잖아?”

“그게 진짜 기술이에요. 사실 아버지도 저처럼은 못 해요.”


서영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조령의 솜씨에 매우 감탄했다. 조령과 도여운 중에 누가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너···. 정말 대단하구나! 도여운도 그 기술이 있는 거 알고 있지?”

“네. 하지만 나랑은 방법이 달라요. 도소협은 손이 빠른 거고요, 저는 사람을 속이는 거예요. 도소협은 빠른 손으로 물건도 훔치고 얼굴도 바꿀 수 있죠. 마술처럼 옷도 바꿔 입고요.”


서영은 조령을 보며 물었다.


“너도 변장할 수 있어?”

“아뇨. 저는 못 해요.”


서영이 아쉬워했다.


“훔치는 기술도 여러 가지가 있구나.”

“당연하죠. 무공에도 여러 기술이 있듯이 이것도 마찬가지죠.”

“그 기술은 부친에게서 배운 거야?”

“실은, 어릴 때 외증조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어요.”

“지금도 할머니는 살아 계셔?”


조령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몇 해 전에 병환으로 돌아가셨어요. 할머니가 저를 아기 때부터 키워 주셨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쭉 혼자 살았고요. 얼마 전에야 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되어서 너무 좋았었는데···.”

“그럼, 부친과 같이 지낸 기간은 얼마나 돼?”

“한 달 정도.”


조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영에게 물었다


“사실, 전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물어봐.”

“태산에서 우리가 언니의 마차를 노린다는 걸 알고 있으셨잖아요. 어떻게 아셨던 거예요?”


서영은 그녀의 물음에 당혹스러웠다. 멀리 있는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하면 그녀는 믿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거짓말한다고 실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서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남이 흉내를 내기 어려운 나만의 기술이야.”


의외로 조령은 쉽게 납득했다.


“그렇군요.”


서영은 쉽게 납득하는 조령을 보며 ‘아직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영은 자기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의 능력을 생각해 보았다.


소이는 몸속에 벽력신개가 있어 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몸이 강철 같아서 웬만해서는 다치지 않는다.


자호는 한번 보면 잊지 않는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다. 몇 년 전에 겨우 한번 들었던 상산내공심결도 완벽하게 외우고 있다.


소칠은 제갈가문에서도 천재라고 알려져 있다. 비록 무공을 익히지 못한 체질이지만, 심오한 지식과 지혜를 갖고 있다.


마대위는 서영에게 내공을 나눠주기 전까지 구패검 여봉수가 인정한 고수였고, 황소칠과 소소구는 땅굴을 파고 사람을 추격하는 재능이 있다.


조령은 사람의 눈을 속이는 재능이 있고, 도여운은 변장에 능하며 손이 매우 빠르다.


각중삼과 모광은 정의단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무림 고수여서 충분히 제 몫을 담당할 인재다.


오장은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 중에 아무도 전사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운이 매우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서영은 궁금해졌다.


노팔룡은 어떤 능력이 숨어져 있지?


조금 전에 취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노팔룡을 생각하자 웃음부터 나왔다.


‘그는 나와 함께 백 년의 세월 끝에 빙의했어. 그자와 벽력신개는 나랑 가장 오래 지냈던 내 동료지. 지금 나에겐 새 동료들이 모이고 있어.’


그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 서영은 흥에 겨워 노래를 흥얼거리자 조령이 말했다.


“언니 노래는 참 듣기가 좋아요.”

“너도 잘 부를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저는 노래를 불러 본 적도 없는 걸요.”


조령의 대답에 서영은 놀랐다.


이 아이는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 온 걸까?


***


며칠이 지났다. 마대위는 운송 속도를 일부러 늦추고 있었다. 서영이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자 마대위가 말했다.


“해가 바뀌었으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싶구나. 그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 소칠이도 애들한테 쉬는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고 하더구나.”


오팔칠구삼과 모광, 그리고 소칠은 쉬는 시간에 소오를 비롯한 아이들을 모아놓고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자갈을 움직이기도 하면서 놀아주었다.


소칠이 자갈을 움직여 진식을 펼쳐 보이고 그 원리를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고는 했다. 이를 본 오장이 탄복했다.


“10년이나 전쟁터에서 병졸로 살았지만, 이런 신묘한 진식은 처음 보는군. 얘들아, 너희도 이게 이해가 되니?”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소칠이 한숨을 쉬며 실망하자 오장이 말했다.


“내가 좀 더 쉽게 설명해 줄게.”


오장이 쉬운 예를 들어 주며 설명하기 시작하자 노팔룡이 큰 소리로 비웃었다.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군. 내가 나이를 먹게 되니 별걸 다 보게 되네.”


반면에 소소구는 오장의 말을 듣다가 심오함을 깨닫고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노대협, 이건 소꿉놀이가 아니야. 여기엔 바둑과 같은 이치가 숨어 있어. 지금껏 살면서 이런 건 처음 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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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4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7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3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7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7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8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8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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