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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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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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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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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글자
12쪽

이해할 수 없는 습격

DUMMY

기사 30여 명으로 이루어진 조사 및 소탕 부대를 이끄는 자의 이름은 울가리스.

투리스 요새에 주둔해 있는 기사들 가운데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기사였다.

실력이 상당한 데다 기회만 있으면 주민들의 주머니를 탈 나지 않을 정도로 터는데 그것을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사들과 나눠 먹어서 동료들로부터 인기가 좋았다.


“대체 이건 누가 해치운 거야? 오크 무리가 여기 나타났다고 미리 신고를 했으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울가리스가 다시 현장을 둘러보다 투덜거렸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기에 코르삭은 움찔했다.

그때 다른 기사들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사냥꾼들이 한 짓은 아닐 거야. 사냥꾼들이라면 보상금을 받으려고 목을 가지고 와서 신고했겠지.”

“그렇긴 해. 그 돈벌레들이 이걸 포기할 리가 없어.”

“여기 좀 봐.”

“뭐?”

“어디?”

“죽은 지 여러 날 지나기는 했지만, 목을 자른 단면이 깔끔하잖아.”

“오! 정말 그렇군. 너보다 검술이 뛰어난 것 같은데?”

“농담하지 말라고. 네 목을 잘라서 내 실력을 증명해 보이는 수가 있으니까. 아쉽게도 너는 못 보겠군.”

“어휴, 무서워라.”

“오크들이 쓰러져 있는 모양새를 보니 이쪽을 포위하듯 달려들다 단칼에 당한 거야. 이놈들을 해치운 쪽이 소수라는 거지. 검을 휘두르는 범위를 추정해 볼 때 많아야 둘 아니면 셋 같은데?”

“여기 뒤통수에 화살 자국 발견! 이놈은 도망치다 당했군.”

“최소 궁수 하나에 칼잡이 하나라는 거네. 칼잡이는 많아 봐야 두셋이고 말이야. 오크 무리가 소수에게 당해서 겁을 먹고 도망칠 정도로 실력이 상당하다는 뜻인가?”


코르삭은 프랑크가 꼼지락거리는 것을 알아챘다.


‘그 사람이 바로 여기 있어요!’


소리치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

정말 코르삭이 한 일인지 기사들에게 확인해 보고 싶어 하는 짓궂은 마음.

그러나 이 상황에서 프랑크가 기사들에게 말하면 앞으로 피곤해진다.


신고를 하지 않아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책임론 - 물론 사망자 발생이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사들과 논리로 토론할 일은 없을 것이다 - 부터 출신이 어디냐는 추궁과 군에 들어오라는 회유에 이르기까지, 귀찮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 마.’


코르삭은 남들이 모르게 조용히 프랑크의 어깨를 누르며 확실하게 의사를 전했고, 다행히도 영리한 소년은 직장 5일 선배의 무서운 눈빛과 행동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어이! 저자가 검과 쇠뇌를 가지고 다니는데? 혹시 이 일을 한 게 저 사람 아니야?”


기사 하나가 코르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지만, 본인도 우스개로 한 말이었고 다른 기사들도 배가 찢어져라 웃으며 넘겼다.

아무리 봐도 아기를 안고 다니는 사람이, 무기를 휴대하고 있다고는 해도 무시무시한 오크들을 해치웠을 리는 없었던 것이다.

코르삭 역시 주눅 든 표정으로 웃었다.

웃지 않는 사람은 진실을 알고 있는 트베리와 프랑크, 그리고 울가리스뿐이었다.

울가리스는 무기를 핑계 삼아 아기를 안고 있는 이 작은 상회의 일꾼을 괴롭혀서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지를 주로 생각했지만, 눈곱만큼은 이 현장을 만든 주인공이 저 호위는 아닐까 하고 의심하며 먹이를 노려보는 뱀처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조사 및 토벌 부대는 현장을 한참 동안 살피다 피톤 마을을 향해 떠났다.

억지미소를 지으며 9백 민트나 낸 트베리의 마차 두 대가 기사들의 뒤를 따라갔다.


***


기사들은 피톤 마을을 들러 오크 습격 현장을 둘러보았다.

투리스 지역은 아무리 작은 마을도 방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물론 마을마다 방벽의 재료와 수준이 다르지만, 오크 무리가 나타났다고 하여 단숨에 마을 사람들을 쓸어버리지는 못한다.


“정확히 몇 마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횃불에 비친 수가 30? 50? 그 정도는 됐던 것 같습니다.”


밤에 보초를 섰던 주민이 증언했다.

기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숫자면 이 정도 수준의 방벽은 의미가 없지. 농민들의 화살과 창 따위는 몸으로 때우고 방벽을 넘어서 다 죽였을 거야.”

“그렇지. 30마리, 아니 10마리만 됐어도 이 마을은 전멸했어. 아까 숲에서 본 것처럼 오크 뼈를 깔끔하게 잘라 버리는 실력자가 있지 않고서는 말이지.”


울가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민에게 다시 물었다.


“이 마을에 사냥꾼이나 전쟁에 나갔던 병사가 있나? 팔다리가 하나씩 없어도 상관없어. 지휘를 했을 수도 있으니까.”

“아뇨. 사냥꾼도 없고 참전 병사도 없습니다. 전부 다 여기 계속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30에서 50이나 되는 오크들을 물리쳤단 말이야? 말이 안 되잖아?”

“그게··· 애초에 오크들이 한꺼번에 공격해 오지를 않았습니다. 대부분 저쪽에 그냥 있고 네다섯 마리만 달려와 방벽을 넘으려 하더라고요. 우리는 죽어라 창으로 찔렀죠. 그런데 갑자기 물러나더군요.”

“갑자기 물러났다고?”

“예. 이유는 모르지만 방벽을 공격하던 오크들이 물러났습니다. 오크 말을 몰라서 명령을 듣고 물러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울가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희는 오크가 넘어오지 않도록 정신없이 찌르고 있었죠. 한스가 오크의 손에 발목이 잡혀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막을 수가 없었지요. 어휴!”


울가리스는 눈물을 흘리며 증언하는 주민의 마음 따위에는 마음 쓸 겨를이 없었다.

그만큼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다른 주민들의 이야기도 대강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들은 피톤 마을을 떠났다.


“통상 떠돌이 오크 무리가 투리스 지역으로 들어와 작은 마을을 습격하면 사람들을 다 죽이고 가축이나 식량, 무기, 도구 같은 걸 털어 가는데 이건 뭐지?”

“50마리가 와서는 대부분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고 다섯 마리만 방벽을 공격하게 한다? 그러다 스스로 물러난다? 어린 오크들을 전사로 기르려고 훈련시키는 건가?”

“이런 식으로 훈련시킨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어.”

“그렇긴 해.”


기사들은 의문을 잔뜩 품은 채 다음 마을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크가 수십 마리 몰려왔는데 대부분은 멀리서 지켜보았고 몇 마리만 달려들었다가 물러났다는 이야기였다.

다음 마을, 그다음 마을도 마찬가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프랑크가 마차를 몰면서 코르삭에게 물었다.


“정말 장난을 치는 걸까요?”

“나도 모르겠어.”


코르삭이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그런데 이건 확실해.”

“뭐가요?”

“개인은 미친 짓을 할 수가 있어. 왜 가끔 그러고 싶을 때가 있잖아. 답답해서 옷을 벗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그날 처음 본 여자한테 고백을 한다거나 마차에 돌진한다거나.”

“와! 그건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그렇지. 그런데 그런 미친 짓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상식에서 벗어나는 짓을 해. 군대에 가면 특히 많은 편이지.”

“음······.”

“하지만 조직은 미친 짓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일을 하는 것도 다 목적이 있어서야.”


프랑크가 이해를 못하자 코르삭은 예를 들어 주었다.


“군대에는 미친놈들, 정말로 미쳤는지 관심 받고 싶어서 미친 짓을 하는지는 몰라도, 그런 놈들이 많아.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어. 군대가 워낙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더 많이 눈에 띌 뿐이지. 어쨌든 그런 녀석들을 특별히 따로 모아서 부대를 만들어 적의 진지 앞에서 춤을 추게 시킨다면? 화살이 날아와도 웃으면서 옷을 벗고 춤을 추고 화살에 맞아 피를 흘려도 춤을 추게 시킨다면?”

“진짜 그런 짓을 시켜요?”

“시키는 경우가 있지.”

“와!”

“적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프겠지? 왜 저러는 걸까? 사형수들을 대신 죽이게 하는 건가? 우리 화살을 낭비하게 하면서? 아니면 단지 우리를 격동하게 만들어 진지에서 뛰쳐나오게 만들려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특별한 주술 의식을 벌이는 건가? 머리가 복잡하겠지?”

“그렇겠죠.”

“그렇게 적을 신경 쓰이게 하고 관심을 쏟게 만들면서 주요 병력을 몰래 이동시켜 배후를 치는 거지. 에포스 장군 알아?”

“그럼요! 우베르에서 제일 유명한 장군이잖아요.”

“그 에포스 장군이 그런 식으로 대승을 거둔 거야.”

“미친놈들을 이용해서요?”

“하하! 미친놈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이해하지 못할 짓을 해서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목적을 달성하는 거지.”

“아!”


프랑크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저 오크들이 이런 이해하지 못할 짓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 말인가요?”


코르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크가 에포스 장군처럼 그런 작전을 쓴다고요?”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고 다른 목적을 달성한다.

오크가 인간을 상대로 일종의 심리전을 거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야. 정말 그런 거라면 살짝 겁이 나는데?”


코르삭은 얼른 분위기를 바꿔 짐짓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뿐이야.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성년식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어린 오크가 용맹을 증명하기 위해 인간 마을 방벽으로 돌진했다가 살아서 돌아오기 같은 것일지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치? 하하!”


코르삭은 투리스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마냥 걱정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저 앞에 가는 기사들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조사하고 추측하는 것을 보니 실력은 있어 보였다.

오크들이 어떤 작전을 계획하고 있더라도 투리스 군사령부와 주둔 병력이 잘 대응해 주리라 믿기로 했다.


응애응애~


“우쭈쭈쭈. 귀여운 아가씨, 일어났어요?”


응애응애~


“배고프구나? 맘마 먹자요.”


아기의 밥을 챙겨 줘야 했다.

짐을 실은 마차로 말을 탄 기사들 뒤를 따라가느라 염소 밥도 챙기지 못하고 미리 염소젖도 짜 놓지 못했다.

그래서 부득이 헤어져야 했다.

이왕 900민트나 냈으니 최대한 멀리까지 보호받으며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코르삭이 뒤따라오는 트베리에게 말하자 트베리가 소리를 질러 기사를 불렀다.

울가리스가 말을 돌려 달려왔다.


“무슨 일인가?”

“아기한테 밥을 줘야 해서 저희는 여기서 야영을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보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가리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상행을 참 어렵게도 다니는군. 여기까지만 왔으니 설마 보호비를 깎아 줘야 하는 건가?”

“어이구! 별말씀을요. 평소 이 땅을 지키시느라 고생하시는 기사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린 것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기특하군그래. 그럼 조심히 가게.”


울가리스는 트베리와 프랑크, 그리고 코르삭과 아기를 유심히 훑어보고는 다시 일행과 합류했다.

코르삭은 왠지 그를 자주 만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곧 신경을 끄고 염소를 마차에서 내린 뒤 젖을 짜기 시작했다.

트베리와 프랑크는 말을 먹이고 야영 준비를 했다.

날이 저물고 멀리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모닥불 가에서 염소젖을 다 먹은 아기가 코르삭의 얼굴을 만지려 손을 뻗었다.

코르삭은 아기를 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아빠 수염, 부들부들. 좋아?”


아기가 까르르 웃었다.

코르삭도, 프랑크도, 트베리도 웃는 아기를 보고 웃었다.

오크가 습격해도 세상에 웃을 일이 없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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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천년 고목 사이 +4 24.05.25 1,322 9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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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신분 +7 24.05.13 1,925 116 12쪽
4 투리스의 별 +7 24.05.11 2,072 124 14쪽
3 라티시아 대공의 꿈 +10 24.05.10 2,286 122 18쪽
2 산골 청년의 꿈 +5 24.05.09 2,633 106 12쪽
1 염소를 끌고 가는 남자 +14 24.05.08 3,506 16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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