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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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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수 :
55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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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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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14 -사명(14)

DUMMY

페어리는 뒤돌아보지 않고자 노력했으나 레비아탄의 촉수들은 페어리의 눈길을 떠날 줄 몰랐다. 녀석의 본체보다 촉수가 먼저 종유석을 휘감으며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더불어 녀석이 쏟아내는 간절함과 분노는 덤이었다.


“돌려줘, 이 도둑들아!”


이런 식의 이동은 처음이었는지 지나치게 움켜쥔 촉수는 종유석을 부러뜨렸고, 거대한 종유석들이 둘 밑으로 떨어졌다.

페어리는 룬문자의 바람을 피했을 때처럼 몸을 이리저리 선회했다. 무적일진 몰라도 종유석과 부딪혀 정령과 떨어지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레비아탄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가 곧 무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더욱 종유석을 부숴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비처럼 떨어지는 종유석 세례에 페어리는 더욱 방향을 바꿔야 했고, 녀석은 점점 둘 뒤에 따라붙기 시작했다.


“너무 느려.”

“그럼 좀 도와줘! 이러다 땅으로 떨어지든지 아님 재한테 붙잡히든지 둘 중 하나야!”


정령의 말에 페어리가 짜증을 부리자 정령이 다시 바람으로 변했다. 거대한 바람이 아래에서 천장으로 불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쏜살같이 떨어지던 종유석들이 민들레 씨앗처럼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더 이상 선회할 필요가 없어진 페어리는 온 힘을 다해 직진을 향해 비행했다. 그러자 레비아탄의 촉수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페어리는 정령의 인도에 따라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정령의 바람 덕분에 드래곤이나 느껴봄직한 속력의 비행을 체험하고 있는 페어리의 마음이 달음박질했다.

어느새 레비아탄이 내지르는 슬픈 외침과 옆에서 계속 종유석을 잡으며 쫓아오던 촉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몇 분도 안 지나 페어리가 잠입을 시작했던 17번 구역 기둥에 다다랐다.

그러자 정령이 힘을 거두며 말했다.


“계약은 끝. 난 이제 간다.”

“어? 야, 잠깐 여기서 떠나면-”

“안녕.”


정령은 형체를 흩뜨려버린 뒤에 그대로 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동시에 페어리의 고속비행을 지탱하던 바람의 힘 역시 사라졌다.


페어리는 잠시 날개를 멈추고자 노력했지만, 어설픈 제동은 되려 사고를 불렀다.


방향이 잘못 틀어져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이다. 페어리는 최후의 수단을 감행했다.


“으아아아아! 필살! 페어리볼!”


페어리는 그대로 날개를 접고 몸을 웅크려 둥글게 말았다.

그러자 더 빨리 몸이 땅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페어리의 둥글게 만 몸은 탱탱볼처럼 벽과 기둥 같은 구조물에 튕겼다.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며 어지러워질 찰나, 간신히 페어리는 공중제비를 돌면서 고양이처럼 땅에 착지했다.


“서, 성공! 꽥!”


페어리의 머리 위로 살랑거리는 바람과 함께 스크롤이 떨어졌다. 덕분에 페어리는 안전하게 착지하고도 땅과 키스를 나누고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부끄러운 광경을 본 건 저 멀리서 그 광경을 구경한 타모뿐이었다.


*


“왜 네가 정령을 마지막으로 쓴지 알겠지, 오버?”


타모는 페어리를 손 위에 눕힌 채로 장난스레 말했다. 페어리는 여전히 어지러운 얼굴로 중심을 겨누지 못했다. 둘은 광차에 탄 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은광 입구는 위에서 아래를 봤을 때만큼이나 아래에서도 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아 보였다. 그 거대한 광산 통로에 그들이 타고 들어왔던 광차의 레일들이 막대에 감긴 줄처럼 촘촘했다.

그 레일 사이로는 내려가면서 보지 못했던 수많은 갱도 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페어리가 광차의 난간을 붙잡았다. 1분도 채 안 돼 내려왔던 처음과 달리 현재 광차는 처음보다 절반밖에 안 되는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느리네?”

“애초에 내려가는 건 가속도가 붙으니까.”

“가속도가 뭔데?”

“추락하기 더 쉽다는 뜻이야. 아까 겪어봐서 알지?”

“이익, 꼭 그런 식으로 설명해야 돼? 근데 디폴트는?”


그러자 타모가 손을 펴고 알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검은 사각형이 일렁거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대단한데. 아직도 버티고 있어.”

“정말로?”

“그래, 확실해. 녀석에게 준 선물이 있거든. 사실, 거기에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끔 했지. 걔한텐 말 안 했지만.” 타모가 비밀로 해달라는 듯한 손짓과 함께 미소지었다. “그건 그렇고 설마 주머니 속에 있는 녀석을 풀어줘서 탈출한다는 생각을 하다니, 놀라운데.”

“나,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심층부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레비가 난리치는 소리도 못 들었을 거 같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레비? 애는 그 징그러운 녀석도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는 건가? 페어리는 생각하며 거기서 벌어졌던 이야길 해줬다.

그러자 타모는 페어리 옆에서 난간에 팔을 대고 거기에 턱을 올리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된 거구나. 하긴, 이 정도면 수월하게 일이 풀렸다고 봐야겠지. 여러모로 무리수가 많았던 도박이었거든. 난 성공할 수 있으리라 짐작도 못했어. 다만, 브니엘님이랑 이거 다 수습해야 하는 애들한테 미안해지네. 내 물건 하나 찾는 게 뭐 이리 어려운지, 나 원.”

“그게 네 거였어?”


그제야 페어리의 호기심이 동했다. 타모는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그래 원래 내 꺼야. 스승님이 내게 맡긴 물건이거든.”

“근데 그걸 왜 그 징그러운 애가 지키고 있어?”

“좀 복잡해. 그리고 갤 너무 미워하지마. 내가 본 아이 중에 가장 불쌍한 아이야.”

“얘기해줘, 궁금해. 대체 개가 왜 불쌍한데?”


페어리의 질문에 대답한 건 타모가 아니었다.

흔들리는 광차와 굉음을 울리며 부서지는 한쪽 벽과 가지치기 당한 가지들처럼 산산이 부서져 내려가는 레일과 그 사이로 촉수를 내밀며 나타난 레비아탄이 대답했다.


“돌려줘! 그게 없으면 우리 엄마를 만날 수 없어!”


레비아탄은 광차를 향해 거대한 촉수를 날렸다. 그러자 타모가 재빠른 주문과 함께 외쳤다.


“소환, 레비아탄!”


그러자 레비아탄의 촉수 하나가 마법진과 함께 사라졌다. 곧바로 그 사라진 촉수는 타모가 소환한 마법진에서 튀어나왔다.

광차를 향해 날아오던 촉수는 사라졌던 촉수와 부딪혀 꼬여버렸다.


그런 재치있는 방어가 무색하게도 그들의 앞길은 이미 어둑했다. 레비아탄의 몸부림만으로도 레일이 엿가락처럼 부러지기 시작했다.


다른 촉수 하나가 그들 위에 있던 레일을 쓸고 지나갔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광차가 레일을 벗어나 떨어질 터였다.


“꽉 잡아! 바람이여 한 곳으로 모여 실체를 이루어라, 정령왕 바탈리아의 손!”


타모의 주문에 바람이 다시 거대한 손을 만들었다. 타모는 반대쪽 은광 입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곧바로 거대한 바람으로 만들어진 주먹이 광차를 향해 원펀치를 날렸다.


둘이 탄 광차는 날아 반대쪽 입구로 쏙 들어갔다.


어찌나 격렬한 충격인지 광차가 끝내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엎질러졌다. 둘은 쏟아버린 음료처럼 그대로 엎어졌다.


뒤이어 거대한 굉음과 함께 레비아탄이 그 좁은 입구를 들어가려고 했다. 다만 거대한 몸체로는 어림없었다. 녀석은 촉수들로 어떻게든 입구를 넓혀보려 애썼지만, 도리어 그 행위가 독이 되었다. 입구가 파괴로 떨어진 돌덩이와 레일 잔해에 막혀버렸다.


“휴, 아슬아슬했다, 그지?”


타모가 후드를 매만지며 일어섰다. 당최 어떻게 되먹은 머린지 후드가 여전히 씌워져 있었다. 밤색 머릿칼이 좀 흘러나와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타모가 추슬러 후드 속에 집어넣었다. 페어리는 급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심층부 못지 않게 어두웠다.


“여긴 어디야?”

“어디긴, 가장 광산다운 곳이지.”


타모가 대답했다. 그녀는 로브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녀가 간단한 주문과 함께 ‘라이트’라 외치자 천장에 있던 랜턴용 마법크리스털이 일제히 빛났다.


그러자 그들 앞에 나타난 건 또 다른 통로였다. 전체적으로 그들이 내려가고 올라가던 곳처럼 원통형 구조였으나 몇 배는 좁았고, 각 층으로 나누었는지 숫자가 층마다 쓰여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즐거운 취미공간이기도 하고. 하필이면 가장 성가신 곳으로 와버렸네.”

“저거 다 위험하다고 했지?”

“그래, 혹시나 해서 그런데 탈 생각은 마. 저건 도박이나 다름없어. 좀 느려도 길로 가는 게 답이야.”

“하지만 디폴트는 어쩌고? 너무 늦어.”

“갠 괜찮을 거야. 죽었다면 부활의 샘으로 우리가 가면 돼. 내 마법사 동료들은 레비가 만든 난장판 때문에 심층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거야. 근데 걱정되는 건 녀석이 연체동물 비스무리하다는 점이야.”

“연체동물이 뭔데?”


쿵! 쿵! 콰각!


타모의 걱정은 빨리 현실로 다가왔다. 돌덩이와 레일 잔해로 막혔음에도 레비아탄은 어떻게든 힘으로 입구를 뚫고 있었다. 작은 촉수 몇 개가 잔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기까지 했다.


“저렇게 유연한 애들이야. 자, 빨리 가자.”


쉴 틈도 없이(어차피 시간도 없었지만) 둘은 다시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심층부의 기억을 통째로 정령에게 헌납했지만, 여전히 다른 지리에 빠삭한 타모 덕분에 길을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둘은 탑 계단을 오르는 용사처럼 용감히······ 달리지는 못했다.


“주, 죽겠어, 헥헥.”

“왜 그리 체력이 약해!”

“나, 난 마법사야. 날개도 없고.”

“마법 써!”

“우리 주요 이동수단은 광차 아니면 레비의 촉수인 거 알잖니. 지금은 둘 다 우리가 피해야 하는 것들이야.”


그렇게 다투는 사이, 밑에서 다이너마이트라도 터트린듯한 굉음이 일었다. 위에선 먼지폭풍과 함께 문턱에 있던 광차가 가운데 구멍으로 떨어졌다.

더불어 꿈틀거리는 소리는 둘에게 한 가지 도박수를 건넸다.


올라가는 그들 옆에서 유혹하던 레일과 널브러진 광차들이었다.


“안 돼. 안 된다구, 저건.”


타모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페어리는 고집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니면 저것보다 더 빨리 달리든가.”


다시 한 번 큰 굉음과 함께 레비아탄의 소리쳤다.


“위에 있는 거 다 알아! 페어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스크롤을 밑에다 던지면 널 놔줄 거야.”

페어리가 타모의 후드에 붙어 속삭였다.

“벌써 밑까지 왔어. 네 저질 체력으로 도망치는 건 어림도 없다고.”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결국 타모가 고갤 끄덕였다. 둘은 서둘러 광차 앞으로 달려갔다. 다만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뭘 만져야 하지?’


타모조차도 광차에 걸린 마법을 발동시키기 전까진 무슨 마법이 걸려있을지 알 수 없었다. 타모가 다시 고민하는 새에 질척거리는 소리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페어리는 서둘러 아무거나 하나 잡았다.


“이거부터! 이거부터 해봐!”

“에라, 모르겠다! 부탁한다, 행운의 요정아!”


타모가 서둘러 광차를 만지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광차에 룬문자가 떴다. 색은, 주황색이었다.


“이런- 마력방패!”


그녀는 급히 긴급 마법을 발동시키며 페어리를 끌어안았다. 비상시를 위해 남긴 마력을 뺀 그녀의 모든 마력을 써서 만든 투명한 마력 방어막이 그녀를 감쌌다.

광차는 수류탄처럼 수백의 쇳조각으로 쪼개지며 화려하게 폭발했다.


그녀가 발동시킨 방어막엔 수십 발의 쇳조각이 박혀있었다. 둘은 방어막 덕분에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지만, 폭발로 생긴 지진 덕분에 일어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 뜻은, 레비아탄과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였다. 결국 거대한 촉수 하나가 그들 눈앞에 등장했다. 레비아탄의 본체와 가까운 촉수인지 거기엔 에메랄드색 눈이 달려있었다.


“찾았다, 도둑 페어리! 어?” 당장이라도 공격할듯한 촉수가 멈칫거렸다. “타모?”

간신히 일어난 타모가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레비. 잘 지냈어?”

“왜, 넌 저 도둑 페어리랑 같이 있어? 설마 너도 도둑을 잡으러 온 거야?”

페어리가 스크롤을 꼭 쥔 채로 타모를 보았다. 그녀가 넉살스레 말했다.


“애는 도둑이 아니야. 파트너지.”


그러자 하나둘 늘어가던 촉수들이 일제히 부르르 떨었다. 레비아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잘만 여기서 일해왔던 검은 로브중 하나가 왜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말이다.


그러다 녀석은 믿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단어를 떠올렸다.


“배신? 다른 아줌마와 아저씨를 배신한 거야?”

“좀 복잡하단다, 꼬마 괴물 씨.”


타모의 능글스러운 말을 레비아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대신 녀석은 촉수를 위협적으로 흔들며 요구했다.


“아무튼! 지금 그건 가져갈 수 없어! 스크롤을 돌려줘, 타모! 페어리!”

“미안해, 레비. 하지만 우리도 양보할 수 없어.”

“그럼 빼앗을 거야!”

“빼앗는다고? 너 그렇게 나쁜 아이로 안 봤는데.”

“도둑질이 더 나빠. 배신은 더욱더 나빠.”


타협의 여지는 없었다(레비의 주장이 더 일리 있기도 하고 말이다). 타모는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쥐어 짜봤다. 정면승부는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상대는 타락한 대지의 신이라는 설정을 가진 게임 최강의 히든보스인 테라웜의 자식이자 원래였다면 새로운 신규보스로 나왔어야 할 존재인 레비아탄이었다.


다만 녀석은 게임상에서 완벽히 구현되지 못한 몬스터였다. 그런 존재였기에 레비아탄은 유저가 잡을 수 있게끔 설계된 다른 보스 몬스터와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녀석의 형체가 잡혀있지 않은 몸은 끝없이 늘어날 수 있었다. 지금 다른 심층부의 마법사들이 녀석을 잡으려고 하고 있어도 안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녀석은 지금까지 녹은 치즈처럼 계속 몸을 쭈욱 늘려가며 여기까지 추격해온 것이다!


이렇게 위험하고 불안정하기에 수용소에 가둔 유저들을 실험하면서 만든 무한 주머니를 통해 유폐한 존재인 것이다. 둘이서 어찌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녔다.


숨 가쁜 대치상태에서 갑자기 페어리가 타모의 손에서 스크롤을 빼앗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간신히 스크롤을 잡은 채로 온 몸을 흔들었다. 촉수에 달린 에메랄드 눈이 흔들렸다.


“자, 가져가고 싶어! 그럼 뺏어봐!”

“돌려줘!”


페어리는 간신히 촉수를 피하면서 비행했다. 타모가 비명 섞인 소리로 외쳤다.


“무슨 짓이야, 페어리!”

“광차! 광차를 이용해!”

“대체 그게 무슨-!”


타모는 급히 아직 레일 위에 있는 광차들을 흘겨봤다. 곧바로 그녀가 페어리의 속내를 읽어냈다. 타모가 외쳤다.


“페어리, 넌 천재야! 조금만 버텨!”


어쩌면 레비아탄이 눈치를 챌 수 있을지 몰랐으나, 녀석은 페어리의 스크롤을 뺏는 데만 열중했다. 페어리는 연두색 룬문자가 있던 방을 지날 때처럼 요리조리 촉수를 피했다.


하지만 무거운 스크롤을 든 채로 바람만큼이나 빠른 촉수들의 공격을 계속 피할 순 없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페어리는 큰 촉수 사이에 숨어있던 작은 촉수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레비아탄이 페어리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이제 돌려줘. 아니면 네 날개를 잘게 찢어버릴 거야!”

“싫어!” 페어리가 소리쳤다. “이걸로 꼭 내 친구를 구할 거야, 꼭!”


그러자 공격적이었던 촉수가 잠시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작은 촉수들이 페어리의 손에서 스크롤을 빼내고자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때.


“미안해, 레비!”


타모의 말에 촉수에 달린 눈동자가 타모에게 향했다. 그녀는 조금 더 위에 있는 광차를 있는 힘껏 밀었다.

광차가 밀려 미끄러지기 직전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광차는 주황색 룬문자가 뜬 채로 촉수와 페어리가 있는 쪽을 향해 미끄러졌다.


“좋았어! 눈 감아, 파트너!”


타모가 희망에 차 외쳤다. 레비아탄은 촉수로 달려오던 광차를 막았다.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녀석의 촉수는 폭발과 날아오는 철조각에 찢어졌다.

폭발에 휘말린 레비아탄이 소리쳤다.


“끄아아! 아파! 아파!”


레비아탄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촉수를 곤두세웠을 땐 붙잡았던 페어리는 온데 간데 없었고, 자기 촉수 몇 개가 찢어진 채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프면 그만 쫓아와!”


페어리는 어느새 타모 옆에 날아간 채로 소리치고 있었다.

제아무리 막강해도 체력이란 게 존재하는 레비아탄과 달리 무적에센셜인 페어리에겐 폭발은 그저 강력한 바람과 섬광에 지나지 않았다.


레비아탄이 악에 받쳐 외쳤다.


“아니 안 아파! 돌려줘!”


녀석은 새로운 촉수를 꺼냈다. 하지만 타모와 페어리 옆에도 광차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페어리와 레비아탄의 2차 추격전의 승패는 이제 행운의 요정에게 달려있었다.


그들은 행운의 요정의 시야 아래에서 쫓고 쫓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항상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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