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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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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4,555
추천수 :
58
글자수 :
557,125

작성
20.09.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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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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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8 -최악의 듀토리얼(8)

DUMMY

“정말 해보실 겁니까, 페어리 님?”

“몰라, 되든 안 되든 해볼거야! 안 해보면 평생 억울할 테니까! 이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열심히 날갯짓했는지 알아?”

“미안합니다, 페어리 님. 아무런 도움이 못 돼서.”

“흥, 미안하면 나중에 여기 다시 오든지!”

“그럴 겁니다.”

“꼭이야, 꼭! 꼭! 꼭!”

“물론입니다.”

“그럼 그때까진 그 늑대들이랑 술래잡기나 해야겠네. 아니면, 저 죽어가는 녀석이랑 수다나 떨든가.”


페어리의 손짓 뒤엔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인 볼라스가 있었다. 판금갑옷은 아이 손에 들린 과자봉지처럼 뜯겨있었고, 몸 곳곳은 검은 피에 절여져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숨은 쉬고 있었다.


디폴트와 페어리는 적어도 그의 투구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의 찢겨져 있을 얼굴을 별로 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디폴트는 알림창에 있는 시간을 보았다. 2분 남짓 남아있었다. 그는 페어리와 함께, 그 거대한 포털 앞으로 몸을 던질 준비를 했다. 그러다 그는 잠깐 뒤를 돌아봤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정보창.”


-요정의 숲 포털의 감시수호자 볼라스 베네딕트-


%&^%#$#$시작의 마을의 포털을@#$#^%@지키는 %&$@감시자^#$ 포털을 관리하는 바람 마법사 멜로이와 함께&$$#%& 포털을 수호&%^@$%#$한다. &$#^%&^%^#헌신하는%$%#$%


레벨 : 100


체력 2000

마력 0

믿음 60

힘 40

민첩 0


“적어도 당신이 누군지 기억하겠습니다. 볼라스 베네딕트.”

그 말에도 볼라스는 그저 숨을 몰아쉬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간 없다며? 빨리.”


페어리가 재촉했다. 확실히 이젠 1분도 남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그 빛에 손을 집어넣었다. 점차 디폴트의 의지가 아니라 포털의 빛이 그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둘이 포털 빛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자, 저 먼 하늘엔 푸른색 마력구가 하늘로 솟았다. 볼라스는 있는 힘을 다해 푸른 빛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몸이 천천히 흰빛으로 빛났다. 그는 소리 없이 천천히 읊조렸다.

‘이세계인들이 다 저놈 같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까?’


*


디폴트와 페어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건 숲과 거리가 한참 먼 곳이었다. 뒤에 있던 포털은 점점 깜박이더니 사라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가만히 서 있던 디폴트의 옆엔 페어리가 끊임없이 몸을 돌려대며 춤췄다.


“와! 이거 봐! 나도 됐어! 됐다고! 에야! 이 거짓말쟁이들! 하핫! 좋아! 어디 숲 밖의 세상을······.”

페어리의 말이 끊겼다. 자신의 기대와 한참 동떨어진 모습에 헤벌쭉 입을 벌렸다.


한땐 목가적이었을 어떤 마을이다. 앞엔 금 간 곳 사이로 물이 빠지는 부서진 분수와 함께 이 광장을 둘러싼 상가로 보이는 건물들이 박살 난 채로 줄지어 있었다.

임시로 만든 것 같이 보이는 나무 방호벽들은 대부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고, 병장기와 온갖 물건이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축하하고 싶습니다만, 페어리 님. 하지만 여긴 축하자리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디폴트가 풍경에 대해 평가했다. 페어리도 고갤 끄덕였다.

“옳은 말이야. 근데 우리 뭘 해야해?”

“길드 사람을 찾으라고 아리엔 님이 말씀하셨지요.”

“여긴 사람은커녕 몬스터 하나 없어 보이는데? 욱, 콜록콜록! 여기 왜 이렇게 먼지가 날리는 거야? 여기 사람들은 청소도 안 하나.”


갑자기 인 하얀 먼지 바람에 페어리가 기침했다. 그 바람과 함께 찢어진 깃발이 그들 사이를 날아갔다. 몇 개의 언어로 ‘길드’라 쓰여있고, 방패와 산성 그림이 그려진 깃발이었다. 둘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페어리조차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대강 감이 온 듯 보였다.


“우리 위험한 거지. 여전히?”

굳이 페어리가 물었다.

“예. 페어리 님.”

굳이 그가 대꾸했다.

“그러니 저항하지 마라. 너흴 구해줄 길드는 이미 줄행랑 친지 오래니.”

굳이 지붕 위의 목소리가 설명했다.


건물 지붕에서 점점 인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하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디폴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달리십쇼, 페어리 님!”


디폴트가 굴러 피한 뒤 온 힘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그는 10미터도 못 갔다. 집게발 사슬 하나를 피하니 둘이 따라오고, 둘을 피하니, 열 개가 되어 그에게 날아왔다. 수십 개가 되는 집게발이 지붕에서 날아왔다.


<상태이상! -구속-에 걸렸습니다!>

<상태이상! -구속-에 걸렸습니다!>

<상태이상! -구속-에 걸렸습니다!>

.

.

.


디폴트는 자기 몸 곳곳을 붙잡은 집게발 사슬 때문에 무릎 꿇지도 서지도 못한 꼭두각시 인형 같은 애매한 자세로 시작의 마을의 새 지배자들을 맞이해야 했다.


지붕 위 헌신자들이 신호를 보내자, 부서진 포장도로 쪽에선 말을 탄 한 무리의 연철부대가 행군해왔다. 일반 연철부대처럼 같은 사슬 갑옷을 차려입은 인물이 말에 내린 채로 앞장섰고, 옆으론 군단과 달리 자유로운 복장의 헌신자가 지붕에 내려와 그를 따라왔다.

연철부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자입니까?”

“그렇습니다. 결국 포털로 탈출해왔군요.”

“······유감입니다. 베네딕트 님도 무사하지 못하시겠군요.”

“수백 번 죽어도 왕국을 위해 헌신하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괜찮습니다.”


막상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의 말투엔 음울함이 섞여 있었다. 연철부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붙잡힌 디폴트를 흘겨봤다.

그는 흔들림 없고, 날카로워 보이는 여우 같은 눈길을 돌렸다. 그가 헌신자에게 말했다.


“한데,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자인지 모르겠군요. 공방전을 훨씬 앞당기느라 우리 측에서도 희생이 큰 데다 뭣보다 포로로 사로잡은 다른 이세계인이 없어서 말입니다. 원정 이전에 충분히 큰 소득을 봤어야 했는데.”

“여길 점령한 것만 해도 큰 소득입니다.”

“뭐, 그거야 그렇지요. 저흰 왕국의 규율대로 헌신자들의 헌신을 돕는 이들이니 더는 의문을 제기하진 않겠습니다. 저흰 언제나 회생의 왕의 사도를 모시는 분들을 믿습니다.”


지휘관은 대놓고 ‘우린 당신들의 심부름꾼이니 더는 왈가왈부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돌려 정중히 말했다. 그러자 대화하고 있던 헌신자가 얼굴을 헛기침했다.


“크흠. 그렇게 말씀하실 필욘 없습니다. 모두가 왕과 왕국을 섬기는 몸이니 우린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일단 이 자는 저희가 인솔해가겠습니다.”

“물론이지요. 전 길드놈들을 마저 추격하겠습니다. 빨리 말과 마차에 타라! 놈들이 귀환석상에 다다르기 전에 잡아야 한다!”


그의 명령 한 마디에 연철부대가 일사불란이 움직였다. 말에 오르는 그 움직임엔 전혀 군더더기가 없어 보였다. 그들이 사라지자 지붕 위에 있던 헌신자들이 천천히 팔에 줄을 감으며 내려왔다. 그들은 디폴트가 포획당한 거인이라도 되듯 조심히 다뤘다. 지휘관과 얘기를 나눴던 그 헌신자는 곤란함을 날갯짓으로 승화시키고 있던 페어리에 관심을 보였다.


“이거 진귀한 광경을 다 보는군. 그냥 페어리도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는데, 하물며 숲을 떠난 페어리라니.”

“나, 나도 묶을 거야? 나, 난! 두렵지 않아!”

페어리의 용기어린 대꾸에 그가 소리 내 웃었다.

“페어리를 묶는다고? 차라리 바람을 묶고 말지. 안타깝게도 너희가 어디론가 사라지기 전에 포획해 보려는 바보들이 많았었어. 덕분에 널 잡으려 해봤자 의미 없다는 걸 알아. 넌 가도 좋아.”

“정말 그럼 내 옆은-”

“다만!” 그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네가 네 동반자를 버리겠다면 말이지. 페어리 여왕 가라사대 페어리들은 이세계인과 평생의 동반자라지? 뭐, 물론 혼자 숲에 처박혀있는 걸 동반자라 부르기엔 뭣하지만.”


사실, 그 말은 정작 말하고 있는 헌신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페어리는 게임 내 유저들의 기록과 행보처럼 그들이 쌓아 올린 모든 걸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파괴되지도 않는 것이고, 원래였다면 게임의 전반을 관리하는 A.I인 페어리 여왕의 관리하에 숲에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걸 대부분의 유저와 NPC들은 모르지만 말이다. 심지어 페어리 스스로도.


페어리는 디폴트를 바라봤다. 둘은 불과 몇 십 분 전과 완전히 반대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페어리는 두 팔과 다리를 쭉 뻗으며 외쳤다.


“좋아! 계획 변경이야! 내 여행지는 수용소야!”

“바보짓 마십시오, 페어리님.”


디폴트가 말했다. 그 말에 페어리가 거칠게 날갯짓했다.

“바보라니!”

“제 발로 수용소에 날아가는 이를 바보 외에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라고 하면 되지!”

“같이 수용소에 들어가는 걸 친구라 부르는 겁니까?” 디폴트가 물었다. 페어리가 허리를 짚은 채로 선언하듯 외쳤다.

“당연하지!”

“전 모르겠습니다. 대체-”

순간, 디폴트는 자신의 머리가 종처럼 울렸다. 뒷덜미가 확 달아올랐고,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그 헌신자가 그들을 향해 말했다.

“자, 자 잡담을 여기까지. 갈 길이 멀다.”


눈이 감겨가는 디폴트의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상태이상! -기절-에 걸렸습니다!>

<특수 상태이상! -뇌진탕-에 걸렸습니다!>


“좋은 꿈 꾸라고. 앞으론 악몽만 꾸게 될 테니.”


그를 내려다 보고 있을 헌신자가 경고하듯 중얼거렸다. 위에선 붕붕 대는 소리와 함께 페어리가 뭐라 외쳐댔다.

하지만 디폴트는 졸린 나머지 듣지 못했다.

둔기는 정말이지 훌륭한 수면유도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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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3 -사명(13) 20.10.22 35 1 14쪽
31 3-12 -사명(12) 20.10.20 36 2 23쪽
30 3-11 -사명(11) 20.10.17 4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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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9 -사명(9) 20.10.13 40 1 15쪽
27 3-8 -사명(8) 20.10.10 36 1 18쪽
26 3-7 -사명(7) 20.10.08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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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3-4 –사명(4) 20.10.03 38 1 17쪽
22 3-3 -사명(3) 20.10.02 47 1 14쪽
21 3-2 –사명(2) 20.10.01 49 1 12쪽
20 3-1 –사명 +1 20.09.30 60 2 18쪽
» 2-8 -최악의 듀토리얼(8) 20.09.29 53 1 10쪽
18 특별판 – 바람이 쉬어가는 곳을 향해(feat. 슐츠) 20.09.28 54 1 15쪽
17 2-7 -최악의 듀토리얼(7) 20.09.26 60 1 19쪽
16 2-6 -최악의 듀토리얼(6) 20.09.24 62 1 14쪽
15 2-5 –최악의 듀토리얼(5) 20.09.22 70 1 15쪽
14 2-4 -최악의 듀토리얼(4) 20.09.17 64 1 10쪽
13 2-3 -최악의 듀토리얼(3) 20.09.15 58 1 11쪽
12 2-2 -최악의 듀토리얼(2) 20.09.10 62 1 14쪽
11 2-1 –최악의 듀토리얼 20.09.08 72 1 7쪽
10 특별판 - 길드와 시작의 마을(feat 부길마 스코빌과 팅클맨) 20.09.05 7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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