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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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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4,544
추천수 :
58
글자수 :
557,125

작성
20.09.01 18:06
조회
74
추천
1
글자
9쪽

1-6 –사냥꾼과 구출대(6)

DUMMY

아리엔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폭풍 속 나무처럼 튕겨나갈 때, 페어리는 위험했을 때처럼 남자의 한쪽 팔에 붙들었고, 남자는 본격적인 마법이 날아오기 전 강풍에 순간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그걸로 그녀는 자신이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남자의 두 팔에 마법이 막혀버린 걸 보기 전까진 말이다. 정확히는 페어리가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팔에 붙어있던 페어리를 중심으로 마법이 그대로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무적 에센셜······’


그제야 그녀는 페어리는 이 게임의 유일하게 죽지 않는 존재란 걸 기억해냈다.


하다못해 중요 NPC역시 다시 살아나긴 해도 죽는 게임에서 페어리만이 가질 수 있는 권능이었다. 물론, 이것도 페어리를 죽여서 신규 유저를 엿 먹이려는 악성 유저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긴 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녀는 처음으로 이 게임 운영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페어리는 수시로 “이게 뭐야!” “이게 뭔데!” 하면서 놀람과 공포가 뒤섞인 소릴 외치더니 이내 “와, 시원해! 끝내준다!” 같은 실없는 소릴하고 있었다.


“페어리님은 대단하군요!” 처음으로 남자 역시 신난다는 식으로 소리쳤다.

“그럼! 난 대단하지! 언제나 나에게 의지하라구!”


*


바람의 열주 마법이 쓸고 지나간 숲은 그야말로 재난의 현장이었다. 그녀는 붉은색 포션 하나를 꺼내면서 체력창을 살폈다.


<체력 1000/93>


“아슬아슬했네. 5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어. 다행이야······. 꿀꺽 꿀꺽······”

“뭐야, 그거! 나도 줘! 바람맞느라 목마르다고!”


페어리가 항의했다. 보통이라면 빈 포션병을 던져버렸겠으나, 아리엔은 인심 써서 남자에게 세 병의 포션을 던졌다. 하나는 딱 봐도 뭘 회복하는지 뻔해 보이는 붉은색 포션이었고, 다른 하나는 실험 실린더처럼 생긴 유리병에 담긴 황금색 포션이었다. 다른 하나 먹음직스러운 갈색 액체가 담긴 자그마한 사각 유리병이었다. 남자는 처음엔 허둥대더니 이내 그 세 개로 저글링을 했다.


“역시, 감이 좋으시네요. 보아하니 현실에서도 스턴트맨이거나 운동선수였던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좋겠군요. 적어도 안정된 삶을 가지고 있었단 거니까요.”

“그러게요.” 아리엔이 웃었다. “아, 그 갈색이 너한테 주는 거야.”

“왜 난 한 개고, 앤 두 개야! 불공평해!”

“어차피 넌 그거 외엔 못 들잖아. 그리고 두 개는 네가 먹어봐야 의미 없는 거야.”

“빨간 건 어떤 건지 보여주고 계시니 괜찮지만, 이 황금색은 뭔지 모르겠군요.”

“나중을 위해 주머니에 넣어두세요. 거기에요.”


그녀가 손짓한 남자의 허리춤에 자그마한 가방이 있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에게 생각보다 많은 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포션병 하나 간신히 들어갈 만한 가방임에도 가방은 포션 두 병 정도는 너끈히 들어갔다.


아니, 한도가 존재하긴 하는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대단한 능력이군요.”

“그 덕분에 버티는 거예요. 그건 그렇고 불이 꽤 사그라들었어요. 이동해야 해요.”


갑자기 페어리가 소리쳤다.


“우웩! 이게 뭐야! 똥맛나!”

“똥은 무슨. 허니 시나몬티야.”

“웩! 계피라니! 차라리 똥이 낫다!”

“이상하네. 원래 이건 너희 페어리나 소환수에게 주는 선물용 음료였는데.”

“이게 우리에게 주던 선물이라고? 이러니까 나 외에 다 어디로 도망간 거네.”


페어리의 질문에 아리엔은 처음으로 질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새로운 유저의 등장이 끊김과 함께 페어리들과 요정들이 사라진 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하지만 그 질문을 할 시간이 있다면 한시라도 여기에 나가야 한다는 그녀의 이성이 그녀의 궁금증을 막아섰다.

그녀는 천천히 불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험해 보입니다만.”

남자가 처음으로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빨리 오세요. 그 음······ 이름이 기억 안 난다고 하셨죠?”

“예.”

“그럼, 상태창이라고 말씀해보시겠어요? 적어도 게임상의 이름이라도 있긴 할 테니.”

“상태창······? 그게 뭐-”


남자는 말하자, 그의 앞에 그만이 볼 수 있는 정보창이 열렸다. 순간, 남자는 뒤로 물러섰다.


“보아하니. 정보창은 전부 멀쩡한가 보네요.”


그 말대로 그의 앞엔 남자의 정보가 빠짐없이 기록된 정보창이 공중에 떠있었다.


-&%@$^Default&$@#$^-


레벨 : 1


체력 100

마력 0

믿음 0

힘 0

민첩 0


여유 스탯 1


장비(클릭)

소지품 목록(클릭)

지도(클릭)

열리지 않았습니다(대장장이를 찾아가세요)

열리지 않았습니다(스킬을 배우세요)

열리지 않았습니다(퀘스트를 받으세요)

열리지 않았습니다(특수 장비를 만드는 장인들을 찾으세요)


“특이한 이름이군요. 디폴트라고······”

“예?”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잘못 본 건 아니에요?”

“제가 기억을 잃어서 영어를 잘한다고 말하진 못합니다만, 적어도 d, e, f, a, u, l, f를 디폴트라 읽는 건 압니다.”

“그거······. 오늘은 정말이지 놀랄 게 많은 날이네요······. 일단 그럼 디폴트 씨라고 부를게요. 괜찮죠, 디폴트 씨?”

“예, 꽤 괜찮은 이름이군요.”


대체 자기 이름이 ‘초기값’이라는 게 왜 괜찮은진 몰랐지만, 그녀는 그러려니 했다. 페어리와 디폴트는 섣불리 나아가지 못했다.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 장갑을 벗더니 불에 손을 집어넣다 뺐다 했다. 그 백옥 피부엔 그을림 하나 없었다.


“대단한 묘기군요.” 디폴트가 감탄했다.

“그냥 게임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거예요. 번개가 제 스킬이었고, 이 불이 제 번개로 만들어진 거니 엄연히 제 스킬 취급돼서 무사한 거죠. 유저인 디폴트 씨와 전 데미지를 입지 않아요.”

“현실 같으면서도 묘하게 그렇지 않은 세상이군요. 게임 세상이란건.”

“한 가지만 일러둘게요. 제아무리 현실처럼 만든 세상이어도 이 세상은 결국 허구에요. 그걸 기억하면 이곳에 적응하기 쉬울 거예요.”


“그런데 난 유저가 아닌데?”

페어리가 물었다.


“어짜피 넌 무적이잖아. 그냥 들어가!”

아리엔이 페어리의 항의를 못 참겠다는 듯 잡아채더니 이내 불에 던졌다.


“으아아! 저주할 테다아아아아!”


페어리는 단말마를 지르며 불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거기서도 계속 “다아아아~!”라고 열심히 소릴 지르는 걸 보니 나름 괜찮아 보였다.


“우리도 가죠.”


둘은 아직 다 타지 않은 나무를 열렬히 핥고 있는 불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


“바람의 열주······”


볼라스는 입을 앙다물었다. 분명 그 뒤로 그 어떤 바람도 일지 않았다.

바람의 흐름이 산산이 퍼지고 말았다. 확실히 불은 잦아들었고, 그들이 어디로 갈지 뻔히 알 정도로 불길이 센 곳은 얼마 남지 않았었다.


하지만 여전히 헌신자들을 보내기엔 불길은 거셌다. 분명 멜로이는 자신의 발악이 그의 활약을 위해 쓰이길 바란 게 틀림없었다.


“매번 멍청이란 말 달고 살더니. 멍청한 짓을 왜 한 거야.”


볼라스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아까 멜로이와 같이 있던 헌신자가 다가왔다.


“대장.”

“괜찮아. 회생의 왕이 지켜주시겠지. 믿음 좋은 애니까.”

“가져왔어. 그런데 우리가 직접 안 가도 괜찮은 거야?”

“너흴 저 불구덩이로 보내라고? 우린 왕국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지, 왕국을 위한답시고 무턱대고 죽는 이들이 아니야. 우리의 목숨을 최대한 보전하는 것도 헌신의 일부야. 그냥 내가 말한 데에서 기다려. 만약 상황이 잘못되면 연철부대나 도와줘. 그거면 충분해.”

“알았어. 가자!”


그가 곧 다른 헌신자와 함께 내려갔고, 그가 내려간 곳에서 사냥꾼과 기사 복장을 한 헌신자 다섯 명이 올라왔다.


그들이 거대한 통나무라도 짊어지듯 거대한 석궁을 들고 왔다.


길이만 오우거 키만한데다 장전도 보통 사람의 힘으론 안 돼서 기계장치를 쓰는 그 물건은······. 석궁이라기보다 공성용 발리스타에 가까울 정도였다.


정작 볼라스는 혼자 그걸 들었다. 그는 석궁 위에 자신의 망원경을 끼웠다. 그러곤 지지대를 자신이 딛고 있던 땅에 박았다.


그는 천천히 석궁에 달린 노리쇠를 당겼다. 그러자 석궁이 끼끼긱 거리는 소리와 톱니바퀴 움직이는 소릴 내며 시위가 당겨졌다. 그는 장창만한 화살을 그 위에 올려뒀다.


“그렇다면······”


볼라스는 천천히 분노에 담긴 눈을 망원경에 댔다. 거대한 불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그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불길 속엔 재빨리 움직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인사부터 해야겠지. 반갑다, 사냥감들아.”

순간, 엄청난 풍압과 금속음이 주위 헌신자들의 귀를 후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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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18 –사명(18) 20.10.30 42 1 14쪽
36 3-17 –사명(17) 20.10.29 36 1 14쪽
35 3-16 –사명(16) 20.10.28 32 1 13쪽
34 3-15 –사명(15) 20.10.27 35 1 17쪽
33 3-14 -사명(14) 20.10.23 33 1 17쪽
32 3-13 -사명(13) 20.10.22 35 1 14쪽
31 3-12 -사명(12) 20.10.20 36 2 23쪽
30 3-11 -사명(11) 20.10.17 41 1 17쪽
29 3-10 -사명(10) 20.10.15 38 1 16쪽
28 3-9 -사명(9) 20.10.13 40 1 15쪽
27 3-8 -사명(8) 20.10.10 35 1 18쪽
26 3-7 -사명(7) 20.10.08 41 1 12쪽
25 3-6 –사명(6) 20.10.06 41 1 13쪽
24 3-5 –사명(5) 20.10.04 41 1 16쪽
23 3-4 –사명(4) 20.10.03 38 1 17쪽
22 3-3 -사명(3) 20.10.02 46 1 14쪽
21 3-2 –사명(2) 20.10.01 49 1 12쪽
20 3-1 –사명 +1 20.09.30 60 2 18쪽
19 2-8 -최악의 듀토리얼(8) 20.09.29 52 1 10쪽
18 특별판 – 바람이 쉬어가는 곳을 향해(feat. 슐츠) 20.09.28 54 1 15쪽
17 2-7 -최악의 듀토리얼(7) 20.09.26 60 1 19쪽
16 2-6 -최악의 듀토리얼(6) 20.09.24 62 1 14쪽
15 2-5 –최악의 듀토리얼(5) 20.09.22 69 1 15쪽
14 2-4 -최악의 듀토리얼(4) 20.09.17 64 1 10쪽
13 2-3 -최악의 듀토리얼(3) 20.09.15 58 1 11쪽
12 2-2 -최악의 듀토리얼(2) 20.09.10 62 1 14쪽
11 2-1 –최악의 듀토리얼 20.09.08 71 1 7쪽
10 특별판 - 길드와 시작의 마을(feat 부길마 스코빌과 팅클맨) 20.09.05 75 1 9쪽
9 1-7 –사냥꾼과 구출대(7) 20.09.03 70 1 8쪽
» 1-6 –사냥꾼과 구출대(6) 20.09.01 7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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