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사냥꾼과 구출대(7)
모술의 기계 버클러
운철의 대장장이 모술이 마법사와 학자, 기술자들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계장치로 만든 대작. 그렇기에 이 정교한 기계 방패를 다루는 자는 현명함 역시 갖춰야 하리라.
방어
물리 – 100
마법 - 60
신성력 - 30
원거리 투척 – 80
내구도 : 82/250
효과 – 내구도를 소모하여 ‘무기화’ 스킬 사용가능, 장착 스킬
내구도를 소모하여 ‘사슬무기’(시전시 장비를 특수장비 취급, 길이에 따라 내구도 소 모량 증가) 스킬 사용 가능, 장착 스킬
‘무기화’와 ‘사슬무기’가 되어 무기장비로 취급될 시, 내구도를 소모하여 인첸트 사용 가능
‘역시 기계를 쓰면 내구도가······’
말은 그렇게 해도 아리엔은 몇년치 운을 다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 인정했다. 만약 그 둘이 협공이라도 했다면 전혀 승산이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자신들을 태우지 않는 친절한 불은(페어리는 가렵다고 낄낄댔다) 얼마 가지 못할 터였다.
그녀는 맵을 켜 가장 가까우면서도 불이 남은 루트를 찾아냈다. 아직까지 순조로웠다. 길드의 부마스터가 그녀에게 경고한 시간은 아직 남아있었고, 불은 여전히 그들을 보호해주고 있었으니까.
“말이 안 될 정도로 편리한 기술이군요.”
디폴트는 한창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허공에 손가락질을 반복했다. 그러자 머리에 있던 후드가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아리엔은 옛 초보적 생각이 나 살짝 웃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보란 듯 주머니를 꺼냈다.
“앞으로 정보창을 통해서 하기 힘든 상황도 있을 거예요. 나중에 급한 상황이 생기면 주머니를 쓰세요. 거기에 손을 넣고 원하는 물건을 떠올리는 거죠. 그러면······”
그녀가 주머니에서 투창을 꺼냈다. 주머니 크기에 비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짜잔. 그리고 장비일 경우엔. 이 말을 해주면 돼요. 장착.”
그러자 투창이 그녀 손에 껌처럼 들러붙었다.
“아무거나 꺼내보세요.”
“그러죠.” 디폴트 역시 자기 허리춤에 있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음······. 아, 저도 창 같은 게 있으면 좋겠군요.”
“아, 디폴트 씨는 초보라 아직 초보용 장검 외엔 없을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듀토리얼용으로 특이한 게 하나 있을-”
순간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큰 바람이 일었다. 그 충격에 셋은 밧줄 때처럼 넘어져 버렸고, 불은 잠시나마 기세를 잃고 움츠러들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셋의 눈앞에 아찔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들 바로 옆에 나무 몇 그루가 박살난 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땅엔 그 원인인 장창이 박혀있었다. 통짜 강철로 만들어진 그 창은 여전히 기세를 잃지 않은 채, 당당히 서 있었다. 꼭 이정표처럼.
“설마, 제 주머니에서 나온 건가요?”
“뛰어요! 당장!”
*
“뭔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좋아. 역시 거기 있었군.”
다시 한 번, 그 거대한 석궁이 쇳소리를 냈다. 쇠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 그 소리 뒤에 그가 장창 몇 자루를 들어 석궁에 올려두었다.
“어디, 제대로 몰이를 시작해보실까. 거리와 위치는?”
“서쪽 구역, 불이 가장 거센 곳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거리계산 역할을 맡은 헌신자가 낱낱이 보고했다. “······입니다.”
“그래. 숲이라 이건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바람 덕분에 이 짓을 다 해보네.”
그는 처음부터 울창한 숲에서 저격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나뭇잎과 풀이 전부 타버려 앙상해진 나무와 멜로이가 남긴 바람, 불에 의한 헌신자부대 후퇴의 삼박자가 그에게 기회를 줬다.
불은 지금까지도 맹렬히 불타고 있지만, 점점 움츠러들고 있었다. 그녀가 바람의 열주 마법을 통해 남겨둔 바람의 흐름 덕분이리라.
볼라스는 혀끝이 씁쓸해지는 걸 느꼈다. 지금이라도 빨리 아버지가 있는 군단 막사나 멜로이가 있을 부활석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발을 단단히 딛었다. 석궁의 어마어마한 반동을 그의 힘만으로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촤르르륵! 쾅!
*
뒤이어 날아온 투사체가 불타던 거목 한 그루를 관통했다.
확실히 가깝긴 하지만 그들에게 닿기엔 애매한 거리였다. 거목은 불타는 채로 그들 앞에 누워버렸다.
거목이 쓰러지는 방향을 본 아리엔은 저격수가 생각보다 똑똑한 인물임을 깨달았다. 쓰러진 거목이 그녀가 계획해놓은 루트를 막아버렸다.
이미 그는 그녀가 초보를 이끌고 시작의 마을로 향하는 계획 정도는 꿰뚫어 본 것이다.
“제길!”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목에 손을 댔다. 끓는 주전자를 만질 때처럼 손바닥에 고통이 퍼졌다. 거목에 붙은 불의 주도권이 바뀐 것이다.
<상태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녀는 주머니 속의 화상 알약 한 알을 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빨리 움직여야겠군요. 더 많은 거목이 쓰러질 테니.” 디폴트가 말했다.
“정확해요.”
아리엔이 인정했다.
그녀는 재빨리 맵창을 켰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만한 거리의 저격수라면, 가장 높은 고지대에 있을 게 분명했다. 가장 높은 고지대······.
아! 아리엔은 곧바로 신전 터를 떠올렸다.
원래 게임 설정상이었다면, 페어리가 이끄는 듀토리얼 장소였다. 확실히 그곳일 터였다.
“거기라면······.” 그녀의 기억에 신전 터는 포털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통해 초보들은 원래 시작의 마을로 전송되었다. 거기에만 닿는다면 탈출은 문제도 아녔다.
현재 길드원 대부분이 시작의 마을을 방어요새로 개조해 농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리엔은 선뜻 얘기하길 주저했다. 디폴트는 다 보인다는 듯 말했다.
“고민이 있어 보이는 군요. 꽤 묘수지만 조금만 운이 나빠도 최악이 되는 수겠지요?”
아리엔은 디폴트가 정말 자기 일에 관심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어찌 저리 침착히 얘기할 수 있지? 그녀는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그가 꼭 자신은 체스를 두는 사람인양 행동한다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가장 위험한 체스말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닿기만 하면 되지만, 어쩌면 수십의 적을 돌파해야 할 수도 있는 얘기를 해야해서요. 그래도 듣고 싶어요?”
“제가 보기엔 그건 해도 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 같군요. 말씀해주세요.”
“일단 불 속을 나가야 해요.”
“불행한 일이군요.”
“그러게. 따뜻하고 간질거려서 기분 좋았는데.” 디폴트와 페어리는 나름 자신의 불행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다만 돌아온 건 그녀의 질려버린 표정과 일면으로는 침착하게 행동하는 그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다시 하늘에 철로 된 벼락이 또 다른 거목을 쓰러뜨렸다. 둘은 이 이상 일언반구 없이 먼저 앞서가는 아리엔을 따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그들이 불 밖을 벗어날 때, 하늘을 향해 철창이 날아올랐다. 그 거대한 철창이 공중에서 부서졌다.
그러자 그곳 주위에 거대한 은빛 그물 비가 내렸다. 셋은 모두 불을 벗어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됐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앞에 불의 보호가 없는 싱그러운 풀숲 속 함정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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