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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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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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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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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수 :
557,125

작성
20.10.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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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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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10 -사명(10)

DUMMY

‘우와우, 대단한 센스야. 음료의 향기로 유혹하겠다니. 기발한데, 오버? 근데 양은 얼마나 있어, 오버?’

‘한 병. 아까 둘을 따돌릴 때 좀 썼고, 오버.’

‘흠, 기발하긴 한데 한 병으론 좀 간당간당한걸, 오버?’

‘대체 애들 수가 얼마나 되길래 그래, 오버?’

‘그곳 루트에만 대충 백은 돌아다닐걸, 오버?’

‘그렇게 많다고? 말도 안 돼, 오, 오, 오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야, 오버.’


타모의 말대로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들에게 사냥당해 갇힌 유저들은 이 세계의 고레벨 랭커인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 소환마법을 주력으로 삼은 마법사 유저 하나가 계약한 소환수만 해도 수십이었다.


NPC들이 유저에게 대항코자 건국한 나라인 왕국은 이 소환수들이 다시는 유저의 무기가 되지 못하도록 수용소의 마법사들을 통해 관리하고 있었다. 물론 인도적인 건 아니었다. 그들 역시 갇혀 지내는 셈이니까.


‘것도 거짓말에 속아서 말야, 오버.’

‘나도 옳다고 주장하진 않아. 하지만 도덕 문제는 나중에 나누자. 우린 시간이 많지 않아, 오버.’

‘알고있어. 아, 35번 구역이야. 잠시 끌게, 오버.’


35번 구역은 거대한 회랑이었다. 통로 역할이라 그런지 화물은 없었고, 소환수들도 없었다.


다만, 모든 벽에 룬문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여길 지나면 못해도 일백의 소환수들이 순찰한다는 43번 구역에 다다른다. 정말이지 산 넘고 요새 넘어 마왕성이다.


다만 페어리는 산을 타는 이들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었다. 바로 날개였다. 페어리는 좌우상하에 치우쳐지지 않게 조심하며 연두색의 야광 글자로 가득한 통로를 날아갔다.


“대체 애내들은 출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아, 애넨 이상한 촉수 같은 걸 타고 다니지. 대체 그 레비아탄이라는 애는 어떻게 생겨먹- 어? 어어어?”


한창 중얼거리던 페어리의 몸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페어리는 간신히 한쪽 날개에 힘을 줘 방향을 틀었다. 주위에 있던 룬문자에서 바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페어리는 당최 이게 무슨 일이지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타모의 57가지 중 하날 떠올렸다.


‘아, 그리고 혹시 몰라서 말하는데 룬문자 마법은 각 속성을 가두는 원리야. 바람 룬문자는 바람을 가뒀다고 보면 돼. 그래서 가끔 우리가 게을러서 놔둔 룬문자 중에 좀 지워지거나 먼지에 가려진 것 중엔 바람이 새어나가는 경우가 있어.’


“아, 진짜 쉬운 게 하나도 없어!”


페어리는 진심으로 화냈다. 그렇다고 페어리가 해야할 일이 쉬워지는 건 아녔다. 페어리는 날개에 힘을 주고 심호흡했다. 한껏 힘을 준 날개가 다시 바람을 타고 전진했다.


페어리는 날개뿐 아니라 눈에 힘을 팍 준 채로 룬문자를 살폈다. 룬문자는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나마 다 똑같이 생긴 문자였기에 문제가 있는 룬문자를 가려내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에효, 여긴 아예 작살났네.”


통로 중간엔 상하좌우 곳곳에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거기에 손상된 룬문자가 뱉어내는 바람은 서로 흐름을 타고 모여 폭풍까지 만들어냈다.

페어리는 그런 바람의 향연에서 벽에 한 번도 부딪히기 말고 끝에 도달해야 했다.


“자, 간다. 하나 둘 셋!”


페어리는 날개에 힘을 팍 주고 룬문자가 만들어낸 작은 폭풍을 향해 몸을 던졌다.


폭풍은 페어리를 벽에다 메다꽂으려는 기세로 불어댔다. 페어리의 작은 몸은 핀볼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페어리는 핀볼처럼 벽에 한 번도 부딪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페어리는 물러서지 않고 더욱 힘찬 날갯짓과 함께 바람을 뚫고 나아갔다. 그러다 일시적으로 강렬한 바람이 불어 페어리를 옆으로 밀어냈다.


“내가 질줄 알고. 이이익.”


페어리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주먹질을 했다. 대답인지 더욱 세찬 바람이 페어리를 강타했다. 순간 벽에 부딪힐 뻔했으나 간신히 선회해 다른 바람을 타고 나아갈 수 있었다.


폭풍은 계속 페어리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런 위기의 비행 끝에 페어리 항공은 아무런 접촉사고 없이 그 빌어먹을 형광색 통로를 지날 수 있었다.


*


페어리는 35번 구역을 벗어나자마자 막대를 꺼냈다. 기다렸다는 듯 타모가 곧바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왔다. 페어리는 잠깐 숨을 고르느라 ‘헥헥’이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헥 –헥 –케헥. 콜록.’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버.’

‘포, 폭풍을 뚫고 왔어. 눈이 따가워, 오버.’

‘폭풍? 그게 무슨- 아, 빌어먹을 게으름뱅이 녀석들. 룬문자를 수리 안 해놨구나, 오버.’


타모는 동료 마법사들의 게으름에 대한 욕 한 바가지로 페어리를 위로해준 다음 본격적으로 43번 구역에 대해 말해줬다.


‘43번에서 58번 구역까지는 애들이 꼭 있다고 보면 돼. 거기가 애들 숙소거든, 오버.’

‘그럼 가구가 많겠네. 자거나 쉬는 애들도 그렇고.’

‘역시 우린 말이 잘 통해, 오버. 그 구역들은 워낙 소환수가 많아서 위험한 물건도 두지 않는 데다 녀석들의 자질구레한 장난감도 많아서 숨을 데가 많아. 아, 그리고 이곳엔 룬문자가 없으니 얼마든지 내 도움을 구해, 오버.’

‘알았어, 오버.’


타모의 제안대로 페어리는 막대 하나는 귀에 꽂고 다른 하나를 막대사탕처럼 입에 문 채로 천천히 기어갔다.

작은 파리 하나 놓치지 않는 고양이 소환수들의 눈을 비행으로 피해갈 수 없었다. 차라리 바닥에 붙어서 가는 게 안전했다.


항상 날거나 방방 뛰어다니던 페어리에게 포복전진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짜리몽땅한 다리는 아무리 움직여도 정말 앞으로 가는 건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다행히 타모의 말대로 주위에 비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모습의 장난감과 침대 같은 가구가 많았다.


페어리는 거대한 소환수를 위해 준비된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미스터 치즈랑 한스강 징벌방에 갔다면성? 무슨 일이양, 메에에엑?”

“나도 모르겠엉. 검은 커튼한텡 밉보잉 거겠징, 메에에엑.”


헬륨 가스를 한가득 마신 듯한 두 목소리가 침대 위에서 울렸다.


“걱정이양, 메에엑. 거깅 무섭다궁, 메엑.”

“나중에 애들이라도 모아성 둘을 풀어달라궁 사정해볼깡, 메엑?”

“안들어 줄겅? 타모 빼고능 다릉 검은 거튼은 안 봐준다궁, 메엑.”

“주인님망 아니면 놈들 말 따윙 귓등으로동 안 등는뎅. 메르르에엑”


그들은 저도 모르게 페어리의 양심을 콕콕 찔러댔다. 그런 양심의 반격을 버텨내며 침대를 벗어나려던 찰나.

쿵!


침대 밖을 벗어나려던 페어리 앞에 거대한 발굽이 가로막았다.


얘기를 나누던 거대 소환수인 산양이 침대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이족보행으로 말이다). 녀석은 어림잡아도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구에 온 몸이 타모의 머릿결처럼 풍성한 털보였다. 녀석은 침대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아직 침대에 있는 동료에게 일어나라며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페어리는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올렸다. 페어리는 천천히 발굽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아무런 느낌이 없는지 발굽은 탑처럼 가만히 있었다.

페어리는 심호흡과 함께 발굽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빨리 일어나랑, 메엑!”

“알았당, 알았다니깡, 메에에에에.”


한 차례 풍압과 함께 다른 산양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페어리는 이대로 매달려 가고 싶었으나 주위에 1미터도 되지 않는(미스터 치즈만한) 소환수들의 이목이 걱정되었다.

그들의 눈썰미라면 분명 발굽에 붙어있는 페어리를 금방 찾아낼 터였다.


‘별수 없나?’


페어리는 하얗고도 복슬복슬한 털을 올려다보았다. 페어리는 한 손으로 코를 막고 입으로 숨쉬면서 등반을 시작했다. 조금만 올라가니 하얀 산양의 털이 갈대밭처럼 페어리를 감쌌다.


“멩, 나 또 진드기 생깅거 같당.”

“확실힝 여긴 습하당, 메엑. 레빙아탕. 그 이상한 괴물 때문이당. 나중엥 내가 빗 빌려주겠당.”

‘뭔가 취급이 기분 나쁘넹. 아니 나쁘네.’


페어리는 진드기 취급을 받아서 다행이면서도 일면 기분이 나빠지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등산을 계속했다. 3미터의 거대한 털복숭이탑을 올라가다 보니 꽤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1미터도 채 안 되는 다른 작은 소환수들이 그를 볼 수 없었단 거였고, 다른 하나는 이 구역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거기다 녀석들은 순찰을 위해 꽤 길게 움직이고 있었다.


“메엑! 그럼 17번 구역부텅 시작하장.”

“알았당, 메에엑.”

‘아, 그럼 안 되는데. 마차 잘못 갈아탔다는 게 이런 뜻인가?’


곧바로 수많은 이점이 단점 하나에 묻혀버렸다. 그들은 페어리가 처음 탐험하던 구역으로 가고자 발굽 걸음을 움직였다. 쿵 쿵 쿵. 털과 함께 페어리의 마음 역시 당혹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페어리는 급히 입에서 막대를 빼냈다.


‘제기랄, 오버. 타모 도와줘, 오버.’

‘무슨 일이야, 오버?’

‘웬 큰 산양한테 올라탔는데 녀석들이 17번 구역으로 가겠데. 이대로 날아서 벗어났다간 소환수들한테 들킬 텐데 어떡해?’

‘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버.’

‘지금 뭔가 따질 때가 아냐. 빨리 뭘 해야 돼?’


그러자 타모가 다급히 말했다.

‘산양이라면 그 떡대 애들 맞지? 그렇담 위에 횃대 같은 게 보일 거야. 보여, 오버?’


페어리가 위를 올려다보자 기둥 위에 수많은 횃대가 보였다. 끝없는 천장과 나뭇가지처럼 얼기설키 엮어져 있는 횃대와 새집에 모빌처럼 횃대에 달려있는 둥그스름한 노란 등불은 푸근한 밤풍경을 연상시켰다.


‘일단 거기로 올라가, 오버!’


페어리는 다시 등반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산양의 머리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머리에 도달하자 산양의 앞발 하나가 똑같이 머리 위에 올라왔다.


“멕, 진드기강 머리 위엥 올라갔나봥, 메엑! 짜증낭, 멕!”


페어리는 이리저리 꼼꼼히 긁적거리는 앞발을 피하느라 진땀을 뺐다. 간신히 페어리는 황금색의 원통형 뿔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뿔의 맨 위까지 올라가니 횃대가 간신히 닿을락말락한 위치에 도달했다.


‘하잣!’

페어리는 힘찬 날갯짓과 함께 도약해 횃대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서, 성공했어, 타모. 오버.’

‘훌륭해. 근데 거기에도 애들이 있으니까 조심해. 아! 너 털 많이 묻었니, 오버?’


타모의 질문에 페어리가 온 몸을 돌아봤다.

우욱! 강렬한 산양 냄새와 함께 옷과 날개 곳곳에 털이 묻어있었다.


‘우욱, 냄새나고 기분 나빠. 빨리 털어내야겠어, 오버.’

‘안 돼, 오버. 좋은 생각이 났어, 오버.’


타모의 열변 가득한 통신에 페어리가 오만상을 찡그렸다.

‘말도 안 돼, 오버. 그게 통할······’

“꾸루구구구- 꼬마야 넌 누구니? 여기서 못 본 친구인데?”


페어리는 고민할 틈도 없다는 사실을 원망했다. 그곳에 둥지를 틀고 사는 소환수 새떼 하나가 페어리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다가왔다.

페어리는 선택의 여지 없이 결국 타모의 생각을 따라야 했다.

페어리는 부리처럼 막대를 입에 물고 날개와 옷에 묻은 털을 최대한 드러내 보였다. 새떼는 이 처음 보는 새(?)의 정체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냈다.


“끼기기, 벌새일까? 부리가 저렇게 긴데?”

“후훅훅후훅, 날개는 본 적 없는 날개야. 거기다 묘한 냄새가 나. 그 거대하고 뿔 달린 포유류 친구 냄새 같아.”


모히칸 머리가 인상적인 오색조 소환수가 반짝이는 루비 금목걸이를 한 까마귀에게 물었다.


“끼루훅훅, 까마귀 넌 모르는 게 없잖아.”

“까악, 그렇지. 난 모든 알지.”


까마귀는 살짝 페어리스러운 면이 있는지 허세를 떨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잘됐다. 끼루후우욱. 그럼 저 친구가 어떤 새인지 알겠구나?”

“다, 당연하지. 까악!”


까마귀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페어리를 응시했다.


“까르아아악,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까악. 까악! 기억났다! 털이 듬성거리면서도 까악! 포유류 친구 냄새가 나면서, 까가악! 날개가 있는 친구 하나가 있었어, 까가가악!”


까마귀의 말에 모든 새가 집중했다. 까마귀는 목을 가다듬고 페어리에게 물었다.


“꼬마야, 까악. 너 박쥐 친척이지? 똑같지만 하얀 털을 가지고 있으니 박쥐는 아니겠지만, 까까악. 가까운 친척일 테지, 까악?”


페어리는 급히 박쥐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우는지 생각하며 대답했다.


“어, 어? 그래 맞아. 피······ 피유퓨퓨. 박쥐와 가까운 친척 관계야. 새앙쥐라는 새라고 해.”


그러자 모든 새가 각각의 울음소리로 까마귀의 지혜를 칭찬했다. 까마귀는 자신의 가슴 부풀리며 우쭐거렸다. 그러기 무섭게 새 중에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금 왕관에 힙합과 관련된 영어단어가 그려진 복면을 쓴 거대한 검독수리였다. 녀석이 이곳의 두목으로 보였다.


“그래, 반갑다. 새앙쥐 꼬마. 다른 새집 소속 같은데 왜 여기에 왔지?”

녀석은 울음소리를 내지 않은 채 사람처럼 자연스레 말했다.


“어······ 피류퓨류류. 길을 잃어서.”

“이런! 길을 잃었다고!”

검독수리의 부리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일었다.


“자, 잘못했어! 너희 영역을 침범할 생각은 없었어!”

“진정해 새앙쥐 꼬마, 구구구. 우리 보스는 그냥 걱정된 나머지 놀라서 그런 거야. 보스, 진정해. 꼬마가 놀라잖아, 꾸르구구.”

비둘기가 날개로 페어리를 다독였다.


독수리역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미안하군. 내 주인님은 항상 내가 우렁차게 말하도록 훈련해서 그렇다. 사과하지.”

“괜찮아, 피류퓨퓨.”

“너도 알겠지만 검은 커튼은 우리 같은 새가 다른 새집에 있는 걸 불편해하지. 길을 잃어서 그랬다고 봐주지 않을 거다. 그러니 어디 새집에 사는지 말해줘라. 검은 커튼들이 알아채기 전에 내가 데려다주마.”

“괘, 괜찮아, 피류퓨퓨. 길을 찾아서 도중에 가는 길이었거든.”

“도움을 거절하지 마라, 새앙쥐 꼬마. 네 생각보다 이곳은 새 소환수에게 위험하다. 룬문자 가득한 방에 잘못 들어가 룬문자라도 건들면 검은 커튼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아니면 위험한 물건 하나 잘못 만져서 끔찍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레비아탄 촉수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널 쳐서 뭉갤 수도 있다. 같은 새로서 길잃은 꼬마를 모른 체하고 싶지 않다.”


정말이지 올곧은 검독수리의 대답에 페어리는 도움을 거절한 명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타모의 도움을 받고자 부리로 위장한 막대를 뺄 수도 없었다. 결국 페어리가 입을 열었다.


“71번 구역이야, 피류퓨퓨.”


그러자 새들이 놀라 짹짹거렸고, 검독수리도 놀라 물었다.


“거기에도 새집이 있었나?”

“그······ 뭐냐, 사실 나 혼자 살 거든. 피르퓨퓨.”


그러자 모든 새들이 그제야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걸 몰랐던 이유를 이해하며 동정의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독수리 역시 뜸 들이다가 말했다.


“그랬었군. 그래서 다들 몰랐던 거군. 사정을 묻고 싶지만 아픈 사정일 테니 묻지 않겠다, 새앙쥐 꼬마. 일단 널 거기로 데려다주겠다. 하지만 꼬마 새는 외롭게 살면 안 된다. 나중에 꼭 검은 커튼에게 말해서 여기로 오게 해달라고 요구하겠다.”


검독수리는 페어리를 부리로 물더니 공중으로 날렸다. 세 번의 공중제비 끝에 페어리는 정확히 독수리의 등에 안착했다.


“가끔 자기 날개가 아니라 다른 새의 날개를 빌려 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새앙쥐 꼬마. 자 간다. 다녀오겠다.”


새들은 잘 다녀오라며 날개를 흔들었다. 한순간에 새앙쥐 꼬마가 된 페어리는 예기치 못한 하늘 여행을 다니게 되고 말았다.

페어리는 예기치 못한 날개 달린 동료에 대해 아직도 어떨떨한 기분이었다.


페어리는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자신을 태우고 나는 신기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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