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186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11.03 06:00
조회
402
추천
7
글자
11쪽

벨라와 학술원 4

DUMMY

웬디는 다행히 천민 지구에 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천민 지구와 평민 지구의 경계선에 있는 허름한 동네가 그녀의 고향이었다.


길거리는 몹시 지저분했고 거리에는 삶이 찌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생존이 목표인 이곳에서 폭력과 학대는 일상이었으리라.

게다가 이곳에서는 글로리도 활개를 치고 다녔다.


'역시. 억지로라도 데리고 와야겠어.'


벨라는 입술을 짓씹었다.


웬디는 마침내 어느 낡은 집 앞으로 가 섰다.

그녀는 문 앞에서 몹시도 머뭇거렸다.


웬디는 자신도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께 매를 맞는 것, 그리고 쫓겨나는 것.

둘 다 어린 그녀에게는 무척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아냐, 그래도 더 이상 신세를 질 수 없어.'


웬디는 마음을 굳게 먹고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 하는 문에 막힌 탁한 소리가 냈다.

문이 열리고 그녀의 어머지가 지친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이 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그녀의 어머니는 황급히 문을 닫으려 했다. 웬디는 문을 붙잡았다.


"어머니, 잠시만요. 잘못했어요."

"그대로 나가거라. 너희 아버지가 아시면 또 너 때린다고 살림살이도 같이 망가뜨릴라."


웬디의 어머니는 악귀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웬디가 맞는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맞고 난 뒤, 집안을 치우는 것을 몹시 싫어했을 뿐이었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너희 아버지가 보기 전에 썩 꺼지래도!"


웬디의 어머니는 웬디에게 키를 낮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결굴 웬디의 아버지 귀에 들어갔다.


"여보, 웬디가 왔어?"


집 안에서 우당탕탕 하는 성인 남자가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웬디의 어머니는 웬디를 집 밖으로 밀어버리고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렸다.


웬디는 종잇장처럼 문에서 멀리 나자빠졌다.


"웬디!"


벨라는 급히 달려가 웬디를 데리고 다른 집 뒤로 숨었다.

웬디는 벨라가 왔다는 사실에 놀람과 반가움을 느끼기도 잠시, 그녀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곧이어 웬디 집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몽둥이를 든 덩치 큰 남자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딨어 이년!"


남자는 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는 웬디가 보이지 않자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누구든 웬디를 숨겨준 인간이 있으면 내가 가만히 안 둬. 웬디를 본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데려와! 알았어?"


웬디의 아버지는 문을 쾅 닫고 들어섰다.

사람들은 익숙한 듯 그의 고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 할 일을 했다.


"웬디... 너희 친아버지 맞아?"

"응..."

"믿을 수가 없어. 일단 이곳을 떠나자."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자 웬디는 더 이상 벨라의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웬디는 벨라와 걸으며 펑펑 울었다. 벨라는 아무 말 없이 웬디가 편히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놔두었다.


어느 순간 웬디의 눈물이 잦아들었다.

다 울고 났더니 오히려 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이 웬디가 느끼는 이상한 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모인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앞으로 살 길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게다가 벨라의 가족 관계를 보니 자신의 부모는 어쩌면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벨라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웬디를 자연스럽게 상점으로 이끌었다.


"왔니?"


올리버는 퉁퉁 부은 웬디의 얼굴을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오늘 벨라 네가 함께 지내면 어떠냐?"

"좋은 생각이에요 아빠!"


올리버는 부담스러워할 웬디를 위해 그들이 지내던 방을 정리해 두었다.

저택으로 데려간다고 해서 거절할 더글러스의 일원들도 아니었지만 일단 허락을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아빠, 일단 우리도 저택에 같이 가요. 그래도 마리가 만들어 준 음식이 먹고 싶어요."


벨라는 더글러스의 저택에서 저녁 식사 거리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세 사람은 저택으로 향했다.


'우와...'


웬디는 더글러스 저택을 보고 몹시 놀랐다. 그녀가 산에 올라 멀찌감치서 보았던 공중 정원보다도 더 커 보였다.


"벨라, 이곳에 사는 거야?"

"응. 그렇긴 한데, 나는 이곳의 하인 격이야."

"아 그래?"


그렇다고 해도 이런 저택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얼마나 가치가 있어야 할지 웬디는 가늠하지 못했다.


벨라는 웬디를 안전한 곳에 서 있으라고 한 뒤 저택으로 들어섰다.


몇 분 정도 지나자 벨라가 라탄으로 짠 바구니에 음식을 잔뜩 가지고 나왔다. 바구니는 예쁜 체크무니 천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마리에게 이야기해서 특별히 많이 싸왔어. 야식까지 해결이 가능할 것 같아."


벨라는 웬디와 걸으며 마리가 만든 치킨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지 자랑했다.

웬디는 자연스럽게 마리라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마리를 직접 만나서 꼭 인사드리고 싶어."

"좋아! 마리도 기뻐할 거야."


두 사람은 이전 벨라가 지내던 방에서 밤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웬디도 오래간만에 마음을 놓고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


다음 날, 두 사람은 함께 학술원으로 향했다. 학술원을 마냥 빠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친자매처럼 딱 붙어서 나란히 걸었다. 벨라와 친한 라비아가 본다면 질투를 할 정도였다.


"이제 굳이 숨어서 지내지 말고 좋은 곳을 찾아보자. 어두컴컴한 건 딱 질색이야."

"나도 거기는 별로야. 잭슨 선배에게 들키기도 했고..."


한편 벨라의 결석에 학술원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남자 생도들은 당장 그녀를 찾아 나설 것처럼 굴었다.


가장 호들갑을 떤 사람은 당연히 잭슨이었다.


'웬디랑 관련이 있나?'


자신이 웬디를 괴롭히고 나서 벨라가 학술원에 결석을 한 게 그가 아는 사실이었다.


'젠장. 적당히 할 걸 그랬나? 이렇게 된 것 협박을 해야겠어.'


잭슨은 오늘도 벨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잭슨의 똘마니 중 하나가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벨라 왔던데? "

"벨라가 왔다고?"


잭슨은 피우던 담배를 발로 비벼 껐다.


"어디에 있어?"

"음침한 애랑 어디론가 가던데? 같이 식사하러 갔겠지."

"음침한 애? 웬디?"

"그래. 걔랑 어디론가 갔어."


잭슨은 그녀들이 늘 만나던 곳으로 향했다.


"벨라."


잭슨은 벨라를 불렀으나 대답이 들려올 리 없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씨, 어디 갔어."


잭슨은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그는 똘마니들을 풀어 그녀를 찾았다. 그러나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벨라는 웬디를 데리고 학술원 밖으로 나가 점심 식사 중이었다.


"나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앞으로는 이곳에서 먹자."


학술원의 뒤편, 담벼락 아래에 그녀들이 천을 펼치고 앉았다. 그곳은 담에 가려 그늘이 진 곳이었지만 몇 발자국만 나가면 햇빛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 너무 좋다."

"그러게. 학술원은 뭔가 우중충한데."


그녀들은 학술원의 분위기를 공감했다.

학술원은 마력이 있지만 귀족이 아닌 자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생도들은 대부분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성향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귀족들의 구둣바닥이라도 핥을 것처럼 굴었고 한편으로는 평민을 우습게 알았다.


조금 예외가 있다면 물 속성 생도들이었다.

그들은 귀족에 대해 반항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물 속성은 귀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다른 속성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성향도 같았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 앞으로 여기서 식사를 하도록 하자. “

“그래.”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웃었다.

웬디는 부모를 생각하면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어쩐지 마음이 편했다.


‘진작 이랬어야 했나.‘


이렇게 갈라져 버리는 것이 웬디나 부모에게 행복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의 입을 닫게 만든 것은 무리의 사람들이 바스락 거리며 풀 밟는 소리였다.


"쉿."


감이 예민한 벨라가 대화를 막아섰다.


"누군가 온다. 자리를 옮겨야겠어."


벨라는 덩굴을 소환하여 소리 없이 순식간에 이동했다. 그들이 앉아 있던 눌린 자리를 복구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단하다.'


웬디는 벨라의 신속한 마법 실력에 놀랐다. 웬디는 늘 마법을 사용하는 데 주눅이 들곤 했었다.


그들이 코너를 돌아가자 그들이 있던 곳에 남자 생도들이 들이닥쳤다.


"여기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아무래도 들킨 것 같다."

"아 젠장. 잭슨 자식한테 조인트 까이겠네."


남자 생도들은 벨라와 웬디가 있던 곳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이 짓도 짜증 난다."

"잭슨 놈. 아직 귀족도 아닌 게."

"빨리 아카데미에나 가버렸으면 좋겠다."

"아카데미에 가면 좀 낫겠지."


벨라와 웬디는 그들의 대화를 모두 엿들었다.

벨라가 웬디에게 이야기했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나쁜 놈이네. 아카데미에 가면 가장 밑바닥일 물건이."


웬디는 벨라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사실. 잭슨 선배에게 협박당했어."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웬디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벨라의 눈동자가 녹색으로 변했다.


"그럼 여태 있었던 일들이 그 자식 때문인 거네."


벨라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또다시 웬디가 도망갈까 싶어 꾹 참았다.

대신 그녀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그 자식의 느끼한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는데 잘 됐다."

"뭐어?"


웬디는 평소답지 않은 그녀의 거친 말에 당황했다.


'정말 화가 많이 났나 봐.'


그러나 어쩐지 그녀에게 털어놓은 것이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잭슨은 그녀뿐 아니라 벨라도 괴롭히고 있지 않은가.


벨라는 웬디의 두 눈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번엔 그 자식 우리가 찾아다니자. "


벨라와 웬디는 잭슨과 마주치면 좋을 만한 곳을 주로 돌아다녔다.

벨라의 생각에 보는 사람이 많은 곳이 좋을 듯했다.


"아 이 자식 점잔 빼느라 조용히 다니나?"


오히려 그녀들이 찾으러 다니기 시작하자 잭슨이 눈에 띄지 않았다.

벨라는 생각을 바꾸었다.


"웬디, 전에 잭슨이 널 기다리던 골목이 어디라고 했지?"

"어, 거, 거기는... "

"거기라면 분명히 나타나지 않을까?"


웬디는 긴장감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서자의 드래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벨라와 학술원 7 21.11.06 404 6 11쪽
65 벨라와 학술원 6 21.11.05 394 5 11쪽
64 벨라와 학술원 5 21.11.04 402 6 10쪽
» 벨라와 학술원 4 21.11.03 403 7 11쪽
62 벨라와 학술원 3 21.11.02 401 6 11쪽
61 벨라와 학술원 2 21.11.01 404 7 11쪽
60 벨라와 학술원 1 21.10.31 418 5 11쪽
59 빛의 아티팩트 2 21.10.30 428 6 11쪽
58 빛의 아티팩트 1 21.10.29 439 6 11쪽
57 미행 2 21.10.28 442 7 11쪽
56 미행 1 21.10.27 455 7 12쪽
55 마탑2 21.10.26 479 6 11쪽
54 마탑 1 21.10.25 492 4 12쪽
53 작가M 21.10.24 485 5 12쪽
52 두번째 드래곤 2 21.10.23 482 6 12쪽
51 두번째 드래곤 1 21.10.22 463 7 12쪽
50 벨리카대삼림 5 21.10.21 472 6 11쪽
49 벨리카대삼림 4 21.10.20 478 5 12쪽
48 벨리카대삼림3 21.10.19 467 7 13쪽
47 벨리카대삼림 2 21.10.18 475 9 14쪽
46 벨리카대삼림 1 21.10.17 493 6 11쪽
45 와이번 2 21.10.16 486 7 11쪽
44 와이번 1 21.10.15 486 7 11쪽
43 위기의 서클 6 21.10.14 489 6 11쪽
42 위기의 서클 5 21.10.13 493 6 11쪽
41 위기의 서클 4 21.10.12 484 7 11쪽
40 위기의 서클 3 21.10.11 490 7 12쪽
39 위기의 서클 2 21.10.10 522 6 12쪽
38 위기의 서클 1 21.10.09 539 7 12쪽
37 함정에 빠진 엘프 7 21.10.08 518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