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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 Be, But...

사회생활 잘하는 조던 남작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비벗
작품등록일 :
2022.09.15 03:52
최근연재일 :
2022.10.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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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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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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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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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Chapter 13 – 사농공상 (3.)

DUMMY

샤덴프로이데라는 단어가 있다.

아마도 독일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타인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는 심리라는 의미.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인간의 본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류가 문명을 이뤄온 방식이리라.

우리는 누구나 남보다 잘난 맛에 산다.

예를 들어 문제적남자 같은 퀴즈쇼의 유튜브 채널에는 자기가 몇 초 안에 문제를 풀었다는 댓글이 넘쳐나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자기가 몇 살인데 이 정도 재산을 모았다는 게시물이 화제가 되며, 현실에서도 동창회 등에서 자기 자랑에 여념 없는 인간들이 자주 보이는 걸 보면.

그런 풍토를 까던 사람들조차 결국 자기가 잘난 위치에 서면 결실을 드러내려고 안달을 내곤 했다.


그만큼이나 보편적인 욕심.

그렇기에 그것은 정치와도 강하게 결부된다.

인간의 욕심이야말로 통치의 본질인 까닭에.


꼭 포퓰리즘 공약들만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좋은 정치 역시 욕심과 무관하지 않다.

시민들이 정책에 협력하게 만들려면 당연히 그들의 욕심을 다뤄야 하는 법이니까.

무수한 집단의 무수한 욕심을 컨트롤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통치의 궁극.

그리고 그건 근현대보다는 계층 간의 이동에 엄격한 벽이 있던 전근대 사회에서 훨씬 더 중요한 요소였을 터였다.


예를 들어 현대의 한국에서는, 블라인드 등지에서 대기업 직장인들이 타 직장인을 깔보는 언행을 하더라도 비난을 넘어선 무력 보복이 나오는 일은 없다.

어쨌거나 직업이 자기 선택으로 결정되는 시대이기에.

더 나은 평등을 추구하는 좌익의 개혁론에 동의하는 사람이 소수인 것 역시, 기회의 평등만큼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리라.


하지만 신분제 사회는 다르다.

한국에서야 밈에 불과했던 2등시민이 실제로 존재하기에.

2등만이 아니라 3등시민 4등시민도 실존하고, 그들이 사실상 어떤 기회의 평등도 누릴 수 없는 환경이다.

남보다 나은 존재임을 느낄 확률이 희박하다는 얘기였다.


그렇다고 계층 이동이나 이주가 가능한 것도 아니란 말이지.

이 세계는 집 떠나면 개고생인 시대상.

장원 밖으로 도주한 이들의 태반이 도적과 몬스터에게 살해당할 따름이라, 결국 대다수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살아가다가 나중에 민란이나 태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터였다.


이런 세계에서 정치의 방향성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슬쩍 보여줘 공허한 희망이나마 심어주는 일.

다른 하나는, ‘그래도 내가 쟤들보다는 낫지’라는 인식을 주입함으로써 1등시민 귀족만이 아니라 2,3등 시민들마저 계층의 고착화에 협력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중 후자 쪽이야말로 슈베르츠 공작이 언급한 어른스러운 통치의 도.

이미 석공 길드의 쥐제프에게 남작위를 하사해 전자 쪽의 통치술을 발휘한 바 있는 그는, 의도적으로 농노들을 최하층민의 위치에 놓아왔던 거다.

그렇게 ‘나보다 확실히 못한 집단’이 형성되면 장인과 상인들이 체제에 불만을 품을 확률이 줄어드니까.

그 2등시민 집단의 경쟁력이야말로 베르딜란트령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슈베르츠 공작은 과연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 결론이 좀 우스운 거지.

전근대적인 차별주의를 재생산하는 악습이라서가 아니라, 인도주의에서 벗어난 악마의 통치술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인 까닭이었다.


“공작 전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베르딜란트령의 현황이 이해가 되는군요. 인간이 남보다 나은 존재라는 실감을 했을 때야말로 향상심을 갖고 직무에 임할 수 있음을 이해하시고, 농노들을 일부러 다른 직군에게 사역당하는 지위에 놓으셨다는 말씀이 아닙니까? 그렇기에 그와 같은 어른의 통치를 하지 못하는 저의 주군을 두고 어리다고 평가하신 것이고요. 참으로 옳은 평이십니다. 단기적으로는 말이지요.”

“······단기적으로는 옳은 평이다? 장기적으로는 옳지 않다는 말이로군? 그렇기에 감히 내 앞에서 고개를 저은 것일 테고. 그러하다니 몹시 궁금하구만. 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장기적으로 베르딜란트를 망하게 만들 거라고 보시는가?”


망하게 만들 거라고는 말 안 했는데.

꽤나 위협적인 어휘 선택이다.

그의 뒤에 도열한 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는 독수리의 기사들까지 생각해보면, 거의 뭐 목이라도 걸고 말해야 할 분위기인 거지.


그럼에도 주눅 들지 않을 수 있는 건 홀란츠 덕분.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근거로 판단해보면, 슈베르츠 공작은 진심을 좀처럼 입에 담지 않는 스타일이 분명하다.

어디까지나 이성적으로 자기 외면을 조율함으로써 상대의 대응을 관찰하는 타입이리라.

그렇게 보면 이 위압적인 대화의 흐름 역시 내게서 뭔가를 끌어내기 위함이라고 봐야 했다.


그걸 대충 알 것 같단 말이지.

저 정도로 현명한 인물이라면, 그 차등시민론의 한계점을 모를 리 없을 테니까.

그가 개혁파의 기대주로 떠오른 남작영식을 단순히 개인적인 호기심만으로 불렀던 것일 리 없다는 얘기였다.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어디까지나 당장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써 택하신 차선책이 아니십니까? 차선이란 곧 차악과 다를 바 없으니, 곧 무너질 수밖에요.”


공작의 눈이 살짝 커진다.

의식적으로 억제한 듯 금세 원래의 평온함을 가장하더라만, 내 눈썰미 앞에선 숨길 수 없는 변화.

그렇기에 이어지는 반문의 가시도 썩 불편하지 않았다.


“내가 고안하여 내 영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최선책이 아니다? 그 말에 책임을 질 자신이 있으신가?”

“스스로도 잘 아시는 것을 어찌 그리 거칠게 물으십니까? 전하께서는 아마도, 최선에 해당하지 않는 그 현안의 대체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현인을 수소문하셨을 것입니다. 그중 한 명이 쥐제프 남작이었을 것이고요. 연회장에 있던 다른 귀족들조차 듣지 못하게 나누신 이야기 속에서, 그 석공 길드의 장이 자기 목숨을 걸고 전하의 직군 차별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던 게 아닙니까? 하여 그 대화 직후에 남작위가 하사되자 어안이 벙벙해졌던 것이 아닙니까?”

“허, 참으로 풍부한 상상력이로고.”

“저를 찾으셨던 것 역시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백성을 차별함으로써 영지의 생산을 증진시키고자 하실 정도로 현명하신 분이, 그보다 훨씬 쉬운 진리를 모르셨을 리 없으니까요. 인간은 앞날을 생각함으로써 삶을 긍정하는 존재. 그렇기에 미래를 잃어버린 이들은 굴종하고 굴종한 끝에 악에 받치게 되는 법이지요. 특히나 농노들이라고 하면, 예속 계약의 세습으로 자녀의 자녀의 자녀들조차 영지의 농노로 남게 될 것이 명백한 직군 아닙니까? 자신들의 자녀가 당할 차별 때문에라도 목숨을 건 민란의 뜻을 품으리라는 발상이······ 과연 어린 남작의 풍부한 상상력에 불과하겠습니까?”


거기까지 들은 슈베르츠 공작이 품속에 손을 넣는다.

순간적으로 이 세계엔 있지도 않은 총을 상상했던 건, 내가 소싯적에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탓.

그는 그저 부채를 꺼내 얼굴을 부칠 따름이었다.


“날이 후덥지근하구만.”

“······예, 전하. 오늘은 습도가 높군요.”

“그대는 덥고 습한 날을 좋아하나, 아니면 비 내리는 축축한 날을 좋아하나?”

“저는······ 덥건 춥건 건조한 날을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베르딜란트에는 잘 맞겠군. 그곳은 몹시 덥거나 몹시 춥지만, 어지간해서는 건조하다네. 여름에만 집중적으로 비가 내릴 뿐이야. 언제고 습한 이 게리안과는 퍽 다르지.”


대충 영서지방 생각하면 되려나?

문과라서 지구과학 쪽으로는 뭐 아는 게 없긴 한데, 군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대충 비슷할 것 같다.

다만 겨울에 강수량이 적다는 점은 크게 다른 듯.

과도하게 춥고 눈이 덮이지도 않는 환경이라면, 월동작물인 밀을 키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많을 듯했다.


“지척에 있는데도 환경이 퍽 다른 듯합니다.”

“그렇지. 동방의 대평원이나 서방의 생겔라 호수 인근이나, 내 성에서는 말로 고작 이틀쯤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거리라네. 그럼에도 그토록 기후가 다르지. 그렇기에 베르딜란트는 언제나 굶주렸어. 양떼와 소를 키워 얻는 고기로는 채석장의 일꾼들을 다 먹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네. 하여 농사보다는 공업과 상업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나마 멀지 않은 곳에 평야가 있어 무역으로 영지민을 먹일 수 있었던 것이지. 허나 그 기간이 300년쯤 이어지니 인식이 굳어지더군. 영지의 발전과 농업은 완전히 무관하다는 식으로 말이야.”

“그랬을 듯합니다. 여러 영지를 이동하며 사는 이들은 드무니, 자신이 살아온 곳의 상식만을 대물림하게 됐겠지요.”

“그래. 그러니, 잘 보셨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전략의 측면에서 영지 안에 계층을 형성했어. 장인과 상인들이 더욱 활발히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크게 쓸모가 없는 농노들에게 짐을 지워둔 것이지. 그로써 베르딜란트를 다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세로 이끌었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잘 보셨다네. 농노들의 마음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있음이야. 패전으로 인해 적국이 산맥 저편에 당도했음을 안 농노들이, 무리를 짓고 있네. 내 목을 베어다 크멜비츠에 바치면 베르딜란트의 통치권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본 모양이지.”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크멜비츠 왕국이라고 해서 농민이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니라서, 봉기에 성공해 영지를 그쪽에 갖다 바친다 해도 권리를 인정받으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애초에 민초들의 농기구가 기사들의 갑옷을 뚫고 살에 박힐 확률 자체가 희박하기도 하고.


중세 유럽의 농민봉기 역시 손쉽게 진압됐었다.

종교개혁의 사상적 흐름에 힘입은 독일 농민들이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귀족들과 일전을 펼쳤으나, 오래지 않아 탈탈 털리고 7만여 명의 민중이 처형당하는 비극을 맞았던 거.

혁명가 루터조차 패배를 직감하고 손절해야 했을 정도로 끝이 훤히 보이는 것이 민란이라는 변고였다.


그러니 평범한 영주라면 그저 경계를 강화하고 탄압과 착취로 군비를 강화했겠지.

그렇지만 그건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줄 모르는 어리석은 이들의 사고일 뿐.

반란이란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회상을 흔들어놓는 법이다.

치안 상태가 급격히 불안해지고 영지민 사이에서도 불신과 비협조가 횡행해, 베르딜란트라 해도 오래지 않아 지금의 성세를 잃어버리게 될 터였다.


슈베르츠 공작은 그런 측면에서 분명 현명한 인물.

그는 그쯤에서 가면을 벗고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또한, 잘 보셨네. 쥐제프는 그런 내 내면의 불안을 꿰뚫었지. 자기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목적을 위해 영지민 사이의 불평등을 조장한다면, 끝내 파국만이 도래하리라고 말했네. 하여 이후 그와 함께 여러 대안을 고민했으나······ 무엇도 마땅치 않았던 게야. 조세 제도를 고친다면 당장은 민심의 불만을 줄일 수 있겠지. 허나 그것으로 끝날 일이겠는가? 전후의 늘어난 수요를 감당해야 할 장인과 상인들의 업무는 이제 누가 보조한단 말인가? 그들을 통해 영지의 부가 재생산되지 않는다면, 왕국의 중앙에서 동쪽 국경으로 변모해버린 베르딜란트의 군사력을 어찌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 지점이 최대의 난관이었겠지.

민란을 막기 위해서 당근이 필요함은 명백하고, 그 관건은 그간의 부조리했던 차별정책 쪽인 게 당연하지만, 정작 그 차별이 무너지면 영지의 힘 역시 약해지리라는 점.

국경의 군사력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두 공작과의 경쟁구도가 심리적 장벽이 됐으리라.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일에 저항감을 느끼는 건 슈베르츠 공작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렇기에 일반론을 뛰어넘는 변수가 필요한 상황.

나는 바로 그것을 슈베르츠 공작에게 줄 셈이다.

단지 욀나히 주교와의 약속 때문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나와 내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공작 전하의 가신 중 일부가, 최근 국왕령의 마테르트 백작과 금전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로 인해 영지전을 불사할 정도로 흉흉한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요.”

“영지전이라니, 그렇게까지 말하면 과장이 아니겠는가? 그저 받지 못한 돈 대신 시설을 점유함으로써 손해를 복구하려는 것이지. 헌데 그것을 어찌 갑자기 논하시는가?”

“그 빚을 탕감해주시지요.”

“허허. 신들의 자비를 그들의 발끝에 놓아달라? 그것이 내 영지의 문제를 해소해주는 자문의 조건이라는 것인가?”

“오해십니다. 자문의 조건이 아니라 전제입니다.”

“전제라. 그것은 무슨 뜻인가?”

“마테르트 백작께서는 왕실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곳곳에 손을 벌리셨습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영지민들이 배곯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의 갑옷을 팔고 기사단마저 감축하셨지요. 그렇기에 그곳의 농노들은 여전히 강건한 몸을 갖고 있습니다.”

“설마······ 그대는, 내게 농노를 사들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네. 잉여 인력은 사회의 악일진저.”

“그것이 아니라 파견 근로입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해진 국왕령의 농노를 필요할 때만 불러들여 석공과 상인들을 보조케 하시고, 그 대가로 적절한 임금을 안겨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은 참 단순한 이야기다.

경제력 떨어지는 지역의 시민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해 돈을 버는 일은, 파독 광부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지구의 현대에는 거의 일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 파견 근로조차 패러다임의 전환일 수 있는 거지.

신들의 율법에 따라 영주의 땅에 묶여 있기에 평생 어떤 이주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농노라는 계층인 탓에, 그들을 하도급 형태로 출장 보낸다는 건 혁신에 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슈베르츠 공작의 볼은 파르르 떨리는 중.

그 미증유가 과연 가능할지 셈을 굴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그를 위해 미리 구체적인 쟁점을 논해줬다.


“신들의 율법이라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농경신의 욀나히 주교께서 지지해주실 테니까요. 성서에 기록된 바, ‘땅의 작물이 잘 자라나면 지력의 회복을 위하여 다른 땅을 찾아 일하도록 하라’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신의 말씀에 따라 일감 없는 국왕령의 농노들이 일감 많은 베르딜란트의 업무를 돕는 것이 어찌 문제 될 일이겠습니까? 또한 그로써 베르딜란트는 전에 없는 풍작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미 자급자족을 하고도 남을 만한 평지가 확보돼 있는 까닭이지요. 그 땅의 농노들이 향후 농사에만 집중해 대단한 수확을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탕감한 빚 이상의 이득이 될 것입니다.”

“······분명 그렇군. 거기에 농지와 채석장을 오가지 않고 전문적으로 보조하는 인력이 들게 되는 셈이니, 그 석공들의 생산성 역시 대단히 향상될 터. 그것은······ 묘수로구만. 허면, 그것이 그대에게는 무슨 이득이 되겠나? 나는 이익을 생각지 않는 자를 믿지 않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미리 말씀하시게.”


그 말은 분명 진심일 거다.

웃참 챌린지 중인 광대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하지만 나까지 진심으로 답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야, 향후 동방이 수복되었을 때 제가 올던령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공작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필경 동쪽 국경을 지배하시는 전하께서 전권을 쥐실 터. 그때 이 못난 몰락귀족을 위해 몇 마디를 해주신다면, 그보다 큰 은덕이 어디 있겠습니까?”

“흐음. 과연, 영지를 그리워하시는가. 그렇다고 하면 이해는 될 일. 좋네. 조만간 마테르트 백작을 만나보도록 하지.”


대화를 마친 슈베르츠 공작은 뒤도 보지 않고 떠나갔다.

나야, 이후 독수리들이 흰 휘장을 펄럭이며 궁성을 떠나간 뒤에나 긴 한숨을 내쉴 수 있었고.

그것이 조도원 대리로서 만들어낸 첫 승리의 감흥이었다.


작가의말

실은 본문에 나온 독일농민혁명 중 독일 최초의 농민조합이 탄생했던 지역의 이름이 바로 튀링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계속해서 언급됐던 신분제의 폐단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저는 처음부터 혁명가들과 그 반동세력 사이의 줄타기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게 복선으로 계속해서 충실히 제시됐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들께는 그 점이 전혀 전달이 안 됐던 건지, 의아하다는 댓글도 많았지요.

어쨌거나 본편에 드러났듯 이 소설의 분위기는 바뀐 적도 없고 바뀔 일도 없습니다.

그저 누구를 설득하고 누구와 대립하느냐에 따라 쟁점이 달라지고 방식이 달라질 뿐이니, 혹여 글이 바뀌었다는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입장에선 단 두 명의 등장인물 때문에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오인 속에서 우수수 하차를 만들어낼 줄은 정말 몰랐던 거지요 ㅎㅎ

해서 연독률이 뚝 떨어지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믿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계속 좋은 글을 드리고 싶을 따름이에요.

제가 추구하는 글은 오직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조던 남작에 의해 변화하는 판타지 세계의 포근함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후기가 좀 잦아졌는데, 그것도 이후로는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셨다면 기쁘겠네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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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4

  • 작성자
    Lv.61 베드로스님
    작성일
    22.10.26 23:31
    No. 1

    연독률이 떨어졌다니 안타깝네요 쉽게 읽히고 가벼운 내용만 쫒는 무리들이 요즘 문피아의 대다수인지라 더더욱이요
    사람의 욕심을 조화로이 혼합한다는 개념은 자본주의 알파이자 오메가죠ㅋ 물론 도덕적 토대아래서요ㅋ
    그런 개념들을 소설속에서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하고 있습니다ㅋ 말로만 자본주의니 경제라느니 하는, 실상은 공산주의와 통제계획경제만 보여쥬는 어설픈 소설속에서 진주를 찾은것 같네요ㅋ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56 아스페르
    작성일
    22.10.27 00:23
    No. 2

    저거 사실 빙의가 아니라 환생이었는데 기억만 잃어버린 거 아닐까......?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2.10.27 00:36
    No. 3

    재밌게 읽고 있어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5 겨울천칭
    작성일
    22.10.27 00:42
    No. 4

    좋은글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9 sc******
    작성일
    22.10.27 04:56
    No. 5

    항상 기대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4 망갈판디
    작성일
    22.10.27 05:03
    No. 6

    이렇게 좋은 글을 놓치면 평생 땅치고 후회할 겁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Novastar
    작성일
    22.10.27 08:19
    No. 7

    잘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치킨생맥
    작성일
    22.10.27 13:18
    No. 8

    건조한 지방에서 대나무가 자라던가요? 아니 진짜로 잘 몰라서.. 죽창이야 우리는 잘알지만 저분들은 횃불 같은거에 더 공감하실것 같아서...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7 비벗
    작성일
    22.10.27 13:50
    No. 9

    조언 감사합니다. 주인공의 대화는 의역되는 중입니다. 그렇기에 죽창이라는 단어도 실물이 아니라 반역의 대의어로서 전달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횃불과 피치포크로 적었다간 역으로 독자님들께 낯선 이야기가 돼버리니 별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그렇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 이런 부분은 좀 더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구와아아악
    작성일
    22.10.27 14:27
    No. 10

    작가님의 생각이 깊으신 것 같습니다. 뭔가 재미만 찾는 소설과는 다르게 저 또한 얻어가는 것이 있는 듯 하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37 mysteryu..
    작성일
    22.10.27 15:49
    No. 11

    연독률이 떨어진건 아쉽지만 간만에 흘기듯 읽는게 아니라 생각하며 읽게되는거 같아요 소설은 감정이입의 맛이 있는데 다른 소설들은 그냥 그랬구나 라면 이건 나라면 이상황에서 어찌하나라는 맛이 있네요 비슷한 정치물도 그냥 주인공 쩐다대단하다 하고 넘어가는데 조던은 현실적인 상황이라 맘에들어요 나대신 논쟁해서 자기나름의 답을 내는 느낌?ㅋㅋ 건필하세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럽쮸
    작성일
    22.10.27 22:35
    No. 12

    튀링겐 오...세계사몰라용...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1 검선
    작성일
    22.10.30 23:01
    No. 13

    비벗님의 지식은 언제나 감탄하게 되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산적(山賊)
    작성일
    22.10.31 14:39
    No. 14

    진짜 재밌다 ㅜ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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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Chapter 15 – 암살자의 신조 (1) +2 22.10.30 910 44 16쪽
44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3.) +2 22.10.30 1,067 46 18쪽
43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2) +2 22.10.28 1,209 56 16쪽
42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1) +1 22.10.27 1,322 70 17쪽
» Chapter 13 – 사농공상 (3.) +14 22.10.26 1,402 91 16쪽
40 Chapter 13 – 사농공상 (2) +2 22.10.25 1,532 70 19쪽
39 Chapter 13 – 사농공상 (1) +4 22.10.25 1,714 83 16쪽
38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3.) +9 22.10.23 1,837 94 16쪽
37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2) +21 22.10.22 1,926 83 17쪽
36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1) +8 22.10.22 2,098 88 15쪽
35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3.) +21 22.10.20 2,360 111 18쪽
34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2) +16 22.10.19 2,469 122 17쪽
33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1) +15 22.10.19 2,599 123 17쪽
32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3.) +12 22.10.18 2,770 144 19쪽
31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2) +9 22.10.17 2,838 126 16쪽
30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1) +10 22.10.16 3,030 146 16쪽
29 Chapter 9 – 갈등 조정 (3.) +15 22.10.15 3,170 159 18쪽
28 Chapter 9 – 갈등 조정 (2) +4 22.10.14 3,174 159 16쪽
27 Chapter 9 – 갈등 조정 (1) +14 22.10.13 3,446 164 16쪽
26 Intermission – 반상을 뒤엎는 법 +21 22.10.12 3,439 192 16쪽
25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3.) +13 22.10.11 3,329 174 16쪽
24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2) +10 22.10.10 3,338 142 17쪽
23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1) +3 22.10.09 3,355 144 16쪽
22 Chapter 7 – 이벤트 알림 (3.) +4 22.10.08 3,361 135 16쪽
21 Chapter 7 – 이벤트 알림 (2) +2 22.10.06 3,477 133 14쪽
20 Chapter 7 – 이벤트 알림 (1) +4 22.10.05 3,747 137 15쪽
19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3.) +3 22.10.03 3,813 147 16쪽
18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2) +1 22.10.02 3,984 144 15쪽
17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1) +2 22.10.01 4,212 162 15쪽
16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3.) +5 22.09.30 4,465 146 16쪽
15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2) +6 22.09.29 4,553 170 17쪽
14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1) +10 22.09.28 4,673 187 15쪽
13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3.) +11 22.09.28 4,706 222 17쪽
12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2) +15 22.09.26 4,775 200 16쪽
11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1) +10 22.09.25 5,006 207 18쪽
10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3.) +5 22.09.24 4,999 206 18쪽
9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2) +7 22.09.23 5,078 194 16쪽
8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1) +17 22.09.22 5,078 202 16쪽
7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3.) +12 22.09.21 5,669 206 17쪽
6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2) +14 22.09.20 5,641 211 18쪽
5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1) +8 22.09.18 6,051 215 15쪽
4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3.) +13 22.09.18 6,266 256 17쪽
3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2) +10 22.09.16 7,207 232 16쪽
2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1) +11 22.09.15 8,951 255 15쪽
1 Prologue – 상사를 설득하는 법 +21 22.09.15 11,737 27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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