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벗 - Be, But...

사회생활 잘하는 조던 남작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비벗
작품등록일 :
2022.09.15 03:52
최근연재일 :
2022.10.30 23: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71,677
추천수 :
6,874
글자수 :
336,119

작성
22.10.13 23:00
조회
3,440
추천
164
글자
16쪽

Chapter 9 – 갈등 조정 (1)

DUMMY

뤼드게리아 왕국은 대륙의 서북방에 위치해 있다.

유럽으로 치자면 대략 프랑스부터 독일과 체코까지 뻗은 거대 왕국인데, 그렇게 보면 튀링겐은 낭트고 왕도 게리안은 함부르크쯤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듯.

거기서 북서쪽에 영국 대신 긴 반도가 늘어선 그림을 그린다면 대충 뤼드게리아 지도와 비슷해지리라.

남쪽이 지중해 같은 휴양지 없이 바로 사막지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에 가깝긴 한데, 거기까지 생각하면 머리 아프니까 일단 넘기고.


국외로 눈을 넓혀보면 북서쪽의 반도에는 렝겐 공국이, 남쪽의 사막지대에는 오뤼트 왕국이, 동쪽의 평원지대에는 크멜비츠 왕국이 자리해 있는 형국.

그중 크멜비츠 쪽이 10년전쟁의 적국이다.

그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올던을 비롯해 백여 개에 달하는 성을 단숨에 빼앗기게 된 게 뤼드게리아의 현 상황이었다.


그게 대충 잡아도 폴란드 수준의 광활한 영토라는 게 핵심.

생산력 좋은 평원을 왕창 잃은 걸로 모자라 패자의 의무인 전쟁배상금까지 잔뜩 지불했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돈 많은 공작들에게 손 좀 벌려야 했을 듯.

왕권이 신앙 취급받는 시대상이라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뤼드게리아 왕실은 이미 자주적인 존립의 가능성을 잃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법했다.


다만 그렇다고 나라가 망해간다는 얘기는 아니고.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처럼, 왕국 역시 땅 좀 빼앗긴다고 곧바로 쇠락하지는 않는다.

왕실보다 강한 힘을 가진 공작 가문이 셋인 나라라고 하면 특히나 그럴 터였다.


원래 권신들의 최종 테크트리는 이성계 루트 아니면 이완용 루트란 말이지.

군사 일으켜서 자기가 왕이 되든가, 아니면 나라 팔아먹고 왕처럼 군림하든가 해야 되는데, 경쟁자가 둘씩이나 더 있다고 하면 어느 쪽도 각이 애매해지는 거다.

그러면 자기가 챙길 파이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왕국의 존립에 신경을 써주게 될 수밖에.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뤼드게리아는 다수의 외척이 판을 치는 국정문란 덕분에 산소호흡기를 달게 된 셈일지도 몰랐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은 아니고 메리언의 관점.

그 권신 가문 중 하나인 비트호펜 공작가의 가신이었던 인물이 풀어주는 내부 평가다.

그리고 이번 여정의 와중에 그녀가 들려준 썰 중에는, 비트호펜 가문의 핏줄을 이어받은 헬무트 왕자에 대한 것도 적지 않았다.


“종종 국정 시찰이랍시고 생겔라로 원행을 나서곤 했어요. 그때마다 길가에 나와서 억지 환호를 외쳐야 하는 신민들 입장에선 참 죽을 맛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왕도와 생겔라 사이에 위치한 제 벤펠트령은 왕자 전하께 억울한 게 참 많았죠. 저만 해도 그에게 성적인 희롱을 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음. 그거야 지금 드릴 말씀은 아니겠고, 그러면서 듣게 된 시타델 내부의 알력에 대해 알려드릴까 해요. 시타델이 크게 두 개의 학파로 나뉘어 있음은 잘 알고 계시죠?”

“동방파와 서방파를 말함인가?”

“네, 조던 공. 헬무트 왕자는 그중 동방파예요. 특이한 선택이죠. 뤼드게리아 지부를 장악하고 있는 건 분명 서방파니까요. 그들의 덕을 보고자 했다면 억지로라도 서방파에 합류하는 게 나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글쎄, 짐작하기 어렵군. 메리언 공은 어찌 보는가?”

“후후. 시험해보시는 거죠? 제 생각은 이래요. 헬무트 왕자는 왕권에 관심이 없어요. 뭐 누가 옥좌에 앉혀준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뤼드게리아보다 시타델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죠. 그 야망의 첫걸음이 동방파 지원일 거예요. 리스크가 높은 경로기는 하지만, 만약 서방파 일색인 뤼드게리아 지부를 그가 개인적으로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때는 세력 확장에 목마른 동방파가 그를 다음 대의 현자로 추대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2왕자로서 태자와 경쟁 구도를 형성해온 것조차 실은 동방파 원로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포석에 불과할 거예요. 어때요? 제가 제대로 봤나요, 조던 공?”


이제는 뭐 놀랍지도 않은 조던 조던 남작 올려치기.

이 세계 사람들은, 내가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 말해도 도무지 믿어주질 않는다.

나로서는 고마운 노릇이지.

덕분에 이쪽 세상에 일자무식인 티 안 내고 자연스레 다양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됐으니까.


메리언의 추론은 사실일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뢰프 백작가의 제갈공명인 랄 자작보다도 더 심기가 깊은 친구더라고.

나이 어린 여자 남작이라서 저평가됐을 뿐 실제로는 어디서 꿀리지 않는 천재라고 봐야 할 듯했다.


그런 애가 왕도에서 헬무트와 맞닥뜨렸을 때 참고하라며 먼저 다가와서 해준 말의 신뢰도를 의심하면 뭐 하겠어.

그럴 시간에 그 정보를 활용해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리라.


그런 관점에서, 이후 에르나와 가까워지며 듣게 된 서방파 내부의 이야기가 메리언에게서 획득한 그 정보와 찰떡처럼 맞아떨어졌다.


[시타델은 마법신 조각 원해. 왜인지는 몰라. 그 마법검이 그중 하나일 수 있대. 그렇지만 서방파랑 동방파랑 이유는 달라. 우리는 확인하고 싶은 거고, 그들은 소유하고 싶은 거야. 동방파 위저드들도 여기에 많이 와 있어. 그렇지만 서방파가 훨씬 많아. 그래서 좀 더 빨리 추적할 수 있었어. 사냥개인 나는, 그중에서 가장 앞서서 한스를 쫓았어. 하지만 마법검을 얻지는 못했어. 그러니 나한테 화풀이를 할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걸세, 에르나.”

[응.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나는 도망칠 거야.]

“도망친다고? 그게 가능하겠나?”

[도망가다가 잡혀서 죽을 거야. 사지가 찢길 거야.]

“태연하게 끔찍한 말 하지 말게.”

[그렇지만 나는 조던 공을 기억할 거야. 나는, 고마웠어. 죽기 전에 그대를 만나서 기뻤- 아야. 때렸어?]

“때린 게 아니라 어깨를 토닥인 걸세.”

[아······ 그렇구나. 맞아, 예전에 본 것 같아.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몸을 맞대는 게 위로의 의미라지? 나는 처음이라서 몰랐어. 때렸다고 오해해서 미안해.]


사실은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의도도 있긴 했는데.

다만 플레이트아머로 무장한 상대를 힘을 실어 두들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거지.

나는 그저 표정으로만 화를 냈다.

어깨를 두드리는 평범한 일상도 겪어보지 못한 주제에 함부로 죽음을 입에 담는 그 부정적 자기 인식에 대해서.


거기에 찔끔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에르나는 그 뒤로 자신의 최후에 대한 추론을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종종 조던 공 조던 공 하며 불러댈 뿐.

그러다 내가 홱 돌아보면 배시시 웃곤 하더라.


이래저래 사람 속 뒤집어지게 만드는 녀석이야.

그렇게나 열 받는 대화들이 오갔던 탓에, 나는 반상을 뒤엎을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타델 내의 두 학파는 마법신의 조각이라는 아티팩트를 찾아 헤매는 중이고, 서방파의 에르나가 한발 먼저 한스에게 접촉했으나 공주의 등장으로 마법검 확보에 실패한 상태.

한스의 기대대로 왕실 서고에서 과거의 사료가 발견될 경우 그 검의 묵시적 소유권은 린드벨라에게 귀속된다.

물론 유사시에만 발동하는 명분이라 일단은 왕실 전체의 소유로 취급되겠지만, 그 자체로도 상징적인 가치는 있는 거지.


한편 그녀의 배다른 오빠인 헬무트 왕자는 시타델 동방파의 수장인 현자 자리를 노리는 중.

그래서 그 보검이 왕가에 진상되는 일에는 대단히 기뻐할 확률이 높다.

2왕자 주제에 그걸 마음대로 처분할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거나 왕실 사람으로서 보물을 만져볼 기회 정도는 있을 거고, 그 지위를 활용해 동방파 내에서 자기 입지를 올리려고 애쓸 듯했다.


그러니 참 재미난 상황일 수밖에.

시타델과 에르나와 린드벨라와 헬무트가 하나의 검을 두고 흥미진진하게 얽혀 있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그로 인해 에르나는 죽고 린드벨라와 헬무트는 큰 갈등을 겪었을 거라, 제3자가 함부로 재미를 논할 수는 없는 문제.

다만 나는 그런 다자간의 갈등이야말로 오히려 일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1:1 갈등은 양쪽의 니즈를 맞추기가 극히 난해하다.

어미를 자칭하는 두 여성에게 아기를 반 갈라 나눠주라고 했던 솔로몬의 이야기는 우화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경우엔 양각으로 싸먹혀서 압착될 뿐.

그에 비해 다자간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는 오히려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포츠 쪽 프론트들이 복잡다단한 다자간 트레이드 기획하고 그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거지.


그리고 공주의 이번 여정이 바로 그 비트호펜 공작령을 통하는 루트다.

동방파의 후기지수인 헬무트가 한스의 추적을 포기하고 놀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 이번 갈등 조정의 두 축이 높은 확률로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리라.

그때 그들 사이에서 어떤 대화를 끌어내느냐에 따라 시타델과 에르나의 갈등 양상 역시 급변할 터였다.


그게 이번 일의 가장 큰 관건인 셈이지.

똥개도 자기 집에선 50점 먹고 들어간다는데, 왕좌 대신 현자를 선택했다는 음흉한 마법사라면 또 어떻겠어.

쉽게 생각하고 마주했다간 오히려 밑천만 털릴 거다.

이쪽 대표인 린드벨라가 아직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못한 나이인 만큼, 옆에서 내가 철저히 서포트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니 단적으로 말해 하이리스크.

하지만 리턴은 그 이상으로 커다란 빅딜이다.

에르나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인본주의 사고방식을 떠나, 튀링겐령에도 어마어마한 이득을 안겨줄 만한 작업이기에.


3공작의 영지가 왕도를 역삼각형처럼 감싼 구도란 말이지.

그중 서쪽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비트호펜 공작령.

왕국 최서단의 튀링겐에서 국제무역의 허브인 왕도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거쳐야만 할 요충지라는 거다.

그곳 출신 왕비가 낳은 2왕자에게 마음의 짐을 안겨줄 수만 있다면, 그 이득은 마법검 열 자루보다도 거대하리라.


그렇기에 이후로는 계획의 검토에 심혈을 기울였다.

메리언에게서 헬무트 왕자에 대한 정보를 얻고, 레오도르에게서 비트호펜 공작령의 지정학적 입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린드벨라에게서 왕실 내부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에르나에게서 시타델 동서방파의 미묘한 알력에 대한 정보를 얻는 나날.

그런 대화의 시간이 닷새쯤이 됐을 무렵에 일행의 발길이 마침내 생겔라 호수에 닿았다.


그곳은 왕국 서방 평야의 젖줄이자 비트호펜 공작이 주재하는 생겔라령의 상징.

그 물가에서 공주를 맞이한 환영 행렬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헬무트 왕자가 서 있었다.


“린드벨라! 야, 참 오랜만이야? 잘 지냈냐?”


소문대로 가볍디가벼운 말투다.

나이가 한참 어린 루디어에게도 견줄 만한 유치한 태도지만, 그로 인한 좋지 않은 이미지는 마법사라는 특색 덕분에 사실상 무효화되고 있다고.

오히려 ‘저 정도면 괴짜가 넘쳐나는 마법사 중에선 양호한 편이지’ 하는 식으로 호평까지 듣는다나.

유명해지고 나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는 말처럼, 입장의 차이라는 걸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었다.


반면 린드벨라 쪽의 반응은 정반대.

그간 말괄량이 같은 모습만 보여왔던 그녀지만, 오늘만큼은 다시 없을 요조숙녀가 되어 우아한 인사로 화답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하.”

“어······ 그래. 뭐지? 흠. 못 보던 새에 많이 컸는데? 키도 그래. 이제는 얼추 나하고 비슷하겠는걸?”

“그렇지 않아요. 아직 한참 멀었답니다.”

“뭐? 더 크겠다고? 이제 그만 커라. 올려다보긴 싫어.”

“네, 전하. 노력하겠습니다.”

“노력? 하핫! 야, 키가 노력한다고 안 커지냐? 멍청한 건 여전하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어디서 물 끓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피 끓는 소리라고 해야 하려나.

죽을힘을 다해 예의 바른 척하던 핑크 공주는, 부끄러움보다는 하늘을 뚫을 듯한 분노로 얼굴이 달아오른 상태.

그녀는 그럼에도 끝끝내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네······ 부끄럽네요.”

“흐음. 좋아, 좋아. 아무튼 어서 와라. 네가 이곳을 지난다고 하기에, 특별히 가장 훌륭한 만찬을 준비하라고 시켜뒀어. 시타델 일 때문에 바빠서 얼굴도 자주 못 본 막냇동생을 고향에서 맞이할 수 있다니, 내게도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없는 거지. 다만 그 전에······ 또 인사를 나눌 친구가 보이네?”


헬무트의 시선은 뚜렷하게 에르나를 향해 있다.

이산가족 상봉한 노인 같은 감격이 담긴 표정.

그녀 말로는 시타델에서도 몇 차례 얼굴 정도나 본 사이였댔는데 말이지.

사람 대 사람으로서 반가워하는 게 아니라, 서방파의 사냥개를 가문의 영지에서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것이리라.


그러니 딱 자기 집에서 점수 먹고 들어간 똥개 꼴이지 뭐야.

쓸데없는 힘겨루기 과정을 차단하기 위해, 나는 화려한 자세로 말에서 뛰어내려 그와 에르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알아봐 주시니 영광입니다, 헬무트 전하! 올던의 남작이자 튀링겐의 가신, 조던 조던이라 합니다.”

“아하······ 그 이름도 유명하신 조던 조던 남작. 미안하지만, 난 그대한테 인사한 게 아닌데?”

“하지만 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실 겁니다, 전하.”

“흠. 무슨 뜻일까? 그대가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이 목걸이를 알아보시리라 믿습니다.”

“······아하. 사냥개의 펜던트가, 그대의 목에 걸려 있군. 그거 재밌는데? 아주 의외야. 흠. 과연,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네. 하지만 우선은 식사부터 해야겠지? 다들 배가 고플 거 아냐? 자, 가자고. 린드벨라, 오랜만에 경주를 해볼 테냐?”

“천만의 말씀이세요, 전하. 저는 뒤를 따르겠어요.”

“응? 흠. 뭐지 진짜? 뭐, 좋아. 그럼 따라오너라. 이랴!”


곧바로 말 머리를 선회한 헬무트가 환영 행렬과 함께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린드벨라는 콧김을 내뿜었다.


“저 뱀 같은 새끼······ 내가 꼭 죽여버릴 거야.”

“참으시지요, 전하.”

“참지, 참아. 그대가 하지 말라고 했으니, 죽어라 참았어. 그렇지만 조던 공. 꼭 이래야만 하는 거야? 나 진짜 토 나올 것 같아. 난 당당한 왕실의 기사란 말이야. 대체 왜 내가 어울리지도 않는 귀족가 레이디 흉내를 내야 하는 건데?”

“어울리지도 않는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전하.”

“내가? 어울렸어? 그야 뭐······ 언니한테 보고 배워서 그렇겠지. 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우아한 사람이니까, 나도 하려고 하면 못 할 건 없다구. 그냥,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는 거야.”

“하지만 감내하셔야 합니다.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시피, 협상의 기본은 흔들기입니다. 상대가 예상치 못한 성장을 보이는 일은 여유로운 사고를 저해해 예리한 공격을 방지하기에 적격입니다. 더불어 그를 통해 저에 대한 경계심을 일부 희석하는 효용도 생기지요. 모쪼록 마음을 다잡으십시오, 전하.”

“으······ 말은 공손하게 하면서, 완전 부려먹고 있잖아? 그 교묘한 언변에 속아 넘어간 레이디가 몇이나 될지, 흥.”


속아 넘어간 레이디는커녕 사실상 모태솔로였는데 말이지.

그렇지만 언니의 실연을 생각하며 콧방귀를 뀌는 공주를 자극할 필요는 없는 일이라,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줬다.

치켜뜬 눈으로만 헬무트의 뒷모습을 쫓으면서.

이 세계에서 맡게 된 내 첫 번째 갈등 조정이, 호수처럼 고요하게 코앞에 도래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회생활 잘하는 조던 남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한 말씀을 올리게 됐습니다. +25 22.10.31 1,505 0 -
45 Chapter 15 – 암살자의 신조 (1) +2 22.10.30 907 44 16쪽
44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3.) +2 22.10.30 1,067 46 18쪽
43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2) +2 22.10.28 1,206 56 16쪽
42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1) +1 22.10.27 1,322 70 17쪽
41 Chapter 13 – 사농공상 (3.) +14 22.10.26 1,401 91 16쪽
40 Chapter 13 – 사농공상 (2) +2 22.10.25 1,531 70 19쪽
39 Chapter 13 – 사농공상 (1) +4 22.10.25 1,713 83 16쪽
38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3.) +9 22.10.23 1,834 94 16쪽
37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2) +21 22.10.22 1,926 83 17쪽
36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1) +8 22.10.22 2,097 88 15쪽
35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3.) +21 22.10.20 2,360 111 18쪽
34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2) +16 22.10.19 2,465 122 17쪽
33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1) +15 22.10.19 2,598 123 17쪽
32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3.) +12 22.10.18 2,766 144 19쪽
31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2) +9 22.10.17 2,837 126 16쪽
30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1) +10 22.10.16 3,027 146 16쪽
29 Chapter 9 – 갈등 조정 (3.) +15 22.10.15 3,169 159 18쪽
28 Chapter 9 – 갈등 조정 (2) +4 22.10.14 3,173 159 16쪽
» Chapter 9 – 갈등 조정 (1) +14 22.10.13 3,441 164 16쪽
26 Intermission – 반상을 뒤엎는 법 +21 22.10.12 3,438 192 16쪽
25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3.) +13 22.10.11 3,326 174 16쪽
24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2) +10 22.10.10 3,336 142 17쪽
23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1) +3 22.10.09 3,354 144 16쪽
22 Chapter 7 – 이벤트 알림 (3.) +4 22.10.08 3,358 135 16쪽
21 Chapter 7 – 이벤트 알림 (2) +2 22.10.06 3,475 133 14쪽
20 Chapter 7 – 이벤트 알림 (1) +4 22.10.05 3,745 137 15쪽
19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3.) +3 22.10.03 3,812 147 16쪽
18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2) +1 22.10.02 3,982 144 15쪽
17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1) +2 22.10.01 4,211 162 15쪽
16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3.) +5 22.09.30 4,463 146 16쪽
15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2) +6 22.09.29 4,550 170 17쪽
14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1) +10 22.09.28 4,670 187 15쪽
13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3.) +11 22.09.28 4,702 222 17쪽
12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2) +15 22.09.26 4,772 200 16쪽
11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1) +10 22.09.25 5,003 207 18쪽
10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3.) +5 22.09.24 4,995 206 18쪽
9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2) +7 22.09.23 5,074 194 16쪽
8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1) +17 22.09.22 5,073 202 16쪽
7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3.) +12 22.09.21 5,649 206 17쪽
6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2) +14 22.09.20 5,638 211 18쪽
5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1) +8 22.09.18 6,046 215 15쪽
4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3.) +13 22.09.18 6,262 256 17쪽
3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2) +10 22.09.16 7,197 232 16쪽
2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1) +11 22.09.15 8,938 255 15쪽
1 Prologue – 상사를 설득하는 법 +21 22.09.15 11,721 276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