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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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조던 남작······”
“정말 어리네요. 소문과 달리 어수룩해 보이지 않아요?”
“겉보기로 판단하지 말아라. 폭풍의 백작을 설득한 남자야.”
“옳은 말씀이오. 홀란츠 공은 말을 조심하게나.”
“네, 네. 아무튼 이 사업이 그의 진면모를 보여주겠죠.”
“아무튼 긴장되는구려. 그 유명한 올던의 천재를 만나다니.”
“102명의 남작을 구원한 수완가이기도 하지요.”
“거참, 다들 무슨 대귀족 보듯이 구시는구만.”
“쉿. 목소리 들리겠소.”
“뭐 어때서? 저런 젊은 친구에게 굽실거릴 것까진 없잖소?”
반응들 참 다양하네.
나름대로 볼륨 줄여서 대화하는 것 같기는 한데, 102인이 웅성대는 와중이라 앞쪽 사람들 얘기는 대충 들리더라.
덕분에 뢰프 백작의 별명이 폭풍의 백작이고 내 별명은 올던의 천재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참 뭐라고 해야 하나······
무슨 인력사무소 실장 된 기분이야.
익숙지 않은 여관 생활 탓인지 다들 행색이 말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귀족 체면 안 구기려고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있긴 한데, 그래봐야 옷의 남루함만 더 잘 드러날 뿐이었다.
저들이 나름대로 이 시대의 지식인층인데 말이지.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귀족들이 고작 전쟁 한 번으로 반 노숙자 꼴이 돼버렸다는 건 좀 황당한 일이다.
그래서 거기에 내가 모르는 어떤 메커니즘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고민을 접어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숙하십시오. 곧 영광스러운 튀링겐의 군주 네헤미아 뢰프 백작 전하의 맏아들, 루디어 공께서 드실 예정입니다.”
“오, 정말로 루디어 공이······”
“망나니 후계자가 이 사업의 책임자라니.”
“거기에 동참하게 된 것이 호재일지 악재일지······”
“말조심하게. 이름과 안전을 함께 보장받게 됐는데, 그것을 악재라고 말하고 다녀서야 되겠는가? 조용히 있게나.”
한동안 망나니 어쩌고 하는 웅성거림이 이어지더라.
루디어 뢰프 백작영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점이지 그게.
며칠간 알아보니 걔가 그런 험담을 들을 정도로 못된 짓을 하고 다닌 건 아니었다.
그저 말 좀 함부로 하고 일 몇 개 망쳤을 뿐.
그렇지만 동생이 왕도(王都)에서 천재로 명성을 떨치는 와중에 약점을 보인 거라서, 주가가 뚝뚝 떨어진 끝에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욕먹을 정도가 됐다는 듯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멍청해서 까기 좋은 재벌3세인 거지.
남작들 입장에선 기껏 대기업 입사했는데 하필 계열사 여럿 말아먹은 낙하산의 신규 부서에 발령 난 느낌이겠다.
입지가 입지니 대놓고 노려보지는 못해도, 전체적으로 불신감 가득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거다.
루디어도 그걸 감지했는지 작업장 들어온 뒤로 뭐라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하더라.
“루디어 공. 한마디 해주시지요.”
“음······ 조던, 네가 알아서 해.”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려나.
아카데미에서 돌아와 처음 맡은 청과물 상행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이후로도 뭐 하나 개운한 성과를 못 낸 녀석이다.
자신감을 가져보려 해도 마음 같지 않으리라.
그 점을 배려해 내가 대신 전면에 나섰다.
“튀링겐의 루디어 뢰프 백작영식께 영광을.”
“백작영식께 영광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올던의 남작 조던으로, 이후 루디어 공의 스승으로서 주요 업무를 대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일이 튀링겐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지는 여러분이 가장 잘 알고 계실 터. 힘써 일해 성과를 내주시리라 믿습니다······. 손 드신 분,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어흠! 나는 배링엄의 남작 브래들링이오. 백작 전하의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이 자리에 왔소만, 궁금한 게 많소. 영지를 잃고 방랑하는 남작 백여 명을 들이는 데는 필경 300세드마 이상이 소모될 터. 그렇게 우리를 모아 무엇을 하실 셈이오?”
“앞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하게 되겠으나, 당면과제는 필사입니다. 우리는 책을 만들 겁니다. 그것을 통해 1년 안에 500세드마 이상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 단기 목표입니다.”
“500세드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렇게 믿지 않던 남작들이지만, 이후 페어를 소개하고 그녀의 초기작들을 돌려 읽게 하자 금세 달라졌다.
젊은 남작들은 ‘이래서 백작이 두 팔 걷어붙이고 뛰어든 거로군’ 등으로 떠들며 신이 난 모양새.
다만 브래들링 남작을 비롯한 중년층 이상은 ‘그래도 500세드마는 무리지’ 중얼거리며 눈살을 찌푸리는 양상이었다.
그래도 사업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야.
조직의 업무에 있어서 회의감만큼 무서운 게 없다.
마치 악성 종양처럼 증식하며 팀의 사기를 깨뜨리니까.
회의감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하면, 더 이상 어떤 참신한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는 건 차치하고, 창의력이 필요 없는 단순노동마저 진척이 느려져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곤 했다.
그러니 업무의 타당성을 인정받은 건 쾌조의 스타트.
업무역량 테스트 과정부터는 태클 없이 착착 진행되더라.
금화 300개를 투자할 만한 사업이라는 공감대가 남작들에게도 의욕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이후 나는 102명의 남작을 총 세 개 조로 나눴다.
1조는 경륜이 있는 장년층 이상의 남작들로, 말하자면 거장 페어 리히터의 작업을 보조할 작가진.
정복왕의 일대기들을 교차대조해 일원화한 뒤 열두 살 소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해주는 역할이다.
그 외에 74인의 청년층을 2조로 삼아 초기 분량의 필사를 맡겼고, 19인의 소년층을 3조로 모아 완성된 필사본의 검수와 품질관리를 맡겼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수작업 만화공장이 가동된 뒤.
페어까지 해서 103명이나 되는 귀족들이 내 명령에 곳곳으로 흩어져 작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감격했다.
마치 중견기업 대표이사가 된 것 같고 그렇더라고.
다만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더라.
일단 1조는 첫 만남부터 정곡을 찔렀던 노신사 로이드 브래들링 남작이 조장직을 맡게 됐는데, 만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말이 잘 안 통했다.
“로이드 공,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정복왕 폐하의 유년기는 거의 나오지 않을 테니 나중에 보셔도 됩니다.”
“어흠. 조던 공이 물정을 잘 몰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모양인데, 무릇 위인의 전기를 쓸 때는 그가 어려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났는지를 상세히 서술하는 것이 기본이라오.”
“하지만 그림소설에는 그림소설의 방식이 있습니다.”
“어흠. 그대가 창안한 형식이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무릇 모든 예술은 궁극에 이르면 하나로 모이는 법이라오.”
“그렇군요. 헌데 로이드 공, 백작께서는 제게 여러분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왕가에 상납할 금액이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닌 만큼, 인원이야 얼마든지······”
“어흠! 앞부분은 다 본 것 같군. 슬슬 넘어가볼까······”
귀여운 꼰대라고 해야 하려나.
나이가 60이 넘어 몸도 잘 못 가누는 주제에 입만 산 할아버지라 탐탁잖았는데, 그래도 생사여탈권 앞엔 장사 없더라.
반면 2조의 조장인 메리언 하베르츠는 정반대.
내 권위는 충분히 존중하는 듯한데, 성격 자체가 사람 귀찮게 만드는 타입이었다.
“조던 공! 죄송하지만, 이 머리카락의 모양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예를 들면 이렇게 귀 뒤로 넘겨 묶은 것인가요? 그게 아니면 이렇게 끈으로 묶여 있는 것인가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느 경우건 그림으로는 드러날 일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필사하는 입장에서는 왠지 신경이 쓰이는걸요? 나중에 목욕 장면 등이 나올 것을 고려해서 이런 부분도 미리 정해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귀 뒤로 넘겨 묶은 것으로 정해두지요.”
“네! 고맙습니다, 조던 공. 이제 업무에 복귀할게요.”
그렇게 만화적 허용으로 넘어가면 그만인 주인공 머리 모양에 딴지를 거는 것부터 시작해, 이후로도 조원들의 의견이라는 핑계로 쓸데없는 문제들을 가져와 물어보더라.
독자들은 아무도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는 걸 알려면 일단 첫 작품이 출간돼야 할 듯.
마지막으로 3조장인 홀란츠 샤이데만은, 좋게 말하자면 일머리가 있는 녀석이긴 한데, 나쁘게 말하자면 영 게을렀다.
“조던 공! 조던 공, 제가 좋은 걸 떠올렸습니다.”
“어떤 걸 떠올렸지, 홀란츠 공?”
“다름이 아니라 제책 과정에서 조금 품을 덜 파는 방법인데요, 지금은 3조가 모든 페이지를 우르르 받아온 뒤에 페이지 순서를 맞추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럴 필요 없이 2조의 필사 페이지를 저쪽부터 이쪽까지 오름차순으로 맞춘다면, 저희는 순차적으로 쌓기만 해도 된다는 거죠! 업무 시간을 단축시키기 딱 좋지 않겠습니까?”
“미안하지만, 홀란츠 공. 인간은 톱니바퀴가 아니라네. 각자의 필사 속도가 다르기도 하거니와, 같은 페이지만 주구장창 그리게 만든다면 다들 금세 지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일부러 각자가 모든 페이지를 그릴 수 있도록 배분한 것일세. 생산성을 생각하는 것은 좋은 자세이나,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오히려 일이 틀어지고 만다네.”
“아······ 그렇군요! 역시 조던 공이십니다. 그럼 저는 다른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계속해서 농땡이 피울 방법을 모색해보겠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뭐 봐줄 만한 수준이긴 해.
시키는 일만 잘하는 직원은 성장에 한계가 있는 법.
부딪치고 깨어지는 연마의 과정을 자청하는 홀란츠는, 언젠가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인재가 될 수도 있을 듯했다.
그런 식으로 경력 없는 티 잔뜩 내는 신입사원들을 조율하는 데 열중했던 오전이 지나간 뒤.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에, 그동안 내 뒤만 얌전히 따라다니던 루디어가 오랜만에 입을 뗐다.
“흠······ 조던, 식사는 어떻게 할 거야? 인원이 많으니 미리 준비를 시켜야 하지 않아?”
“아, 못 들으신 모양이군요. 궁성에서 재료를 손질해 가져올 예정입니다. 바깥의 정원에 돗자리를 펴고 먹게 되겠지요.”
“아, 그렇군. 음······ 나는, 하는 일도 없는데 배가 고프네.”
그야 그렇겠지.
작업장 들어온 이래로 내내 긴장을 못 풀고 있었으니.
불안한 심리의 에너지 소모는 육체노동보다도 심한 법이라, 모르긴 몰라도 기사 훈련 때 이상으로 속이 허해졌으리라.
그런 상사에게 웃으며 고개를 저어줬다.
“왜 하는 일이 없다고 보십니까? 제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이 공의 임무인 것을요.”
“흥. 보고 배운다고 잘할 일인가.”
“당연하지요. 제가 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잖습니까?”
“······어렵지 않다고?”
“예. 말 몇 마디 하는 것 말고는 없는 업무입니다.”
“조던. 넌······ 귀어넬 같아.”
귀어넬이라고 하면 왕도의 아카데미에서 천재 소리를 듣고 있다는 백작가 2공자의 이름인데.
내가 그 열네 살 소년과 비슷한 지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서, 동생 때문에 고초를 치렀던 루디어의 반감을 산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루디어 공?”
“넌, 정말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남작만 백 하고도 두 명이야. 봉건계약으로 묶여 있었을 뿐, 자기 영지에선 왕처럼 군림하던 인간들이 그만큼이나 모였어. 거기서 잡음 하나 없이 일을 시키는 게 쉬운 일이라고?”
“주로 상대하는 것은 세 명의 조장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 조장들은,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가신으로 들일지 말지 고민했던 자들이야. 지닌 바 재능이 제법 멀리까지 알려져 있던 이들이라는 거야. 그들을 말 몇 마디로 휘어잡는 건, 천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런 일을 해놓고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게······ 귀어넬 같다는 거야.”
잘난 동생 둔 형의 비애가 드러난다.
여기선 정확히 어떤지 모르겠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격언이 일상적인 한국에선 그게 거의 사회적인 문제였다.
나만 해도 연년생 동생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참 힘들었지.
도영이는 쉽게 하는데 넌 왜 못하냐, 칭찬만 듣고 다니는 도영이한테 부끄럽지도 않냐, 그런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루디어도 아마 그랬을 거다.
두 살 터울 동생이 왕국 최고의 아카데미에서 천재 소리를 듣고 있으니 얼마나 조바심이 났겠어.
아마도 그래서 일찌감치 사업에 도전했던 걸 텐데, 그것마저 모두 실패해버렸으니 자신감을 상실한 만도 했다.
그런 부분도 내가 케어를 해줘야 하는 지점이지.
중간관리자란 건, 부하직원만 관리하라고 뽑는 게 아니니까.
“귀어넬 공은 무엇을 잘합니까?”
“걔는 다 잘해. 소문 들어봤을 거 아냐? 못하는 게 없어.”
“그렇군요. 허면 루디어 공은 무엇을 잘하십니까?”
“······놀리냐? 난 잘하는 거 없어.”
“확실합니까? 그저 노력하기 싫어 피하시는 게 아니라요?”
“뭐? 네가 감히······ 감히······ 그런 말은 하지 마.”
‘감히 그딴 말을’ 어쩌고 외치려다가 드리프트를 돈다.
애는 애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
우리로 치면 고1 나이라 고민이 많은 것도 이해는 되는데, 그렇다고 상사의 그 꼴을 내버려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루디어 공. 쓸데없는 생각 버리고 일에나 집중하시지요.”
“······흥. 그래. 너 같은 천재가 내 입장을 이해할 리 없지.”
“예. 저는 그런 고민을 안 하니까요.”
“당연히 안 했겠지. 귀어넬도, 그런 고민은 안 할 거고.”
“그런 뜻이 아닙니다. 천재면,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일에 능할 거라 보십니까? 자신에게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으리라 보십니까?”
“귀어넬이, 날 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설마.”
“2년의 터울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 하나 형보다 잘하는 것이 없었을 겁니다. 그때 귀어넬 공이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으십니까? ‘난 형보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라며 좌절했을까요? 그랬다면 그는 천재라 불리지 못했을 겁니다. 고민이야말로 모든 능률을 한참 떨어뜨리는 악마의 속삭임이니까요. 쓸데없는 고민을 버리고 그저 잘하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했겠지요. ‘형을 이기고 말겠어’라고 매일 되뇌면서요. 그 덕에 그만큼 빠르게 실력을 키울 수 있었을 겁니다. 천재란 하늘이 만들어주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루디어의 귀가 쫑긋하다.
천재로 알려진 조던 남작의 천재론이 궁금하긴 했나 보지.
“공은 어떠십니까? 그 천재 동생에게 짓눌린 채로 못난이 형 취급을 받는 현재가 만족스러우십니까? 그게 아니라면, 자세를 바로잡으십시오. ‘조던은 천재구나’ 따위를 생각할 시간에 ‘조던은 방금 왜 그렇게 말했을까’를 탐구하십시오. 그것만이 단 한 분야에서라도 동생을 이길 유일한 길이니까요.”
“······내가 귀어넬을 이길 수 있다고?”
“예. 귀어넬 공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신합니다. 그는 103인의 남작으로 이뤄진 거대한 사업체를 운영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루디어는 그 말에 눈알을 팽글팽글 굴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논리였던 모양.
처음 보는 순박한 반응이 의외로 귀엽더라.
“내가······ 내가, 할 수 있을까? 정말로 잘할 수 있을까?”
“귀어넬 공이 했던 만큼 노력하신다면요. 해보시겠습니까?”
“······한번, 해볼게. 잘 가르쳐줘, 조던······ 조던 공.”
그렇게 상사의 의욕마저 고취시킨 작업장 첫날.
103인의 남작은, 홍보용 소책자 200권을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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