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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 Be, But...

사회생활 잘하는 조던 남작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비벗
작품등록일 :
2022.09.15 03:52
최근연재일 :
2022.10.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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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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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6,119

작성
22.10.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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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Chapter 7 – 이벤트 알림 (3.)

DUMMY

지구에서 마법사의 복장이라고 하면, 보통은 뾰족한 모자를 쓴 간달프나 교복을 입은 해리 포터 등을 떠올릴 거다.

나 역시 그랬다.

지능캐의 상징답게 천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인물이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었다.

눈앞에 이 세계의 마법사가 실물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는 어딜 봐도 전사였다.

무려 전신을 가리는 철판갑옷인 플레이트아머를 착용한.

전체적인 체형은 작고 호리호리한 듯하긴 하지만, 다른 데서 만났다면 마법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법했다.


하지만 상대는 분명 마법사.

내게서 3미터쯤 떨어진 나무 옆에 설 때까지 작은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던 게 그 증거다.

플레이트아머를 입고 절그럭거리는 소리도 안 들리게 그만큼 다가온다는 건 말이 안 되니, 숙련된 마법사가 투명화나 정숙 같은 마법을 사용했다고 봐야 하는 거지.


그리고 마법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루디어에게 들은 얘기들에 따르면, 둘 중에선 후자 쪽이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투명화 마법은 시타델의 고위 마법사인 위저드들도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더라고.

그나마 소리를 차단하는 정숙 정도라면 어프렌티스 수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나.

아마도 저만치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기사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내게 접근한 게 아닐까 싶었다.


어쨌거나 그는 나무에 기대 선 채 나를 바라보는 중······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안 그래도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철판 투구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눈빛이고 뭐고 보이질 않는다.

같은 의미에서 ‘그’라고 불러도 될지조차 잘 모르겠더라.

마법으로 전해졌던 목소리는 쇠를 긁는 듯한 파찰음 재질이라서, 그것만으로는 성별 구분이 안 되더라고.


그런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은 물론 대화겠지.

일단은 생각을 접어두고 그를 향해 왼팔을 뻗어 보였다.


“아, 마법사 친구가 모습을 드러냈군. 관용적으로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이에게 ‘얼굴 한번 비싸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대는 정말로 비싼 얼굴을 갖고 있군. 그 플레이트 투구는 튀링겐의 배철러들도 가질 수 없는 물건이니 말이야.”

[응. 그 검은 누구의 물건이지?]


이번에도 소리가 귓가에서부터 울린다.

진짜 목소리를 들려줄 생각은 없는 모양.

그 태도가 마치 수틀리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뉘앙스로 느껴져서, 슬슬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리라.

사기를 잃은 적이야말로 가장 쉬운 사냥감이라는 진리를 되새기며, 나는 애써 가슴을 펴고 답했다.


“내가 이 검을 훔치기라도 했겠나? 나는 뢰프 백작가의 가신인 올던의 남작 조던 조던이고, 살면서 남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네. 더군다나 그대가 지금 보고 있는 마차는 왕실의 것이지. 그 앞에서 검을 패용한 귀족에게 주인 여부를 묻는 것은 지나치게 무례한 일이 아니겠는가?”

[말 잘하네. 틀린 말은 아니야.]

“또한 계속해서 마법을 통해 말을 전하는 것 역시 무례하다고 말할 수 있네. 내가 모시는 위대한 왕가의 귀인께서 돌아오셨을 때도 계속 그렇게 군다면, 참형을 면키 힘들 것이야.”

[왕가의 귀인, 공주?]


얘는 계속 말이 짧네.

얼핏 어린아이의 말투처럼 느껴질 정도라 좀 의아하긴 한데, 어쨌든 대화를 이어갈 의사는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게 내게는 희소식이지.

조만간 메리언이 기사들과 함께 도착할 거라, 시간은 내 편이라는 생각과 함께 느긋하게 말을 받아줬다.


“그 질문은 굉장히 의아하게 들리는군. 지금 튀링겐령에 왕족이 그분 말고 또 계시던가?”

[몰라서 물어본 거야.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 질문도 황당한걸. 그대 눈에는 내가 마차에 왕실의 문장을 새겨 위대한 가문을 참칭할 만큼 호기로워 보이나?”

[아니지. 그대는 겁쟁이야.]

“하하하! 편하게 생각하게나. 허면 이번엔 나도 하나 묻도록 하지. 그대는 혹시 어떤······ 검을 찾고 있는 건가?”

[맞아. 나는 검을 찾아야 해.]


검을 찾고 있다라.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하면 일단은 희소식이다.

다만 우리 일행이 숲에서 두 그룹으로 갈라지게 된 이유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 그대가 그 검을 찾기 위해 도적 떼를 움직인 건가? 그것을 가진 인물을 추적하기 위해?”

[정확해. 그를 봤어? 나는 그를 쫓고 있었는데, 도중에 길을 잃었어. 도적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아. 다 죽었나?]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

아무 보검이나 노리는 게 아니라 찾아야 할 물건이 있다는 점은 다행인데, 방식이 영 꺼림칙하단 말이지.

도적들을 고용한 마법사는 깡패를 고용하는 기업인보다도 무서운 존재일 터.

그 생각 탓에 좀처럼 다음 말을 꺼내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있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축을 은은히 울리는 말발굽 소리.

마침내 메리언이 기사들을 데리고 돌아오고 있는 듯했다.


그걸 마법사 역시 알아차린 모양.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잠깐 투구를 움직인 뒤, 이내 끄덕거리며 내 쪽을 돌아보더라.


[그대의 일행이 돌아오는 걸까? 공주?]

“그러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으나, 그대는 예를 갖출 준비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군. 왕족 앞에서 그렇게 얼굴을 감추고 있는 건 옳지 않다네.”

[맞는 말이야. 예의는 갖춰야 해.]


마법사가 투구의 깃을 잡고 들어 올린다.

나는 그 아래에 드러난 얼굴을 보고 흠칫해야 했다.

플레이트아머 안쪽에 있던 건, 열대여섯 살이나 됐을까 싶은 소녀.

그것도 마법이나 검술보다는 모델 포즈를 잡고 서 있는 게 더 잘 어울릴 듯한 금발의 미녀였다.


“와, 엄청난 미인······!”

“야, 미쳤어? 조용히 해.”

“그래, 마녀에게 밉보였다간 3대가 재수 없댔어.”

“예쁘다는 말이 밉보일 게 뭐 있어?”

“그야 모르지. 마녀들은 성격이 고약하다잖아?”


뒤쪽에서 종자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내 생각엔 예쁘다는 칭찬보다는 여성 마법사의 멸칭인 ‘마녀’ 쪽이 더 밉보일 말 같기는 한데······

다행히도 마법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했다.


[왜? 왜 빤히 봐?]

“······왕실을 수행하는 튀링겐의 남작으로서 미리 질문을 해둬야 할 듯하군. 그대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난 에르나. 시타델의 메이지야.]


내 머릿속에서 성채도시를 뜻하는 ‘시타델’로 번역되는 이곳의 단어는, 성채도시 또는 국제 마법학회라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 다의어다.

영어로 비유하자면 god은 신을 뜻하는 대명사고 God은 카톨릭의 유일신을 일컫는 고유명사가 되는 그런 느낌.

아마 건축기술이 미진했던 시절에 마법사들이 혁신적인 방법으로 최초의 시타델을 세웠기에 그 자체로 대명사이자 고유명사가 돼버린 게 아닐까 싶더라.


어쨌거나 그런 시타델은 대륙 최강의 마법사 길드.

성채도시 자체가 바티칸 같은 도시국가처럼 기능해서, 각국에 있는 지부들도 현대의 대사관 급 지위를 갖는다고 했다.

사실상 치외법권이라는 얘기지.

신을 모시기에 왕족의 성소 출입마저 강제할 수 있는 교단들과 더불어, 이 세계에서 봉건제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 극소수의 특수 세력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다만 시타델 쪽은 권력과 아주 먼 관계는 아니다.

당장 3왕비의 아들인 헬무트 왕자만 해도 그곳의 아카데미에서 마법학을 배우고 돌아온 입장.

신탁 없이는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는 교단들과는 달리, 이쪽은 얼마든지 외부와 교류하며 도시의 미래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이익집단이라고 봐야 했다.


그런 시타델의 2급 마법사인 메이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에르나는······

마법으로 목소리를 전하면서도 입술까지 움직이고 있다.

그럴 바에는 그냥 말을 하면 되지 않나 황당했는데, 문득 여러 의문점을 해명해줄 만한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시타델의 메이지, 에르나. 그대는 혹시 말을 하지 못하나?”

[정답이야. 그대가 독순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내 이야기를 들을 방법은 전성 마법뿐이야.]


······그러면 아이 같은 말투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성장 환경 때문이라고 봐야겠네.

마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언어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런 거였군. 그렇다면 아까의 무례는 용서하지.”

[용서하지 않는대도 상관없어. 검만 찾으면 돼.]

“그 검을 찾아오라고 지시한 이는 누군가?”

[말해줘야 할 이유가 없어.]

“공주 전하께서 하문하셔도 그렇게 답할 셈인가?”

[응.]


아이 같은 대답이 두 가지 가능성을 연상시킨다.

첫째는 치외법권인 시타델 상층부의 지시를 받았을 경우.

또 하나는, 린드벨라 공주보다 계승 서열에서 앞서는 헬무트 왕자의 명령을 수행 중일 경우.

둘 중 어느 쪽이든 꽤나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을 듯했다.


다만 그런 게 중요한 순간은 아니겠지.

상대가 조직의 지시를 받고 있을 뿐이라면, 불법적인 도적 집단을 이용했다고 해서 적대시할 이유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말에서 내려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내 쪽에선, 그대의 마법적 소통에 대해 무례를 논하며 함부로 빈정댔던 것을 사과하지. 사정을 알고서야 하는 사과에서 진정성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용서해주길 바라네.”


에르나는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고 있다.

그 상태로 5초 이상 대답이 없더라.

내가 뭔가 실수라도 한 걸까 싶어 머리를 굴리던 와중, 소녀 마법사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받아들일게. 조던 조던 남작은, 친절하네.]

“······조던 공이라고 부르면 되네, 메이지 에르나.”

[응. 에르나라고 불러, 조던 공.]

“그리하지. 사과를 받아줘서 고맙군. 공주 전하께서 돌아오시면 그대의 사정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하도록 하겠네.”

[응. 공주 전하는, 흔적 따라갔어? 검 가져와?]

“도적들이 전투를 펼친 흔적을 따라갔던 건 사실이나, 그대가 말하는 검을 회수해 오실지는 모르겠군. 우리는 그저 왕도로 향하던 여행의 와중에 휘말렸을 뿐이니. 그리고- 음.”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푀일의 모습이 보인다.

그 곁에서 공주와 레오도르 등도 보조를 맞춰 함께 말을 달리는 걸 보니, 메리언이 합류했을 때는 이미 일이 끝나 있었던 모양.

그래서 나와 종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다 함께 급히 돌아오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들 중 데인의 말안장에 사람 하나가 실려 있다.

갈색 머리카락을 허리에 닿도록 기른 남자.

도적 떼와는 전혀 다른 복색인 걸 보니 아마도 그가 바로 에르나가 찾던 검 도둑인 모양인데, 그 복색이라는 게 얇은 천옷이라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갑옷조차 안 입은 채로 도적 십수 명을 베고 도주한다는 게 대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어서.


그 무렵에 에르나도 그 남자를 발견한 모양.

그리고 그녀 역시 오래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다.


[검이 없어.]

“푀일 경이 회수했을 걸세. 저기, 두 자루를 갖고 있잖나.”

[그러네. 어느 쪽이지?]

“그걸 내게 물어본단 말인가? 그대는 자신이 찾는 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것인가?”

[만져보면 알 수 있어. 마법검이거든.]


······그러면 시타델 메이지가 출동한 게 이해가 되네.

이 세계의 마법검은 현대로 치자면 수백억짜리 미사일이다.

실제로 그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는 건 아니고 가치로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

워낙 큰 명예와 상징성을 가진 물건이라, 마법검 하나 때문에 영지전이 벌어져 무수한 생명이 희생된 적도 많다고 했다.


그래서 난 솔직히 좀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정말 견물생심이 되면 어쩌나 해서.

왕실 기사들이 소녀 마법사 하나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불안해진 건 아니고, 역으로 린드벨라가 돈에 눈이 멀어 살인멸구를 노리면 중간에서 내 처지가 곤란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우더라.

내게서 에르나와 나눈 대화에 대해 전해 들은 공주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푀일에게 손짓을 보냈다.


“시타델 지부에서 어떤 마법검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 검을 갖고 있던 놈은 지쳐 쓰러져 있어서 아무 말도 못 듣긴 했는데, 행색이 남루한 게 훔친 물건 들고 도주하던 것 같다고 생각 중이었어. 명예로운 왕실의 기사로서 우연히 줍게 된 물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일. 돌려줄게, 시타델의 에르나.”

[······고마워.]

“······대답이 없네? 조던 공, 내가 뭔가 말실수를 했어?”

“아, 아닙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검을 넘겨주고 빨리 움직이자. 더 지체하면 땅거미가 깔릴 거야. 난 밤길은 싫어해.”


어째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 보이네.

오랜만에 칼싸움 좀 하나 싶다가 쓰러진 도둑 하나 데려오는 걸로 끝난 게 허무했던 걸지도.

그럼에도 왕실 기사의 자부심으로 정직한 선택을 내린 게 가상해서, 고개를 숙여 예를 올려 보였다.


그렇게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려던 와중.

공주에게 예를 올린 에르나가 검을 끌어안고 나를 돌아본 순간에, 데인의 말에 얹혀 있던 남자가 눈을 떴다.


“내 검······ 내 검! 내 검을 돌려줘!”

“이놈, 시끄러워. 조던 공, 이 도둑의 처우는 어찌하는 게 좋겠습니까?”

“난 도둑이 아냐! 가문의 검을 돌려받았을 뿐이야!”


린드벨라가 말했듯 남루한 행색이다.

적어도 열흘 이상 노숙을 한 듯한 모양새고, 사람 자체도 흔한 20대 청년일 뿐 특별해 보이는 구석이 없고.

그러니 도둑이라고 단정 지어도 괜찮을 상황.

그렇지만 내 눈엔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은 안 보였다.


“에르나. 저 자가 한 말이 사실인가?”

[몰라. 난 검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야.]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 해도, 맥락으로 느낀 지점이 있었을 것 아닌가? 시타델이 검을 회수하는 일은 정말 정당한가?”

[친절한 조던 공, 나는 거기에 대해 대답할 수 없어.]

“제발! 제발 이걸 좀 풀어줘! 나는 검을 가져가야만 해! 아버지가 목숨과 맞바꿔 발굴한 유물이야······ 제발 돌려줘!”

[조던 공. 난 그대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길 바라.]


······이거 골치 아프네.

어딜 어떻게 봐도 거대 군산복합체의 욕심 때문에 죄 없는 한 가문이 유린당한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하지만 그게 이 동네의 순리라면 순응할 수밖에-


“아, 시끄러워. 조던 공! 저 도둑 딱 봐도 튀링겐 사람인 것 같은데, 그대가 알아서 해. 난 이런 일엔 관심 없으니까.”

“······린드벨라 전하, 눈감아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들은 것도 없고 본 것도 없다는 얘기야. 난 기사니까.”


말괄량이 주제에 기사도의 화신 같은 소리 하기는.

그렇지만 애초에 튀링겐 입장에서도 시타델을 상대로 대립각을 잡는 건 무리일 거고-


“흠. 조던 공, 그대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시타델이라 해도 튀링겐 사람의 재산을 갈취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

“······레오도르 경, 백작께서 그걸 바라시겠습니까?”

“예. 폭풍의 백작께선 마법사를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평소답지 않게 목소리를 낮춘 레오도르의 조언까지 듣고 나서, 나는 머릿속에 알림음이 울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건 말하자면 새로운 이벤트의 선택지.

아버지를 말하며 울부짖는 남자를 돕는다면 거대한 방산업체와의 사이가 껄끄러워질 거고, 미소가 예쁜 벙어리 마법사의 편을 든다면 앞으로 오랫동안 죄책감을 느껴야 하리라.

마침내 생존과는 무관한 관점에서 나와 튀링겐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온 셈이지.


그 현실 앞에서, 나는 오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확신하면서.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내일까지만 좀 늦고 연재시각을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10.08 09:58
    No. 1

    음..
    저 남자가 안됐긴 하지만..

    그렇다고 튀링겐이 손해를 보는 것도 좀..?


    무엇보다 저 마법사의 능력이 가늠이 안됌.
    그리고 마법사 잡을 수 있대도, 아군 피해 예상불가에

    혹시 모를 마법으로 도망쳐서
    놓치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 ㅠㅠ..


    튀링겐이 진짜 주인공이 살던 나라고,
    저 사람이 상당한 동질감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몰라도..

    아니, 그렇다 쳐도
    <굳이> 내 손해 감수하며 구해줄 필요가??

    중세는 정글2라귯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7 비벗
    작성일
    22.10.09 09:43
    No. 2

    앗,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도 그렇고 주인공도 그렇고 손해를 보는 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향후로도 염려하시는 전개가 될 일은 없을 듯합니다. 그 이득들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2.10.18 18:30
    No. 3

    중세!!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萬山
    작성일
    22.10.25 15:11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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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잘하는 조던 남작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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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한 말씀을 올리게 됐습니다. +25 22.10.31 1,505 0 -
45 Chapter 15 – 암살자의 신조 (1) +2 22.10.30 907 44 16쪽
44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3.) +2 22.10.30 1,067 46 18쪽
43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2) +2 22.10.28 1,206 56 16쪽
42 Chapter 14 – 권리를 수복하는 법 (1) +1 22.10.27 1,322 70 17쪽
41 Chapter 13 – 사농공상 (3.) +14 22.10.26 1,401 91 16쪽
40 Chapter 13 – 사농공상 (2) +2 22.10.25 1,531 70 19쪽
39 Chapter 13 – 사농공상 (1) +4 22.10.25 1,713 83 16쪽
38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3.) +9 22.10.23 1,834 94 16쪽
37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2) +21 22.10.22 1,926 83 17쪽
36 Chapter 12 – 스승을 설득하는 법 (1) +8 22.10.22 2,097 88 15쪽
35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3.) +21 22.10.20 2,360 111 18쪽
34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2) +16 22.10.19 2,465 122 17쪽
33 Chapter 11 – 왕국의 몽상가 (1) +15 22.10.19 2,598 123 17쪽
32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3.) +12 22.10.18 2,767 144 19쪽
31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2) +9 22.10.17 2,837 126 16쪽
30 Chapter 10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1) +10 22.10.16 3,027 146 16쪽
29 Chapter 9 – 갈등 조정 (3.) +15 22.10.15 3,169 159 18쪽
28 Chapter 9 – 갈등 조정 (2) +4 22.10.14 3,173 159 16쪽
27 Chapter 9 – 갈등 조정 (1) +14 22.10.13 3,441 164 16쪽
26 Intermission – 반상을 뒤엎는 법 +21 22.10.12 3,438 192 16쪽
25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3.) +13 22.10.11 3,326 174 16쪽
24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2) +10 22.10.10 3,336 142 17쪽
23 Chapter 8 – 마술사와 마법사 (1) +3 22.10.09 3,354 144 16쪽
» Chapter 7 – 이벤트 알림 (3.) +4 22.10.08 3,359 135 16쪽
21 Chapter 7 – 이벤트 알림 (2) +2 22.10.06 3,475 133 14쪽
20 Chapter 7 – 이벤트 알림 (1) +4 22.10.05 3,745 137 15쪽
19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3.) +3 22.10.03 3,812 147 16쪽
18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2) +1 22.10.02 3,982 144 15쪽
17 Chapter 6 – 마음을 확인하는 법 (1) +2 22.10.01 4,211 162 15쪽
16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3.) +5 22.09.30 4,463 146 16쪽
15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2) +6 22.09.29 4,550 170 17쪽
14 Chapter 5 – 조던 남작을 찾아서 (1) +10 22.09.28 4,670 187 15쪽
13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3.) +11 22.09.28 4,702 222 17쪽
12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2) +15 22.09.26 4,772 200 16쪽
11 Chapter 4 – 핑크 프린세스 (1) +10 22.09.25 5,003 207 18쪽
10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3.) +5 22.09.24 4,995 206 18쪽
9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2) +7 22.09.23 5,074 194 16쪽
8 Chapter 3 – 중간관리자의 역할 (1) +17 22.09.22 5,073 202 16쪽
7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3.) +12 22.09.21 5,649 206 17쪽
6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2) +14 22.09.20 5,638 211 18쪽
5 Chapter 2 – 몰락귀족이 살아가는 법 (1) +8 22.09.18 6,046 215 15쪽
4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3.) +13 22.09.18 6,262 256 17쪽
3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2) +10 22.09.16 7,197 232 16쪽
2 Chapter 1 – 튀링겐의 군주 (1) +11 22.09.15 8,938 255 15쪽
1 Prologue – 상사를 설득하는 법 +21 22.09.15 11,721 27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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