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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 님의 서재입니다.

응답하라,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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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홍규
작품등록일 :
2024.05.09 11:46
최근연재일 :
2024.06.07 12:0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404
추천수 :
393
글자수 :
112,105

작성
24.05.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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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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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응답하라트라이앵글012-수정

DUMMY



“하아!”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은 없다.


다들 시선이 트롤에게로 쏠려 있었다.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












어느 순간 좌우로 아무도 없었다.


미리 눈 여겨 보았던 곳으로 달렸다.


어둠 속이지만 야영지 도착해서도 눈에 딱 들어온, 높이가 엄청난 큰 나무였다.


이런 나무는 아랫쪽으로는 거의 계단 비슷하게 뿌리가 뒤엉켜 있다.


그런 곳을 밟아 빠르게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오르고 나서는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들에 매달려 버둥거리며 올라갔다.


얼마나 올라갔는지 몰랐다.


문득 잠깐 멈춰 아랫쪽을 내려다 보았다.


야영지가 훤하게 보였다.


위쪽의 귀족 일행들쪽도 난리가 났다.


기사들은 사방으로 날아가 쓰러져 있다.


병사들이 겁에 질려 창대로 견제를 할 뿐이다.


여행자 무리도 두 마리의 트롤이 날뛰는 것에 따라 이리저리 몰리고 있었다.




높은 것 같기도 하고, 살짝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올라갔다.


거의 45도 각도 이상으로 아랫쪽이 내려다 보였다.


눈을 질끈 감았다.


고개를 돌렸다.


끔찍한 비명 소리, 트롤의 고함 소리...




스스로 얼마나 비겁한 놈인지를 생각했다.


자책을 하고 자괴감에 빠져 괴로웠다.


그렇지만!


내가 용기를 낸다고 해서 내가 살 가능성은?


내가 용기 내서 죽었다면 내 동생 성연이는?


부모도 없는데 이제는 오빠 마저 행방불명되어 혼자 세상을 살아야 한다.


뻔히 결말을 아는데 나서야 하는 걸까?


만약 성연이가 저 저리에 있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


그랬다면 진즉에 성연이를 들쳐 업고 어디론가 멀리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이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겠지.




아주 오랫동안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소리, 연기 냄새, 괴물들의 울부짖음.


동쪽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 올 무렵 난동은 끝이 났다.


트롤은 말, 사람 할 것없이 양손에 잔뜩 움켜쥐고 숲으로 사라졌다.


물론 실컷 배를 불린 후였다.


트롤이 사라지고 조금 있으니 숲에서 몇 사람이 살금살금 기어 나왔다.


저들도 나처럼 목숨을 건지려 숨었던 것이니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너무 성급한 것 아닐까?


그냥 내 생각이다.


말로 할 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 지켜 보았다.


아마도 욕심일지도 모른다.


저들은 짐을 뒤적거렸다.


그때.


그들은 몰랐지만 내 눈엔 보였다.


숲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


오크였다.


트롤이 난리친 곳에 한 다리 걸치려는 것.


몬스터는 스스로 사냥도 하지만 저렇게 스캐빈저 역할도 한다.




경고를 해줄까 말까 하는 사이에 벌써 늦었다.


포위망을 형성한 오크들이 숲에서 몰려 나왔다.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중과부적.


생존자는 고작해야 열 댓명인데 오크는 수십 마리가 넘었으니까.


생존자들이엇던 사체, 트롤이 채 가져가지 못했던 말과 사람 시체들.


다 오크의 차지다.


아니다.


오크들도 다 가져가지 못했다.


오크들이 말과 사람 시체 끌고 가자 더 작은 몬스터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숲에서 나왔다.


달려들어 그 자리에서 뜯어 먹는다.


멀리, 높은 곳에서 봐도 끔찍하다.


‘나도 저렇게 됐겠지?’싶은 마음이 드니 가슴이 아팠다.


온 몸이 벌벌 떨렸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숲 속의 공터는 조용해졌다.




처참하고 끔찍한 현장이다.


마차들은 절반쯤은 뒤집어져 있었다.


작은 몬스터들, 작은 동물들까지도 사라진 공터는 그저 햇살만 가득했다.


천천히 나무를 내려왔다.


주변을 끊임없이 살펴 보면서.


아까 먼저 나온 이들의 조급함, 성급함의 우를 나도 범할까봐.




나무에서 완전히 내려섰음에도 숲은 새소리만 날뿐이다.


이번엔 내 차례.


트롤도 그랬지만 오크들도 말에게서는 가죽 띠나 고삐 같은 걸 싹 훑어내고 들고 간다.


사람에게서는 옷을 좍좍 찢어 알몸으로 만들어 가져간다.


그러니 옷이나 천 찢어진 것이 잔뜩이다.


부서지고 망가지고 부러지고 깨어진 조각들.


찢어지고 널부러져 있는 천조각들.


바닥에 온통 피.


그런 중에 마차를 가진 상인들의 짐을 뒤졌다.


아무래도 그런 이들이 그저 말 한 마리 끌고 다니는 상인 보다는 부자겠지.


아니면...


귀족들 행렬쪽을 쳐다 보았다.


귀족들은 어떨까?


상인들 쪽을 보다 발을 귀족 행렬로 돌렸다.


아무래도 상인보다는 귀족이 더 부자일 것 같았다.




작고, 비싼 것.


그게 기준이다.


말도 없는데 괜히 부피 크고 무거운 걸 지닐 필요는 없지않은가?


얼마나 뒤진 걸까?


마차로 향했다.


귀족의 승용 마차는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을 끌어내려던 것 같았다.


마차 근처로 여자들의 드레스 천 같은 것들이 잔뜩 찢겨 흐트러져 있었다.


‘여자들도 있었나보네...’


안 됐다는 마음도 있지만.


당장은 내가 더 급하다.


옷이었던 천조각도 뒤지고 부서진 마차도 뒤졌다.


여자들의 핸드백 같은 것도 있다.


마차의 의자 밑에는 상자들도 들어 있다.




부러진 칼, 가죽 벨트, 찢긴 가죽 갑옷 같은 것들.


‘으응?’


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전령 가방?


서류 가방?


어깨끈이 길어 어깨에 가로질러 매는 가죽 가방.


어깨끈은 끊겨 있지만.


보통 급박한 전투 시에 무기 말고는 챙기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저런 투박한 가죽 가방을 굳이 챙긴다고?


비밀 서류인가?


갑자기 호기심이 들어 가방을 집어 열어 보았다.


‘어어어...’


더 이상하다.


빈 가방이다.


이건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안에 손을 넣어도 보고 뚜껑을 열고 벌려 안을 들여다 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바닥에 놓고 다른 것들을 뒤지다 문득 그 가방에 귀금속이나 장신구 같은 거라도 넣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끊긴 어깨끈 부분은 일단 그냥 묶었다.


좀 짧게 만들어 어깨에 걸었다.


허리춤까지 올 것이 겨드랑이에 바싹 붙은 식이다.


뚜껑을 열고 그 안에 핸드백이나 작은 상자에 들어 있던 장신구 같은 것을 챙겨 넣었다.


아니면 금화.


그 가방 말고서도 등짐으로 질 수 있는 가방 같은 것들을 챙겼다.


안을 비우고 그 안에 작고 값비싼 것들로만 챙겼다.




“윽!”


부서진 마차의 깨진 조각에 손을 다쳤다.


피가 주르륵 흐른다.


‘젠장, 곪으면 안되는데...’


퍼뜩 그 생각부터 들었다.


내 가방이 어디에 있을까?


그때 였다.


뚝뚝 떨어진 피가 묻었던 가죽 가방이 갑자기 요동을 치는 느낌이 들었다.


“어어어...”


놀라 어버버 거리는데 갑자기 떨림이 사라졌다.


다친 손을 조심해가면서 가방을 벗었다.


요리조리 살펴보다 문득 깜짝 놀랐다.


겉에 묻었던 피가...없다.


‘흡혈귀?’


처음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에이, 그건 좀 아니고. 뭐지? 피...피...각인?’


각인이란 생각에 가방 뚜껑을 열고 안으로 손을 넣었다.


‘헉!’


바닥이나 옆이 닿지 않는다.


손은 그냥 허공에 있는 것처럼 아무 것도 닿지 않았다.




이리저리 해보고서야 알았다.


속으로건 겉으로 내서건 말로 해야 한다는 것.


약간의 의지? 염원? 그런게 있어야 하나 보다.


그냥 대충 뭐! 이렇게 해봐야 안 된다.


묘하게 의지나 염원 같은 것이 요구되나 보다.


안에 넣어두었던 장신구 같은 건 모두 안에 제대로 수납되어 있다.


공간확장 가방인 것이다.


몬센에게도 부탁을 했던, 바로 그 물건.


비싸서, 귀해서, 구하기 어렵다는 그것.


마법물품.




일단 잠깐 연습해 보고 사용 방법을 알아 낸 후에 서둘렀다.


어지간 한 것들은 다 넣을 수 있을 테니까.


실제로 이 가방 안에는 수천 자루의 밀과 보리가 들어 있다.


칼, 방패, 창 같은 무기도 수백 벌이 들어 있다.


움직이는 창고다.


휴대용 창고.


그래서 나도 마차, 상자, 자루 같은 것들을 모조리 마법 가방 안으로 다 집어 넣었다.


찢겨진 옷가지나 부러지고 망가지고 부서진 것들은 빼고.


아니, 그런 것들 중에서 철로 만든 것은 다 챙겼다.


귀족 행렬 것을 챙기고 여행자 무리로 돌아왔다.


여기서도 마차와 자루와 상자들을 모조리 넣고 잠시 망설였다.


수도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도로 돌아갈 것인가?


듣기로는 수도 쪽도 아직 만만치 않게 남은 것 같았다.


토레에서부터 생각하면 많이 온 편이지만.


어서 움직여야 할 것이다.


해가 머리 위에까지 올라 왔으니까.


모르는 앞 길 보다는 아는 뒷 길?


아니면 안전한 뒷길인지 불안한 앞길인지?


아니, 굳이 그런 식으로 단정할 것은 아니다.


비록 모험은 필요하지만 목숨을 내 걸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돈 잘 벌어서 성연이와 행복하게 사는 거 아니었나?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처음의 계획대로.




일단 후퇴.


수도는 다음에 다시 가도 될 것 아닌가?


꼭, 반드시 지금 가야만 할 이유는 없다.


거기 가면 대도시니까 뭔가 돈벌이가 될 것이 눈에 띄지 않겠냐는 희망.


그걸 기대하며 가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


스스로에게도 물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마법 가방은 귀족의 물품이다.


그런 걸 가지고 수도에 들어가거나 머문다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들킬 위험은?


그 귀족의 가족이라거나 친척이라거나...


혹시 재산 등록을 해놓은 건 아닐까?


보험이라도 들어 놓았거나.


추적마법?


이런 거 있을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뒤돌아서서 여태 왔던 길을 되짚어 걸었다.


모든 짐을 마법 가방 안에 넣었기에 맨몸이 되어 매우 빠르게, 반은 뛰는 것처럼 가볍게 걸었다.


어차피 내리막 길이기도 했다.


산 아래, 큰 개울 건너 마지막 마을이 있었다.


꽤 큰 마을.


구불구불한 산길을 반쯤 뛰는 것처럼 빠르게 걸어 내려가며 생각을 했다.


‘아니야, 그 마을에 가서는 안 되겠다. 날 모른다 해도 저 산에서 내려온 걸 알 테니. 그러면...우회해야 하나?’


큰 산을 혼자 넘어온 사람은 수상하게 여길 것이다.


다들 떼로 모여서 다니는데.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엔 해가 지평선 너머로 막 넘어 갈 때였다.


완만한 길을 한참 내려온 참이다.


이제 곧 평지.


숲을 나서면 멀리서 그 마을의 목책이 보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망루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마을 중앙에 높은 망루가 있었다.


숲이나 고개쪽만 감시하는 건 아니다.


그들에게는 평야쪽에서 몰려오는 적도 무서울테니까.




마을이 보이지 않을 정도에서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살펴보았다.


저만치 숲이 끝나는 곳에서 한참 떨어져 개울이 있고 그 개울 건너 농토.


그 농토끝에 마을을 두른 목책이 보인다.


해가 거의 저물어서 뿌옇게 보인다.


마을 좌우를 살폈다.


마을을 지나면서 개울은 확 넓어진다.


그 전에는 조금 좁지만 물살은 빠른 편.


마을을 나서 산으로 접어들 때 개울을 건넜다.


마차들은 좀 편했고.


사람들은 허리 깊이 까지 빠져서는 빠른 물살에 저항하느라 애를 먹었다.




조금 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릴 일은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멀다.


나무에서 내려와 하류쪽으로 슬금슬금 걸었다.


모래밭.


거기서 부츠를 벗고 단화로 갈아 신었다.


바지도 벗었다.


방어력을 높인 가죽 바지다.


무겁고 투박하다.


물에 젖으면?


엄청나게 무거워진다.


아랫도리는 팬티 바람에 단화만 신고 개울을 건넜다.




넓어졌고 바닥의 돌이 미끄러웠지만.


물살은 약해졌고 깊이도 허벅지 정도였다.


개울을 건너 한참 말렸다.


다시 바지를 꺼내 입고 신발도 갈아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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