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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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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7.22 21:15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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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9,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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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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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DUMMY

-짐승-



머물렀던 여관에 돌아갔지만 선님은 보이지 않는다.


한 쪽에 선님의 짐이 있는걸 보아하니 이곳에 들리지 않았거나 혹은 일부러 놔둔 걸 보아 아직 주인님과 헤어질 생각은 없어 보인다.


선님의 짐을 비롯해 모든 짐을 챙겨 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 쫌이면 상황은 모두 마무리됐겠지.


희의 집 앞으로 돌아가니 바닥엔 핏자국만 보일 뿐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치웠나 보네.


희나 엄마가 치웠을 리는 없고.


주인님은 더더욱 그럴 리가 없으니 판금 갑옷이 치웠나?


아닌데.


분명 비명이 들렸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핏자국은 하나다.


뭐가 됐든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희의 집 앞으로 가 문을 두드리니 희가 문을 살짝 열고 날 올려다본다.


“아저씨?”


“네. 저예요. 혹시 주인님은 어디에 계신지 알고 계세요?”


“저기에 계세요.”


희가 문틈으로 손가락을 뻗어 한곳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려 가리키는 지점을 확인한 후 다시 희를 쳐다봤다.


“괜찮으세요?”


희가 환한 미소를 지어 내 말에 대답했다.


웃어?


바로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걸 봤는데 웃는다고?


9살이면 죽음의 의미는 알 나이잖아.


“네. 저는 괜찮아요. 아니, 오히려 좋아요. 우리 엄마를 괴롭히던 못된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사실 조금 더 고통을 받았으면 했는데 그게 아쉬워요.”


아···.


“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9살이야.


희는 겨우 9살이라고.


그런데 누군가의 죽음을 기뻐하고 나아가 고통을 받았으면 이라니.


세상이 어떻게 이런 일이.


아이는 누군가의 죽임에 기뻐하면 안 돼.


아이는···.


“아저씨? 무슨 문제 있어요?”


희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아, 아닙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럼 이만.”


“밖에 누구 왔니?”


주인님이 계신 곳으로 향하려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짐승 아저씨예요.”


희가 대답하자 엄마가 문을 조금 더 열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엄마는 이 아저씨와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얌전히 있을 수 있지?”


나랑 무슨 얘기를 하려고?


“네.”


희의 대답에 엄마가 밖으로 나와 문을 닫고 날 쳐다본다.


“잠시 저쪽으로 걸으실까요?”


나는 대답 없이 엄마가 이끄는 대로 걸었다.


“반가워요.”


희의 집과 주인님이 계신 곳의 중간쯤에 오자 엄마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네, 반갑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주인인가요?”


“네.”


“그렇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여길 떠나세요. 당신의 주인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어요.”


곤란한 상황?


“그리고, 저희도 그렇고요.”


“잠시만요.”


지금 주인님 때문에 자기가 곤경에 처했다는 거야?


“당신의 말은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쳤어야 했다는 겁니까?”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은혜도···!”


격앙된 내 목소리가 주인님과 희의 귀에 들어갈까 봐 급히 입을 다물고 주인님과 희가 있는 집을 각각 쳐다봤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은혜도 모르는 짐승 같으니. 주인님께서 곤경에 처한 하찮은 짐승에게 친히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는데. 뭐? 주인님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고? 네가 어린 사람의 아이를 돌보고 있으니까 네가 사람이라도 된 거 같아? 착각하지 마. 넌 짐승이야. 더럽고 천한 나와 같은 짐승이라고.”


엄마의 눈빛이 흔들린다.


“네. 알고 있어요. 제가 짐승이란 걸.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는데··· 말주변이 없어 전달하고 싶은 바를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우선 사과할게요.”


엄마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저 죽은 사람의 뒤엔 족장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거였어요.”


“흥! 주인님이 그깟 족장을 무서워하실 것 같아? 주인님은···.”


아차! 쓸데없는 얘길.


“무슨 일이지?”


어느새 주인님이 밖으로 나오셔서 우리를 쳐다보시며 말씀하셨다.


“아, 아니에요. 이 짐승이 저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나는 급히 웃는 표정을 지으며 주인님의 말씀에 대답했다.


“··· 선은?”


주인님은 엄마와 나 사이에 생긴 험악한 분위기를 눈치채신 모양이지만 신경쓰지 않으시는건지 선님의 행방을 물어보셨다.


“짐밖에 찾지 못했어요.”


선님의 짐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주인님은 선님의 짐을 한참이나 쳐다보시더니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안으로 돌아가셨다.


“저기···.”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나도 주인님을 따라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님은 탁자에 발꿈치를 얹고 이마로 손을 짚은 채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계셨다.


나는 주인님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싶지 않아 조심조심 걸어가 짐을 내려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길 얼마간.


“우리가 도깨비산에 들어가기 전에. 어느 한 마을에 들렀다.”


2번째로 도깨비산에 들어갔을 때를 말씀하시는 거지?


“네. 거기서···.”


“내가 감옥에 갇혔지.”


맞아. 주인님은 그때 감옥에 갇히셨지.


근데 나는··· 나는 뭘 하고 있었지?


아무런 기억이 안 나.


분명 주인님과 선님을 봤고 무엇을 하셨는지 기억은 있는데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없어.


“거기서 선은 네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네?”


선님이 날 청부했다고?


선님이 날 비롯해 모든 짐승을 싫어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 그래도 쓸만한 짐승으로 생각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은 지독한 사람 중심주의자다. 선은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여자다.”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낌새가 느껴지기는 했어.


“심포에서 아가씨가 짐승 하나를 들이셨다. 선은 극구 반대했지만, 아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름까지 지어주셨지. 참지 못한 선은 길길이 날뛰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에게 잡혔지.


“어찌해서 선을 찾아냈고 그 과정에 붙잡은 짐승을 경비대에 넘겼다. 그리고 선은 광장에서 화형당하는 짐승을 보고 크게 슬퍼했다. 나는 그 짐승과 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른다. 하지만 난 그 모습을 보고 선이 조금이나마 사람 중심주의적인 사고에서 탈피했다고 생각했다.”


주인님은 여전히 눈을 감고 손에 이마를 댄 채 말씀하셨다.


“마라는 짐승이 있었다. 아가씨가 이름을 붙여준 짐승이지. 아가씨가 처음 사도의 모습이 된 날. 아가씨는 이성을 잃으시고 짐승에게 벼락을 뿜어내셨다. 짐승은 절명했고 선은 또다시 슬픔에 휩싸였다. 나는 짐승의 시체를 두고 가자고 했지만, 선은 반드시 묻어줘야 한다며 내게 화를 냈다. 난 그 시점에서 선이 사람 중심주의적인 사고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확신했다.”


주인님이 의자에 등을 기대신다.


하지만 여전히 눈은 감고 계셨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선이 용병에게 널 청부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선은 자기 딴에 내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했던 모양이었지만 내 귀를 벗어 날 수 없었다. 용병이 임무를 완수해 너를 죽이면 나는 반드시 선을 추궁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선과 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졌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네가 죽는 걸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아, 그런 일이.


“단순히 네 곁에 있으면서 암살을 방해한다는 선택을 할 수도 없었다. 착수한다면 반드시 내가 막아냈을 것이고, 선은 내가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낼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나를 떠났을 테니까. 그래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시행하기 전에 주인님과 선님을 제외한 이 일을 알고있는자의 입을 막아버리는것.


선님이 용병을 왜 죽였는지 궁금해하겠지만 주인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시면 절대 모를 테니까.


“청부를 맡은 놈은 죽여버리고 옆에서 들은 놈들은 팔을 하나씩 날려 입을 닥치게 했다. 나는 그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어 선을 의심하는 척을 했다. 선은 변명했고 나는 적당히 의심하는 척을 한 후 속아 넘어가 주었다. 그렇게 그 일은 넘어갔다.”


“주인님은 선님이 떠나는 걸 원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그래. 나는 어느새 선을 친구라고 여겼고 누군가를 죽이고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선을 붙잡아두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과 다르게 선에게 헤어지자고 밥 먹듯이 말했다. 나는···.”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주인님의 말을 끊었다.


“누, 누구세요?”


나는 선님인가 싶어 문을 활짝 열었다.


하지만 나를 반기는 건 엄마의 목에 칼을 대고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이다.


“흐흐흐, 내가 이대로 물러날 줄 알았어?”


판금 갑옷을 입은 사람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랑··· 같은 사람이지?


안 죽었어?


급히 주인님을 돌아보니 여전히 눈을 감고 손을 이마에 얹은 채 계셨다.


“같잖은 자세 취한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아!? 당장 나와! 이 연놈들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주인님이 자세를 풀고 판금 갑옷을 쳐다보신다.


“누구를 말하는 거지?”


“누구긴 누구야!? 이 짐승년 하고 애새끼들이지!”


부하로 보이는 자들이 거칠게 이끌고 와 문 앞에 데려놓는다.


주인님이 무심한 눈길로 한 번씩 쳐다보신다.


“죽여.”


“그럼 그렇··· 뭐, 뭐라고!?”


“죽이라고.”


당연히 구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던 건지 판금 갑옷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엄마와 아이들의 표정도 좋지 못하다.


“아, 아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이군. 내가 네 부하를 죽인 이유는 저 짐승과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뭔 개소리야!? 나한테 그런 개소리가 먹힐 줄 알아!? 야! 한 놈 죽여!”


판금 갑옷이 아이를 붙잡고 있는 부하를 보며 말했다.


“저, 저기. 형님···.”


부하는 어린아이를 죽이는 건 꺼림칙한 모양인지 망설인다.


“아, 아니! 걔 말고! 저 짐승년 말이야!”


판금 갑옷이 엄마를 우악스럽게 잡아채 주인님에게 보이고 목에 단검을 들이밀었다.


“안 나오면 진짜 죽일 거야.”


“죽여라.”


“내가 정말 못 죽일 것 같아!?”


판금 갑옷이 단검을 살짝 찔러넣었다.


엄마의 피가 검날을 타고 흘러내린다.


“엄마!”


“우리 엄마 놔 줘요! 으아앙!”


엄마의 피를 보자 희와 동생들이 울기 시작했다.


주인님이 그런 아이들을 한 번 보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럼 그렇지! 네까짓 놈이 뭘 어쩔 수 있겠어!?”


주인님은 판금 갑옷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셨다.


그런 주인님을 본 판금 갑옷과 무리는 뒷걸음질 치며 뒤로 물러난다.


“크하하, 네 녀석에게 당한 굴욕을···.”


판금 갑옷은 주인님이 자신의 말에 따른 게 기쁜 모양인지 크게 웃으며 말하는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져 버렸다.


판금 갑옷의 머리가 사라지고 정체 모를 돌 하나가··· 아! 주인님의 돌!


언제 던지신 것인지 주인님의 돌이 판금 갑옷의 머리가 되었다.


판금 갑옷이 붙잡고 있던 엄마를 내버려 두고 칼을 뽑아 휘두르기 시작했다.


“혀, 형님! 왜 그러···.”


“형님이 미···.”


판금 갑옷을 보고 있었고 주인님에 대해 알고 있었던 나도 이해가 늦었는데 아닌 사람들은 오죽할까?


7명이던 부하가 어느새 5명으로 줄어버렸다.


남은 5명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판금 갑옷을 어찌할 줄 몰랐고 이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죽음으로 이어졌다.


판금 갑옷이 남은 1명의 목에 칼을 대고 무릎을 꿇렸다.


“형님!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저놈들은 형님을 따르던···! 히이익!”


이제야 판금 갑옷의 매끈하다 못해 눈코입 없는 머리를 봤나 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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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5(1) 23.05.21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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