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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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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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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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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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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DUMMY

-짐승-



“아무것도 안 보여.”


“거기 굽어진 부분에 작은 반달 모양이 있는데 뭘까요?”


뭔지 궁금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선님은 여전히 구멍 속을 쳐다본 채 손만 움직여 고리 안에 있는 반달 모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거 힘주면 뒤로 움직일 것 같은데.”


순간.


틱! 하는 소리가 기역 모양의 물건에서 들렸다.


“방금 소리 들었어?”


선님이 다시 한번 반달을 눌렀고 틱!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악기인가? 듣다 보니 소리가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선님은 신기한 듯 계속해서 눌러댔고 악기에서 연신 틱틱거리는 소리가 났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하시오.”


주인님이 제지하고 나서야 선님이 누르는 걸 멈췄다.


사실 나도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었는데 다행이야.


“지도나 펴서 양성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보시오.”


“양성소? 양성소에는 왜?”


“당신이 양성소에 가자고 하지 않았소?”


“그건 그런데, 곰무덤에서 볼일이 완전히 끝난 다음에 간다고 했잖아?”


“곰무덤에 들렀다가 양성소로 가면 1구역에 갔다가 다시 2구역에 가야 하지 않소?

그럴 바에 차라리 먼저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소.”


“잘됐다. 사실, 지도 같은 거 필요 없어.

2구역은 완전 내 구역이거든.

내가 여기서 얼마나 굴렀는데?”


“그렇소? 그렇다면 서둘러 안내하시오.

나 원 참 불가사리를 잡은 걸 알리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주인님이 불가사리를 사냥하셨구나.


“으스대는 꼴을 보기가 싫어서 그래.

그놈들 내가 경비대장으로 있을 때 얼마나 유세를 떨던지.

분명 그럴 실력이 아닌데 시체를 가져오니까 믿을 수도 없고 말이야.

네가 잡은 걸 시체만 가져왔을 줄이야!”


주인님은 마음에 들지 않으신 듯 불평을 하셨고, 선님은 그런 주인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싱글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선님은 양성소에 가는 게 좋은 모양이다.


기사직을 놓았다면 뭔가 일이 있었을 텐데, 적어도 양성소에선 일어나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내가 잡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려고?”


“어, 어?”


“내가 잡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려는 생각인지 물었소.”


“그, 그러니까··· 근데 이건 어떡하지?”


선님이 달걀귀신이 놓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와, 말을 돌리는 솜씨가 한두 번 한 게 아닌 것 같아.


“버리시오. 용처를 모를뿐더러 그걸 가지고 있으면 화를 입을 수 있소.

달걀귀신이 우리에게 준 것이 아니라 놓고 간 거지 않소?”


주인님은 그런 선님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시더니 선님의 속셈에 속아주는척 하셨다.


“그, 그런가? 그래도 버, 버리기엔 아, 아까운데.”


선님은 이렇게 넘어갈 줄 몰랐다는 듯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말했다.


“난 모르겠으니 당신 알아서 하시오.”


주인님은 피곤한 듯 모포를 둘러 바닥에 누웠다.


“자게?”


“피곤하군.”


디쿤과 대련을 하셨는데 피곤하시겠지.


“주인님, 저녁은 안 드세요?”


“피곤하니 너 전부 먹거라.”


주인님은 이 말을 끝으로 잠자리에 드셨다.


“쓰읍, 이걸 어떡하지? 천의 말처럼 가지고 있긴 좀 그런데.

그렇다고 괴물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는 것도 좀 그래.”


“선님 저도···.”


“응? 그래 너도 자. 나는 생각 좀 하다가 잘 거니까.”


나는 그렇게 선님이 악기로 내는 틱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에 빠져들었다.



///



탕! 하는 정체 모를 큰 소리가 들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주인님은 여전히 잠자리에 드신 상태였고 선님은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엎어져 있다.


오른손엔 정체 모를 기역 모양의 물건을 쥐고 있었다.


내가 잠자리에 든 이후에도 무슨 물건인지 알아보려고 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모포도 깔지 않고 왜 저렇게 자는 거지?


나는 주변에 있던 모포를 들어 바닥에 깐 후 선님을 깨울까 했지만 그랬다간 역정을 낼 것 같아 덮어주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 귀를 찢는 소리는 어디서 들린 거야?


아무리 봐도 주위엔 그런 소리를 낼 만한 건 없는데.


하늘을 보니 어스름이 점차 지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소리는 기억에서 지우고 서둘러 꺼진 불씨를 살려 불을 피웠다.


주인님이 일어나시면 바로 식사를 하실 수 있게 짐을 뒤져 냄비를 꺼내 요리를 하는데 어디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야생동물인가 싶어 쳐다봤는데 달걀귀신이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고개만 돌린 채 달걀귀신을 쳐다만 봤다.


왜, 왜 다시 오는 거지?


다 끝났잖아?


선님이 원하는 물건을 줬고 거기서 다 끝난 거잖아!


왜 다시 오는 거냐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인님을 깨우려고 했지만, 어느새 달걀귀신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분명 이 정도 거리는 아니었는데?


전에 봤던 걸음 속도라면 아직 저 멀리 있어야 하는데?


이, 일단 주인님을 깨우는 게 우선이야.


정신을 차리고 주인님에게 가려고 하니 달걀귀신이 검지를 쭉 뻗어 날 가리킨다.


마치, 거기서 더 움직이면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어, 어서 주인님을 깨워야 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달걀귀신의 행동을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또다시 탕! 하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내 발 앞의 흙이 두 번 튀어 오른다.


급히 달걀귀신을 쳐다봤는데 선님이 가지고 계시던 모양과 똑같은 물건을 오른손에 쥔 채 날 향해 쭉 뻗고 있었다.


저기서 소리가 난 거야?


그럼··· 선님이 저 물건으로 탕! 하는 소리를 낸 거야?


그렇다면 그때까지 깨어있었다는 건데 왜 내가 일어나자마자 잠이 든 거지?


“어씨잏나막.”


생각에 잠긴 와중에 달걀귀신이 여전히 물건으로 날 가리키며 말했다.


움직이면 죽을 거야.


분명 그렇게 말했을 거야.


움직이면 죽는다고.


하지만··· 내가 주인님을 깨우지 않으면 주인님이 화를 입으실 거야.


달걀귀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주인님께 가려는데 또다시 탕!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어버렸다.


종아리에 화끈함이 느껴져 쳐다보니 구멍이 뚫린 채 피가 흐르고 있었다.


뭐, 뭐지!?


도대체 언제!?


화살이 날아오는 것도 못 느꼈는데!?


“아미지깆무. 아디럼느므앋. 앻나옥역느니삳.”


달걀귀신이 물건을 아래로 까닥이며 말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라는 건가?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따랐고, 내 행동을 본 달걀귀신은 나에게 가까이와 그 물건을 내 머리에 갖다 댄다.


"이지싸기더오챈"


그리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연신 지껄였다.


"이지싸기더오챈앻람"


물건으로 내 머리를 툭 밀며 또 다시 알 수 없는말을 지껄였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거야!


아! 아까 그 물건을 말하는건가!?


혹시나 싶어 손을 들어 선님을 가리켰다.


달걀귀신은 그제서야 나에게 떨어져 선님에게 걸어갔다.


그리곤 선님이 쥐고 있던 물건을 집어 이리저리 확인해보더니 자신의 배낭에 집어넣어 버리고 선님의 목에 손가락을 대어 본다.


죽은 것인지 확인하는 건가?


왜?


달걀귀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날 쳐다본다.


“저, 저는 가만히 있었어요.”


날 죽이려는 건가 싶어 급히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몸을 완전히 돌려 근처로 와 나를 내려다본다.


검은색 눈동자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내 종아리를 쳐다보는 듯 하다.


빨리 지혈해야 하는데 저놈 때문에 못하겠어.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잠이 오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달걀귀신이 무릎을 꿇고 앉더니 자신의 배낭에서 원통형 모양에 앞에는 바늘이 달린 물건을 꺼낸다.


그리고 주저 없이 종아리에 난 상처에 바늘을 찔러 넣었다.


“지, 지금 뭐 하는···!”


급격하게 찾아오는 통증에 말이 나오지 않아 눈을 부릅뜨며 달걀귀신을 쳐다봤다.


달걀귀신의 검은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



///



“일어나.”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거칠게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고통이 너무 심해 기절한 모양이다.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주인님이 날 쳐다보고 계신다.


“선은 어디 갔지?”


“네, 네? 선님은···.”


고개를 돌리니 당연히 있어야 할 선님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보이는 건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뿐이다.


핏자국?


저기에 왜 핏자국이?


“어, 어디 가셨지?”


멍청한 얼굴로 주인님을 쳐다봤고 주인님은 그런 날 보며 인상을 찌푸리셨다.


“어디 가셨지?”


“부, 분명 제가 아침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있었어요. 분명 있었는데···.”


“내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저 핏자국, 그리고 네 종아리에 있는 상처는 뭐지?”


“그, 그러니까···.”


나는 주인님에게 달걀귀신이 돌아온 사실과 나머지 있었던 일을 알려드렸다.


“내 옆에 있던 지도는 누가 둔 거지?”


선님의 지도?


“지, 지도요?”


“정황상 달걀귀신이 선을 데리고 간 모양이군.

그렇다면 핏자국은 뭐지? 반항하는 과정에서 난 건가?”


주인님은 내가 지도라고 되묻는 걸 무시하시고 혼잣말을 이어가셨다.


“이상하군. 그런데 짐승의 상처는 왜 치료해준 거지?”


주인님이 턱을 문지르며 긴 생각에 빠지셨다.


“짐을 챙겨라.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네, 네? 다시 숲으로 돌아 가신다고요?”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선을 찾아··· 생각해보니 찾을 필요는 없겠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선님을 버리고 그냥 가신다는 말씀이신 거야?


지금까지 같이 지낸 세월이 얼만데 안 찾으신다고?


그건··· 아무리 주인님이라고 해도 너무 매정하시잖아···.


“뭐지? 내가 숲으로 들어가자고 할 땐 싫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버리자니까 그것도 싫다?”


“아, 아니에요! 저는 주인님이 하시는 대로 할거예요!”


나도 모르게 나온 모순된 행동에 손을 세차게 저으며 부정했다.


주인님이 허리에 손을 올리시고 하늘을 한동안 쳐다보신다.


“피를 흘렸다면 보통 상황은 아닐 터.

달걀귀신이 널 치료한 것처럼 선을 치료할 수 있지만 그런 요행은 생각하지 않는 게 현명하지.

생각할 땐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 그래.


달걀귀신이 날 치료했다고 선님까지 치료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멍청한 짓이야.


또한, 내가 일어났을 땐 엎어져 주무시고 있는 상태였어.


그런데 핏자국이 생겼고 선님이 사라졌다?


이건 달걀귀신이 피를 흘리게 했다는 거지.


어쩌면 나에게 사용한 괴상한 물건을 선님에게 사용했을지도 모르고.


“그 탕! 하는 소리. 그 물건에서 나는 게 확실한가?”


“네 확실해요.”


“그리고 네가 그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고.”


“네.”


“선이 그 물건을 가지고 놀았고.”


어, 설마?


“선님이 그 물건의 사용법을 알았고, 그래서 달걀귀신이 찾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달걀귀신은 원인 미상으로 그 물건을 잃어버렸고, 찾는 와중에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 우리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 선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납치했다.”


그, 그럼 디쿤이 일부러 우리에게 준거야!?


서, 설마.


디쿤은 주인님을 대장이라고 말해서 엄청 친근하게 대했잖아?


아니지, 친근하게 대한 건 주인님이지 선님은 아니니까.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 거야!


이상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우리와 헤어졌어.


디쿤은 처음부터 이럴 목적이었던 거야!


선님을 죽이고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갈 속셈으로!


다음은 나야.


다음은 나라고!


내가 저 숲에 들어가면 디쿤이 나타나 실수를 가장하고 날 죽여버릴 거야!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주인님을 쳐다봤다.


주인님이 뜻 모를 눈빛으로 날 쳐다보신다.


“짐을 챙겨라. 숲으로 들어간다.”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표정을 급히 숨기며 대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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