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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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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7.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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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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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DUMMY

-선-



도깨비요람의 입구.


우리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아니, 그러니까 왜 못 들어가느냐고!?”


내가 화를 내며 설명을 요구했지만, 해골바가지는 고개만 숙인 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연의 경고 때문에 그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거 어떡하죠? 옷이 없으면 안 된다면서요.”


연을 쳐다보며 말했지만, 연도 딱히 생각나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저곳에 옷이 있긴 할 텐데.”


연이 뜬금없이 위치한 작은 집을 보며 말했다.


“저기요? 저기에 옷이 있다고요?”


“네. 이 해골이 항상 저곳에서 옷을 가져왔거든요.”


그걸 이제 말하는 거야?


진작 말했어야지.


“뭐해요? 저기서 꺼내입으면 되겠네.”


“그래도 되면 진작에 꺼내왔어요. 내가 왜 안 꺼내오는지 모르겠어요?”


“어··· 남의 옷이니까?”


“지금 장난이 치고 싶어요?”


연이 날 째려봤다.


아니,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아, 아니면 말고요.”


머쓱해서 괜히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 여전히 날 째려보는 연의 시선을 피했다.


아니면 아니라고 하지 무안하게 왜 그래?


“야! 빨리 들여보내 달라고!”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재빨리 해골의 앞으로 가 목청을 높였다.


발로 차고 싶었지만, 연의 경고가 생각나 시늉만 했는데 갑자기 눈에서 붉은빛이 들어오더니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본다.


“어, 어?”


날 공격하려는가 싶어 놀라 꼴사납게 뒤로 자빠져버렸다.


“콜록, 콜록.”


흙먼지가 날려 손을 휘휘 저어 시야를 확보하고 칼을 뽑으려고 손을 갖다 댔다.


“멈춰요!”


내가 칼을 뽑으려고 하자 연이 급히 날 제지했다.


“네?”


“칼에서 손 떼세요.”


아, 날 공격하려는 게 아니구나.


해골을 쳐다보니 여전히 형형한 눈빛을 뿜으며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공격하려고 하잖아!


“저놈이 아직 날 공격하려고 하는데요!?”


“황천에 가고 싶지 않으면 칼에서 손 떼요.”


연이 해골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 다시 내가 칼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내가 머뭇거리며 칼에서 손을 떼지 않자 연이 내 칼을 쥐어 해골의 앞에 던져 버린다.


“뭐 하는 거예요!?”


“제사상 받기 싫으면 제발 좀 가만히 있어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해골은 내 칼이 자신의 발치에 있는 걸 쳐다보곤 옆에 있는 집에 들어가 버렸다.


곧이어 나오는데 한 손에는 바구니, 한 손에는 괴상한 옷 두 벌을 들고 나왔다.


“잘 들어요.”


“깜짝이야!”


연이 내 귀에다가 작게 속삭이는데 깜짝 놀라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저 바구니에 선의 칼을 넣고, 저 옷은 입어야 해요.”


대충 배워서 절차는 알고 있는데.


그나저나 저 바구니에 내 칼이 들어간다고?


“안 들어갈 거 같은데요.”


“들어가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걱정할 건 이제 저기에 들어간 이후니까.”


연의 말에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저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죠?”


“네, 뭐. 양성소에서 배웠으니까요.”


저기서 맨살이 노출되면 참혹한 모습으로 죽는다지?


“좋아요. 절대 옷을 벗지 마세요. 이것만 기억해요. 절대 옷을 벗지 마세요.”


“알았어요.”


연의 당부에 나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내가 들어가면 좋으련만···.”


연이 입술을 씹으며 혼잣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한계라면서 못 들어간다고 했지?


뭐가 한계란 말이지?


“저기···.”


“어서 입고 들어가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연이 나를 재촉해 그럴 수 없었다.


“당신이 천님과 함께 나오면 저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나오지 않으면은요?”


연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어서 가라는 듯이 내 등을 살짝 밀었다.


연.


당신은 누구지?


우리가 짐승의 청부 건으로 처음 만날 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지만 당신은 내게 어느 하나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았어.


그저 홀연히 나타나 홀연히 사라졌지.


내가 불바다에 휘말릴 때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당신은 누구며 과거에 천과 무슨 관계였지?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억누르고 도깨비요람으로 향했다.



///



한 시간 정도 헤맨 것 같다.


위험한 곳을 알려주는 소리부터 옷이 주는 답답함까지.


모든 것이 내 몸 상태를 저조하게 만들어 당장에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더군다나 어느 순간 옅은 안개까지 생성되어 상황은 더욱 악화하여갔다.


아주 단편적인 정보로, 그저 범의 빗을 찾는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이 넓은 곳을 뒤지는 건 처음부터 무모한 일이었다.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곳을 잘 아는 길잡이나 천이 있는 곳을 아는 길잡이가.


“나 원 참.”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이런 사지에 나 말고 다른 인간이 있을 리가··· 있네?


“엥?”


여기에 인간이 왜 있어?


이쪽으로 걸어오는 누군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니 어느새 내가 식별할 수 있는 곳까지 왔다.


“도깨비잖아!?”


“사람이잖아!?”


나와 도깨비가 동시에 서로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린 도깨비?”


“어른 도깨비?”


아, 하긴 여기가 도깨비요람이니까.


이곳에서 종종 어린 도깨비가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고.


놀랍지 않은 건 아닌데.


그리고 특이하게 도깨비는 이곳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지.


여기서 태어나서 그런가?


하여튼.


어린 도깨비가 날 한번 올려다보더니 주위를 돌며 이리저리 쳐다본다.


“요즘 들어 사람을 자주 보네?”


자주 봐?


“호, 혹시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기억나? 사람 옆에 범하고 짐승이 있었어?”


천인가 싶어 인상착의와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 물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어린 도깨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도깨비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찾았다!


“어디, 어디 있는데? 천은 어디 있는데?”


내 말에 도깨비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아차, 이게 장난을 치려는 모양인데.


“글쎄? 기억이 가물가물한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


일부러 말을 끌며 원하는 게 있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뭔지 모르지만 빨리 처리하고 찾아봐야겠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뭘 원하는데?”


“우리 집에 가서 나하고 어울려줘.”


“그래, 그래. 빨리 가자.”


“시원시원해서 좋네. 그 범하고 사람은 이것저것 쟀는데!”


어린 도깨비가 내 손을 덥석 잡고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30분쯤 걸었을까?


그동안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요리조리 피하며 영양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어느새 어린 도깨비의 집에 도착해 주뼛거리고 있으니 날 식탁으로 안내한다.


집이 제법 큰데 혼자 사나?


“호호, 여기 앉으렴.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내올 테니.”


그리곤 부엌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응?


“아, 그런 설정이구나.”


소꿉놀이 그런 거 하자는 말인 거 같은데?


내가 그건 또 잘하지.


하기 싫게 만들어서 빨리 끝내야겠다.


식탁에 앉아 7살 먹은 막돼먹은 꼬마처럼 다리를 덜덜 떨며 식탁을 쿵쿵 두드렸다.


“엄마! 배고파 빨리 밥 줘! 밥 줘! 밥 줘!”


요란하게 쿵쿵거리며 앵무새처럼 밥 주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어린 도깨비가 고개만 빼꼼 내밀어 날 확인했다.


“배고프다고! 엄마, 나 배고파!”


날 보는 걸 모른 척하고 바닥에 누워 몸부림을 치며 떼를 부렸다.


흘끗 보니 도깨비의 표정이 일그러진 게 보였다.


그래, 내가 포기하나 네가 포기하나 한번 해보자.


“으앙-!”


“바, 밥 다 됐으니 어서 먹으렴.”


들어간 지 1분도 되지 않았는데 도깨비가 그릇과 냄비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밥 다 됐어?”


“그래, 그러니 어서 먹으렴.”


“고기반찬이야?”


“어, 어?”


“고기반찬 맞지? 아니면 나 밥 안 먹을 거야! 으아앙!”


다시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떼를 썼다.


“아 씨, 고, 고기반찬 맞아. 그러니까 어서 의자에 앉으렴.”


어린 도깨비가 짜증을 잠깐 내더니 다시 엄마 역할로 돌아왔다.


조금만 더하면 그만하자고 하겠는데?


“알았어. 정말 고기반찬이지?”


“그래, 그러니까 빨리 쳐, 어, 어서 먹으렴.”


의자에 앉아 어린 도깨비가 식탁을 차리는 걸 물끄러미 쳐다봤다.


역시나 냄비엔 아무것도 없었고 국자를 이용해 푸는 척만 하고 내 앞에 내려놓았다.


“맛있게 먹으렴.”


“이거 무슨 고기야?”


“으, 응?”


“무슨 고기야?”


고개를 쭉 빼서 어린 도깨비가 내려놓은 그릇을 쳐다봤다.


킥킥, 네가 뭐라고 하든 난 그걸 싫어한다고 할 거야.


그리고 또 바닥에 퍼질러 누워서 떼를 쓸 거고.


“그, 그러니까···.”


어린 도깨비도 내 노림수를 파악한 것인지 고기 종류가 무엇인지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왜 말을 못 해?”


“네가 이겼···.”


그렇지!


“아니! 이거 소고기 하고 돼지고기 또 닭고기를 섞은 거야.”


“어, 어?”


이번엔 내가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내가 당황한 걸 눈치챈 것인지 도깨비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같은 말을 반복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전부 다 들어갔어. 그러니까 어서 먹어.”


“그렇구나···.”


딱히 트집 잡을 거리가 없어 수저를 들고 먹는 척을 했다.


“호호, 엄마 음식이 맛있니? 더 먹으렴.”


도깨비가 날 보고 웃으며 국자로 내 그릇에 더는 척을 했다.


“배, 배부른데.”


“많이 먹어야 쑥쑥 크지. 호호.”


이 쪼그마한 게 보통이 아니네.


한심한 소꿉놀이를 어떻게 끝내지?


숟가락으로 떠먹는 척을 하며 고민하고 있으니 어린 도깨비가 부엌으로 들어간다.


어떻게 이걸 끝내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다리 떨면 복 나간다!”


촉박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다리를 떨었는데 그 소리가 들린 모양인지 어린 도깨비가 큰소리로 외쳤다.


귀는 밝은데 왜 눈치는 없는지.


신경질적으로 그릇을 숟가락으로 퍽퍽 치면서 먹는 척을 하고 있으니 도깨비가 또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날 쳐다본다.


“으음-! 너무 맛있다! 엄마, 너무 맛있어요! 맛있어서 많이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아요!”


이 나이 먹고 뭐 하는 짓이람.


“그래? 호호 많이 먹으렴.”


만족한 것인지 입이 찢어지게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다 먹었니?”


“네. 다 먹었어요.”


“그래? 이 그릇은 내게 치우마.”


어린 도깨비가 그릇과 냄비들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설거지를 하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쟤가 만족할 때까지 꼼짝없이 붙잡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으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무슨 일 있니?”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니 어느새 설거지를 마친 어린 도깨비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어, 어?”


“얘는 엄마한테 반말이 뭐니?”


“아, 네.”


“그래서, 무슨 고민 있니?”


너요.


너가 고민이에요.


“아니에요. 없어요.”


어린 도깨비가 내 말에 피식 웃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이제 연기 안 해도 돼.”


“네?”


“안 해도 된다고.”


얘가 갑자기 뭐를 잘못 먹었나?


천년만년 할 것 같더니?


“아, 응.”


“따라와.”


“어, 따라오라니?”


“네가 찾고 있던 인간들하고 짐승. 근데 짐승도 찾는 거야?”


“그냥 뭐, 걔를 찾는 건 아닌 데 같이 있으니까.”


“희한하네. 아무튼, 따라와 내가 있는 곳을 아니까.”


어린 도깨비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놓칠세라 문을 열고 부리나케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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