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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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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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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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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DUMMY

-천-



둘은 선뜻 먹지 못했다.


그렇겠지.


그런 일을 당했고, 당하게 한 당사자가 앞에서 난데없이 먹으라고 하니 먹을 수 없겠지.


“난 분명히 먹으라고 말했어.

나중에 나보고 배고프다고 하지 마.”


나중에.


왜 내가 나중에 배고프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을까?


당분간 데리고 다니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거 같잖아.


“저, 저희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첫째가 오들오들 떨며 말했다.


둘째는 그런 첫째 옆에 딱 붙어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울음은 어느새 멈췄고 얼굴의 눈물 자국만이 잠시 울었던 걸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네, 네?”


“아무것도. 너희들 하고 싶은 거 해.

나는 이제 볼일 없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구워놓은 고기를 챙길까 했지만, 입맛이 없어 그러지 않았다.


자매는 내가 일어나자 흠칫하며 작게 물러섰고 그대로 내가 짐을 챙기는 걸 보고 있다.


“진짜 먹어도 돼요?”


“그래.”


내가 저들을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인지 첫째가 내게 물었다.


첫째가 고기 조각을 조금 떼어 맛을 본다.


작은 고기 조각이었지만 신중하게 맛을 보는데 그로 미루어보아 독이 있나 살펴보는 듯했다.


이상이 없는지 조금 더 크게 떼어내 맛을 본다.


둘째는 그런 첫째를 옆에서 침을 흘리며 쳐다보고 있다.


“괜찮아.”


첫째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하자 그제야 둘째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첫째는 더 먹지도 않고 그런 둘째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둘째가 게눈 감추듯 고기를 먹어버렸고 배가 부르고 나서야 첫째가 생각난 듯 쳐다본다.


“언니··· 미안해.”


“괜찮아, 나도 방금 먹었지 않니?

언니는 조금만 먹어도 배불러.”


둘이서 먹기엔 부족한 양이었지.


자리에 도로 앉아 가방을 뒤적여 남은 고기를 몽땅 꺼내 모닥불에 얹어 놓았다.


“버리려고 했다.

버리는 것보다 누가 먹는 게 낫겠지.”


자매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호, 혹시 저희를 살찌워서 어딘가에 팔려고 하시는 건가요?”


둘째가 기름이 묻어 번들번들한 입으로 내게 물었다.


“짐승은 아무도 안 사.”


“아, 그렇지.”


둘째가 머리를 긁적였다.


“사람님도 같이 드세요.”


“나는 생각이 없어서.

이만 가보겠다.”


“하, 하지만···.”


왜 날 붙잡는 거지?


내가 사라지면 더 편하게···.


아, 다른 인간이나 짐승이 시비 걸까 싶어 날 붙잡아두려는 속셈이군.


내가 있으면 그냥 지나칠 테니 말이야.


도로 자리에 앉아 짐을 내려놓았다.


자리에 누울까 했지만 잠에 빠질까 봐 그러지는 못했다.


“너희들, 그 마을에서 도망온 건가?”


“네.”


“왜? 사람의 공격을 피해서?”


“그런 것도 있고요.

저 마을 족장님이 저희를 받아주신다고 하셨거든요.”


족장이 받아줘?


그렇군.


이놈들이 습격이 있을 거라고 말해줬군.


“하지만 다시 돌아가야 해요.

막내를 찾지 못했거든요.

아깐 경황이 없어서 도망쳐 나왔는데···.”


동생을 생각하니 입맛이 떨어진 듯 고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잘 먹고 있던 둘째도 첫째가 울음을 터뜨리니, 따라서 울기 시작했다.


그리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가, 가시려고요?”


“한가한 게 아니라서.”


“저희 마을로 가시려는 거죠?”


“그래.”


“그, 그러면 같이 따라가도 될까요?”


첫째의 헛소리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쳐다봤다.


“제, 제발 부탁드릴게요!”


“부탁드려요!”


첫째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자 둘째도 같이 행동했다.


“네 동생은 죽었어.

사람 두 명이 날뛴다고 하지 않았나?

그 어린것이 살아남을 리가.”


“아, 아니에요! 제 동생은 살아있어요!”


“나쁜 사람! 우리 동생 죽었다고 말하지 마!”


여전히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알았으니까 이거 놔.”


뿌리치고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같은 목적지라 동행을 허락했다.


“저, 정말요!?”


“그래, 하지만 너희들 몸은 너희가 지켜.

그리고 날 거슬리게도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매가 일어서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바로 가지.”


“잠시만요!”


둘째가 구워진 고기를 챙기며 말했다.


아마도 막내를 먹일 요량으로 챙긴듯싶다.


뜨거울 텐데.


“이걸로 싸라.”


남은 보자기를 꺼내 둘째에게 주며 말했다.


“제, 제가 이걸 써도 될까요?”


“쓰라고 준 거다. 그러니까 써.”


둘째가 보자기를 받아 고기를 싸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귀한 물건일 텐데···.”


첫째가 내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다 쌌으면 너희 둘이 앞장서.”



///



짐승의 촌락.


선과 용병이 찾아온 게 맞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온해 보인다.


자매의 생각도 내 생각과 다르지 않은 듯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사람이 찾아와 공격했다고 하지 않았나?”


“저,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찾아온 거지 공격은···.”


그거나, 이거나.


선과 용병이 놀러 오진 않았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 그러게요.

제가 도망쳐 나왔을 땐 아수라장이었는데.”


“여기서 헤어지지.”


“네?”


“내가 찾으려는 사람은 이 마을을 공격한 사람이다.

너희들은 두 사람 눈에 띄면 죽어.”


“그렇다면 동료분이신가요?”


“하나는 그렇고 하나는 아니고.”


“그래도 같이 있으면 공격을 안 하지 않을까요?

저희 둘이 따로 있는 게 더 위험한 거 같아서요.”


“우선 나는 네 동생이 아니라 내 동료를 찾을 거야.

네 동생은 나중이다. 알았어?”


“하, 하지만···.”


“그게 싫으면 헤어져야지.”


나는 첫째의 말을 듣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자매는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인지 따라오지 않았다.


스무 가구.


찾는데 시간을 얼마 걸리지 않겠군.


차근차근 집을 돌아다녀 보는데 인기척 하나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남은 짐승은 어디로 간 거지?


핏자국도 하나 없고.


의구심을 안고 다음 집으로 가려는데 내 시선에 나무로 만든 감옥이 보였다.


“감옥을 광장에 만들어?”


누가 있나 싶어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다.


하지만 문은 열려 있었는데 그로 미루어보아 누군가가 감옥 밖으로 나온듯했다.


흔적을 살펴보니 여기서 빠져나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다.


어지럽던 다른 발자국과는 달리 비교적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나 있어 발자국을 눈으로 좇았고, 발자국은 강가로 향하고 있었다.


따라가니 강이 보였고 이상하게도 큰 항아리 몇 개가 있었다.


“항아리가 왜 강가에 있지?”


다가가 흔적을 살펴보니 발자국 하나가 항아리가 있는 장소로부터 다른 곳 방향으로 나 있었다.


그리곤 주위에 물이 떨어진 듯 모래가 젖어 있었다.


“마르지 않은 걸 보니 최근이야.”


근처로 가 모든 항아리 안을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유독 한 항아리 근처에만 물이 떨어진 모습인데, 그로 미루어보아 발자국 주인도 항아리에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


혹시나 주인이 안에 들어갔나 싶어 물이 떨어진 자국이 나 있는 항아리 안을 살펴봤지만 물기는 없다.


“그렇다면 항아리를 살펴봤단 말인데 누군가가 여기 숨어있었나?

그런데 이 항아리에 누군가가 숨어있는지는 어떻게 알았고?

특정했단 말은 지켜보고 있었거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의구심을 가지고 주변을 다시 한번 살펴봤는데, 발자국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항아리로부터 나 있는 게 아니라 강에서부터 나 있었다.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발자국이 강 건너편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봐야겠어.”


다행히 강폭이 좁고 유속이 느려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지만, 발자국은 확인할 수 없었다.


“왜 발자국이 없지?

지운 건가? 그렇다면 저쪽의 왜 발자국은 지우지 않은 거지?

더군다나 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이야.

이건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한 행동인데.

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다시 항아리가 있는 곳을 돌아가 주변을 살펴봤다.


“항아리에서 누군가가 나왔으면 발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

이건 흔적을 지운 거라고 봐야겠어.”


···머리 아프군.


탐정이 된 느낌이야.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선이나 찾자.


괜한 호기심 때문에 강으로 들어가 몸만 젖었어.


나는 의문을 뒤로하고 물을 뚝뚝 흘리며 수색하지 않은 집으로 향했다.



///


자매의 집 안


모든 곳을 뒤져봤지만, 선을 찾을 수 없었다.


용병 또한 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찾은 것이라곤 자매뿐이다.


“네 동생은 못 찾은 건가?”


“네···.”


첫째가 시무룩 표정으로 답했다.


죽었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가까스로 삼켰다.


“나도 여기 있는 모든 집을 수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마 돌아간 모양이다.


괜한 헛수고를 했어.


“난 돌아가겠다.”


“자, 잠시만요!”


미련 없이 뒤로 돌아 마을로 가려는데 자매가 날 붙잡았다.


“하, 한군데가 더 있어요!”


“한군데? 집이 스무 가구라고 하지 않았나?”


“창고가 있어요. 쓰지 않는 창고라 거기에 있을 수도 있어요.”


쓰지 않는 창고에 선이 있을 리가.


“됐다. 나는 가보겠다.

너희들끼리 가봐라.”


“가,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이것들이 내가 잘해주니까 점점 선을 넘는군.


한마디 할 요량으로 뒤로 돌아봤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저도 제가 무례한 걸 알아요.

한 번만, 한 번만 도와주세요.”


“···마지막이다. 앞장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매가 거듭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알았으니까 앞장서.”


자매가 나를 창고로 안내했고 말대로 수상한 구석이 있었다.


지나치게 흔적이 없어 깔끔했고 누군가가 들어오지 말라는 듯 입구에 잡동사니가 배치되어있다.


내가 있어서 용기를 얻은 것인지 첫째가 잡동사니를 치우고 문을 쾅쾅쾅 두드렸다.


역시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


밀어봤지만 열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안에서 잠긴 듯하다.


누군가 있어.


첫째가 불쌍한 눈으로 날 쳐다봐 문을 열어달라는 의사표시를 한다.


“비켜.”


잠겨버린 문을 발로 힘껏 걷어차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별안간 짐승 두 마리가 눈이 왕방울만 해진 채 날 쳐다보고 있다.


하나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익숙한 짐승이다.


“네가 여기 왜 있지?”


“주, 주인님?”


“막내야!”


“언니!”


뒤에 있던 자매가 반가움에 앞으로 뛰어가 남은 짐승 하나를 얼싸안는다.


“내가 물었어.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



“그렇군. 그래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마, 맞습니다.”


“맞아요. 사람님. 저희 때문에···.”


세 자매가 죄송스러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알았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선과 용병을 본 적이 있나?”


“없어요. 근데 이 아이가 인상착의는 알고 있어서 저도 인상착의 정도만···.”


“어떻게 되지?”


“일단 두 분이 아니라 한 분입니다.”


선과 용병이 같이 오지 않은 건가?


아니지, 하나만 봤을 수 도 있어.


“그리고?”


“새까만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까만 옷이면 용병이다.


“제가 항아리에 있을 때···.”


“잠깐, 네가 항아리에 있었다고?”


“네, 네? 알고 계세요?”


“그럼 네가 감옥에서 탈출해 항아리 안에 숨어든 건가?”


“저, 정확해요.”


“그리고 누군가가 네 주위를 맴돌았고?”


“어, 어떻게 그걸 아시는지 저는 잘···.”


짐승이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럼 그 용병 놈이 이놈을 쫓았다는 말인데.


도대체 왜?


일단 마을로 돌아가야겠어.


더는 못버티겠다.


“우선 마을로 돌아가지.

저 짐승들도 함고 너는 나를 업고 마을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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