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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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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7.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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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9,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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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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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DUMMY

-천-



근처를 지나가는 가족이 각각의 머리에 보따리를 짊어진 채 우리를 흘끗 쳐다본다.


아이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는데 아이의 어머니가 깜짝 놀라 아이를 황급히 달랜다.


아버지로 보이는 자는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져 우리를, 특히 짐승을 더욱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짐승의 얼굴이라도 가릴 수 있는 옷을 하나 사야겠어.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런 반응이니 원.

이러다 우리가 배반자로 낙인 찍혀 칼이라도 맞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


선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지난번 요람에서 잠가위때 잠식당한 이후로 말이 없어지고 성격이 변했지만, 최근 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왔다.


연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좋은 생각이오. 임시방편으로 보자기를 하나 꺼내 네 얼굴을 가려라.”


“네···.”


짐승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적대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으니 이놈도 마음이 편하지 않겠지.


사도드리니 무리를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이야.


그랬다면 꼼짝없이 피를 봤을 테니.


“얼마나 남았소?”


“얼마 안 남았을걸? 어디 보자···.”


선이 품에서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30분? 그 정도.”


저놈을 어떻게 해야 하지?


안까지 데리고 가야 하나? 간다면 난리가 일어날 게 분명한데.


“내 생각엔···.”


“저기···.”


선과 내가 동시에 서로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오.”


“좋아. 내가 먼저 말할게.”


선이 짐승을 한번 쳐다본다.


“마을 안까지 짐승을 데리고 가는 거. 나는 반대야.”


음.


“저놈이 사고를 치니까 네가 곁에 둔다고 했지?

내가 보기엔 저놈을 안으로 들이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땐 누군가가 반드시 피를 흘리게 될 거야.”


나랑 같은 생각이군.


“일리 있소.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제가 있으면 불편한 사람분들이 있을 테고, 그중엔 시비를···.”


“좋아. 너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


“네, 네.”


짐승이 등에 멘 짐을 내려놓고 우리에게 인사한 후 근처의 산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멀뚱히 보고 있으니 선이 자신의 팔꿈치로 내 팔을 툭 건드린다.


“네 말을 번복해서 기분이 안 좋아?”


“전혀.”


“피, 거짓말은.”


정말 아닌데.


“어서 갑시다.”


헛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걷는데 선이 어느새 내 옆까지와 어깨를 팍팍 두드린다.


“야, 그러면 그렇다고 해. 그게 뭐 부끄러운 거라고.”


“아니라니까.”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래?


옆에서 쫑알거리는 선을 무시하고 귀를 닫고 걸으니 어느새 마을 앞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반가움도 잠시.


제 기능을 할까 싶은 목책, 누군가가 올라가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망루가 우리를 반긴다.


“여기 사람 사는 곳 맞지?”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아까 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여기 주민이었던 걸까?”


“문제가 생겨서 피난을 가는 중이었다?”


“어.”


행색은 그러했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일단 들어가 봅시다. 짐승이 나타날 수 있으니 경계하는 건 잊지 말고.”


선과 내가 칼을 빼 들어 서로 등을 맞대고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때라면 우리 행동에 기겁하고 곧바로 경비대가 들이닥쳐야 하건만 그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이 우리를 반긴다.


“여기 좀 소름 끼치는데? 햇빛 하나 없고.”


“그렇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


“괴물인가?”


주변에 시체 하나, 핏자국 하나 없는 걸 보니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어.


“나갑시다.”


“알았어. 내가 앞을 볼게. 뒤로 걸었더니 멀미하네.”


“알았소.”


선이 천천히 앞으로 걸었고, 나도 반대쪽을 보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꺄약!”


갑자기 바람이 불어 문이 덜컹거렸고 놀란 선이 비명을 질렀다.


“우리가 왔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소? 조용히 좀 하시오.”


“그, 그치만 여기 진짜 무섭단 말이야. 하필 날도 먹구름이 껴서는···.”


무서워하는 선을 다독이고 걷고 있는데, 뚫린 창호지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동자가 보였다.


서로 눈이 마주쳤고 눈동자는 황급히 사라진다.


“잠깐, 누가 있소.”


“뭔데? 뭐야? 무슨 괴물이야?”


선이 뻣뻣하게 굳은 목소리로 재빨리 물었다.


“누군가가 우릴 지켜보고 있었소. 저기.”


선이 뒤로 돌아 내게 가리키는 곳을 잠깐 쳐다보고 다시 앞을 본다.


“저 창호지의 뚫린 부분에서 정체불명의 눈동자가 우릴 보고 있었소.”


“확인할 거야?”


“그냥··· 갑시다.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닐뿐더러 엮이면 골치 아플 테니.”


“좋아.”


선의 말을 끝으로 걸으려고 하는데 이번엔 7살이나 됐을 법한 아이 하나가 문틈에서 우릴 빼꼼히 쳐다본다.


“이, 이리와. 저 사람들도 괴물이라고!”


또 다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우릴 쳐다보는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바, 방금 뭐야!?”


갑자기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선이 자리에서 펄쩍 뛰며 말했다.


“아까 내가 본 눈동자 주인의 목소리 같은데.”


“어, 어린애 목소리잖아? 애기동자 막 그런 거 아니야?”


“어린애는 맞는데 애기동자는 아니오.”


“나가자. 나 여기 무서워서 못 있겠어.”


선이 내 팔을 붙잡고 재촉했다.


“저기만 확인해봅시다.”


“나, 나 무섭다니까.”


“확인만 해봅시다. 당신은 여기 있으시오. 나 혼자 갔다 오겠소.”


“미쳤어? 혼자 있는 게 더 무서워.”


선이 마지못해 나를 따른다.


아이가 보였던 집의 문 앞에 서자 안에서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안에 진짜 뭐가 있는 모양인데?”


“들어가겠소. 긴장하시오.”


“긴장은 이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했어.”


농담하는 걸 보니 그리 심각한 건 아니군.


발로 문을 차고 안으로 들어가 안을 살폈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없다.


“없는데?”


저 옷장에 뭐가 있어.


나는 선에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입술에 검지를 대고 다시 검지로 옷장을 가리켰다.


선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칼로 옷장을 찌르는 자세를 취한다.


급히 선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선이 입 모양으로 왜? 라고 말한다.


나는 대답 없이 다시 고개를 젓고 선을 뒤로 물렸다.


“나오거라, 아저씨는 괴물이 아니니까.”


옷장 안에서 덜컹거림이 있더니 다시 잠잠해진다.


“그래, 이 아저씨는 괴물이 아니야. 나도 아니고.”


“어, 엄마··· 읍읍!”


안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급히 입을 막은 듯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 이거 놔! 우리 엄마라고!”


“안돼! 그건 엄마가···!”


옷장 문이 열리고 우리를 쳐다봤던 아이가 튀어나왔다.


“어, 엄마···?”


선이 자신의 엄마가 아니란 걸 확인하자 당황한 아이는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다.


“우리 엄마가 아니야! 으아앙-!”


그리곤 이내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선이 재빨리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주니 어느새 잠에 빠져버린다.


이어 조심스럽게 아이를 보듬고 이불 위에 올려놓으니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다시 보듬어 주자 안심한 듯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옷장에 있는 아이는 여전히 우리를 경계 어린 눈빛으로 우릴 쳐다본다.


“안심하고 나오거라. 우리는 괴물이 아니니.”


몇 남지 않은 육포를 꺼내 보여주자 황급히 낚아채어 자신의 입속에 넣어버린다.


“조심히 먹거라. 딱딱해서 이가 부러질 수 있어.”



///



“그렇게 된 거예요.”


빈이 여전히 선의 품속에서 잠든 자신의 동생 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유랑극단이라···.


“그 극단은 광장에 있니?”


“네. 아마 마을 사람 모두가 거기서 꼭두각시가 되어 연극을 하고 있을 거예요.”


“심각한데?”


선이 날 쳐다보며 말했다.


“제, 제발 저희를 좀 도와주세요! 제가 가진 건 얼마 없지만···.”


빈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동전 몇 닢을 내보인다.


“천, 잠깐 얘기 좀. 빈, 네가 진을 봐줄래?”


“네.”


선이 이불 위에 진을 내려놓고 나를 불렀다.


“어떡할 거야?”


사정은 딱하지만 내 일이 아니니까 거절해야지.


“나는 쟤들 도와주고 싶어.”


선이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먼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불쌍하잖아. 쟤 좀 봐. 겨우 10살인데 그래도 언니라고 7살 먹은 제 동생을 돌보는 걸 보면 아무 느낌이 안 들어?

우리가 그냥 가버리면? 쟤들은 미래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날 게 분명하다고.”


“좋소. 우리가 돕는다고 칩시다. 방법은? 유랑극단을 물리칠 방법은 있소?

솔직히 말해서 난 유랑극단이라는 괴물이 있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소.

유랑극단 누구를 죽이면 되지? 극단장을 죽여야 하나? 아니면 무대를 불태워야 하나?”


“방법은 차차 찾아보면 되는 거고.”


“차차? 지금 차차라고 했소? 우리의 목표가 뭔지 잊었소? 우리는 목표는···.”


“알아, 안다고! 곰무덤에 가서 주비를 찾는거잖아!”


“저, 저기 제가 폐를 끼치는 거면 안 도와주셔도···.”


줄 곳 눈치를 보고 있던 빈이 우리 사이에 언성이 오고 가자 기어들어 갈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언니랑 오빠는 너를 어떻게 도와줄지 방법을 논의하는 중이었어. 그렇지?”


선이 싱긋 웃으며 빈을 쳐다봤고 나에게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인상을 썼다.


“그래. 그러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네 동생을 돌보고 있거라.”


“감사합니다!”


빈이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동의한 거지?”


“그렇소.”


“좋아, 짐승을 불러올까?”


“음. 도움은 분명 되겠다만, 저 아이들이 놀라서 까무러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어떡하지?”


“일단 불러옵시다. 짐승을 아이와 대면시키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게 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오.

어차피 이 마을에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으니까 그놈이 활동하는데 제약은 없을 거요.”


“내가 데려올까?”


“아니, 내가 가겠소. 당신은 내가 짐승을 데려올 동안 저 아이들을 다독여 주시오.

시간이 제법 걸릴 거요. 그놈이 산속에 들어가 버렸으니.”


“알았어.”


선에게 시선을 거두고 진을 재우고 있는 빈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췄다.


“아저씨가 네 어머니를 구해줄게.”


“저, 정말요!?”


“그래, 그러니 동생하고 얌전히 있거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빈에 내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나는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고 짐승을 데려오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밖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날이 제법 어둑해진 상태다.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겠어.


위험성도 높아지고.


마을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길 얼마간.


모퉁이를 도는데 갑자기 사람 세 명이 서로 머리를 맞댄 채 서 있다.


그리곤 저들끼리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것들이! 아직도 대사 다 못 외웠어!?”


별안간, 휘황찬란한 옷을 입을 남자가 나타나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람들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돌대가리 새끼! 지금 당장 연극이 코앞인데 여태껏 뭘 한 거야!? 10분 주겠어!”


말을 끝낸 남자가 몸을 돌려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뒤를 돌아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본다.


“오호. 아직 단원이 될 사람이 있었군그래.”


날 눈치챘어.


도망가려는데 어느새 남자가 내 눈앞에 나타나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보고 있다.


“환영한다. 신입. 흐흐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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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96 23.05.22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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