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6.03 21:0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5,160
추천수 :
1
글자수 :
1,001,731

작성
23.04.29 21:00
조회
17
추천
0
글자
11쪽

88

DUMMY

-짐승-



숲 안.


천운으로 숲을 벗어났지만, 또다시 이 숲에 들어오고야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도가 있다는 거지만 이 넓은 숲에서 선님을 어떻게 찾아야 한단 말인가?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잖아.


더군다나 디쿤까지 날 노리고 있고.


지금쯤 내가 움직인 걸 눈치채고 냄새를 맡으며 내 시야 범위 밖에서 날 쫓고 있을 거야.


살금살금 기회를 보다가 내가 주인님과 떨어진 틈을 노려 날 죽이려는 속셈이겠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야.


주인님과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뭐지?”


주인님에게 가까이 붙으니 날 보며 말씀하셨다.


“네? 저, 저기 그러니까···.”


내가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하자 주인님은 고개를 돌리시곤 다시 앞으로 걸으셨다.


“칼 뽑을 때 걸리니까 왼쪽으로 와.”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말씀에 급히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한동안 걸었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주인님이 자리에 멈추시곤 지도를 펼쳐 살펴보신다.


“이렇게 해선 방법이 없어. 뭔가 대책을 찾아야 하는데.”


주인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에 뭐가 있는지 보고 와.”


“네.”


주인님의 말씀에 주변의 나무를 살펴보고 적당한 나무를 골라 위로 올라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이 그저 끝없이 펼쳐진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망을 안고 내려가려는데 저 멀리 누군가가 내 눈에 띄었다.


달걀귀신인가?


인상을 찡그리고 목을 쭉 빼 쳐다보니 달걀귀신은 아니다.


그, 그렇다면 디쿤?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쳐다보니 디쿤은 아닌 것 같다.


덩치가 작아.


다, 다행이긴 한데 그럼 누구지?


아무리 봐도 정체를 모르겠다.


또한, 저쪽도 길을 잃은 것인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디쿤이 아니니 말씀드려야겠어.


재빨리 밑으로 내려가 주인님에게 다가갔다.


“저쪽에 길을 잃은 것 같은 누군가가 있어요.”


봐뒀던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누구?”


“명확하게 안보여서 저는 잘···. 일단 달걀귀신이나 디쿤은 아닌 것 같아요.”


“디쿤?”


아···.


“호, 혹시나 모르니까···.”


“혹시나 뭘 모르지?”


계속되는 주인님의 추궁에 내가 생각했던 걸 말씀해드렸다.


“음.”


주인님이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셨다.


“일단 네가 말한 곳으로 가보자.”


중간중간 그 나무로 올라가서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했기에 제법 시간이 지나서야 그 정체 모를 것의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동안 넓지 않은 범위에서 이리저리 왔다 가는데 모양새가 퍽 이상했다.


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한곳을 맴도는 거지?


“사람이군.”


주인님이 자세를 낮춘 채 혼잣말하셨다.


저 사람은··· 아까의 연이라는 사람 같은데?


저 사람은 디쿤과 연관이 되어있을까?


혹시나 날 노리고 온 건 아니겠지?


아무런 방비 없이 무작정 여길 들어오면 길을 잃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제 생각인데 연이라는 사람 같아요.”


“연? 연이 여길 왜 돌아···.”


주인님이 말을 하다가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연에게 향했다.


연은 우리가 가까이 가자마자 보지도 않고 몸을 돌리며 칼을 뽑았다.


갑자기 나타나 디쿤의 다리를 잘라버릴 때도 그렇고 보통내기는 아니야.


아무리 못해도 성년이 된 범급 혹은 그 이상.


“대··· 천?”


“길을 잃었소?”


“아, 네.”


연이 칼을 집에 넣고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치며 말했다.


그리곤 웃는 얼굴을 한 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내가 말했지 않소? 여기는 길을 잃기 딱 좋은 곳이라고.”


“천의 말을 귀담아듣긴 했는데 달걀귀신을 놓치긴 아까워서요.”


“아깝다고 했소?”


“네.”


“부우는?”


“다른 곳으로 갔어요. 아무리 해도 달걀귀신은 안될 것 같다면서.”


거짓말이야.


혼자서 여길 왔을 리가 없어.


디쿤이 냄새로 자길 찾을 수 있으니까 여길 들어온 거야.


그래, 맞아.


조금씩 연에게 멀어지며 주인님의 왼편에 섰다.


“혼자 달걀귀신을 상대하는 건 무리 같아 보이는데.”


“지금 당장 혼자서 잡으려는 건 아니고요. 일단 조사 좀 하고 난 뒤에요.”


“주도면밀하군.”


“그럼요. 누구한테 배웠는데.”


연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말하겠소.”


“네, 말씀하세요.”


“내가 노예기사가 되기 전엔 괴물을 사냥하는 조직의 대장이었을지 모르오.”


“대장이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연이 계속해서 웃음기를 머금으며 주인님을 쳐다본 채 말했다.


“지금은 아니오.”


연의 얼굴이 살짝 굳었으니 이내 기색을 지워버리고 다시 미소를 짓는다.


“연도 알 거라 생각하오. 노예기사는 주인에게 묶인 몸이오.

그리고, 그건 나라고 다르지 않지.”


“전에 봤을 때도 그렇고 아쥔타는 어디로 간 거죠?

제가 전에 듣기론, 분명히 그 선이라는 여자는 아쥔타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건···.”


연의 말에 주인님이 잠시 멈칫하셨다.


“그건 알 바 없소.”


“아쥔타를 찾는 걸 제가 도와드릴게요. 지금 아쥔타를 찾고 계시죠?”


눈치도 빨라.


저 여자.


정말 위험해.


어쩌면 디쿤보다 더.


나도 모르게 주인님의 옷깃을 한번 잡아당겼다.


주인님이 날 쳐다보셨고 연도 날 쳐다봤다.


미소만 짓던 연의 표정이 날 보자마자 흉악하게 일그러지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짐승이 할 말이 있나 본데요?”


“뭐지?”


“이, 일단 선님을 찾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랑님이···.”


아, 랑님의 이름을 말하지 말아야 했는데.


황급히 입을 가리며 연을 쳐다봤고 아니나 다를까 눈빛이 반짝했다.


“천의 주인은 랑이라는 사람인가 보네요. 이름으로 미루어보아 여자일 테고.

또한, 2구역에 있으니 아쥔타도 2구역에··· 아니군.”


연이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말했다.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섬뜩하다.


“1구역? 2구역? 3구역? 4구역? 5구역? 6구역? 7구역? 8구역?

어디 있는지 모른 다라···.

모종의 이유로 아쥔타는 천을 만나길 거부한다.”


연이 여전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저 여자 뭐야!?


왜 날 쳐다보면서 말하는 거야!?


“맞네. 가능성은 2가지. 잘못을 저질렀거나, 임무를 부여받았거나.

잘못을 저질렀다. 임무를 부여했다. 임무를 부여받았네요?”


연이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천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옅은 웃음을 지은채 날 쳐다봤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는데 삼키는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지금 저 여자는 내 표정을 읽고 유추하고 있어.


“일반적인 아쥔타라면 노예기사를 끼고 살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아쥔타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거나 아주 중요한 임무다.

실력에 자신이 있다. 중요한 임무다. 둘 다 라고?”


연이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나를 쳐다봤다.


어떠한 반응도 하면 안 돼!


저 여자는 지금 내 표정으로 자신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 추측하고 있어.


“아쥔타는 보통 사람이···.”


내 표정을 읽을 수 없게 재빨리 주인님의 뒤로 가 내 얼굴을 가렸다.


“연, 지금 선을 넘는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소?”


주인님 또한 연이 내 표정으로 랑님에 대해 유추한다는 사실을 아셨던 듯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연이 주인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그걸 알아내서 뭘 어떻게 할 속셈이지?”


“아무것도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한다고?”


“네,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저는 천과 척을 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그렇다면 왜 그런 행동을 했지? 왜 내가 있는 앞에서 아가씨의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지?”


주인님이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정말 죄···.”


“그 뒤에 나오는 말은 아주 심사숙고해서 하는 게 좋을 거야.”


“정말 죄송해요. 제가 알아낸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정말이에요.”


연이 별안간 무릎을 꿇었다.


“원하신다면 제 목숨을 끊어서라도 비밀을 지킬게요.”


연이 칼집에서 칼을 빼내어 자신의 목을 그어버리는 듯 목에 칼을 대었다.


주인님의 그런 모습을 본 순간 단검을 던져 손아귀를 맞추었고 연은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


검이 연의 손아귀를 꿰뚫는 줄 알았건만 날이 아닌 자루가 손아귀를 맞춰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드물게, 정말 드물게 주인님이 큰소리를 내셨다.


주인님이 저벅저벅 걸어가 우악스럽게 연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었소!”


“비밀··· 천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요.”


연이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머리카락이 얼굴 전체를 가려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내가, 내가 언제! 내가 언제 목숨을 끊어 아가씨의 비밀을 지키라고 했소!?”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내가 당신을 보내지 말아야 했는데···.

내가 당신을 혼자 보내지만 않았더라도···.”


연이 주인님을 보냈다고?


그렇다면, 연이 괴물 토벌을 이유로 주인님을 겨울개천으로 향하게 했다?


그래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연이 자리에 허물어졌다.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보니 울고 있는 듯 하다.


“연··· 나는 기억이 없소. 당신과의 기억이 없단 말이오.

그래, 과거엔 당신과 친밀했을지 모르고 그 이상의 관계였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젠 그 과거는 의미 없는 일이오,

나는 노예기사가 되었고 이제 한평생 아가씨를 위해 사는 몸이 되었소.”


주인님이 연님을 일으켜 세운다.


“날 보시오.”


연님이 고개를 들어 주인님을 쳐다봤다.


“나도 같이 있을게요.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내가 당신의 노예기사가 될게요.”


“아니. 가시오. 그리고 이제 다시 내 눈앞에···.”


주인님이 갑자기 말을 끊고 연을 쳐다봤다.


“싫어요! 싫다고요!”


연은 주인님의 끊어진 말이 예상되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우리의 최종목적지는 곰무덤이오. 거기서 기다리시오.”


“최종목적지요?”


“그렇소. 이제 가시오.”


“아··· 네!”


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조금 이상한데.


내가 알기론 주인님은 겨울개천에서 1년 동안 랑님과 지내신 걸로 아는데.


“올 때는 혼자 오시오.”


“알겠어요!”


연이 바닥에 놓인 짐을 주섬주섬 챙겼다.


겨울개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당연히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자신이 겨울개천으로 보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목적지도 알고 있을 텐데 오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왜 찾지 않았지?


“저는 가볼게요. 곰무덤에서 봐요.”


“알았소.”


연이 주인님을 등진 채 내 쪽으로 걸어온다.


“방향이 그쪽이오?”


“아, 네! 이쪽으로 가야 해서요.”


주인님의 물음에 연이 뒤돌아 답했다.


“그렇군. 잘 가시오.”


연이 주인님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표정이 급격하게 차가워지더니 날 쏘아본다.


그리곤 나를 향해 입 모양으로 말하면 죽여버릴거야 라고 말했다.


나는 덜덜 떨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짜 나를 죽여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에.


연은 그렇게.


지금까지 길을 잃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고, 이내 하나의 점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0 95(1) 23.05.21 17 0 12쪽
99 94 23.05.20 16 0 12쪽
98 93 23.05.15 23 0 11쪽
97 92 23.05.14 99 0 12쪽
96 91 23.05.01 98 0 12쪽
95 90 23.05.01 28 0 12쪽
94 89 23.04.30 29 0 12쪽
» 88 23.04.29 18 0 11쪽
92 87 23.04.24 24 0 12쪽
91 86 23.04.23 26 0 13쪽
90 85 23.04.22 25 0 12쪽
89 84 23.04.17 23 0 12쪽
88 83 23.04.16 49 0 12쪽
87 82 23.04.08 26 0 12쪽
86 81 23.04.03 32 0 11쪽
85 80 23.04.02 29 0 12쪽
84 79 23.03.25 27 0 12쪽
83 78 23.03.20 19 0 11쪽
82 77 23.03.19 29 0 11쪽
81 76 23.03.18 59 0 12쪽
80 75 23.03.13 25 0 10쪽
79 74 23.03.12 33 0 11쪽
78 73 23.03.06 33 0 12쪽
77 72(2) 23.03.05 37 0 11쪽
76 72(1) 23.03.05 75 0 11쪽
75 71(2) 23.02.20 24 0 12쪽
74 71(1) 23.02.20 19 0 12쪽
73 70 23.02.19 38 0 12쪽
72 69 23.02.18 36 0 12쪽
71 68 23.02.13 3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