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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동 님의 서재입니다.

내 성좌는 가챠 중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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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동
작품등록일 :
2024.06.05 13:07
최근연재일 :
2024.07.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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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441

작성
24.06.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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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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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1쪽

이게 바로 근본이다

DUMMY

이게 바로 근본이다




꽈악···!


그런 건 알고 있다.

사실은 알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와 헌터 사이트, 커뮤니티, 탑의 이름, 각성자들의 유○브만 들어가 봐도 차후에 어떻게 될지는 바보라도 알 수 있다.


당장 멸망의 탑이 나타난 지 11년째가 되는 해에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소문이 퍼져있다.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는 이 소문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그런 꼴인데 멸망의 탑을 올라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가?


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멸망의 탑을 올라가지 않고 머뭇거리는 건···. 그러고 있는 건···.


후우.


지금의 내가 몸부림쳐봤자 미래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9년이다, 9년! 11년째에 어떤 일이 벌어진다면, 그리고 유○브에서 떠드는 ‘예언’이 옳다면, 나는 사실상 마지막 세대의 각성자다.


마지막 세대. 초창기에 나타난 각성자들보다 9년이나 뒤처진 끝자락에 탄생한 각성자.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더라도 9년의 차이를 어떻게 매울 수 있겠는가?


심지어 나란 놈은 1성(★)일반의 재능을 지닌, 밑바닥 중에서도 밑바닥이다. 가챠로 날 뽑은 성좌조차도 절망하고 다음 생을 노렸다.


그래. 나란 놈은···. ‘평범’하게 선택받은 각성자들조차도 능가하지도 못하며, 따라잡을 수도 없고, 그 뒤에 설 능력조차 되지 못하는 놈이다.


물론 가챠를 통해서 5성 소환수를 뽑았으니, 빠른 속도로 날아오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능이···. 1성(★)일반이라는 최악의 재능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데. 가파른 상승곡선이 계속 쭉 이어질까? 어느 순간 갑자기 뚝 하고 떨어져 밑바닥에 처박히는 게 정상 아닐까?


그러니···. 미련하게 쫓아갈 수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일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심지어 쫓아가다가 죽을 수도 있는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쳐다보지 말고 지금의 나에게, 현재의 나에게 주어진 행운에 만족하고 사는 게···.

괜히 황새를 쫓다가 다리가 찢어지는 뱁새가 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산다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행복의 틈바구니에 끼여 최소한 즐길 수는 있을 테니까.


······.


나에게도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나란 인간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란 인간은 선택받은 각성자가 되기 전이나, 각성자가 된 후나 하찮은 재능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1성(★)일반.

진짜 말도 안 나온다.


7400의 행운? 그래봤자 이상현이라는, 밑바닥을 설설 기어 다니는 인간의 행운일 뿐이다.


태생조차 다른 억만장자들과 비교하면.

재능을 타고난 자들과 비교하면 비루할 뿐이다.


그리고 행운만 높을 뿐, 각성자에게 가장 중요한 마력은 소환수 둘조차도 제대로 소환하지 못하는 개폐급 쓰레기다. 재활용도 안 된다.


그러니 자기 분수에 맞게 괜히 욕심내지 말고, 괜히 억지 부리지 말고, 아나스타샤와 마를르네와 함께 하게 된 지금의 행운에 만족하자.


이 이상은 객기고, 아집이고, 고집이고, 집착이고, 망상일 뿐이다.


물론 이루면 좋겠지. 하지만 이루지 못한다면, 그러다 괜히 죽는다면,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결심한 나 자신을 죽어서도 원망할 것이다.


「음? 뭐지? 뭔가···?」


뚜루루···!

띠링!!


[창병-1성(★)일반] / [마법사-1성(★)뛰어난]

[검투사-1성(★)전설] / [도적-1성(★)영웅]

[사냥꾼-1성(★)영웅] / [리자드맨-1성(★)전설]

[오크-1성(★)특별한] / [늑대-1성(★)영웅]

[천마-6성(★★★★★★)전설] / [고블린-1성(★)특별한]


[소환수]

이름: 계월화

재능: ★★★★★★(전설)

직업: 천마

특수능력: 천마신공, 역천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머리카락과 바다를 쏙 빼닮은 눈동자. 그리고 세상사에 초연한 듯한 무표정.


『월화다. 그대가 나의 주인인가?』


금발벽안의 초미녀 천마.

천마신교의 주인 천마.

월화.


[운명의 소환수 ‘천마’를 선택하셨습니다!]

[세 번째 소환수가 등록됩니다!]

[천마가 당신에게 영원히 복종합니다!]

[천마(★★★★★★)를 소환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마력이 부족합니다!]

[최소 2000의 마력이 필요합니다!]


······.


그런가.

그런 것인가.

그런 연유에서였나.


내가 지금까지 불행한 인생을 살았던 것은.

내가 지금까지 밑바닥을 기어 다녔던 것은.


먼 훗날.


인류를 위하여 큰일을 하게 될 나를 위한 시. 련. 이. 었. 던. 것. 인. 가.


알겠다. 이제야 알겠다.


내가 재능이 없었던 것은.

재능이 없었어야 했던 이유는···!


가혹한 시련만이 진정한 영웅을 탄생시키기 때문!


아아. 그렇다면.

이해한다.


그리고 알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운’을 지닌 나에게 재능마저 있었다면···.


훗. 그건 지구를 침공한 사악한 의지를 가진 존재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겠지.


「······.」

「그래, 네가 일류다, 상현아.」

「존나···. 파이팅 넘친다.」







봄이 끝나면 가을이 찾아오고.

여름이 끝나면 겨울이 찾아온다.


그리고 구멍이 있으면 파고드는 게 남자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섭리이며, 음과 양의 묘리이고, 인류 역사의 기원이다.


이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분명히 깨달았으니,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한 명의 남자로서 멸망의 탑에 오를 것이다.


「······.」


나 이상현은. 나의, 오직 나만의 사명을 기필코 완수하리라. 기필코!!


“성좌님!! 오늘 7층은 물론이고 8층, 9층까지 다이렉트로 한 번에 속 시원하게 공략하겠습니다.”

「···코끼리 아저씨가 시키디?」

“네!!!”

「이젠 부끄러움도 없구나?」

“그딴 건 아나스타샤의 갑옷을 벗길 때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습니다. 전 솔직하고 정직한 남자니까요. 아직도 저를 모르십니까? 실망입니다.”

「그···. 천마가 취향이냐?」

“금발벽안! 고금제일! 천마신교의 주인, 거유 천마!! 완전 근본 넘치는 히로인 아닙니까? 무협 그 자체죠!!”

「그게···. 근본···? 화산파의 화가 불 화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기분이군.」

“무협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화산파에서는 용암과 유황이 유명하며, 그들이 만든 화약은 막강한 위력을 자랑합니다. 최초로 화승총을 사용한 무림인도 화산파의 시조라고 하지요.”

「···돌겠군. 어디 가서 무협 봤다고 말하지 마라.」

“그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인정하시죠. 참고로 무당파는 굿으로 유명하며, 심령술이 발달해 있습니다. 무당파의 비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보다 10층은 공략할 마음이 없냐? 기왕이면 10층까지 갔으면 하는데.」

“10층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떠들썩했던 비밀의 방을 제대로 찾아볼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7400의 행운을 지닌 저라면 가능할 테니까요. 그래서 다음으로 미룬 것입니다.”

「음···. 대답은 그럴듯하네. 뭐, 좋아. 어쨌든 단숨에 9층까지 공략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출발하겠습니다.”


멸망의 탑을 올라가야 할 이유가 생겼고, 의지 또한 하늘을 향해서 솟아올랐으니,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가자, 7층!! 올라가자, 멸망의 탑!!!







멸망의 탑 7층에는 지금까지 상대한 몬스터들과는 레벨이 다른 몬스터가 나타난다.


녀석의 이름은 트롤! 2.5미터에 달하는 키에, 기다란 팔을 지닌 몬스터로, 잘 알려져 있듯이 무지막지한 회복력을 자랑한다.


트롤은 기다란 팔로 사냥감을 붙잡아서 사냥감이 발악하든 말든 조금도 개의치 않고 살아있는 채로 잡아먹는데, 트롤의 치악력은 강철 갑옷조차도 씹어먹는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고블린, 오크, 리자드맨들 따위를 상대하던 각성자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트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다.


물론 정보가 공유되고 공략법이 나온 다음에는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몬스터가 바로 트롤이다.


그리고 7층에는 이 트롤이 두 마리가 나타난다.


「공략법은 간단해. 뜨거운 불로 지지는 거지. 요컨대 염화의 기사인 아나스타샤가 트롤들을 불태워 버리면 끝난다는 거야. 30초도 걸리지 않겠지.」


“아나! 부탁해!!”

“맡겨둬, 마스터!”


아나스타샤가 트롤들을 향해서 염화의 오러를 날렸다.


푸화아아악!!


날 잡아먹을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던 트롤들은 그대로 불꽃에 노출되어 거대한 장작이 되었다.


······!······!······!······!


강력한 불꽃은 트롤들의 비명마저도 먹어 치웠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회복력을 자랑하는 몬스터답게 고블린이나 오크처럼 맥없이 쓰러지지는 않았다.

온몸이 활활 불타오르는 와중에도 두 팔을 휘저으며 몸부림쳤다.


물론 반전은 없었다. 염화의 오러를 뒤집어쓴 트롤들은 30초가 지나기 전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쿠우우웅···!!


[트롤 두 마리를 쓰러뜨렸습니다.]

[레벨이 +5 상승했습니다.]

[300◆을 획득했습니다.]

[멸망의 탑 7층을 공략했습니다!]

[멸망의 탑 8층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바로 다음 층으로 가자, 아나, 르네!!”

“응, 마스터!”

“우후훗! 얼마든지!”


우리는 곧장 멸망의 탑 8층으로 올라갔다.







멸망의 탑 8층에서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들과는 다른 타입의 몬스터가 등장했다.


끼에에에에엑···!!


거대한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 하피!


하피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들과는 달리 영악하고, 재빠르다. 결코 각성자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않는다. 언제나 뒤를 노린다.


다행스럽게도 전투력 자체는 높지 않아서 땅으로 떨어뜨리면 별 볼 일 없는 몬스터다.


게다가 8층에서는 다섯 마리밖에 나타나지 않으며, 공격 수법 또한 낚아채서 떨어뜨리는 게 전부다.

그래서 나무나 바위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비교적 안전하다.


보통 초보 각성자들이 하피를 사냥하는 방법은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둥지로 돌아간 하피들을 기습하여 처치하는 것이다.


하늘에서는 자유로워도 날아오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하피들의 특성상, 지상에 내려와 있을 때는 손쉬운 상대라서 무난하게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림자 궁수인 마를르네가 있는 나는 조금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하피쯤이야, 간단하지!”


마를르네는 하늘을 빙글빙글 맴도는 하피들을 차례대로 쏘아서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철푸덕! 철퍽···!


하피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당했는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혀 죽음을 맞이했다.


[하피 다섯 마리를 쓰러뜨렸습니다.]

[레벨이 +5 상승했습니다.]

[750◆을 획득했습니다.]

[멸망의 탑 8층을 공략했습니다!]

[멸망의 탑 9층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좋군. 아주 좋아! 잘하고 있어! 단숨에 9층으로 넘어가자! 가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성좌님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기뻐하시는 성좌님에게 더 큰 기쁨을 안겨드리고자 머뭇거리지 않고 멸망의 탑 9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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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감정가는 25억 원입니다!! +7 24.06.29 625 30 12쪽
26 영웅이 힘을 숨김···?? +6 24.06.28 704 27 13쪽
25 아무도 찾지 못했던 비밀 장소, 제가 찾았습니다(3) +5 24.06.27 727 31 13쪽
24 아무도 찾지 못했던 비밀 장소, 제가 찾았습니다(2) +5 24.06.26 807 30 12쪽
23 아무도 찾지 못했던 비밀 장소, 제가 찾았습니다(1) +4 24.06.25 833 28 12쪽
22 영웅의 자질···? +7 24.06.24 868 32 13쪽
» 이게 바로 근본이다 +8 24.06.23 904 30 11쪽
20 그래도 양손에 꽃 +7 24.06.22 974 31 12쪽
19 3개는 너무 적소, 4개로 합시다 +5 24.06.21 935 30 13쪽
18 고블린의 비밀 창고 +4 24.06.20 946 31 13쪽
17 도망친 고블린을 쫓아가니 대박이? +3 24.06.19 982 25 12쪽
16 두 번째 성능 점검 +3 24.06.18 1,051 28 12쪽
15 탱커의 필요성을 느끼다 +5 24.06.17 1,060 27 14쪽
14 1억을 버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6 24.06.16 1,107 29 13쪽
13 피에 미친 짐승은 죽어서 무엇을 남기나? +4 24.06.15 1,116 29 12쪽
12 성좌님은 빠른 공략이 필요해요. 답답한 성좌는 기다릴 시간이 없어(3) +3 24.06.14 1,152 27 12쪽
11 성좌님은 빠른 공략이 필요해요. 답답한 성좌는 기다릴 시간이 없어(2) +4 24.06.13 1,214 35 12쪽
10 성좌님은 빠른 공략이 필요해요. 답답한 성좌는 기다릴 시간이 없어(1) +3 24.06.12 1,277 42 12쪽
9 행운은 언제나 옳습니다 +5 24.06.11 1,355 41 13쪽
8 행운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다 +7 24.06.10 1,379 52 14쪽
7 1층에 비밀의 방이 있는 건 국룰입니다(2) +3 24.06.09 1,398 46 12쪽
6 1층에 비밀의 방이 있는 건 국룰입니다(1) +5 24.06.08 1,485 45 12쪽
5 성능 점검은 신속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5 24.06.07 1,733 46 12쪽
4 아직 끝나지 않았다(2) +5 24.06.06 1,753 59 12쪽
3 아직 끝나지 않았다(1) +3 24.06.05 1,793 50 12쪽
2 파도, 파도, 파도! +4 24.06.05 1,829 58 12쪽
1 성좌도 가챠를 합니다 +4 24.06.05 1,951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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