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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동 님의 서재입니다.

내 성좌는 가챠 중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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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동
작품등록일 :
2024.06.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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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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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래도 양손에 꽃

DUMMY


그래도 양손에 꽃




나의 불행을 즐기시는 성좌님께서도 이번만큼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셨다.


「그···. 괜찮아?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건 아니지? 걱정하지 마. 다행히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그···. 조금 빠지기는 했는데, 말 그대로 조금이야. 그러니 너무 충격받지 마. 다시 자랄 거야.」


친절하고 상냥한 마를르네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를 모르고 망설이다가 그저 조용히 보듬어주었다.


“······.”


나는 차분히 두 손을 들어서 머리를 확인했다. 더듬더듬. 다행스럽게도 빈집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꽉 차 있었고, 탈모로 발전할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황금빛 가호. 착용자의 행운에 비례하여 더더욱 강력해지는 황금빛 가호가, 절망의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지던 나를 구해준 것이다.


나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근···두근···! 황금빛 가호가 아니었다면 내 머리가 어떻게 되었을지.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 마스터.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이미 머리카락은 빠졌고, 그 머리카락을 주워 담을 수도 없지만, 탐욕스러운 고블린들이 남긴 보물을 더 탐내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를르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 이 지긋지긋하고, 두 번 다시 꼴도 보기 싫은 탐욕스러운 고블린들의 보물 창고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열과 성을 다해서 마를르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추악하고, 더럽고, 불결하고, 악랄하고, 탐욕스러운 고블린들을 처치하고 획득한 능력 포인트 전부를 마력에 투자하니 변화가 일어났다.


[마력이 200을 돌파했습니다.]

[소환수를 둘 이상 소환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소환수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나는 즉시 아나스타샤를 소환했다.


위이잉!


방바닥에 원형의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그 마법진 위로 염화의 기사 아나스타샤가 나타났다.


“마스터!! 왜 이렇게 늦게 부른 거야?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 알아? 도대체 왜···.”


아나스타샤는 어째서 자신을 이렇게 늦게 부른 것인지, 왜 그동안 부르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그러다 내 옆에 서 있는 마를르네를 뒤늦게 발견했다.


“그 여자는···?”

“안녕! 내 이름은 마를르네야. 마스터의 두 번째 소환수지. 만나서 반가워. 편하게 르네라고 불러줘.”


마를르네는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자기소개를 끝내버렸다.


“···아나스타샤. 아나라고 불러줘. 마스터의 첫 번째 소환수야. 마를르네.”

“응! 앞으로 잘 부탁해 아나! 우리 잘 지내보자.”


두 사람 모두 웃고 있는데, 어째서 한기가 느껴지는 것일까? 아마도 내 착각이겠지?


“마스터.”

“응, 아나.”

“마를르네도 성능 점검을 한 거야?”


나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응.”

“그래서 날 늦게 소환한 거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뭔가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 내 마력이 부족해서 둘을 한 번에 소환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아, 마력이 부족해서 날 소환하지 못한 거구나. 그래서 마를르네만 소환한 거구나.”

“응. 정확히는 내 재능이 부족한 거였지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해결됐어. 이제 두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어.”

“흐음.”


아나스타샤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아무래도 꽤 오랫동안 자신을 소환해주지 않은 게 불만인 듯하다.


나는 그런 아나스타샤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일단 갑옷부터 벗겼다.


“마, 마스터?!!”

“아무래도 그동안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오해도 쌓이고 서운한 게 생긴 것 같아. 대화부터 나누자!”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갑옷부터 벗기면 어떡해! 게, 게다가 마를르네도 있는데···!”

“난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 아나! 나 때문에 그동안 마스터 곁에 있을 수 없었잖아? 이번 기회에 오해도 풀고, 대화도 나누고, 오랜만에 성능 점검도 받도록 해.”


친절하고 상냥한 마를르네는 부끄러워하는 아나스타샤에게 부끄러워할 것 없다고, 자신은 괜찮다고 거듭 말하며, 이불까지 깔아주었다.


팡팡!


“새로운 이불이니까 뽀송뽀송할 거야.”

“내, 내가 부끄럽단 말이야!!”

“어머! 아나는 부끄럼쟁이구나? 너무 걱정하지 마.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사실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야.”

“그, 그러니까! 더더욱···!”

“그런데 궁금하기도 해. 아무래도 이런 건 처음이니까. 어머, 내가 너무 이상했나? 아무튼 쌓인 오해도 풀고 마스터의 소환수로서 오랜만에 성능을 점검받도록 해. 나는 실컷 받아서 괜찮으니까.”

“앗?! 아니, 실컷···?!!”


나는 나와 아나스타샤 사이를 방해하는 마지막 장애물을 제거했다. 그리고 그동안 쌓인 오해와 불만을 털어버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다행스럽게도 아나스타샤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고, 잠시나마 쌓였던 먼지는 깔끔하게 사라졌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단칸방에서 하는 건 성능 점검이 아니야. 소환수의 성능을 점검하는 곳은 탑이라고.」


편견에 사로잡힌 성좌님께서는 오직 탑에서만 소환수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지 아시지만, 단칸방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소환수와 얼마나 몸과 마음이 잘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소환술사가 가져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블린들의 보물 창고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지도 어느덧 열흘이 지났으나 멸망의 탑으로 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갈 수 없었다.


나는 성실하고, 정열적이고, 부지런한 서버 관리자로서 아나스타샤와 마를르네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한 개의 서버가 두 개로 늘어난 까닭에 시간도 열정도 체력도 힘도 모두 부족해져서, 두 개의 서버를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저히 멸망의 탑으로 갈 수 없었고, 두 개의 서버를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그야말로 열과 성을 다했다.


나는 어느 서버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두 개의 서버 모두 완벽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고, 이것은 서버 관리자의 역할이자 의무였다.


단칸방이라는 건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단칸방이라서 더더욱 충실히 서버를 관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나스타샤와 마를르네, 두 서버는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소한 오류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두 서버가 호환되는 믿기 어려운 결과까지 나타났다!!!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는 말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깜짝 놀란 나머지, 하늘에 계신 분께 이것이 정녕 현실이냐고 물었고, 호환이 거짓이 아님을 하늘에 계신 분의 땅에서 분명히 확인받았다.


「상현아!! 상현아아아아···!! 이제, 그만, 탑으로 올라가지 않을래??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니?? 그만하면 충분하단다!! 제발, 제바아아알!! 탑으로 올라가다오!! 벌써 열흘이야, 열흘!! 언제 탑을 공략할래?? 응?? 누가 보면 저 높은 층까지 올라가 있는 줄 알겠다!!」


성좌님의 말씀은 서버들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으니, 서버 관리팀을 잘라도 된다는 무식한 임원의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나 자신이 완벽을 추구했음에도, 서버가 둘로 늘어난 까닭에, 시간과 열정과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더 많은 시간과 열정과 체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마른오징어에서 물기를 쥐어 짜내는 듯한 심정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버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배달앱, 배달만족의 최고 등급인 VVIP가 되었다.


「배달부가 자양강장제를 배달해준 인간은 네놈밖에 없을 거다!!! 캬아아악!!!」







나는 성좌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설득에 보답하기 위해서 멸망의 탑으로 왔다.


[멸망의 탑에 오르셨습니다.]

[다음 층을 공략하거나, 공략 진행률을 높이기 전에는 멸망의 탑에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로비에서는 그 어떠한 상대도 공격할 수 없습니다. 모든 적대 행위가 금지됩니다.]

[현재까지 공략한 층: 6층]

[7층 입구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세금이 없는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세금이 없는 탑 코인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돌아왔다···! 멸망의 탑으로 돌아왔다고···! 이게 10년 만인가? 10년 만에 멸망의 탑으로 돌아온 건가? 아아. 너무 오래 걸렸어. 너무 오래 걸렸다고.」


고작해야 2주일일 뿐인데도 과장이 심하시군. 나의 1성(★)일반의 재능을 생각하면 한 달에 한 번 도전하는 것도 험난한 일인데 말이다.


「뭐? 지금 뭐라고 그랬냐? 응? 한 달에 한 번? 나하고 장난해? 내가 한 60층이나, 70층이면 뭐라고 말도 안 해. 그곳은 정말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10층도 못 올라갔어!! 10층도 못 올라갔다니까? 그것도 5성 소환수를 둘이나 데리고 있는데!!」

「그러니 내가 화가 안 나고 배기겠어? 상현아.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그리고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각성자는 멸망의 탑을 올라가야 해!! 그건 선택받은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그래서 오르고 있잖아요, 성좌님.

게다가 매번 공략하고요.


「아니, 씨발, 내 말은,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거지!! 이제 겨우 6층인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냐?! 빡세게, 속공으로, 타임 어택을 했으면 11층까지 하루도 안 걸렸을 것을 지금 얼마나 걸렸냐고, 이 자식아!!」


딱히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한 달이 넘은 건 확실하다.


음.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느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랭커’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닌 내가 굳이 빡세게 탑을 올라가야 할까?


오히려 지금처럼 느릿느릿 오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의문에 성좌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왜 재촉하겠니? 네 성향을 잘 아는데? 그런데 왜 재촉하겠어? 무엇 때문에? 도대체 왜? 영웅이 되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영웅급 재능을 타고난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닦달할까? 그냥 입 닥치고 있으면 편안할 텐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번 잘 생각해봐. 어째서 내가 이러는지를. 왜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될 것을 어떻게든 억지로 탑을 오르게 하는지를. 그리고 왜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지를. 그저 탑을 올라가라고만 하는지를. 어째서 멸망의 탑인지를.」

「정말,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어? 재능이 1성(★)일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1성(★)일반인데도 멸망의 탑에 오르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지금 너에게 찾아온 행운에만 파묻혀 있지 말고 잘 생각해봐.」

「그리고 난 좋든 싫든 너의 성좌야. 지켜주고, 보듬어주고, 바른길로 이끌어주는 성좌라고. 심지어 이름이 신이야, 신! 정확히는 고드지만. 아무튼!!」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래, 네 마음대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적어도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훨씬 멋진 인생일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명심해라. 행운도 지킬 힘이 있어야 행운이라는 걸.」


성좌님의 눈동자가 보였다.

성좌님은 정색하고 계시진 않았다. 그저,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실 뿐이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소환수 가챠 한판 할까요?”

「오, 그거 좋지!! 단챠로 좋은 게 나올지도 모르니까!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돌리는 것 같은데?」


애써 분위기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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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양손에 꽃 +7 24.06.22 74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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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도망친 고블린을 쫓아가니 대박이? +3 24.06.19 736 21 12쪽
16 두 번째 성능 점검 +3 24.06.18 786 24 12쪽
15 탱커의 필요성을 느끼다 +5 24.06.17 797 21 14쪽
14 1억을 버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6 24.06.16 836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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