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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매니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를 위한 세상은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일어선자
작품등록일 :
2020.03.27 18:09
최근연재일 :
2020.04.29 16:51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15
추천수 :
8
글자수 :
140,745

작성
20.04.28 12:20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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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5화

DUMMY

이변은 쓰러져있는 다진이에게서 시작됐다. 몸 근처에서 검붉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검붉은 기운을 휘감은 그림자는 촉수처럼 길다랗게 늘어났고 날카로운 송곳처럼 변해 한상주의 몸을 꿰뚫었다.


"컥!.. 이건 또 무슨.."


아까 한번 뚫린 자리에 다시 한번 바람구멍을 만든 그림자는 수십가닥으로 갈라지며 한상주의 온 몸을 꿰뚫었다.


팔 다리 몸 어디 할것 없이 한상주의 몸을 꿰찬 그림자는 한상주를 들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도대체 몇번이나 죽을 상황에서 살짝 피해가는지 지쳐버린 최민수는 저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한쪽에 쓰러져 있는 다진이의 몸에서 뻗어나와 있었다.


내팽개쳐버린 한상주를 뒤로하고 그림자는 꿈틀거리며 조금씩 다진이의 몸을 들어올렸다.


몸통에 있는 검상때문에 피가 줄줄흘러내리고 있는 다진이는 의식도 없이 팔 다리를 덜렁거리며 그림자에게 들려올려졌다.


발이 땋에 닿고 일어서있는 형태를 취하게 한 그림자는 이내 확 퍼지며 다진이의 몸 전체를 감싸안았다.


온통 검붉은 색으로 칠해진 사람이 되어버린 다진이는 그렇게 일어선 채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 드디어 나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거냐?


'도대체 난 어떻게 해야 좋은거지.'


최지혜를 잃고 나서 절망에 몸서리치고 있는 나를 돌봐주려고 애쓴 사람인 태준이가 사실 배신자 아니 처음부터 배신할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첩자라니.


복수고 뭐고 전부 다 허망해졌다. 사실 사람들은 전부 악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게 아닐까. 착한사람과 선의는 사실 전부 허상인 것이 아닐까.


악한것으로 가득 찬 세상을 조금이라도 선하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사실 나에게 말을 거는 이녀석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눈치채고 있었다. 직감이 경고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최대의 위험. 어떻게 해서 이녀석이 나한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강대한 힘을 가진 녀석은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그 힘을 쓸 수도 없고 나한테 어떤 짓을 할 수도 없다.


한상주가 TV에 등장하고 나는 마음속에서 복수심이 타올랐고 녀석의 힘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무엇이든 먹어치우고 양분으로 삼아 자신을 강화시키는 녀석의 힘은 대단했다.


얼마 되지도 않아 나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있는 강인한 신체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게 한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선을 넘어가면 녀석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거라고. 녀석에게 잠식당할 거라고 직감이 경고를 보내왔다.


나라는 인간의 한계가 이곳이라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복수를 끝내고 나면 그냥 조용히 살아가자고 정했다.


그런데...


태준이가 첩자였다고? 배신자였다고? 처음부터 나에게 보인 호의와 선의가 전부 거짓이었다고?


이제 아무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아.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어.


- 좋은 선택이야. 이 세상에서 신경써야 할 건 너하나로 충분해. 다른 그 어떤것도 신경쓸 필요는 없지.








"빌어먹을... 여긴 뭐가 이렇게 변수가 많아...."


온 몸에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린 한상주는 피를 한가득 쏟아내며 일어섰다. 저런 몸으로 일어설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뚫려있는 부위가 더 많은 몸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제자리에 섰다.


1초씩 시간이 지날수록 구멍은 메워져갔다. 살이차오르고 새살이 돋아나는 과정은 아까 전 구멍을 메웠던 과정보다 조금 느리긴 했지만 확실하게 몸을 복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건 대체 뭐지?"


눈 앞에 놓여있는 검붉은 그림자를 한 형체는 괴기스럽게 일렁이고 있었다. 저게 어떤 현상인지 무슨능력인지 알 수 없지만 그대로 놔두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모르겠습니다. 저도.."


"공격해봐."


태준이는 한상주의 명령으로 공격하기에 꺼림칙한 모습을 가진 검붉은 그림자에 휩싸인 다진이를 공격했다. 빛의 검을 뽑아 목이라고 예상되는 부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ㅡ 퍼석!


긴장했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의 타격음과 함께 그림자의 목과 함께 머리가 터져나갔다.


'뭐지...'


분명 한상주의 몸을 꿰뚫고 넝마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그림자였는데 이렇게 쉽게 잘리고 터져버린다고? 게다가 방금전의 그 감각은 뭔가를 벤 느낌이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물을 갈라버린 느낌.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결과는 그림자의 머리가 터져나갔다는 것.


태준이는 경계심을 갖고 아직 남아있는 몸체와 그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몸체는 그대로 가만히 서있었고 그 주변에는 아까 터졋던 머리의 잔해라고 여겨지는 검붉은 액체같은 것이 널려있었다.


꿈틀.


이상을 발견한건 순간이었다. 뭔가 조짐이 일어나자 태준이는 재빨리 빛으로 몸을 휘감았다.


ㅡ 까앙!!


쇳소리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충격이 태준이에게 흘러들어왔다. 머리가 터져나간 잔해는 어느새 꼬챙이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었고 태준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대로 계속 막기만 한다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당할 것이라는 걸 예상한 태준이는 한상주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ㅡ 까앙!


ㅡ 까앙!!


ㅡ 까앙!!!


한번 두번 세번 계속해서 울려퍼지는 소리는 태준이에게 죽음과 가까워지는 소리로 다가왔다. 빛은 점점 연해져가고 자신의 속도로는 저 공격을 영원히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조급해져만 갔다.


"리더. 도와주세요. 이대로는..."


한상주는 그런 모습을 보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자신의 회복에 주력했다. 아무리 충직한 부하라지만 자신의 회복이 먼저였다.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저것은 잘못하면 자신조차 갈갈이 찢길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조심해야하는 것이 당연했다.


ㅡ 까앙!!!!


결국 빛의 보호는 깨졌고 태준이는 맨몸으로 그림자로 이루어진 꼬챙이를 마주했다. 자신의 나약함을 자책하는 걸까 아니면 도와주지 않는 한상주를 원망하는 걸까. 태준이는 두눈을 질끈 감았다.


ㅡ ...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살며시 눈꺼플을 들어올렸다. 자신을 공격하던 검붉은 꼬챙이들은 사라졌다. 그것들은 어느새 본체로 돌아가 머리를 구성했다.


방금 전까지 죽을뻔 했다는 걸 아는 태준이는 두려운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는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ㅡ 꿈틀


한 걸음 두걸음 물러섰을 때 그림자는 출렁였다. 고요한 호수에 하나의 물방울이 떨어질때처럼 출렁이던 그림자는 이내 터지듯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내용물을 드러냈다.


그 안에는 새하얀 머리를 가진 다진이가 있었다. 모든 것을 피로 물들이는 선홍색 눈동자를 한 그는 순식간에 태준이 앞으로 다가가 심장을 꿰뚫었다.


"...커흑!"


"너에게는 감사한다."


"살려..."


자신의 심장이 꿰뚫리는 감촉을 느끼며 태준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다진이를 쳐다봤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그는 살려달라고 말했다.


"너로 인해서 나는 깨어날 수 있었다. 이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야. 많은 것들이 더러워져 있지. 아무리 깨끗하게 보이려고 하얀 천을 뒤집어써도 결국엔 그 천도 더럽게 물들어 갈 뿐이야."


다진이는 그런 태준이의 말은 신경쓰지않았다. 어차피 살려줄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었으니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커흑!"


심장이 몸속에서 도려내지는 감각에 태준이는 비명을 토하고 싶었지만 그런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깨끗해지려면 일단 쓰레기를 치우고 소각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는 감사한다. 세상이 이렇게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니."


ㅡ 하핫! 피다! 심장이야!


다진이는 자신의 몸속에서 기뻐하고 있는 녀석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자신의 의지는 녀석에게 잠식되어갈 테고 언젠가는 살인귀가 되어 대학살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고 아무것도 상관없는 일이다. 앞으로의 일따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더러운 쓰레기들을 치우고. 세상을 정화한다. 그 이후의 일은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괴물이시군요. 어디서 그런 능력을 숨기고 계셨습니까?"


"넌. 인간이 아니군."


태준이가 심장이 뽑혀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한상주는 다진이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과 무엇인가 바뀌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말만 조금 잘하면 어쩌면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제가 속해있는 곳에 오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저희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보다 더 강한 힘. 보다 더 많은 살육. 더 많은 재물. 어떤 것이든지요."


한상주를 바라보는 다진이의 눈동자는 싸늘했다. 어떠한 위기감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이대로라면 분명 죽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제안까지하며 다진이를 끌어들이려고 했다.


"그런 건 필요없다. 인간도 아닌게 어디서."


자신을 죽일생각이라는 걸 확인한 한상주는 도망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방어막으로 둘렀다.


순식간에 펼쳐진 방어막은 다진이의 그림자에서 뻣어나오는 촉수들을 방어해냈다. 촉수들은 공격이 막히자 방어막을 둘러싸며 압박했다. 몇초 지나지 않아 박어막은 우겨지듯이 부서져내렸고 그 안에는 한상주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어디로 도망친걸까. 한상주는 다진이의 뒤에서 지금 자신이 가진 온힘을 동원한 공격을 감행했다.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어느새 튀어나온 그림자의 장막이 한상주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게...?"


분명 막을 수 없을 터였다. 실제로 다진이도 반응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단지 직감이 경고하고 그림자가 반응해서 막은 것 뿐이었다.


자신이 다진이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이게 유일했다. 그냥 도망치면 붙잡힐게 뻔하니까 기습으로 부상을 입히고 빨리 빠져나갈 계획이었는데.


이대로 죽어줄 수는 없었다.


"아마 저는 여기서 죽게 되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죽어줄 수는 없답니다."


인간의 형태를 버렸다.


한상주는 인간의 껍질이 부서지며 자신의 몸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인간의 몸에 갇혀 제한되었던 힘이 풀려나오는 걸 느끼며 고양되었다.


이 힘으로 녀석을 죽여도 상부는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에게 개죽음을 당할 바에야 상부에게 죽는게 낫다.


이제 곧 녀석의 얼굴을 뚫어버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ㅡ 푸욱!


ㅡ 푸욱!


ㅡ 푸욱!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자들이 한상주의 몸을 꿰뚫었다. 꿰뚫은 그림자는 그 몸안에서 한상주의 힘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몸을 꿰뚫린 것이 아니라 힘이 빨려들어가는 걸 느낀 한상주는 크게 당황했다.


"이게 뭐야. 그만해! 컥!"


"이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한상주는 그대로 그림자에게 힘을 빨리며 죽어버렸다. 허무한 죽음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뜬 한상주의 시체는 이내 그림자에게 통째로 먹혀버렸다.




"다진아. 이제 어떻게 할거냐."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본 최민수는 앞으로 다진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다진이는 너무나 낯설었다. 외모도 성격도 그 사고방식조차도.


다진이는 잠시 최민수를 바라봤다. 최지혜의 오빠이면서 자신을 키워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힐끔. 최민수를 잠시 바라본 다진이는 이내 무시하고 건물 위로 올라갔다.


그림자들이 다진이의 몸을 감싸며 건물 벽을 짚고 올라가는 모습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사라져버린 다진이가 있었던 자리를 보며 최민수는 눈을 감았다. 이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의 혼란을 조장했던 보더는 리더가 죽음으로 사실상 끝을 맞이했다. 각국의 능력자들이 모여 보더들의 잔당과 싸우는 건 아직도 지속되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승리하겠지.


앞으로의 일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다진이다.


최민수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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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20.04.10 44 0 11쪽
12 11화 20.04.08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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