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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매니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를 위한 세상은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일어선자
작품등록일 :
2020.03.27 18:09
최근연재일 :
2020.04.29 16:51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19
추천수 :
8
글자수 :
140,745

작성
20.04.18 12:0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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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DUMMY

다음날 수업이 전부 끝나고 다진이는 최지혜를 찾아갔다.


"어. 다진아 왜?"


"어제 있던 일 때문에요."


최지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을 할건지 전부 보였다. 저렇게 기죽어서 여기에 온 걸 보면 분명 자신에게 미안한 말을 하기 위해 온 걸테고 그게 어제와 관련이 있다면 결국 다진이는 균열에 관련된 일을 계속 하기로 결정내린 것 같았다.


"그래. 어떻게 하기로 정했니."


"처음에 균열에 들어가고 국가 소속이 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조금 여기에 있다가 슬그머니 빠지려고 생각했어요."


다진이는 밤새 자신이 고민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물쭈물대며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게 좋다고 생각한 다진이는 움츠려들었던 고개를 들고 최지혜를 마주 봤다.


"그런데 어느순간 여기서 빠져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졌어요. 재능이 있다. 뛰어나다. 미래가 궁금하다. 이런 말들을 듣게 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최민수는 다진이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위기감지능력은 어느 능력과 견주어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어중간한 전투능력보다 수십배는 좋은 능력이다. 그렇기에 다진이를 집중적으로 케어하고 기초부터 탄탄하게 단련시켜주기 위해 왠만한 정신계능력자는 시키지 않는 육체단련까지 하게 만들었다.


"저 사람들한테는 내가 굉장히 필요한 존재구나. 나는 누군가에게 정말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실제로 최민수 선생님은 저한테 많은 신경을 써주셨고 많은 걸 가르쳐 주셨어요. 저는 그 기대에 배신할 수 없어요."


기대를 배신할 수 없다. 마음을 닫고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은 세월이 2년이다. 그렇게 다른사람들이 자기에게 다가오는 걸 싫어하고 거부했는데 어느새 타인의 호의에 호의로 보답하는 사람이 되었다. 최지혜는 참 기쁜일인데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다는 게 슬펐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다진이한테 안된다고 말 할 수 없으니 결국 그 위험한 일에 들어가야할텐데 정말 걱정스럽다. 하지만 자기가 결정한 일이니까 그걸 가로막을 권리는 없으니까 믿고 응원하기로 정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정했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꼭 하나 명심해야 될게 있어."


최지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다진이는 행복했으면 했다. 행복하려면 죽지 않아야 한다. 균열에 관련된 일은 죽을 위험이 너무나도 크다. 최지혜는 다진이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까봐 두려웠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네 생명이 먼저야.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되니까. 죽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알겠지?"


"네."


"그래. 그럼 힘내 다진아. 기왕 정한거 열심히 하고. 얼른 가봐."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진이는 선생님의 허락에 얼굴이 밝아지며 교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신이결정한 걸 막아서거나 설득하려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쉽게 인정해줬다. 다진이는 이게 자신을 스스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줬기 때문에 이렇게 별 말없이 허락했다고 생각했다.


'오빠한테 잘 좀 케어하라고 말해둬야겠다.'


기본적으로 최민수가 잘 지도하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아무말도 안하고 내버려둘 수 있을까. 최지혜는 이게 자식을 가진 엄마의 마음가짐인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최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다진이가 정확한 진로를 잡은 지 몇 주가 지났다. 그동안 훈련하고 가끔 균열에 투입되는 평탄한 시간이 이어졌다. 한 번 훈련을 통해 힘의 차이를 극복하고 성장한 아이들은 더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다.


다진이는 예전보다 좀 더 태준이와 용화에게 다가갔다. 전투에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위험한 공격을 알려주면서 도움을 줬다.


용화는 쓸데없는 참견이라며 성질을 냈지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다진이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했다.


팀워크는 견고해져 갔고 그렇게 평탄하게 경험이 쌓이고 성장하는 일만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던 태준이는 급하게 울리는 휴대폰을 바라봤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 저 배가 좀 아파서 보건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어. 그래."


태준이는 선생님들에게 모범생으로 소문나서인지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던지 자잘한 의문들은 묻지 않고 그냥 보건실로 보내줬다.


"여보세요."


"지금 당장 트레이닝룸으로 애들데리고 와라."


"네."


"혹시 학교 선생이 말리거나 그러면 다 뿌리치고 나와라.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발신자는 예상했듯이 최민수였다.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몇마디 말과 상황이 심각하다고 알린 최민수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위급한 일이라고 판단한 태준이는 질문은 하지 않고 빨리 애들에게 알리기 위해 달렸다.


같은 교실에 있던 다진이는 눈치빠르게 화장실에 간다고 하며 빠져나왔고 용화는 태준이가 직접 교실에 들어가서 빼내왔다. 무슨 일 때문에 부른거라고 했는데 워낙 용화가 양아치여선지 선생님은 제지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그냥 엄청 급한일이라고만 했어."


"급한 일?"


"보나마나 균열이겠지. 별거 없을 걸."


균열이라. 최민수가 연락해오는 건 균열에 관련한 것 밖에 없긴 했다. 하지만 별거 없진 않을 것 같았다. 감정표현을 자주 안하는 사람이 그렇게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빨리 와달라고 하다니 뭔가 일이 단단히 벌어지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별거 없진 않을 거 같은데. 그 사람이 그렇게 급하게 부른 건 처음이잖아."


"일단 가보면 알겠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트레이닝룸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황급히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들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최민수를 발견했다.


"무슨 일이죠?"


"빨리 타라. 지금 당장 균열에 들어간다."


최민수는 태준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가면서 해준다고 하며 차에 올라탔다.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급하게 차를 출발시키며 최민수가 입을 열었다.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에서 균열이 열리고 있다."


"균열 그거 하루에도 몇개씩 깰 수 있는 건데 그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오니까 문제야. 이대로 가다간 전 국토를 커버하지 못하고 버려야 되는 지역이 나올 수도 있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균열이 많이 열리면 열릴수록 인력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면 결국 공략하지 못하는 균열이 생겨나고 사회는 엉망이 될게 뻔했다.


"예상보다 더 일찍 폭주가 시작됐어. 너희가 성장할 시간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급하다."


최민수는 초조해하며 속도를 점점 높였다. 지금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하고 전 지역의 능력자들은 전부 균열에 투입시켰다. 그러고도 인력이 부족해서 제때에 능력자를 균열에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이들은 급박한 상황을 들으면서 초조해진 마음을 가지고 균열에 도착했다.


"균열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 거다. 일부러 그런 곳에 온거니까. 문제는 이런 낮은 난이도의 균열들이 무수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너희들은 앞으로 계속 이런 균열들을 수십개씩 처리하고 다니게 될 거다."


그 말 그대로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않고 균열을 공략했다. 학교에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결석했다고 최민수가 처리했다. 균열의 난이도는 예상대로 전혀 높지 않았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균열의 숫자였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균열이라고 해도 하루에 4,5개씩 공략을 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한계에 달하게 된다.


그저 단순한 반복 노가다같은 공략에 용화는 짜증이 치솟았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모두 지쳐서 대답할 기운도 없는 듯 했다. 용화는 태준이와 다진이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불만을 다시 쏟아냈다.


"하루에 4,5개씩 균열을 공략하고 싸울맛도 안나는 녀석들을 상대로 몇번이고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게 말이냐고."


쉬운 균열을 여러개 공략하는게 뭐가 불만인 걸까. 다진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태준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우리가 그 균열들을 처리해서 사람들이 안전해 질 수 있잖아."


"알아주지도 않잖아. 막말로 우리가 여기서 싸우다 뒤져도 누가 알아주겠어? 그래서 좀 강한 녀석들을 상대하고 싶다니까 뭐 아직 성장이 덜 되었다느니 수준이 모자라느니. 아니 그래서 계속해서 훈련하고 강해졌잖아."


지금까지 쌓여있는게 폭발한 듯이 용화는 폭포수처럼 불만을 쏟아냈다.


"약한 놈들을 상대하면 내 몸이 녹슬어 버리는 것 같다고. 이건 뭐 쓸모없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잖아."


싸워도 싸운것 같지도 않고 그냥 잡몹들 몇마리 던져놓은 균열을 처리하려고 이렇게 강해진게 아닌데 쓸모없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 같이 피로가 쌓이고 피폐해져 갔지만 이 모든게 사람들을 위해서인 것을 알았기에 버티고 있었는데 용화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용화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와서 하나 더 큰일이 터졌다.


"너희들이 다니던 학교에 균열이 발생했다."


"학교에요?"


학교라는 말에 다진이가 놀라서 되 물었다. 학교에는 친구들도 있지만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해준 최지혜선생님이 계신다.


"그래. 아직 시간은 좀 남았지만 불행히도 규모가 조금 크다."


"그럼 저희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건가요?"


규모가 큰 균열은 지금 상황에서 맡아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한 태준이가 최민수에게 물었다. 눈을 빛내며 강한 의지를 보이는 태준이를 보며 최민수는 살짝 웃었다.


"아니. 너희들도 포함해서 들어간다. 이번에 공략하는 거 보고 이 이후부터 너희들도 규모있는 균열공략에 들어가기 시작할거다."


"예쓰!"


용화는 더 이상 잡몹들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에 신이 났다.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어떤 위험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그러는 걸 보면 머리가 좋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너희들 모두 지쳤을테니까 쉬고 내일 새벽에 애들이 등교하기 전에 가서 처리한다. 얼른 자라."


애들은 일주일간 신세를 졌던 트레이닝 룸 안에 있는 휴식실에 들어갔다. 급박한 상황에서 집에 있다가는 바로 반응하지 못하니 급하게 트레이닝 룸 안에 있는 휴게시설을 이용한 것이다.


잠자리에 들려는 다진이는 눈을 쉽사리 감지 못했다. 뭔가 위험이 몰려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고 그렇게 직감이 경고했지만 다진이는 학교에 균열이 발생한 것 때문에 이렇게 불안한 것 뿐이라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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