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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매니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를 위한 세상은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일어선자
작품등록일 :
2020.03.27 18:09
최근연재일 :
2020.04.29 16:51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23
추천수 :
8
글자수 :
140,745

작성
20.04.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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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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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화

DUMMY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능력자? 어떻게 선생님이 그걸 알고 있는 거지? 아니 능력자라는 말은 어떻게든 알아냈다고 쳐도 내가 능력자라는 건 어떻게...


일단 진실을 말해줄 수는 없다. 정부와 관련되어 있기도 할 뿐더러 연관되면 분명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날게 뻔하다. 어떤 위험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일반인인 선생님을 휘말리게 할 수 는 없다.


"능력자요? 공부도 못하는데 무슨 능력자에요 제가."


최지혜는 다급하게 말을 돌리는 다진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봤다. 얼굴이 굳어있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게 뻔히 뭔가 숨기는게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의심은 거의 확신이 되었고 그렇다면 여기서 이야기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 최지혜는 다진이를 끌고 갔다.


"어어? 어디가시는 거에요 선생님!"


"여기서는 조금 그러니까 다른데서 이야기하자."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 밝기만 하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둡게 가라앉아 귀에 박혀오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으리라고 다진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타."


"네? 어딜 가시려구."


"가면서 알려줄테니까 일단 타."


"아. 하지만 이제.."


교무실이나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이야기 할 줄 알았던 다진이는 갑작스럽게 '타' 라는 말이 들리자 얼이 빠졌다. 여태까지 이런 적이 없었던 선생님인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가면 안 될거 같아서 살짝 빼려고 했지만 이번에 마음을 단단히 먹은 선생님은 다진이를 반 강제로 차에 태웠다.


학교를 떠나는 차 안에서는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말해준다던 선생님은 입을 꾹다물고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고 다진이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만 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 내려."


최지혜는 낮은 음성의 말 한마디와 함께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고 도착한 곳은 다진이도 많이 봤던 건물이었다. 지하에 트레이닝 룸이 있던 그 건물. 최근에 가장 많이 들락날락거렸던 그곳.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다진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여.. 여긴."


"따라와."


최지혜는 다진이를 끌고 최민수와 상담을 했던 사무실로 데려갔다. 마치 제 집인것 마냥 잠금장치를 풀고 안으로 들어가는 최지혜의 뒷모습은 어딘가 무척 화가난 것처럼 보였다.


"여기는 어떻게 알아내신거죠?"


자리에 앉아 마주보며 다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번에 최민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알아낼 수 있는 걸까. 도대체 전화를 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이렇게까지 화를 내면서 여기에 오는 걸까.


다진이는 이미 최민수와 최지혜가 어떤 식으로든 접촉을 했을 거라고 단정지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사실이다. 최지혜는 최민수를 만났고 그 때문에 화가 났고 다진이를 끌고 여기에 왔다.


"다시 한번 물어볼께. 다진아. 너 능력자 맞지?"


최지혜는 다진이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이 정도면 최지혜 선생님도 전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다진이는 얼굴을 굳히고 약간 고민을 했다. 이미 다 눈치채고 본거지(?)까지 알고 있는 사람한테 말해야 하는가. 말한다고 해서 최지혜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달라질게 있나.


여러 생각들이 오갔고 다진이는 결론을 내렸다.


"...네. 능력자 맞아요."


"언제부터?"


"한달 정도 됐어요."


"당장 그만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네?"


다진이는 솔직하게 능력자라고 밝혔다. 눈치챈 사람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건 숨기려고 발버둥치는 추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렇게 밝힌 진실에 최지혜는 다짜고짜 그만두라는 말부터 꺼냈다. 그만두라는 건 분명 균열과 관계된 이야기 일게 분명했다.


"너무 위험한 일이야. 다진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이라면 빠져나올 수 있다는 뜻이야."


"그걸 선생님이 어떻게 아시는데요?"


다진이는 어떻게 학교 선생님에 불과한 그녀가 국가기밀에 속하는 비밀에 접근하고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너 정말로 이거 계속 할거니?"


최지혜는 확답을 하지 않는 다진이가 답답했다. 다진이가 위험한 곳에서 벗어나길 바랬다. 그냥 평범하게 직장에 들어가서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면 안되는 걸까. 왜 이런 일들이 다진이에게만 벌어지는 걸까.


다진이는 생각에 잠겼다. 계속 이 일을 할건가... 언제부터인지 태준이와 용화와 같이 균열에 관련된 일을 계속 해왔다. 제대로 균열을 공략하기 위해서 훈련을 하고 보조로 공략에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조금 말좀 맞추고 어울려주다가 때가 되면 떠날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지금이 아니면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스카웃요청도 들어오고 이쪽 사람들에게 다진이라는 사람이 알려지고 있다. 떠나려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지금이 제격이다.


이곳에서 떠나라. 처음에는 머지않아 떠날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약간 생각이 필요하다.


다진이는 그렇게 몇 십분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최지혜는 초초함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더 강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진아. 이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쯤에서 그만해. 이게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최민수가 들어왔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호흡도 거칠었다. 사무실에 들어온 직후 그가 한 행동은 최지혜에게 한마디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다진이는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상황에 당황하며 두사람을 번갈아 봤지만 최지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는 듯이 담담히 최민수를 바라봤다.


"뭐하는 짓이긴 다진이를 위한 일이야. 아직 어른도 되지 않은 아이를 저렇게 위험한 일에 뛰어들게 할 수는 없어."


최민수는 완고하게 자신의 입장을 들이미는 최지혜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저렇게까지 완고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 답도 없는 상태이지만 다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다진이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잘만 하면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재가 될거야."


"재능? 인재? 재능이 있다고 사람은 행복해지지 않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을 하려고 하는데 재능이 있다고 거기에 집어넣는게 진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언쟁을 하는 둘은 마치 이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 속에서 다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균열에 계속 들어간다? 그냥 평범한 삶을 산다? 어떤 것을 택하던지 그 몫은 다진이 자신의 몫이다.


"오빠는 항상 그런식이야. 내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남겨진 사람따위는 신경도 안쓰고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언제 네 말을 들어주지도 않았어."


"잠시만요."


'오빠' 라는 말이 들리자 다진이는 혼란스러워졌다. 이 두사람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두 분 원래 알고지내던 사이인가요?"


"이녀석은 내 친동생이다."


"친동생이요?"


"그래. 나이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내 동생이야."


그것 때문에 최지혜가 다진이에 대한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체육관 트레이너라고 알려준 번호가 실은 자기 친오빠 번호라니. 게다가 자기 친오빠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으니 당연히 다지이가 어떤 일에 휘말렸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진이는 요 몇시간동안 골머리를 싸매개 만든 의문점이 해결된 것이 기쁘지 만은 않았다. 의문점을 해결했다고 해도 지금 당면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두 분이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알겠어요. 이건 제 문제니까 제가 결정할게요."


다진이가 내린 결론은 일단 여기시 벗어나는 것이다. 갑자기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혼란스러운데 중요한 결정을 바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진아. 이건 네가 하고 싶다고 해도 너무 위험하고 힘든 일이야."


"그래서 조금 생각을 해보려구요. 제 인생이니까 제가 결정하고 싶어요."


최지혜는 진중하게 다진이를 쳐다봤다. 자신은 여기서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다진이를 말리고 싶어도 아이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하나 명심해야 될 게 있어. 이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하고 힘들고 잔혹한 일이야. 그러니까 힘들면 언제라도 빠져나와야 해."


하지만 최지혜는 마지막 경고라도 해줘야 했다. 균열에 들어간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잔혹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되도록이면 균열과는 일체 연관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버리니 조금 허탈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집에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며 다진이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남은 두사람은 아마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누면서 설전을 펼치거나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 쌓인게 많지만 또 떼어낼 수 없는 혈연지간이니까.







집에 돌아온 다진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균열에 들어가는 일을 계속해야 할까. 몇 주 전이었다면 당연하게도 때려 치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능력을 너무 잘 알아버렸다. 살면서 이렇게 쓸모있게 여겨진 적이 없었다. 죽은 듯이 조용히 남들만큼만 살아가자는게 목표였는데 남들이 추켜세워주고 칭찬해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 길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최지혜에게는 미안했다. 자신을 생각해서 해주는 조언과 걱정을 어떻게 보면 무시하는게 되니까.


최지혜는 다진이가 부모님을 모두 잃었을 때 일가친척도 모두 거부한 다진이를 돌봐준 하나뿐인 어른이다.


과거 다진이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잘 살던 가정의 외아들로 행복하게 지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실종되셨고 어머니 또한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아무것도 남겨진게 없는 다진이는 친척들에게도 외면당하고 버려졌다.


그 당시 다진이에게 다가와 후견인이 되어준게 학교 선생님이었던 최지혜였다. 사람들에게 치이고 치여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다진이를 돌봐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게 만들어준것도 최지혜고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최지혜였다. 집과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모든 걸 지원해 줬다.


이렇게 수많은 도움과 지원을 해준 최지혜의 말을 거절한다는게 다진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제대로 된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갈지 자신이 선택하고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재능에는 균열이 맞았다.


결론은 내려졌다. 남은 건 이 말을 어떻게 해서 좋게 최지혜에게 전달하느냐. 다진이의 고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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