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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를위해 님의 서재입니다.

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중턱
작품등록일 :
2018.06.16 20:44
최근연재일 :
2018.10.30 03:0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7,342
추천수 :
545
글자수 :
445,694

작성
18.06.27 23:34
조회
434
추천
10
글자
11쪽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3)

DUMMY

슈슈슈슛!!


갑작스레 날아오는 검은 불꽃에 휩싸인 검을 본 민세훈 중대장은 검을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챙강!!


날아오는 검의 위력은 발차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검은 불꽃의 검은 강철로 만들어진 검을 부수고서 그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흐읍!!”


재빨리 몸을 뒤로 내던지듯이 드러누운 덕분에 검은 피했지만, 검은 아예 부서져서 쓸 수 없게 됐다.


“···!!”


그리고 그건 하나만 날아간 것이 아니었다.


[“으아악!!” “으윽···!”]


무전기에서 비명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사, 상황 보고···! 상황 보고해!”

[“노, 놈이 쏜 검에 다섯 명이 다쳤습니다!”

“갑자기 날아온 칼에 열둘이 다쳤습니다!”

“3소대는 열 명이 당했습니다!”

“열세 명···열세 명 다쳤습니다! 목숨이 위급하지는 않지만 전투 속행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확성이 낮았던 탓일까?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어보였다. 그나마 다행···.


잠깐만. 정확성이 낮다고?


그는 불현 듯 무언가가 떠올라 재빨리 무전기에 대고 물었다.


“다들 어딜 다쳤지?”

[“팔이나 다리를···.”

“다들 팔이나 다리를 다쳤습니다.”

“저희 1소대도 그렇습니다.”]


부하들의 보고를 받은 민세훈 대위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정확성이 정말로 낮았다면 저들에게 치명상을 입힐 정도의 수준의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일부러 팔이나 다리를 노린 공격이었다. 심지어 가까이에 있는 자신에게조차 그랬다.


놈은 거북이처럼 저 검은 돔 안에 숨어서 우리가 완전히 무력화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놈이 쏘아대는 칼은 크기도 작았고, 속도도 빨랐다.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팔다리에 검이 꽂히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중대장이 보고한다. 마법 쓸 수 있는 놈들은 최대한 강한 마법으로 저 방어벽을 부순다. 실시.”

[“실시!” “실시!” “실시!” “실시!”]


네 개 소대의 책임자가 재빨리 복명복창을 하고서 검은 연기의 돔을 향해 공격을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조금 초조했다. 저 안에서 앞으로 무엇이 튀어나올지가 걱정이었다. 지금처럼 검만 쏘아댄다면 어렵긴 하더라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이상하게도 그것만 할 것이란 생각이 안 들었다. 아니, 확실히 할 것이다. 놈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커럽터의 상식을 부순 놈이다. 말을 하고,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사람을 보호하며, 그리고 검은 마나 덩어리로 무기를 만들다 모자라서 갑옷까지 만들었고···탄환보다 빠르게 마나 덩어리 검을 날리는 놈이다.


여기서 뭐가 더 튀어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마법을 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후퇴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군.”


엘븐 나이트 1중대의 총공세가 시작되었고, 그에 대응이라도 하듯 검은 칼날이 비산했다. 그리고 각종 마법이 폭발하는 소리의 사이로 대원들의 비명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


쾅!! 콰쾅!! 쾅!!


대폭파 마법만 두 번. 지진 마법이 세 번, 그리고 마나 미티어 마법이 두 차례···. 아예 작정하고서 이 방어막을 부수려 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내 방어막은 생각 이상으로 튼튼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저기 있는 80명이면 그때의 다섯 커럽터를 죽였을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쉽게. 하지만 그런 그들도 내 방어막을 부수진 못했다. 자신감이 붙었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 불안했다. 저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니 저들은 알아서 살아 돌아갈 것이고···그렇게 된다면 저들은 내 악명을 알릴 것이다.


“···도망쳐야겠어요.”

“그 말에 찬성한다. 저 미친놈들 마나를 마구 퍼붓고 있네. 벌써 몇 번 씩이나 칼을 날렸어도 말이야.”

“아뇨 그게 아니라···.”

“음?”

“···저 놈들 때문에 제가 헌터 못 되면 어떡해요?”


엉뚱하다면 엉뚱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내 말에 과장 아저씨와 민기 형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잠깐만. 쟤네랑 헌터가 못 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저 놈들이 저에 대한 일을 이야기 하면 상관이 있어지죠. 더 이상 제 악명을 늘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저 놈들은 어차피 사주를 받고서 온 놈들이니 너에 대한 이야기는 알리지 않을 테니까. 내가 걱정인 건 이 마법진이 부서질 것 같아서야.”

“부서져요? 저 녀석들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도 엄청나게 줄었어요. 앞으로 한 차례만 더 견뎌도 놈들은 더 이상 유의미한 타격을 낼 수 없어요.

그나마 유의미한 타격이란 것도 어스퀘이크 마법으로 지형을 바꿔놓은 것뿐이죠. 도망치기 힘들게 만든 것 말이에요. 이런 정도로는 위험하다곤 할 수 없죠. 가장 위험한 건 역시 앞으로의 제 처우예요.”


마법을 쓰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마법이 파괴될 때의 느낌말이다. 마나로 탄생시킨 마법진, 시전 된 마법, 그리고 시전중인 마법. 그것들은 엄연히 내 마나, 즉 내 신체와 다름이 없다.


부서지거나 망가진다면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엔 그런 게 전혀 없다. 부서지지 않는다. 당할 생각도 없다. 그러니 온전히 다른 걱정에만 정신을 쏟을 수 있다.


“아직 열 명 정도 칼을 꽂아주지 못한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저 인원으로 날 어떻게 할 거란 생각은 안 들어요. 그러니 저 놈들에 대한 걱정은 접으려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네 처우를 걱정하기엔 저 녀석들이 뭔가를 할 처지는 아닌 것 같···.”

“적어도 그 돼지새···아니, 돼지 때문에 취업이 힘들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죽이려는 걸 막으려는 정당방위였을 뿐인데. 저 녀석들은 제 헌터 취직을 막는데 한 마디 말이면 충분해요. 커럽터니까 안 된다. 참 쉽네요, 젠장.”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걱정이 지나치다는 듯이 과장 아저씨가 심드렁히 말했다.


“···알게 뭐야 그런 거.”

“···저기요. 제 사정도 좀···.”

“난 여기 나가면 바로 그 돼지새끼에게 내가 당한 걸 전부 다 털어놓을 거다. 그리고 네 덕분에 살아 나온 이야기를 할 거야.”

“제 덕분에요?”

“그래. 그리고 저 놈들에 대한 이야기도 할 생각이다. 저 놈들이 우리에게 하려던 걸 그대로 이야기해주면 저 녀석들은 알아서 자기네들 살 궁리를 찾겠지. 우리가 한말이 거짓말이라 할 수도, 돼지새끼한테 생계를 저당 잡혔다고도 할 수 있을 거야.

걱정할 필요가 없지. 너랑 민기 놈이랑 나만 생각하면 그만인 걸. 그러니까, 도망은 치되 저 녀석들의 증언 따위를 무서워하진 마. 말했다시피 길드에서도 그 돼지새끼보단 내가 낫다는 분위기니까.”


···알게 뭐냐는 말은 내가 아니라 그 돼지에게 하는 말이었다. 괜한 사람에게 화를 낼 뻔했다는 사실이 내 얼굴을 후끈거리게 만들었지만, 다행히 난 갑옷을 입고 있었다. 보진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저 대장 놈만 족치면 된다. 자고로 싸움에선 도망을 치는 것이 아니라 했고, 싸움은 대장 하나만 따면 승리야. 그 다음엔 뭘 하건 우리 마음대로지.”

“그건 너무 자기 합리적 임전무퇴 아니에요?”

“닥쳐봐 좀. 그리고 너 자꾸만 내 이름 가지고 장난칠래? 대체 언제 적 세속오계야?”

“근데 형 행동원리가 의외로 세속오계랑 맞아떨어지는 거 알아요?”


딱!


···하지 말란 걸 계속 했다간 얻어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되새긴 다음, 우리 일행은 다음 계획으로 넘어갔다.


“할 수 있겠어?”

“어려울 게 뭔가요. 다만, 저 양반 속도가 좀 빨라서 작정하고 도망치거나 원거리 견제를 하면 힘드니까···. 다들 풍경이 달라져도 신경 쓰지 마세요. 알았죠?”

“풍경이 달라져? 그게 무슨 소리···.”

“「소우주」.”


나는 소우주 마법을 영창 했다. 주문 시동과 함께 주변의 공간을 투명한 막이 감싸버렸고, 그 직후 시간이 멈췄다. 지금 이 공간은 또 다른 소우주가 탄생하기 이전엔 나만의 공간. 나는 이곳의 법칙에서 시간의 흐름을 지웠다.


다만, 시전자는 마법의 흐름에서 제외가 되는 -본인이 시전한 파이어 볼에 본인이 맞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사람들은 추측한다- 까닭에 움직일 수 있다.


“더 월드···. 시간이여 멈춰라.”


이미 멈춰버린 시간임에도 굳이 시간을 멈췄다는 상투적인 대사를 지껄인 다음, 나는 천천히 놈에게 접근했다. 놈의 표정은 우습단 생각이 절로 떠오르는 깜짝 놀라서 입과 눈을 크게 벌린 모습이었다.


시간이 멈추기 직전에 놈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었다고 생각했을까?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도 아니면 공황 상태에 빠졌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동영상 재생 도중 일시정지 하여 굴욕적인 표정을 찍힌 것 마냥 우스운 꼴로 누군가를 웃게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뭐가 됐건 상관없다. 어차피 놈은 지금 아무 것도 못 한다. 소우주 마법을 쓸 줄 안다면 이 공간이 펼쳐지고서 시간이 멈추기 전에 소우주 마법을 펼쳐서 상쇄시켰겠지만···안타깝게도 이 자는 할 줄 모르는 모양이니 내가 뭘 하건 막을 수 있는 놈은 없다.


다리를 자를까? 아니면 팔을 자를까. 자른다고 한들, 어차피 괴물 같은 재생능력으로 다시 자라난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 분명히 쫓기진 않는다. 하지만···.


악명이 퍼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내가 나쁜 짓을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쫓기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칼 한 번 꽂지 뭐. 어차피 진짜 칼도 아니라 베려는 의지 없으면 베지도 못하는 칼. 팔 다리 몸통에 각각 하나씩 다섯 개만 박아도 뭘 의미하는지는 알겠지.”


나는 흑연검으로 양 팔의 양 다리의 팔꿈치와 무릎, 그리고 심장에 칼을 꽂았다. 그리곤 단검 형태의 흑연검으로 팔에 글을 새겨줬다.


“쫓아···오면···칼이···널 찌른다···. 쫓지 마라···.”


아프긴 할 거다. 그래도 힘줄을 자르거나 팔다리를 자르는 것 보다야 낫지 않은가.


이걸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했으니, 남은 것은 두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것. 두 사람은 옆구리에 끼여서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어쩔 수 있는가. 상황이 상황인데.


나는 두 사람을 양 옆구리에 끼고선 재빨리 공간을 탈출했다. 그리고 마나를 공급하는 공급처인 내가 사라지자 공간이 소멸했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우리 일행과 몸통에 꽂힌 칼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그···엘프 남성의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서쪽으로 달렸다.


아마 그걸 보면 쫓아올 생각은 절대로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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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장 - 숲의 주인(2) +1 18.07.07 37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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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2) +1 18.06.26 449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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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장 - 커럽터(corrupter)(3) +1 18.06.18 657 11 15쪽
3 1장 - 커럽터(corrupter)(2) +3 18.06.17 78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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