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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를위해 님의 서재입니다.

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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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중턱
작품등록일 :
2018.06.16 20:44
최근연재일 :
2018.10.30 03:0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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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10
추천수 :
545
글자수 :
445,694

작성
18.06.29 23:06
조회
429
추천
7
글자
13쪽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5)

DUMMY

“으윽···. 아무래도 또 쉬어야겠는데···.”

“잠시 만요. 조금만 더 가면···.”

“허리 끊어질 것 같아···.”


고통을 참느라 얼굴이 새빨갛게 된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나는 멈춰 섰다. 두 사람은 내려주자마자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젖은 흙 위에 앉아서 엉덩이가 젖는다는 사실도 신경 쓰지 않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미안해요.”

“아니야. 살려고 이러는 건데 좀 참아야지. 근데···더 이상은 안 되겠더라. 다른 무엇보다도 멀미도 좀···.”

“···누워 계세요.”

“···사나이 남궁 화랑. 죽어도 그런 짓은 못 하겠다.”

“털썩 주저앉는 건 되고요?”

“돼.”


조금의 망설임조차 없는 대답에 민기 형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결국 사나이니 뭐니 하는 척도도 개개인마다 다른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서 멀미를 가라앉히는 것에 신경썼다.


“···뭐, 등짝이 다 젖는 것보단 엉덩이만 젖는 게 낫긴 하죠. 아무튼···멀미는 좀 견디기 힘드네요. 허리도 허린데.”

“···그러게 말이다. 그건 그렇고···위치 정보 시스템 사용할 수 있잖아. 위치 좀 확인해라.”

“···강원도네요.”

“강원도인거 누가 몰라? 어느 동네냐고.”

“횡성에 거의 도착했어요.”

“···확실히 빠르긴 하네. 닦달할만한 이유가 있었어. 5분조차 안 달렸는데···.”

“횡성에서 쉬기 시작한 김에 푹 쉬었다가 바로 경기도로 갈 생각이에요. 조금 더 걸릴 거예요. 북쪽이나 남쪽으로 돌아서 가야 하거든요.”


북쪽이나 남쪽으로 돌아서 간다는 말에 일행은 질겁하며 나를 만류했다.


“뭐?! 안 돼! 그냥 서쪽 숲 뚫자!”

“그래, 선배 말대로 서쪽 숲 그냥 뚫어버려! 빠르게 가면 식물형 몬스터들도 반응 못할 거 아냐!”


본인들의 허리, 그리고 추격조에 대한 걱정 때문에라도 서쪽 숲을 뚫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냈지만, 추격조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 식물형 몬스터는 웬만해선 사람 안 죽여요. 마나를 빨아 대서 문제지.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요.”

“···뭔데. 커럽터라도 있어?”

“커럽터요? 커럽터면 팔 다리 하나 사라질 각오 하고서 죽이려고 싸우면 누가 오더라도 일단 죽일 수 있어요. 커럽터 따위는 문제가 안 돼요. 진짜 문제는 숲의 주인이죠.”

“···숲의 주인?”


강원도 서부 숲의 주인. 어차피 이름 붙일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기에 임의로 지어버린 이름. 나는 눈을 감고서 예전에 만났던, 아니 그 존재를 느꼈던 옛날을 되새기며 말했다.


“한 6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 숲이 막 우거지진 않았거든요. 사람의 관리를 받지 못하는 세상이라곤 해도 그렇게까지 숲이 빨리 세력을 확장하진 못했어요. 근데···6년 전에 커럽터사냥을 하다가 숲에 잘못 길을 들었다가···숲의 주인을 만났어요. 죽을 뻔 했죠.”


나조차 죽을 뻔 했다는 말에 민기 형은 당황스럽다는 듯이 따져 물었다.


“그럼 이전에 그건 왜 말 안 했어? 우린 나무 괴물이나 있는 줄 알았잖아.”

“6년 전에 딱 한 번 마주친 상대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긴 좀 그랬고···무엇보다도 서부 숲에는 아예 들르지도 않고서 남쪽으로 돌아서 갈 생각이었으니까요.”

“···근데, 6년 전이면 이젠 떠났을 수도 있는 거 아냐?”

“저도 여기 7년 살았는데 계속 있잖아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너 숲에서 살아?”

“아뇨. 이전에 살던 제 아파트에서 살아요.”

“그 사람은 숲에서 살았던 거 아냐? 내 말이 맞지?”


과장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싶어서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사실만 거짓말도 할 필요가 없지. 사실만 말해도 해결이 되는 일이니까.


“어딜 가도 나무 투성이인 강원도에서 굳이 서부 숲이라고 나눠둔 데에는 그곳에 들어서기만 해도 숲의 주인의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아···.”

“가보면 알거예요. 거길 왜 가면 안 되는지. 제가 쫓던 커럽터 놈도 고작 시야에서 사라진지 30초가 채 안 돼서 고깃덩이가 되어 던져지더군요.

육체형이라 저조차 흑연검으로 열 번은 내리쳐야 죽는 놈인데 말이죠. 마나의 양을 생각해 봤을 때···그 자식은 고작 30초 만에 세 번 죽은 거예요. 저였다면 2분은 걸렸을 거예요. 그런 놈이 살고 있는 거예요···.”


다시 생각해도 겁난다. 대체 그 안에서 뭐 하는 놈이 살고 있는 걸까. 그나마 다행인 건···말은 통하는 놈이란 점이다. 커럽터가 나돌아 다니면 혹여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말의 대답으로 놈의 시체를 던져줬으니 말이다.


어찌됐건 공포 분위기 조성은 확실히 한 듯싶었다. 숲을 뚫고 가자는 말은 사라졌으니.


“···강원도에서 실종자가 많은 것도 혹시 그 숲의 주인이란 놈 때문에···?”

“그럴 지도 몰라요. 솔직히 꽤 강한 양반들이었잖아요. 엘븐 나이트 급이 아니어서 그렇지.”

“···엘븐 나이트 하니까 또 불안해지네. 걷기라도 할까?”


엘븐 나이트인지 뭔지의 이야기가 나오니 불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건 해결책이 있는 문제다.


“빨리 업고 갈게요.”

“그건 좀···. 아직 멀미랑 허리 아픈 게 다 안 나았다.”


···그 해결책에 대가가 따라서 문제지.


---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3개 중대가 추가로 파견되었다. 암만 이사급의 명령이라곤 하지만 반나절도 되지 않았는데···. 물론 2개 중대는 중대장 급을 파견하지 않고 중대원들만 파견이 시켰지만, 이 정도 수라면 공략은 가능할 것이다. 1개 대대 급 병력으로도 안 된다면 그 때부턴 정말로 군에게 맡겨야 한다.


“이야, 민세후이! 몸에 칼도 꽂고, 아주 꽃단장 했네? 아니지! 칼로 장식을 했으니 칼단장인가?”


어정쩡한 발음으로 경쾌하게 민세훈 중대장의 이름을 부르는 자의 이름은 고명호 중대장이다. 민세훈 대위의 입사 동기이자 군 시절 동기이기도 한 그는 반가움의 표시로 민세훈 대위의 등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민세훈이라고 불러. 그리고 농담 더럽게도 재미없으니까 닥쳐.”


그는 괜히 얻어맞은 자신의 등을 문지르며 낯 뜨겁게 하는 친근함의 표시에 정정을 요청했다. 물론 그것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고명호 대위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뭐 하는 놈이기에 우리까지 불렀어?”

“어디까지 들었어?”

“아, 그 말도 안 되는 말? 마법을 쓰는 개체야 없는 건 아니지만···사람 말을 하고 해치지도 않는다면서.”

“그래.”

“그럼 별로 안 위험하지 않아?”

“우리 중대 총력으로도 그놈의 방어막을 못 뚫었어.”


그 말에 고명호 대위가 미소를 잃었다.


“···그건 꽤 의외네.”

“더 의외인 거 있어. 녀석이 쓰는 마법···너랑 나 기사학교 다닐 무렵의 졸업 마법이다.”


그 말에 미소를 잃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실 웃는 표정이던 고명호 대위의 표정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그는 사뭇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정말이냐.”

“처음 듣나보네? 그 빌어먹을 짱깨새끼가 뭐 제대로 말을 전했을 리가 없지. 소우주 마법이 뭔지도 모를걸.”

“···말도 안 돼. 지금 세상에서도 소우주 마법 쓸 수 있는 놈들은 손에 꼽히잖아.”


아직은 믿기 힘들다는 투다.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듯이 의심스럽게 바라보자 민세훈 대위는 자신의 몸에 꽂힌 검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 몸에 꽂힌 칼, 난 꽂힌 기억이 없어. 더군다나 몸에 칼이 꽂힌 것으로도 모자라서 쫓던 사람도 없어. 커럽터가 나보다 빠른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사람까지 그렇게 사라진다는 건 말이 안 돼.”

“···그것도 그러네. 다른 건 몰라도 칼 꽂는 거랑 사람을 데리고 가는 건 따로 해야 할 테니. 그런데···그 칼 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그래. 추적을 하면 이 칼이 단순히 박혀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 몸을 꿰뚫을 테니.”


죽을 걸 알면서 뛰어들기엔 이번 전투는 목숨을 걸 정도로 명예롭지도, 가치 있지도 않았다. 목숨을 걸 정도로 가치 있는 전투가 있긴 하냐마는.


“···그래. 네 가족 치료비는 내가 벌어주마.”

“···고맙다.”

“고맙긴. 친구가 뭐 별거냐.”


민세훈 대위는 본인이 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전하고서 평창 거점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녀석은 무조건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 그리고 처음엔 대화를 시도하긴 하는데···아마 안 할 거야. 내가 암살 시도를 했으니 절대로 대화를 시도하진 않겠지.

그리고 녀석이 날리는 검을 조심해. 막을 수가 없어. 내 할부 겨우 끝낸 칼도 이렇게 날려먹었다.”


그는 방패로부터 8 cm정도밖에 남지 않은 부서진 숏 소드를 보여주며 경고했다. 마나로 강화된 상태인 숏 소드를 부술 정도면 상당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크레모아 알지? 그거 터트렸을 때 생각나더라. 차이점이 있다면 인원수대로, 한 사람당 하나씩 정확히 날린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그래. 조심할게. 그 외 다른 주의 사항은?”

“사람을 안 죽이려는 경향이 있지. 근데 이것도 언제까지 지킬지는 모르겠어. 일단 공격하는 곳도 하나같이 비 살상 제압 교범대로 공격을 하던 놈인데···.”


추측을 확신처럼 말하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지만, 부상병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그 생각이 자꾸만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비 살상 제압 교범? 진짜로 기사 학교 놈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확실히 고려는 해볼 만 하네. 근데 너 혹시 그 사건 당사자 이름 기억하냐?”

“아니.”

“젠장 나도 기억 안 나는데. 하긴 벌써 그 때로부터 몇 년이냐···. 기사 학교 생기고 나서”

“8년 전. 2026년에 있었던 일이니까.”


8년 전 일을 세세히 기억하기엔 그들은 너무나 바빴고, 그리고 타인의 불행에 슬퍼할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았다. 그나마 그들이 기사학교 조기 졸업이라도 한 사람들이었기에 사건에 대한 관심이라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군에서 조사를 했다 길래 한번 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아쉽네. 그때 그냥 알아볼 걸.”

“아서라 세훈아. 그 당시의 넌 네 가족들 먹일 마나 결정 모으기만으로도 벅찼잖아. 군에서 나온 것도 길드가 돈을 더 많이 줘서 그랬던 거고.”

“···의무 복무가 끝나서이기도 했어. 마나 결정 모으는 데는 이게 최고니까. 그래도 몇 년 만 더 있으면 이 짓거리도 그만 할 수 있을지 몰라. 후천 각성자인 오크나 드워프가 돼서···.”

“···.”


고명호 대위는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말을 아꼈다. 후천 각성자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상 마나가 없으면 밥을 소화시킬 수도 없는 가여운 사람들이다.


말이 좋아서 후천적 각성자지, 마나 폭풍으로 인해 신체가 변형, 왜곡 되는 과정에서 마나가 없으면 장기가 제 역할, 즉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을 마나로 바꾸는 과정을 겪지 못하는 탓에 마나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마나 갈증 환자까지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었다.


과거 돈 좀 만지는 부자가 제 자식은 소중했는지 그 비싼 마나 결정을 자식 목숨 연명하는데 사용했다가 되살리는데 성공했고, 이를 후천적 각성자라고 불렀는데···이 때문에 마나 결정 채굴에 엄청난 투자가 이어졌다.


글러토너스 미믹 길드가 여기까지 성장한 것도 다 마나 결정의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었고, 그러니 돈 냄새를 맡고서 길드의 노하우와 인재들을 빼먹으려고 짱깨새끼들까지 기어들어온···.


“···아 젠장. 갑자기 짱깨새끼 생각 했더니 기분이 확 나빠지네.”


뜬금없는 고명호 대위의 말에 민세훈 대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 우리 길드 이사?”

“몰라서 물어보냐. 난 그 새끼가 대국 대국 소리 할 때마다 죽여 버리고 싶더라. 사람 목숨을 돈이나 지위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놈의 국가가 대국이라니, 지랄도 일 절만 해야지 내가 뭐라고 안 하지. 너 돈 다 받으면 이 회사도 그만둬야 할까봐.”

“···군에나 다시 재 입대 할까?”

“거 좋지. 차라리 군대에 있으면 돈 때문에 사람 죽이러 다니는 지랄은 안 해도 되니까.”


쓸 데 없는 농담 몇 마디를 뒤로하고, 고명호 대위와 1대대원 전원은 서쪽으로 향했다. 짧지는 않았던 잡담이 계속되는 동안에 치료는 모두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쫓아가서 죽이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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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장 - 숲의 주인(6) +2 18.07.11 363 10 13쪽
19 3장 - 숲의 주인(5) +2 18.07.10 356 11 12쪽
18 3장 - 숲의 주인(4) 18.07.09 371 9 10쪽
17 3장 - 숲의 주인(3) 18.07.08 376 8 15쪽
16 3장 - 숲의 주인(2) +1 18.07.07 380 6 13쪽
15 3장 - 숲의 주인(1) +1 18.07.06 395 9 13쪽
14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6) +2 18.07.05 406 8 13쪽
»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5) 18.06.29 430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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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3) +1 18.06.27 435 10 11쪽
10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2) +1 18.06.26 453 9 11쪽
9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1) 18.06.25 467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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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장 - 커럽터(corrupter)(5) +1 18.06.20 538 7 13쪽
5 1장 - 커럽터(corrupter)(4) +2 18.06.19 566 10 12쪽
4 1장 - 커럽터(corrupter)(3) +1 18.06.18 661 11 15쪽
3 1장 - 커럽터(corrupter)(2) +3 18.06.17 78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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