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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를위해 님의 서재입니다.

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중턱
작품등록일 :
2018.06.16 20:44
최근연재일 :
2018.10.30 03:0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7,348
추천수 :
545
글자수 :
445,694

작성
18.06.17 22:57
조회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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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1장 - 커럽터(corrupter)(2)

DUMMY

“뭐, 뭐···?”


너무 황당해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커럽터가 도망을 치라고 한다. 그것도 사람을 보고서도. 놈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뭔가 눈치챘다는 듯이 굴었다.


“···? 아, 제가 방해가 됐나요? 미안하게 됐네요. 자요. 이제 됐죠? 흑연갑(黑煙鉀)이 좀 덩치를 부풀려준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어요.”


그리곤 뒤로 성큼성큼 물러섰다. 그제야 문 바깥의 풍경이 보였다. 이곳저곳에 구멍이 파여 있고, 그리고 검이 크게 벤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검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건 검으로 벤 흔적이 보였다.


“···? 아, 혹시 몬스터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내가 다 죽였거든.”


묻지도 않은 것을 미리 눈치 챘다는 듯이 멋대로 착각을 하는 녀석을 보다가 얼이 빠진 선배의 입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뭐, 뭐하는···사람이세요···?”

“···사람은 아니고 커럽터이긴 한데···. 으음···. 백수라고 하긴 좀 그러니 헌터 지망생이라고만 해두죠.”


대답을 원해서 물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놈은 자신이 커럽터라는 사실을 되새겨준 다음에 스스로를 헌터 지망생이라 말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쳐들어왔어요. 사람을 죽이려던 게 아니니 이번 일은···그냥 비밀로 해주세요.”


그리곤 녀석은 망설임 하나 없이 몸을 돌려서 출구 쪽으로 향했다. 녀석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전에 이 복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명했다. 몬스터들의 시신이 즐비한 시멘트 바닥에는 시체의 고깃덩어리, 몬스터의 목, 그리고 아직도 시체에서 쏟아내고 있는 핏물이 보였다.


그리고 양 옆으로 치워진 시체의 끝에 검게 타오르는 망토가 펄럭이고 있었다.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아마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선배 역시도 마찬가지였던 걸까? 선배는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민기야.”

“왜···요?”

“너 말이다, 목숨 걸어볼 생각 있냐?”

“예?”


무슨 일인지 설명도 하기 전에 선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이봐!”


선배의 외침에 녀석이 멈춰 섰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저 푸른 안광은 눈에 선명했다.


“불렀어요?”

“목숨 구해준 건 고마운데, 이거 물어주긴 해야겠어!”


과장은 뜬금없이 책임을 물려줬다. 다른 누구도 아닌 커럽터에게 말이다.


“···? 물어주다니요?”

“너 때문에 탈출 계획이 완전히 망했다고. 이 방의 바닥에 설치된 건 텔레포트 마법진이야! 네 마무리 공격 때문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뭉개져서 이건 못 써!”


무슨 말인가 했더니, 저 녀석에게 뭔가를 받아낼 생각을 하려는 거였다. 원래부터 또라이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또라이일 줄이야!


“선배, 미쳤어요?”

“미쳐? 넌 여기서 한 시간 이상 버티거나 여기서 무작정 동쪽으로 가서 배 타거나 걸어서 강화도 갈 자신 있어? 어떻게 하건 뒤질 거라면 걸었을 때 가장 이득이 큰 걸 걸어야 해.”

“선배 그 소리 했다가 강화도 지부로 쫓겨났잖아요.”

“이 자식이 아픈 곳을 찔러···.”


하지만 이 미친 소리에 의외로 조금 흔들리는 듯싶었다.


“마, 말도 안 돼요. 전 당신네들 목숨을 구해주려고 한 거라고요.”

“구해주려고 한 것과 길드 구조물을 부순 건 다른 이야기지. 설치에만 수십억 드는 마법진인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


수십억이란 물질적 가치에 대해 이해할까 싶었지만, 다행히 물질적 가치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인 모양인지 안절부절 못하며 대답했다.


“···저 돈 없는데.”

“그러니까 우릴 도와줘야겠어. 많은 거 안 바라. 다만 여기서 우릴 지켜주던지, 아니면 강화도까지만 우릴 데려다줘야겠어.”

“잠깐만. 지켜주는 것은 둘째 치고···. 강화도요? 강화도 가면 저 폭탄 맞는데요. 방어막도 못 부순다만, 그거에 맞으면 좀 기분이 울적해져서···.”

“그럼 어쩔 수 없지. 난 목숨을 걸고 여길 빠져나갈 생각이다. 그리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말할 생각이야. 아니, 말하지 않아도 하게 되어있지. 마법은 꽤 발전한지라 내가 사실을 말할 때 까지 집요하게 물어뜯을 테지.”


커럽터 쪽에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말해봐야 아무런 소용없을 걸요. 난 한반도에서 살아서 그런 거 상관없어.”

“영원히 살 생각은 아닐 테니까. 헌터 지망생이라면서? 글러토너스 미믹. 들어는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


마치 대단한 길드인 양 선배가 지껄이자 커럽터 녀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그걸 보고 있는 나도 말을 잇지 못하겠다.


“우릴 무시하고선 솔직히 말해서 헌터 업계에서 발 못 붙여. 네가 가진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능력으로 네게 부조리를 펼칠 테니까.”


결국 이 때가 오고 말았다. 커럽터는 몸을 돌려 우리에게 다가왔다. 놈의 그르렁거림이 들려왔고, 우리의 목숨이 저 녀석의 변덕에 맡겨지는 그 순간이 다시 찾아왔다.


“당신 지금 누굴 협박하는지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또라이는 괜히 또라이가 아니다.


“나도 살려고 이러는 거야. 널 협박하는 편이 내가 가장 살 확률이 높아.”

“이젠 거짓말도 안 하는 군요.”

“거짓말은 자기한테 도움이 돼야 하는 거지. 도움이 안 되면 할 필요가 없어. 그리고 이거 하나만 말하자면 난 너랑 얘기하면서 거짓말 한 적 없어.”


커럽터는 어느 샌가 우리 눈앞에 있었고, 선배는 정신이 나갔는지 놈과 눈을 마주친 채 실소를 흘리고 있었다.


“흐히힛···. 생각보다 더 위협적인데.”


오금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으면서도, 선배는 내려다보는 놈과 눈을 맞췄다. 입꼬리는 공포감에 씰룩거리지만,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지금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겠는데 말이다.


커럽터는 잠시 선배를 노려봤지만, 과장은 묵묵부답으로 있을 뿐이었다. 결국 녀석은 한숨을 내쉬며 항복을 선언했다.


“···되지도 않는 협박을 하려니 심장이 떨려서 못하겠네요. 여기서 지켜드리거나···아니면 강화도까지 데려다드리죠.”


결국 선배는 놈에게서 약조를 받아냈다.


“은혜는 반드시 갚지.”

“한반도에서 사는 사람···아니, 커럽터에게 은혜를 갚는다니. 농담이 심하네요.”

“뭘. 사람을 살려주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살려놓을 예정인 커럽터도 봤는걸!”

“···말로는 못 이길 사람이네요. 아무튼, 가죠. 이 근처에 몬스터는 다 잡아 족쳤다만, 강원도 쪽 몬스터들은 좀 억세서 커럽터인 저한테도 무작정 달려드는 놈들이니 빨리 출발하는 편이 좋겠어요.”


나는 오금에 힘이 빠져 일어서지도 못하는 선배를 보며 진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이딴 도박 좀 하지 말아요. 이름이 화랑이라고 무작정 이런 임전무퇴 정신 발휘하면 진짜···.”

“뭐 어떠냐. 성공했으면 그만이지.”

“너무 안일한 생각 아니에요? 나 진짜 심장 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고!”

“성공했잖아. 좀 안일하자. 그리고 임전무퇴 얘기 하지 말라고 했지.”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우리 두 사람이서 속닥거리는 들은 커럽터가 물었다. 그 말에 선배는 내가 어버버 거릴 것이 분명했다고 판단하고선 멋대로 대답해버렸다.


“얘 말은, 이 미친 노털이 자기랑 내 목숨을 걸고서 널 꼬드긴 것에 대해 얘기하는 중이었다 이 말이야.”

“···그런 건 보통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좀 뜨끔 한다든지, 그런 게 있어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서, 돕기 싫어?”

“아뇨.”

“그럼 된 거야.”


···다시 말하지만 또라이는 괜히 또라이가 아닌 법이다. 방금 전의 설득이 끝난 지 30초도 안 돼서 저렇게 사람이 당당해질 수가 있다니.


말해봐야 입만 아픈 놈이란 걸 깨달은 커럽터는 반응조차 하지 않고 일행에게 말했다.


“챙길 거 있으면 지금 챙기세요. 그 사이에 입구에서 몬스터 막고 있을게요. 근데, 기다리는 거랑 여기서 강화도로 직접 나가는 건 무슨 차이예요?”

“1시간 동안 지켜주면, 텔레포트 스테이션의 마법진을 가동할 수 있어. 그러면 바로 초지진으로 가고, 우린 안녕이지.”


그 말에 커럽터의 반응이 약간 시원찮았다.


“···잠깐만. 거기 내가 부숴버린 것 같은데···. 혹시 그···텔레포트 스테이션이 지하에도 있지 않아요? 같은 위치에?”

“···설마 거기서도 싸웠어?”

“···거기에서 처음 발견했어요. 처음에 보자마자 마구잡이로 칼을 찔렀는데···바닥까지 꿰뚫었어요.”


그 말에 일행의 분위기가 몹시 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긴 침묵 끝에 가장 먼저 입을 연 임전무퇴의 협상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시발.”


---


강화도 초지진. 갑작스러운 텔레포트 마법의 시동음이 들린 것을 시작으로 연달아 텔레포트가 시작됐다. 도착한 경비요원들의 책임자인 글러토너스 미믹 초지진 중대의 중대장은 인원을 가장 먼저 확인한 뒤 장비를 체크했다.


“경비팀 A조! 이상 없습니다!”

“경비팀 B조! 이상 없습니다!”

“이상 유무는 이상 있는지 없는지만 말해! 조 구분 되니까!”

“이상 없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오케이. 경비팀은 다 왔네.”


경비팀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쓴 덕분에 무사히 귀환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 실무자들. 그들이 텔레포트 스크롤을 쓸 무렵엔 이미 한 두 마리 씩 쇄도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슈우웅!!


일단은 텔레포트에 성공은 한 것 같았다.


“다들 무기 준비해. 몬스터···가 있을 지도 모른다.”


전에 한 번 실무자들의 시체와 그 시체를 먹어치우는 몬스터가 함께 텔레포트 된 적이 있다. 고작 세 마리의 뱃속에서 스무 명도 더 넘는 시체가 발견됐다. 참고로 스무 명이란 숫자는 어디까지나 ‘조각이 맞춰진 사람’에 해당한다.


슈파아앗!!


“돼, 됐어! 도착했다!”


정말 다행히도 멀쩡히 도착했다.


“아···! 개, 갱도 2층 피난 계획 이상 없습니다.”


갱도 2층의 피난자들이었다. 그렇다는 건 저기서 빛나고 있는 것이 아마 마지막이란 뜻. 하지만 1층이니만큼 각오는 해야 했다.


“아직 1층이 남았다. 혹시 모르니까 무기는 계속 들고 있어. 몬스터가 있으면 바로 찌른다. 알겠어?”

“예!”


슈파아앗!!


가장 긴장되는 찰나. 모두의 몸에 마나가 흐르며 전신을 강화시켜 신체 반응과 그 강화된 반응에 따를 수 있을 정도의 강화된 신체로 만들고서 공격할 채비를 마쳤다. 물론 그들의 긴장은 멀뚱멀뚱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자마자 끝났다.


“휴우···.”

“개, 갱도···1층···.”


보고자는 덜덜 떨고 있었다. 중대장이 생각하기를, 아마 몬스터가 코앞까지 들이닥쳤을 것이란 생각에 말을 끊고 진정시켰다.


“그만. 1층에서 왔지? 당신네들이 마지막이야. 다른 사람들 모두 무사해.”

“그게···그게 아닙니다.”

“뭐?”


중대장의 물음에 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면서 답했다.


“두, 두 명이···두 명이 합류를 못 했습니다···. 보고를 잘못 받아서···. 그만 먼저 마법을 시전해버렸습니다···.”


두 명이 죽었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이외의 가능성이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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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장 - 커럽터(corrupter)(3) +1 18.06.18 657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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