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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를위해 님의 서재입니다.

쑥과 마늘 없이 사람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중턱
작품등록일 :
2018.06.16 20:44
최근연재일 :
2018.10.30 03:0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7,344
추천수 :
545
글자수 :
445,694

작성
18.06.26 22:31
조회
449
추천
9
글자
11쪽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2)

DUMMY

하늘을 향해 몸을 날리기 위해 두꺼운 나뭇가지를 밟을 때도, 떠오른 몸이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착지할 때도, 그리고 검게 불타는 갑옷에 감싸진 커럽터의 앞에 착지할 때도 그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놈은 놀라지 않았다. 도리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말했다.


“엄청 빠르시네. 엘프니까 범죄자는 아니겠죠?”

“···!”


당혹스러움에 임전태세조차 풀고 멈춰섰다. 처음에 말을 하는 것을 들었을 땐 놀라서 토끼눈을 떴지만, 그 상태를 길게 유지하진 않았다. 뭐가 일어나도 이상하진 않은 놈들이니.


“이야, 비가 거의 그치는 걸 기다리길 잘 했네요. 벌써 사람을 만났으니. 엘프니까 이 분들 강화도까지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듣기로 저 두 사람은 글러토너스 미믹 길드의 사람들이라고 들었는데.”


부탁을 하는 그 모습에서 그 어떤 적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올 줄은 알았지만, 내가 뭔가를 할 것이라곤 의심하지 않는 것 같은···.


“잠깐만, 저 사람···. 본 적이 있어. 엘븐 나이트 대대 1중대장이군. 여사원들이 꺅꺅 비명을 질러대며 좋아하던 걸 기억해. 잊기 힘든 인상이야.”


이런 젠장. 날 알잖아.


“저, 절···아십니까?”

“알다마다. 솔직히 댁 모르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 거외다. 당신과 말이라도 한 번 섞어보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는 처자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일 하는 건 아주 죽을 노릇···.”

“아···. 예 잘 알겠습니다. 그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구해줄 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다. 그 탓에 그의 죄책감은 더욱 거대해졌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이렇게 친한 척을 하고 있다니.


신이 있다면 분명히 자신을 지옥에 떨어트릴 것이 분명하다며, 그는 검을 뽑았다. 말이 뽑는 것이지, 사실 그의 검은 어지간한 쾌속형 커럽터보다 빨랐다. 사실상 검을 쏜다고 해도 좋을 발검술이지만, 물론 커럽터와는 달리 제대로 된 공격이 아니다. 기습을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공격이기에 커럽터를 상대할 때 쓸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커럽터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것도 단 둘. 거리는 1.5 m···. 암만 놈이 커럽터라고 한들 충분히 죽일 수 있을 만한 거리다.


근데 검에 손을 대는 그 순간부터 검을 뽑기 시작한 그 시점까지 커럽터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그는 공격을 막는 대신 재빨리 발로 배를 걷어찼다.


퍽!!


“크윽!!”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살기가 느껴져서요. 그것도 내가 아니라 저 아저씨들한테! 주변으로 산개하는 사람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게 빠른데도 소리가 안 들리더군요. 전원 엘프군요. 맞죠?”

“···눈치가 빠르군.”

“삼국지 좀 많이 읽었거든요. 주변에 몬스터가 올까봐 마나를 감지하면서 걸었는데, 몬스터는 고사하고 암살 시도라니. 이 사람들이 죽어도 좋을만한 사람들인 것 같진 않아요. 물러서시죠.”


그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게 불타는 검을 민세훈 중대장의 목에 겨눴다.


“대답해.”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는 것이 느껴진다. 놈의 살기요, 놈이 내뿜는 검은 마나가 감정 제어를 시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커럽터를 수차례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프로였다.


상성만 잘 맞으면 커럽터와의 일대일 전투도 이기곤 했던 그였다. 그렇기에 그는 현혹되는 대신 명령을 내렸다.


“전원 공격!!”


그 말에 커럽터는 그를 공격하는 대신, 주변을 방어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뒤로 물러났다. 놈의 주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두 사람을 감싸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공격 명령은 가짜였다. 진짜는 무전기에 대고 하는 것이다.


“중대장이 명령 하달한다. 배리어 관통형 마법을 사용해라! 지금 당장!”

[“예!” “예!” “예!”]


그리곤 그 역시도 마법을 시전 했다. 오른손에 시전 한 아머 피어스를 왼 손에 바꿔 쥔 검에 부여하고선 검을 찔러 넣었다.


콱!!


“무슨 놈의 방어력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벽에 부딪친 듯이 저려오는 손. 통상적인 배리어 마법이었다면 막힐지언정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마치 벽을 때리는 것 같은 감각을 뒤로하고, 찌른 검을 타고서 검은 불꽃이 타고 올라오는 것이 보여 재빨리 검을 휘둘러 불꽃을 뿌리쳤다.


“세상에.”


불이 붙은 자리엔 구멍만이 있었다. 그는 쓸 만한 검 하나가 망가졌다는 사실보다 상황이 몹시 나쁘다는 사실에 긴장해야만 했다.


“···현시간부로 전 인원에게 알린다. 절대로 접근하지마라. 더욱이 놈의 불꽃에 휩싸이지 마라. 놈의 불꽃에 닿으면 금속도 놓치지 않고서 녹여버린다. 아니, 소멸시킨 걸지도.”

[“예, 알겠습니다.” “양호.” “알겠습니다.”]


그리곤 다시금 검을 겨눴다. 언제 튀어나오더라도 상대할 수 있도록. 물론 방금 전에는 공격을 하는 자세였기에 피하지 못했지만···다음번에는 맞을 생각이 없었다. 아니, 맞아서도 안 된다.


···배에 구멍이 났잖아.


배가 훤히 드러났다. 방금 전 발차기로 인해 검은 불꽃이 갑옷을 태워버린 모양이었다. 가슴 아래로는 갑옷의 정면이 조금조차 남지도 않았던 탓에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잘못 건드린 것 같군.


---


흑연방어진. 말은 거창하지만 검은 연기로 막을 만들어 전 방향을 방어하는 방어막이다. 그리고 이 검은 연기 안에서 나는 저 엘프를 발로 걷어찬 이유를 설명했다.


“···저 사람 과장 아저씨랑 민기 형을 노렸어요.”

“그래. 알아. 그럴 것 같았어.”

“···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였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민기 형은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니 적어도 형은 누군가에게 원수질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말 그대로 맙소사 죠. 말 그대로. 솔직히 포위진을 형성할 때만 해도 절 노린 거라고 생각하고서 먼저 말을 걸었던 건데···.”


좀 짜증났다. 혹시나 싶었는데, 이렇게나 일이 풀리지 않다니.


“제기랄. 혹시 저 사람들한테 빚이라도 진 거예요? 왜 아저씨 네를 죽이려고 해요?”


타타타타타타탕!!


“으악! 제, 제가 뭐 잘못 했어요?!”


갑작스레 허공에다 총을 연발로 갈겨버린 과장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너 때문 아니야. 저 빌어먹을 새끼들이 왜 우릴 죽이려고 했는지 알만해. 너랑 있어서? 그런 식으로 변명은 할 수 있겠지. 근데, 저 놈들 100% 회사, 아니 길드 사주 받고서 온 놈들이야.”

“···예?”


그 말에 민기 형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물었다.


“설마 그 중국인 이사 새끼 말하는 거예요?”


민기 형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과장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곤 분하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개새끼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 새끼가 주장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려다 내 바로 앞에서 경비요원이 죽었던 게 아직도 생각나. 때마침 임무에서 복귀한 그 날, 그 새끼는 양주에 스테이크를 썰면서 보고를 받더라고.

가지고 있던 권총으로 쏘려다가 겨우 참았다. 그 새끼는 보고를 받으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지. 전형적인 돈 돼지 새끼였어. 하아···.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는 시대가 돼서 죽는 것이 무서워서 살려놨더니, 이 새끼가 내 살생유택의 정신을 자꾸만 건드리네.”


과장 아저씨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 하는 말도 화를 참고 참고 또 참아서 꺼내는 말이란 뜻일 테지.


“그래서, 그 돼지가 왜 여러분들을 노린다는 거예요?”


내 물음에 과장 아저씨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길드 내에서 저런 놈이 이사가 된다면 나는 왜 되면 안 되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거든. 뭐, 그 말 꺼낸 애들이 날 신경써줘서 그런 말을 했다기보다는···날 핑계로 그 놈들 깐 거지 솔직히. 길드가 돈 될 것 같으니 한탕 하고서 길드 정보나 사원 같은 거 날름 빼먹고서 기업, 아니 길드 차리는 짱깨 새끼들이 어디 뭐 한둘이냐.”

“···선배. 설명이 너무 길어요.”

“저 새끼가 날 조질 생각이라 이거지. 참···생각 짧은 새끼야. 부자라면 교육도 많이 받았을 텐데, 나랑 너만 모가지 따면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했나?”


민기 형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어라 자꾸만 중얼거리는 과장 아저씨의 말을 듣고 보니, 이건 좀 가만히 볼 수만은 없는 일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사주를 받고 온 사람들이라 이거예요? 고작 자기가 회사에서 욕먹는다는 이유로?”


나의 물음에 아저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화가 나서 설명이 길어졌다. 그건 미안.”

“평소에도 그렇게 미안해주면 좋겠네요.”

“넌 이 상황에서도 그런 개소리를 지껄···.”


나는 두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말을 멈추라는 뜻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 놈들도 한 패라 이거죠?”

“···잠깐만. 커럽터 너 설마···.”


나는 대답 대신 두 사람의 어깨를 살살 누르며 말했다.


“다들 엎드려요. 별건 안 해요. 죽일 생각은 없어. 근데···. 벌은 줘야겠거든요. 바로···.”


나는 흑연검을 만들었다. 그것도···조금 많이. 다만, 그것은 쥐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흑연갑으로부터 돋아나게 만들었다.


“이렇게!!”


그리곤 그것을 사방으로 발사했다. 물론, 이것들은 전부 다 정확한 대상을 향해 발사한 것이다. 개수는 내가 감지한 사람들의 수에 맞게 딱 80개.


슈슈슈슈슛!!


흑연방어진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검을 보고서 저들은 뭘 생각할까? 자그마치 다섯의 커럽터의 맹공에도 깨지지 않은 벽에서 쏟아지는 총알보다 빠른 검이다. 더군다나 마나 덩어리인지라 총알과는 달리 소닉붐도 일어나지 않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가 들릴···.


“으아악!!”


···마침 들리는군. 아주 좋아.


발사한 흑연검에 수십 명이 찔렸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피한 놈들도 몇 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반격에 나섰지만, 별로 걱정은 안 한다. 어차피 흑연검은 몇 번이고 더 날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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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2) +1 18.06.26 450 9 11쪽
9 2장 - 예상 못한 추격자(1) 18.06.25 467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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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장 - 커럽터(corrupter)(4) +2 18.06.19 562 10 12쪽
4 1장 - 커럽터(corrupter)(3) +1 18.06.18 657 11 15쪽
3 1장 - 커럽터(corrupter)(2) +3 18.06.17 78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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