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제기랄. 장승들이 다 망가졌어.”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맞이하는 아침은···그렇게까지 좋진 않다.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게 내가 만든 장승이 부서지는 소리라면 더더욱···.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저주 주술이 실패한 장승을 바라봤다. 장승의 나뭇결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새기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커럽터가 되면서 쓸 데 없이 늘어난 근력 때문에 잘못 하면 부서지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엔장···. 괴물인 게 죄지 괴물인 게···.”
나는 처참히 부서진 저주와 공간 마법을 적절히 조합했다 실패한 장승을 씁쓸히 내려다보며 도로의 옆으로 치워버렸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양 길가의 양쪽 인도에 설치해야 하니 네 개···.
“하···. 공장에서 이런 거 뚝딱뚝딱 찍어낼 순 없나···. 버려진 공장도 많으니 내 마나를 이용하면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한데···.”
물론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공장에서 어떻게 장승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계획이 없으니 제대로 된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 말대로 공부 열심히 하는 건데. 엄마 보고 싶다.”
돌아가신 엄마가 더럽게도 많이 보고 싶은 날이다. 엄마는 매일같이 잔소리를 하시곤 했다. 적어도 대공사의 후폭풍이 뒤늦게 한국을 강타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가족들은 전국에서 범람하기 시작한 마나의 맥에서 터져 나온 마나의 폭풍에 휩쓸려 죽었다. 그것도 내 눈 앞에서.
···아 젠장. 쓰레기 치우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네.
아무튼, 나는 다시금 장승을 세웠다. 집을 망가트리지 않으려면 이 방법이 최고다. 장승을 전부 세우면 사람을 찾으러 갈 것이다. 사람 구경보다 흥미를 주고 울적함을 잊게 해주는 일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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