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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님의 서재입니다.

LSD[Last Sweet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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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작품등록일 :
2014.07.15 23:28
최근연재일 :
2017.03.03 01:19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4,925
추천수 :
26
글자수 :
176,002

작성
16.11.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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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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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0부 2장 – 격명(搹命)

DUMMY

미엘이 나간 방문을 쳐다보다가 내 손에 껴져있는 반지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이 반지는 미엘과 입을 맞춘 순간부터 내 손에 생겨나 있었다.

그 상황을 떠올리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천장을 보고 크게 숨을 몇 번 내쉬자 열기는 가신 듯 했다.

우리 반 애들도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진 않아보였는데. 주위에서 보기엔 흔한 커플링으로 보이는 건가? 이 반지가 그렇게나 미엘에게 중요한 물건일까?

미엘의 입장에서는 키렌의 의사를 전달하는 반지와 같은 모양이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큰 의미는 없었다.

그저 반지가 손에 껴졌다. 뱀파이어와의 영혼의 계약으로 인해 내 손에 껴져있는 반지는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새빨간 붉은 빛에서 살짝 탁한 색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흐음?”색이 변한 듯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내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실마리는 잡히지 않았다.

내일 미엘에게 제대로 물어봐야겠네. 저번에 물어보기로 했었지만, 이런저런 일에 휩쓸려 반지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혼자서 멍하게 앉아 있다 보니 하는 것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몇 시가 되었나 궁금해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9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침바늘이 보였다.

오늘은 특별한 일도 없고, 오늘 하루만 팬텀 퇴치를 쉬고 느긋하게 잠을 자볼까!

그렇게 침대에 눕는 순간, 방문이 열렸다.

벌컥-

“아빠!”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아리카였다.

오늘은 나와 자고 싶었나보다. 아리카가 이렇게 들어온 이상, 나는 그저 웃는 얼굴로 안쪽으로 들어가 아리카가 누울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런데 아리카의 손에 들려 있어야할 베개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 여겨 아리카에게 물어보았다.

“아리카, 베개는 어디 두고 온거니?”그러자 아리카는 입을 우물우물 거리더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엔 아빠 팔베개 베고 잘래!”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아리카가 원하는데 팔베개쯤이야!

결심을 굳힌 순간 난 오른팔을 쭉 뻗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래, 아리카. 오늘은 아빠 팔베개 베고 자.”

아리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보였다.

저 웃음을 보기 위해서라면 팔베개 한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지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팔베개 된대!”“응?”아리카가 방문 너머로 소리쳤고, 나는 순간 당황해서 반문하고 말았다.

아니아니, 팔베개를 해주는 건 상관이 없고, 미엘에게 말하는 것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걸 굳이 미엘에게 말할 필요가 있었나?

순간 무슨 상황인지 판별이 안 되던 나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잠깐 사이에 미엘은 쭈뼛쭈뼛 거리며 내 방으로 들어왔고, 나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너랑 자고 싶어서 들어온 거 아니야! 아리카가 오늘은 너랑 나랑 같이 자고 싶다고 해서 들어온 거니까.”

“........”

그건 알고 있는데, 그걸 굳이 말해 줘야했어? 조그마한 기대를 하긴 했었지만, 절대 아니라고 자기 부정중인데!

자신이 나의 가슴에 대못을 꽂아 넣었다는 걸 모른 채, 미엘은 살짝 빨개진 얼굴로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서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도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어야 되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미엘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난 그저 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오른팔을 움직여 이불을 빠르게 덮은 뒤, 눈을 감고 오른팔을 다시 뻗었다.

사르륵-

얼마 지나지 않고 이불이 걷히는 느낌이 들더니 내 오른팔에 닿는 두 명의 머리가 느껴졌다.

얼굴이 확 달아오를 것 같았지만, 난 조용히 인내했다. 여기서 눈을 뜨게 된다면 미엘과 눈을 마주치게 될 것 같았다. 눈을 마주치게 되면 아마 견딜 수 없게 부끄러워지겠지.

그렇게 난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긴장감 속에 잠이 들었다.


-----------------------------------------------------------------------------

하운이 자신의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하자 미엘은 조심스레 하운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자신과 하운에게 새겨진 계약은 생각이나 표정은 전부 느껴지진 않더라도 서로 감정을 약하게나마 공유하게 되는 계약이었다.

하운이 자신을 무의식적이라도 의식하게 된 이유는 자신이 하운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이나 표정은 인간의 영혼에 새겨지지 않는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생각이나 표정을 긴 시간동안 영혼에 새기기엔 영혼의 강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은 뱀파이어의 영혼보다 약하디 약했다. 정말 조금만 세게 쥐면 영혼이 소멸할 정도로 약하다. 그래서 인간의 영혼엔 생각이나 표정은 새겨지지 않는다. 정말로 새겨지는 건 감정 하나뿐.

자신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켜준 인간. 그 인간과 계약을 맺게 되어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근새근-

그리고 자신 옆에서 자고 있는 조그마한 소녀. 자신을 엄마라고 불러주며 따르던 그 소녀는 어느새 정말로 자신의 딸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천국의 악’에서는 그저 냉정하고 냉혹하고 냉혈이라고 칭해지던 그녀는 여기에서 확실하게 그 때와 달라져있었다. 그 계기가 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미엘은 행복하다고 처음으로 느꼈다.

처음 하운을 만났을 때 정말로 귀찮다고, 성가신 일에 휘말리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겐 사명이 있지만, 사색은 없었으니까. 조금씩 변하게 된 생각은 정말로, 진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혀 자신을 다른 곳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정말 어처구니없게 하운과 영혼의 계약을 맺어버렸고, 그 계약의 영향 때문인지 미엘은 조금씩 하운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생각에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러나 하운은 자신의 생각에 제대로 부딪혔다.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고 최대한 자신을 위해주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평상시엔 사소한 것이라도 의식하기 시작하면 의외로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게 하운의 마음씨에 고맙다고 느끼고 있을 무렵, 갑자기 하운을 보는게 부끄러워졌다.

왜인지도 몰랐다. 그냥 쳐다보면 얼굴이 뜨거워지는 듯 했고,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평소대로라면 그냥 다가가 이야기를 했을텐데...갑자기 못 하게 된 이유를 전혀 찾지 못했다.

최근에 들어서야 긴장감이 조금 사라져 예전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영향 때문인지 하운이 자신의 눈을 피하는 게 보였다.

자신이 하운의 눈을 못 마주친 적이 있던 것처럼.

‘그래도 이렇게 보니 역시 멋있네. 역시 내 계약자라는걸까?’

자신의 우월함을 느끼며 미엘은 웃는 얼굴로 아리카를 안으며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이제 곧 2장이 끝나요ㅠㅠ

2편정도면 끝날려나요....

이제 0장의 3장이 곧 시작됩니다!

그때부턴 정말로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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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번외편 - 얼마나 지났을까...크리스마스 때... 16.12.25 218 0 9쪽
44 0부 3장 – 모류(募流) 16.12.21 309 0 9쪽
43 0부 3장 – 모류(募流) 16.12.05 1,040 0 8쪽
42 0부 2장 – 격명(搹命) - Finish 16.11.27 224 0 9쪽
41 0부 2장 – 격명(搹命) 16.11.20 248 0 8쪽
» 0부 2장 – 격명(搹命) 16.11.13 236 0 7쪽
39 0부 2장 – 격명(搹命) 16.11.06 190 0 8쪽
38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9 230 0 6쪽
37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8 321 0 8쪽
36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8 232 0 9쪽
35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3 669 0 9쪽
34 0부 2장 – 격명(搹命) 16.10.17 274 0 7쪽
33 0부 2장 – 격명(搹命) 16.10.11 209 0 9쪽
32 0부 2장 – 격명(搹命) +2 16.10.11 907 1 7쪽
31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6 265 0 9쪽
30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6 328 0 8쪽
29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4 277 0 9쪽
28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3 177 0 7쪽
27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2 30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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