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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님의 서재입니다.

LSD[Last Sweet Darkness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퓨전

EL[엘]
작품등록일 :
2014.07.15 23:28
최근연재일 :
2017.03.03 01:19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4,926
추천수 :
26
글자수 :
176,002

작성
16.10.28 02:40
조회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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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0부 2장 – 격명(搹命)

DUMMY

네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정답이라고 인정할 순 없다.

“쿠어어어-”

마지막 살아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는지 작아진 목소리로 울부짖는 팬텀은 서서히 검은 연기가 되어 내 눈 앞에서 안개로 변해갔다.

탁-

발 밑에 느껴지는 땅의 감각을 느끼며 나는 네제를 쳐다보았다.

“네제, 난 너의 방식을 인정할 수 없어. 네가 좋은 친구라도, 아닌 걸 정답이라고 해줄 순 없어.”

그러자 네제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아, 알았어. 이번엔 내가 지나쳤어. 너랑 난 다른 존재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그래도 네가 부탁한 팬텀 둘은 내가 해치웠으니까 불평하지마.”

네제의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본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그저 도로 위로, 사람들 사이로 흐르는 검은 액체뿐이었다.

‘불평할 수는 없어....이런 풍경을 보게 된 것도 내가 한 결정때문이니까.’

정신을 다잡기 위해 크게 한숨을 쉰 나는 봉인진을 해제했다.

사라지는 봉인진을 보며 나와 네제는 위로 점프했다.

“그래도 팬텀 처리는 확실했어, 하운.”

“응.”

봉인진이 사라지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었다.

“하운.”

나를 부르는 네제의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피부와 피부가 닿는 소리가 들리자 난 뒤로 날라갔다.

아픈 왼쪽 뺨을 만지며 나는 소리쳤다.

“이번엔 무슨 이유야, 네제!”

나의 대답에 네제는 표정이 없는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팬텀을 인간처럼 느끼고 있는 멍청한 세라핀에게 한 대 날렸을 뿐이야.”

말에는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뭐라고?”

그러나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나는 멍하니 네제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통을 느끼는 건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게 해당되는 말이야. 가지를 꺾이는 나무도 고통을 느끼고, 총에 맞아 죽어가는 동물들도 고통에 못 이겨 몸부림을 치지. 사람도 다치면 고통을 느끼며 울거나 참거나 해. 거기서 원한은 생겨나지. 말을 못하는 동물이라도, 식물이라도 자신의 일부를 베이거나 꺾이거나 하면 당사자에게 원한이 생겨. 인간도 봐봐! 강도를 만난 사람이 칼에 찔렸다! 그러면 찔린 사람은 당연히 그 강도를 원망하겠지! 이건 세상의 당연한 이치야! 팬텀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인간에게 고통을 준다. 주위에 있으면 있을수록 그 주위의 인간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물들어가지.”

네제는 잠시 말을 끊고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너처럼 한순간에 보내주는 것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던 인간들은? 약한 인간 따위는 알 바 아니지만, 거기에 감정이입하게 되면 일을 그르치게 돼! 방금 너의 임무는 팬텀 퇴치였어! 거기에 너의 감정이 들어가게 되면 일이 잘못 될 수도 있다고!”

그렇게 소리치는 네제를 보며 나는 그저 멍하니 있었다.

만약 내가 팬텀을 동정하며 칼을 잠시 멈춘 순간에 한 사람의 영혼이 팬텀에게 먹힌다면 난 분명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눌려있겠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리고 말았으니 그 죄책감에 계속 눌려있을지도 모른다.

네제는 그 부분을 생각 해주는 건가?

“팬텀을 인간처럼 느껴주는 건 상관없지만, 퇴치할 때는 그 감정을 잘라두는 게 좋을거야, 하운. 그 감정은 너에게 이빨을 내밀며 너의 심장을 찌를지도 몰라.”

자신만만하게 팬텀 퇴치하러 나와서 네제에게 하나 배우고 가는건가...

“알았어, 네제.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려고 했더니 네제는 나를 내려다보며 웃는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넌 물론 맘에 들진 않지만, 내 친구의 파트너인 이상, 넌 나의 친구야. 그 친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진 않아. 걱정 마.”

“훗, 그러면 때리지는 말아달라고.”

네제의 손을 맞잡으며 크게 기지개를 킨 나는 미엘과 하연, 아리카가 기다리고 있는 우리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네제는 그저 나의 뒤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니까, 저 친구는.

달리다보니 나와 네제는 어느새 나의 방 창문에 도착했고 거기로 들어갔다.

다행히 방문을 미엘이 닫아줬는지, 창문에서 보이는 건 침대 위에서 잠들어있는 아리카와 아리카 옆에서 쓰러져 있는 나의 육체뿐이었다.

“다행히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군.”

중얼거리며 창문으로 들어가 나의 육체를 입는 순간, 난 갑자기 몰아쳐오는 무력감을 느꼈다.

“켁, 콜록콜록!”

그 무력감에 눌린 탓일까, 큰 소리로 기침을 하고 말았다.

“으응...아빠?”

나의 기침 소리에 깼는지 아리카는 자신의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아, 미안해, 아리카. 별 일 아니야. 걱정하지 마렴.”

“응.”

그렇게 말하며 내 팔에 눕는 아리카의 머리를 베개로 받쳐준 나는 네제와 같이 거실로 나갔다.

“어, 오빠, 네제언니랑 뭐했어? 미엘언니 두고 둘이서 꽁냥꽁냥 한거야?”

나와 네제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나를 노려보는 하연이였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하연이의 말에 부정했고, 나의 부정을 본 하연이는 표정이 풀리며 티비로 눈을 돌렸다.

나는 미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아리카는 잠들었어. 곧 밤이니까 그냥 자게 해주자.”

미엘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는 미엘의 표정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니 미엘은 그 동작마저도 그저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난 겨우 입을 떼었다.

“도..도대체 왜 그래, 미엘?”

겨우 말을 걸었으나, 돌아오는 건 대답하기 미묘한 미엘의 질문이었다.

“언제부터 네제와 저렇게 친해졌을까 고민하고 있었어.”

네? 이건 무슨 소리야?

“분명 팬텀 퇴치는 이 시간엔 너 혼자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넌 네제랑 같이 나갔다가 왔잖아.”

내가 네제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를 한걸로 오해하고 있는건가!

그 불길함을 느끼자마자 거실에 앉아 하연이와 같이 티비를 보고 있는 네제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나를 보며 메롱을 하고 있는 네제의 모습이 보였다.

저거 일부러야! 분명 일부러 그런거였어!

네제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난 미엘을 쳐다보았다.

화르륵-

뭔가 뒤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는데...미엘?

미엘 뒤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모른 척 한 채 난 미엘의 질문에 대답했다.

“내가 나가고 있는데, 네제가 같이 가자고 했어.”

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나의 이마엔 어느새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척 보아하니 미엘이 웃는 얼굴이었지만 화나있는 것 같은데...

내가 그 분노에 눌린 나머지 미엘의 뒤에 있는 불꽃을 보았다는 말인가...

나의 대답을 들은 미엘은 고개를 돌려 네제를 쳐다보았다.

“네.제?”

중간에 강약이 느껴진 듯한 미엘의 말에 네제의 어깨가 순간 흠칫거렸다.

“어, 어! 미엘! 무슨 일이야?”

심상치 않은 미엘의 분위기를 느낀 것일까? 아니면 뱀파이어로써 기운을 퍼트린 것일까? 이유는 몰랐지만 네제의 눈엔 공포가 있는 건 알 수 있었다.

“네가 하운을 따라간거야, 아니면 하운이 너를 부른거야?”

여기서 잘못 말하면 너와 나의 목숨은 없다, 네제!

우린 운명 공동체라고!


작가의말

이렇게 또 한편이 올라갑니다....

자고 나서 오후나 저녁쯤에 한 편 더 올리게 되면 끝나는군요.

일단 자러 가보겠습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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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부 2장 – 격명(搹命) - Finish 16.11.27 2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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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0부 2장 – 격명(搹命) 16.11.13 236 0 7쪽
39 0부 2장 – 격명(搹命) 16.11.06 190 0 8쪽
38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9 230 0 6쪽
»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8 322 0 8쪽
36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8 232 0 9쪽
35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3 66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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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부 2장 – 격명(搹命) 16.10.11 209 0 9쪽
32 0부 2장 – 격명(搹命) +2 16.10.11 907 1 7쪽
31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6 265 0 9쪽
30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6 328 0 8쪽
29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4 277 0 9쪽
28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3 177 0 7쪽
27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2 30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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