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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님의 서재입니다.

LSD[Last Sweet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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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작품등록일 :
2014.07.15 23:28
최근연재일 :
2017.03.03 01:19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020
추천수 :
26
글자수 :
176,002

작성
16.11.0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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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부 2장 – 격명(搹命)

DUMMY

“그래서 팬텀 퇴치는 어땠어?”

조용히 그릇을 닦고 있는 나에게 미엘은 넌지시 말했고, 난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가볍게 대답했다.

“나야 언제나 똑같고, 네제는 많이 냉정해보였어.”

언뜻 보면 미엘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았다.

그 냉정하던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의 소유자. 그리고 그 외모와는 반대의 분위기를 가져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장본인.

그 뱀파이어가 어느새 내 옆에서 냉정한 표정이 아닌 편안한 표정으로 부엌에서 같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이러니까 뭔가 평범하네.”

“응?”

내 생각이 그대로 입을 타고 작은 목소리로 나왔고, 그런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미엘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최근에서야 느끼고 있지만 미엘이 귀엽다고 느껴지는 횟수가 요즘 많아졌다.

그에 따라서 나도 얼굴에 열이 오르며 미엘의 눈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만약 제운이 아닌 반의 다른 남자애들이 알면 내 목숨은 열 개라도 부족해지겠지.

그 애들이 몰라서 다행이었다. 난 이 생활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 아니! 여기에선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이질적인 존재잖아. 그런데 이렇게 같이 지내고 보니까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미엘에게서 돌리고 그저 손에서 돌아가는 그릇의 감촉만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서 들려야 할 미엘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옆으로 돌아보자 미엘은 묵묵히 그릇을 물에 씻고 있었다.

갑자기 나와 미엘 사이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지자 지금 이 자리에 있기 조금 불편해졌다.

나의 생각은 틀린 부분이 없었을 텐데, 미엘이 침묵하고 있자 내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만 들었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에서 설거지가 끝나자마자 미엘은 나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잡아 끌고 갔다.

언뜻 본 거지만, 분명 하연이와 네제가 지켜보고 있었고, 하연이는 조용히 입 꼬리를 올리는 모습이 보였는데...설마 하연이랑 미엘이랑 뭔가를 짠건가!

그런 불안감이 갑자기 나를 엄습했고, 난 그저 호랑이에게 끌려가는 토끼처럼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미엘의 손에 이끌려갔다.

탁-

내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나는 이제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을 졸이며 문에 붙어서 섰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할려고 여기까지 데리고 온걸까?

조마조마하며 미엘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미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말이었다.

“네제에게서 무슨 말을 들은거야?”

“어? 왜 갑자기 네제의 이름이 나와?”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네제가 오고 나서 넌 지나치게 자신이 특이하다는 걸 자각하고 있어. 물론 넌 이제 인간이 아니야. 다른 친구들과 비교 해봐도, 하연이와 비교해도 넌 너무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아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

미엘은 거기까지 말한 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넌 너야. 김하운이라는 인간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기에 존재하고 있어. 만약 네가 인간이 아니라면 지금 나랑 이렇게 있을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 미엘은 나의 손을 잡았다.

미엘의 말을 듣고 나니 가슴 속에서 뭔지 모를 뜨거움이 올라왔다.

“하, 하지만 난 지금 인간이 아냐. 그저 시간을 평범하게 보내왔던 그때의 내가 아니라고.”

난 분명 지금까지 남들과는 틀리다고 계속 선을 그어왔다. 세라핀이 되기 전엔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에도, 나의 평범했던 일상에도 나름 만족해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박살난 그 평범한 일상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분명 그때까지 그렇게 보내왔었으니까. 세라핀이 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보내오면서 느꼈던 평온함을 난 계속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서는 난 지금 인간이 아니니까 이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혼자 되뇌어왔다.

그렇게 안하면...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자신이 누군지 모르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혼자서 당연한 사실을 외면해왔다. 무의식중에서 난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었다. 난 그저 김하운이었다. 인간 김하운이었다. 세라핀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존재가 아닌, 나는 인간이라고...

내가 인간이었던 김하운이 아니면 다른 친구들이 날 어떻게 볼지 두려웠다는 부분도 없진 않겠지.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깨운 건 미엘이었다.

“너가 인간이든, 세라핀이든, 난 지금 너의 옆에 있어. 이미 너랑 계약이 되어있는 이상 내가 너를 제대로 봐줄게. 나의 계약자인 이상, 다른 누구든, 너 자신이든 너를 낮게 생각하는 건 내가 허용하지 않아.”

그리고 미엘은 조용히 다른 손을 올려 나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그러니 참지 마. 넌 김하운이야. 하연이의 오빠이며, 현재 아리카의 아빠이자, 나의 계약자 하운이야.”

난 이때 깨달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눈에선 이미 투명한 빗줄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 친구들과는 틀리다며, 여태까지의 자신과는 다른 자신이라며 나 자신을 억압했던 나의 마음의 사슬이 풀린 듯 했다.

미엘의 손의 따뜻함에, 미엘의 따뜻한 말에, 미엘의 따뜻한 마음을 혼자 받고서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엘은 나의 눈가를 닦아주고 그저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난 평상시의 나라면 하지 못할 행동을 하고 말았다!

미엘을 거기서 끌어안았던 것이다.

“뭐..뭣!”

그러자 이번엔 놀란 건 나의 쪽이 아닌 미엘이었다.

“하운, 갑자기 왜 그래!”

내 품 안에서 버둥거리는 미엘이었지만, 정말로 밀쳐낼 생각은 없었는지 그저 팔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뱀파이어인 미엘이라면 내가 이런 행동을 한 이상, 싫어했다면 그대로 풀고 나왔을 것이다.

난 그 이후로 생각을 멈춘 채, 그저 나의 마음에서 올라오는 말을 미엘에게 들려주었다.

“고마워, 미엘. 덕분에 머릿속의 안개가 걷힌 느낌이야. 정말로 고마워.”

나의 말이 가깝게 들려왔던 탓일까, 미엘은 버둥거림을 멈추고 그저 나에게 가만히 안겨 말했다.

“천만에. 넌 나의 계약자야. 네제가 무슨 말을 하든, 널 제대로 아는 건 네제가 아닌 나야. 그러니 네제의 말에 틀린 부분이 없더라도, 너의 생각을 그대로 꿰뚫어도 네가 믿을건 너 자신과 나야. 네제가 말했었지? 너와 난 영혼의 계약으로 맺어져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미엘은 천천히 나를 밀어내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영혼의 계약이란 건, 계약자끼리 서로 비밀이 없다는 뜻이야. 속마음을 아무리 숨기려 해도 영혼에 각인 되는 건 진실뿐이야. 그 진실을 공유하게 하는 계약, 그게 영혼의 계약이야.”

그렇구나. 그래서 미엘이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걸까? 이미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진실은 영혼에 각인 되어 있다는 말이니까...

그렇게 고민을 시작할려고 할 때, 미엘은 갑자기 살짝 빨개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니 너의 왼손에 껴져있는 반지! 그거 절대 잃어 버리지마! 잃어버릴 일이 없더라도 절대 너의 손에서 안 빠지게 해!”

“어? 아, 알았어. 절대 안 잃어버릴게.”

순간 미엘의 박력에 눌려 나도 모르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그, 그럼 됐어!”

그 말을 끝으로 미엘은 방문을 열고 나갔다.


작가의말

일주일 조금 넘는 시간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감정선을 잡을려고 했는데, 뭔가 주저리주저리한 느낌의 파트로 가버린 듯 합니다.

그래도 재밌게 즐감해주세요~

(2장도 곧 끝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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