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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님의 서재입니다.

LSD[Last Sweet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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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작품등록일 :
2014.07.15 23:28
최근연재일 :
2017.03.03 01:19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4,919
추천수 :
26
글자수 :
176,002

작성
16.10.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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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0부 2장 – 격명(搹命)

DUMMY

실컷 웃고 나자 네제와 나 사이에 있던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네제와 난 서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미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이서 그렇게 웃고 있는 이유가 뭐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뒤통수를 긁었다.

“아니, 네제랑 얘기하다보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 말이야. 딱히 다른 이유는 없어.”

그러면서 미엘을 쳐다보니 누나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히익!”그 모습을 본 순간 바로 누나의 압도감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번쩍!

눈에서 빛이 난 듯한 착각을 느낀 듯 했지만, 미엘이 네제를 봤을 때 네제도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난걸 보면 나의 착각이 아닌 것 같았다.

“하...운....”

입에서 입김이 나오는 것 같은데! 미엘! 여긴 그렇게 춥지 않아!

그렇게 겁을 먹으며 뒤로 물러서는 나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미엘을 보며 나는 결국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히이익!”

나는 후폭풍을 대비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려 방어 자세를 취하고 다가올 아픔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가린 손을 살짝 내려 앞을 보니 미엘의 얼굴이 앞에 있었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건 한번만 해달라고.”

투정을 부리며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밑으로 내리는 미엘을 따라 고개를 밑으로 내려보니 죽 한 그릇이 쟁반 위에 올려져있었다.

“느닷없이 거기서 기절하길래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고. 하연이와 아리카도 걱정 많이 했으니까.”

아...그러고 보니 내가 기절한 건 아리카와 하연이에겐 큰 쇼크가 됐을지도 모르겠구나.

“아리카는 어딨어?”

하연이보다 아리카를 먼저 찾게 된 건 아리카의 아빠가 되어버려서가 아니라 아빠기에 찾게 되는 것 같다. 하연이의 오빠지만 아리카의 아빠이기도 하니, 자연스레 아리카를 먼저 챙기게 된다. 하연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하연이도 이해를 해주고 있는 듯 하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리카라면 여깄어, 오빠.”아리카를 찾는 소리가 밖에도 들렸는지 방 문 밖에서 아리카를 안고 있는 하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고모, 내려줘. 아빠한테 갈래!”

아리카는 하연이의 소매를 잡고 말했고, 하연이는 웃으면서 아리카를 내려주었다.

자신의 발이 땅에 닫자마자 아리카는 나를 향해 뛰어왔고, 아리카는 나에게 안겨왔다.

퍼억-

말이 안겨온거지, 실제론 박치기였다.

“크억-”

난 숨이 막히는 감각을 느끼며 아리카를 애써 웃는 얼굴로 안았다.

“아리카, 아빠는 괜찮아. 그러니 걱정하지 마렴.”아리카를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아리카는 나를 올려다보며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응!”

이 웃는 얼굴에 평온함을 느끼며 난 미엘에게 물었다.

“이 죽은 뭐야?”

그러자 미엘은 고개를 숙인채로 대답했다.

“그...네가 기절해서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한번 만들어봤어. 맛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미엘이 만든 죽이라니...

난 감동스런 얼굴로 미엘을 쳐다보았다. 미엘이 나를 위해 죽을 만들어 주다니!

여자애들에게 인기 없어서 언제나 가족을 위해 밥을 만들었던 나지만, 오늘은 여학생(사실은 여자 뱀파이어지만)이 나를 위해 죽을 만들어줬다! 이 정도면 나름 만족이야!

나는 미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 죽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는데 뒤에서 네제의 공포에 젖은 얼굴이 보였다.

난 잠시 숟가락을 멈칫했다.

에? 뭐야, 네제? 그 표정의 의미는!

나는 미엘의 반짝거리는 표정의 얼굴 뒤에 있는 네제를 쳐다보며 눈으로 설명의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나의 눈짓을 본 네제는 공포의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고개를 양 옆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뭐야? 먹으면 안 되는 위험물이야, 이 죽은?

난 숟가락을 멈춘 채, 마음속에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김하운! 너를 위해 미엘이 순수 만든 죽이라고!

내 옆에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래! 미엘이 나를 위해 만든 죽이니까 먹고 맛있다고 말해주는게 예의겠지.’

그렇게 결정하고 숟가락을 움직이니, 다른 곳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걸 먹으면 더 위험할지도 몰라! 방금 네제의 표정 못 봤어? 분명 먹으면 위험할거야!

‘그래도 안 먹으면 미엘이 실망할텐데...’

그래도 나의 몸을 걱정하는 미엘이니까 속이 안 좋다는 말로 괜찮을거야.

‘그렇겠지? 그럼 그렇게...’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숟가락을 내릴려는 찰나, 미엘의 표정이 보였다.

반짝반짝-!

눈에서 별빛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느껴질 만큼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미엘의 표정을 보고 난 결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내가 먹고 위험해지더라도 미엘의 이 죽은 남길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분명 후회를 할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난 미엘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아 나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내릴려고 움직인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간 순간, 네제의 표정은 공포에서 기겁으로 바뀌었다.

‘정말 대단해, 하운! 무운을 빌게!’라는 말이 들린 듯 하지만, 난 목을 넘어가는 생쌀의 감각을 느끼며 미엘에게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맛있어, 미엘.”

나의 말을 들은 미엘의 표정은 초롱초롱에서 환하게 바뀌어 나를 더욱 압박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생쌀이라 씹기 힘든데, 맛있다는 거짓말과 억지로 띄운 웃음을 함께 얼굴에 띄우려니 죽을 맛이었다.

내가 봤을 땐, 이건 죽이 아니라, 끓은 물에 생쌀을 들이 부운 것이었다.

물론 그게 죽이겠지만, 쌀을 넣고 더 끓였어야 했을텐데, 쌀을 그대로 들이붓고 떠서 들고 온 듯하다.

그래도 미엘의 얼굴이 기쁘다는 표정으로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씹기 어려운 생쌀을 씹어 삼키다보니 목이 아파왔다.

더욱 슬픈 점은 반찬도 없다. 하다못해 김치라도 꺼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고통스런 시간이 지나가고 억지로 죽(이라고 쓰고 불린 쌀이라고 읽는다)을 먹고나니 속은 조금 채워진 것 같았다.

“고마워, 미엘. 잘 먹었어.”

미엘에게 그렇게 말하니 미엘은 만족한 듯한 얼굴로 쟁반을 들고 나갔다.

아리카는 조용히 나의 품에 안겨있었고, 네제는 장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연이는 문 밖에 서서 미엘을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렇게 올리고 사라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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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부 2장 – 격명(搹命) - Finish 16.11.27 2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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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0부 2장 – 격명(搹命) 16.11.06 190 0 8쪽
38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9 230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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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8 232 0 9쪽
35 0부 2장 – 격명(搹命) 16.10.23 66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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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부 2장 – 격명(搹命) 16.10.11 209 0 9쪽
32 0부 2장 – 격명(搹命) +2 16.10.11 90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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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4 277 0 9쪽
28 0부 2장 – 격명(搹命) 16.10.03 17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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