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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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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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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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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omy Feast - 선택

DUMMY

준성은 물러서며 재빨리 다음 공격을 시도했고, 준성의 심발법으로 인해 발현된 마법의 힘으로 바닥에 흐른 녹색 피가 물결치기 시작했다. 그 물결은 매우 빠르게 변화해가기 시작했고, 샤볼들이 그 위를 기어오려 할 땐 이미 수백 개의 날카로운 표면을 이루어 샤볼들을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그 파도는 샤볼들이 죽어나가며 더 많은 피가 흘러나오고 자연스럽게 더 커져갔다.

이대로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게임보다 현실은 어려웠다. 게임이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볼 수 있을지 모를 장면이지만, 지금 당장 준성이 보기엔 그저 끔찍한 광경일 뿐이었다. 그 탓에 결국 마법을 빨리 거둬들이고 말았다.


“으…”


아무런 말없이 인상만 찡그렸지만, 그 속에 담긴 준성이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담겨져 있었다. 준성은 칼을 고쳐 쥐었다. 아직 살아있는 수백 마리의 샤볼들이 차례를 지켜 다가와주면 좋겠지만 그럴 생각이 없는 건지 동료의 시체를 넘고 넘어 덤벼들었다. 애초에 동료라는 감정을 느낄 놈들로 보이지도 않지만…


워터 블릿(water bullet), 바이올렛 블로우(violent blow) 드로우닝(drowning)


수백발의 물방울들이 준성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준성의 다음 생각에 따라 샤볼들을 향해 미친 듯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법들에 꿰뚫린 샤볼들은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기 시작했고, 그 몸짓이 끝나는 순간 물을 토해내며 쓰러져버렸다.


“…이, 이…”


그 광경을 바라보던 준성은 더 이상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은 채 굳어버렸다. 처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익숙하다 느꼈었다.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무엇이 익숙하게 다가왔었던 것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으으으…”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잘 싸우던 모습은 어디가고 없고 팔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한번 전투를 멈추고 현실을 직시하자 긴장감이 올라간 것이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있는 사람들과 샤볼들의 시체 때문이기도 했다. 그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시키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런 준성의 얼굴을 향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뒤에 처져있던 샤르피의 거대한 송곳니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


“크윽…”


칼에 옆구리를 길게 베여버렸다. 실수한 것도 방심한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 자신과 시머스의 차이라는 걸 바네스는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기는커녕 상대에 따라선 자기 목숨도 지키지 못할 나약한 자신을 옆구리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손을 데고 지혈 마법을 시전 했다.


“지금까지 네 목숨이 몇 번이나 구해졌다 생각하나?”

“…빌어먹을 자식.”


사활을 걸고 싸우는 만큼 서로 크고 작은 상처가 늘어가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급소를 노려진 건 바네사 뿐이었다. 즉, 시머스는 바네사의 허점을 발견하고도 죽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좋게 말하면 죽일 생각이 없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가지고 놀고 있는 중이라는 소리.

어느 쪽이던 바네사에겐 좋을 게 없는 결론일 뿐이었다.


“널 죽여도 되고, 죽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네가 벨로드를 구하지만 못하게 하면 되니까. 어때? 이제 슬슬 칼을 내려놓는 게? 나중에 결혼해서 상처투성이의 몸을 신랑에게 보여주는 것보단 좋잖아?”


이젠 비아냥거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바네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세를 잡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칼에 베인 상처가 화끈화끈했다.


“그놈의 똥고집은.”

“똥고집? 순례자의 길을 포기한 너는 모르겠지만, 순례의 길은 언제나 세상을 위한 걸음이다. 그것은 신념이자 생존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 그걸 위해 벨로드를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내 신념이야.”

“…그러니까 똥고집이라는 거다. 좋아 말해주지. 이런 난리 통에도 호법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염원의 순례자는 이렇게 되도록 왜 다른 순례자들을 움직이지 않고 있을까?”


바네사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져갔다. 마치 느린 화면을 보는 듯 아주 천천히… 그러나 바네사의 표정엔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놀람과 당혹. 그리고 상황 판단이 이뤄진 것이다.


“서…설마.”

“이해한 모양인데, 그럼 좀 더 쉽게 설명해주지. 너와 같이 온 호법자에겐 지금 순백의 순례자가 가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바네사의 손에서 뜨겁게 타오르던 칼이 사라져버렸다. 시머스의 말을 간단하게 해석한다면 ‘작전이 바뀌었다.’ 일 것이다. 그것을 바네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그…그걸 왜 지금 내게 말해주는 거지?”


바네사를 죽이겠다는 말이 된다. 죽기 전에 죽는 이유라도 알고 죽으라는 친절함? 그건 만화를 너무 많이 본 사람이나 생각할 일이다. 현실과 만화는 다르니까.


“인도자가 되어보지 않겠나? 어차피 염원의 순례자에게도 뭔가 안 좋은 쪽으로 찍힌 것 같은데.”

“인도자? 그게 되면 뭐가 좋은 거지? 너처럼 살인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거냐? 아니면, 너처럼 쓸데없는 말이 늘어나기라도 한다는 거냐?”

“여자에게 지적받을 만큼 말을 많이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게다가 살인은 자네도 하지 않나?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


말싸움임에도 밀리지 않는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이었다. 스스로 말이 적다고 할 처지는 못 되는 성격이란 뜻이었다. 바네사는 아직도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명동거리를 고개만 살짝 돌려보았다. 샤르피의 고개가 힘차게 바닥으로 뻗어가는 게 보였다.


“그자가 걱정인가? 그렇다면 이건 어때? 어차피 나도 저것들은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 저것들을 치워주지. 그 대신 너와 벨로드 모두 인도자가 되어라.”

“나랑 벨로드 모두?”

“나쁜 조건은 아니잖나?”


나쁜 조건이 아니라는 말에 멈춰있던 바네사의 두뇌가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그 조건 때문이었다. 첫 대면에선 분명 벨로드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다는 말은 살려주는 조건으로 바네사와 벨로드 모두 인도자가 되라는 것. 결국 바네사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없고 바네사를 이용해 벨로드를 먹겠다는 뜻이었다.


“벨로드를… 준성이를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아, 그건 순례자들이 제시한 조건이었지. 내가 받은 명령은 그게 아니었었지.”

“그럼… 벨로드를…”

“그래, 맞아. 그렇다고 벨로드를 그냥 끌고 갈 순 없었기 때문에 이런 연극이 필요한 거야.”


모든 상황이 이제야 조금은 명확해졌다. 조각들이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문맥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은 모인 것이었다. 결국 좋게 말하면 피의 군주 쟁탈전 정도인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하르멘스 역시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순수하게 따라와 도와줄 리는 없으니까. 호법자들의 주인인 타루엘 역시 이미 피의 군주를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하나 더 원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겨질 건 없었다.


“조…”


하지만 그 문제는 일단 덮어두는 게 가장 좋았다. 나중에 걸고넘어질 일이 생기면 그때 물어보면 되니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준성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바네사가 시머스의 조건을 받아들이려는 순간. 굉음이 울리며 지면이 흔들렸다.


“뭐, 뭐야?”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건 시머스 역시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바네사는 재빨리 명동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지금까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던 샤르피가 근처 빌딩에 처박혀 있었다. 움직임이 없고, 다량의 붉은 피가 건물 벽을 타고 흐르는 걸 봐선 살아있진 않은 것 같았다.


“저건 어떻게… 설마…!”


시머스가 갑자기 옥상 난간을 잡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바네사가 그 어떤 반응을 보이기 전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바네사는 한동안 멍한 상태로 건물에 처박혀 있는 샤르피를 쳐다볼 뿐이었다. 싸움이 지속되는 건지 흙먼지와 함께 굉음이 쉬지 않고 들려왔다. 그러다 문뜩 아무 의미 없이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지면에 도착한 시머스가 명동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바네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바네사 역시 옥상 난간을 잡고 뛰어내렸다.


----------


“rhoscksgth(괜찮소)?”


준성은 서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불과 몇 초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덮치던 거대한 구렁이가 벽에 처박혀 있는 광경과 그 놀라운 모습을 만들어낸 옷이라고 입고 있는 게 도저히 옷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 상태의 10대 소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예상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네사와 같은 또 다른 순례자일 것이 분명했다.


“akfdl xhdgkwl dksgejsrk? dlrj rhsfksgkrns(말이 통하지 않던가? 이거 곤란하군).”


호법자 하르멘스 존 반 레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덤벼드는 샤볼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이래선 도망치라는 말도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들어 옮기는 것도 불가능했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성인 남자 한명을 엎고 샤볼을 견제하며 도망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dpdlt(에잇)!”


하르멘스는 양 손에 회색의 마법 진을 펼치고 그중 왼손을 앞으로 뻗어 샤볼 떼를 향했다. 그러자 마법 진의 외벽에 둥근 원이 생성되었다. 하르멘스는 손바닥을 펼쳐 마법 진을 회전시키는 듯 손바닥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그 손길에 따라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퍼퍼퍼펑! 하는 소리와 함께 샤볼들의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마법 진 외벽에 생성되었던 작은 원에선 회색의 연기가 일고 있었고, 샤볼이 있던 거리는 어느새 하르멘스의 마법으로 인해 그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마법진이 회전하며 마법 진 외벽에 형성되어 있던 작은 원에서 불레로 이뤄진 구체가 발사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샤볼과의 거리가 확보되자 지금까지 힘을 모으고 있던 오른손을 앞으로 향해 왼손의 마법 진과 합쳤다. 그러자 이번엔 마법진의 네 방향에 작은 원이 생겼다.


“vkaufdml tjarhkd! vkwmak zlfmtm(파멸의 섬광! 파즈마 키르스)!”


하르멘스의 외침과 함께 회색의 광선이 명동 거리를 갈랐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이상하군요... 분명 뒤에 이어서 더 쓴 것 같은데... 없네;;; 흐음... 꿈 속에서 갱신한 건가... 흐음... 졸립네요. 랄라~ <-


잡설 3.

열 여섯분 선작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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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08.10.13 19:24
    No. 1

    결국 저 자도 인도자로써 준성을 이용하려던거로군요; 준성의 의지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거니 뭐..ㅠㅠㅠ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8.10.13 20:00
    No. 2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0.14 09:08
    No. 3

    천재누피님 :
    ㅎㅎ... 아마 제 소설 주인공들은 결코 쉬운 길은 못 걸어갈 겁니다. 주인공 괴롭히기가 취미라서요. ㅎㅎ...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0.14 09:08
    No. 4

    파스텔장미님 :
    ㅎㅎ... 앞에 그림과 코멘트로 알아봤네요. 감사합니다. 키리샤님. 키리샤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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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Gloomy Feast - 여행 +2 08.09.22 25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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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Gloomy Feast - 교육 +4 08.09.17 233 2 12쪽
30 Gloomy Feast - 교육 +4 08.09.16 30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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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Gloomy Feast - 교육 08.09.14 3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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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Gloomy Feast - 교육 08.09.12 3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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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Gloomy Feast - 진입 +4 08.09.09 461 3 12쪽
22 Gloomy Feast - 진입 +2 08.09.08 655 2 4쪽
21 Hunters - ending +4 08.09.07 54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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