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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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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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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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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546,278

작성
08.10.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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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Gloomy Feast - 선택

DUMMY

하르멘스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하하… 내가 알던 순백의 순례자는 좀 더 똑똑한 여자였소만… 뭐, 그게 당신의 선택이라면 질타할 생각은 없소. 하지만 내 주인님의 계획을 방해하겠다면 난 당신과 싸울 수밖엔 없을 것이오.”

“순례자의 모든 길은 세상을 위한 것이에요.”


순례의 길을 걸어간다는 건, 오로지 세상을 위해서 살아간다는 뜻이 된다. 그것이 순례자들의 삶의 목표이며 동시에 생존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사브리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소리였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소. 궁금한 건, 어디까지 관련되어 있는 것이오? 염원의 엘더브런도 승인한 일이오?”

“…그래요.”

“훗. 정말 재밌소. 생사람 잡아다 살인자로 만들어 놓고, 이번엔 그 괴물을 없애버리겠다? 치부를 가리는 데 발 빠른 게 순례자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


하르멘스는 다시 양 손에 마법의 원을 형성시켰다.


“…당신의 목적은 내 발을 묶어두는 것일 테지. 그렇지 않소?” 사브리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더더욱 전력을 다할 수밖엔 없겠소. 미안하오. 난 여자라고, 아는 사람이라고 쉽게 봐주진 않소.”


하르멘스는 양 손을 사브리나를 향해 뻗었다.


----------


“샤르피… 샤볼… 저게… 어떻게 된 거야?”


거대 먹구렁이인 샤르피의 거대한 몸체에 태양이 가려져 명동 거리에 짙은 그림자가 내려졌다. 그리고 그림자와는 조금은 다른 어두운 물결이 지면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모두 준성이 카로미나아에 넘어가기 전 나타났던 샤르피와 샤볼이었다. 명동거리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꽤 먼 거리에 있어 들리지 않을 게 당연한 비명소리까지 들리는 듯 보였다. 흙먼지가 날리고 건물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갑자기!”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가 명동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건물 옥상에 뛰어내리려 난간에 양손을 짚었다. 심호흡으로 숨을 골랐다. 떨어지는 도중 적절한 순간에 마법을 써서 떠오르지 못한다면 그대로 황천길이었다.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고 거리를 계산했다. 그리고 양 손에 힘을 주고 발을 난간에 올리는 순간 살기가 등줄기를 휘감고 흘렀다.


“컥!”


온화의 순례자 바네스는 배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대로 옥상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엔 기절까진 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느낀 살기에 몸 전체에 방어마법을 펼친 덕분이었다.


“이번엔 제법 잘 막았군.”

“시머스!”


바네스는 재빨리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마주 잡은 양 손에 붉은색 불길을 내뿜고 있는 기다란 불 칼이 쥐어졌다.


“이 자리에서 피의 군주는 죽는다. 그게 법이야.”

“말장난 하자는 거냐?”

“말장난이라… 그럴지도 모르지.”


바네스의 미간에 동물의 발톱 자국 같은 세 줄의 주름이 그려졌다. 그렇다고 시머스의 도발에 넘어간 건 아니었다. 그 만큼 바네스가 어설프진 않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무엇보다 한시라도 빨리 준성에게 가지 않는다면 샤르피와 샤볼 떼를 상대로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땐 맥없이 당했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냐. 당신을 죽이겠어.”

“…좋지, 덤벼.”


그러나 시머스의 말과 행동은 별개인 듯 덤비라던 시머스가 바네스에게 먼저 덤벼들었다.


----------


“저, 저거… 맞지? 저, 저게 왜 또 여기에…”


대학교 하나를 지옥으로 만들었던 거대한 뱀. 그리고 거대하고 징그럽게 생긴 녹색 괴물들의 물결… 모두 1년 전, 서울과 경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들이었다. 그것들의 공격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비명소리와 붉은 피… 그리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몸뚱이였을 신체의 일부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난동에 명동거리는 순식간에 지옥이 되었다.


“왜 하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내게 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게 고작, 이것밖엔 안 된다는 건가?”

“뭐? 준성아, 저게 뭔지 알아?”


친구들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거의 울먹이고 있는 준성의 팔을 붙잡아 끌며 물었다. 그러나 준성은 그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무언가 알 순 없지만,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한 가지 감정만이 준성의 몸 근육 이곳저곳을 휘감아 맴돌 뿐이었다.


“어서 도망쳐.”

“뭐?”

“어서 도망치라고!”


준성은 친구들을 뒤로 밀어버렸다. 그들을 지켜줄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모든 게 눈앞에 거슬리는 것들뿐이었다. 당황해하던 친구들은 함께 도망치자는 손길조차 거부하고 살기를 가득 띄고 무섭게 노려보는 준성이의 반응에 놀라 머뭇거리다 결국 샤르피와 샤볼에 쫓겨 도망치는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갔다.

준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흙먼지와 피… 그리고 시체. 비명소리… 너무나 익숙한 모습들이었다. 웃음이 튀어나왔다. 이런 상황이 익숙해질 거란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익숙했다. 감상은 거기까지였다. 붉은 색의 거대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덤벼드는 샤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 송곳니를 쥐었다. 싸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렇게 결론이 내려지자 머릿속이 상쾌해졌다.


“이야앗!”


준성은 송곳니를 힘껏 좌우로 비틀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잡고 있을 순 없었다. 또 다른 샤볼이 덤벼들었기 때문이었다. 준성은 재빨리 손끝에 마력을 끌어 모았다. 그러자 양손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와 샤볼의 송곳니를 나선형으로 휘감기 시작하더니 이내 잇몸을 도려내버렸다. 송곳니를 붙잡혀 바동거리던 샤볼은 결국 녹색 피를 뿜으며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준성의 양 손엔 샤볼의 입에서 뽑아낸 거대한 송곳니가 쥐어져있었다.

그러나 물에 대충 씻겨 군데군데 붉은 핏자국이 남아있는 송곳니에 대한 감상은 뒤로 미뤄야 했다. 옆에서 달려들던 두 마리의 샤볼의 공격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준성은 일단 발을 구르며 뒤로 빠졌다. 본능적으로 방어보단 회피가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양 손에 모인 불레는 끝없이 움직이며 두 개의 송곳니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준성이 완전히 뒤로 빠져 자세를 잡고 양 손을 앞으로 모았을 땐, 그의 양 손엔 송곳니 대신 두 자루의 짧은 칼이 쥐어져있었다.


“이야앗!”


준성은 샤볼의 송곳니로 만든 칼에 불레를 불어넣어 검푸른 색을 띄게 한 뒤, 덤벼드는 샤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가까이에 있던 샤볼의 머리를 왼손에 쥐어진 칼로 찍어버렸다. 녹색 피가 튀었다. 준성은 손에 느껴지는 꺼져가는 생명을 느끼며 재빨리 눈을 돌려 다음 목표를 찾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휘둘러 거대하게 벌어진 샤볼의 입을 베어버렸다. 이번엔 샤볼이 준성의 몸 위로 떨어지며 녹색 피가 몸을 덮었다.


“젠장!”


준성의 입에서 욕지기가 튀어나오는 순간, 그는 재빨리 양 손을 휘두르며 칼을 던졌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샤볼의 송곳니로 만들어진 두 자루의 칼이 준성의 손을 떠났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짓된 행동일 뿐이었다. 준성의 손에서 떨어졌던 두 자루의 칼은 준성의 손에서부터 튀어나온 검푸른 물줄기에 걸려있었고, 허공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두 자루의 칼을 준성의 춤사위에 빠르게 춤을 추며 샤볼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제 좀 보이네.”


그러는 동안에 준성은 재빨리 몸에 뒤집어 쓴 녹색 피를 물로 씻어냈다. 깨끗하게 씻었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싸우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는 씻어낼 수 있었다. 다시 손을 내저어 칼을 거둬들였다. 그 동안 준성이 휘두른 칼날에 죽어간 샤볼은 대략 10여 마리 정도였다. 물결이 친다고 착각할 정도였으니 아직 상대해야 할 수는 너무 많았다.


“슬슬 무서워지네.”


솔직히 처음부터 무서웠다. 애초에 의기심이나 영웅심에서 나선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분노나 화풀이도 아니었다. 본능적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왜 나서서 싸우는지는 자기 스스로가 궁금했다. 다만,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적어도 이들의 행위가 준성 자신을 노리고 벌이는 짓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후, 후, 후, 후…”


호흡이 흐트러졌다. 그 만큼 처음 한두 마리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포를 새삼 실감하고 있는 것이었다. ‘젠장.’ 준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몸이 떨려왔다. 그러나 그 모든 걸 샤볼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서너 마리의 샤볼들이 마치 계획이라도 짠 듯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이대로 죽는 걸까.”


준성은 칼에 불레를 불어넣어 짙은 검푸른 색을 다시 띄게 했다. 호흡을 최대한 안정시켰다. 떨리던 몸이 조금은 안정되는 것 같았다.


“젠장!”


준성은 먼저 오른쪽에서 덤벼드는 샤볼에게 칼을 휘두르며 맞섰다. 덤벼들던 샤볼의 몸이 깊게 베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녹색 피가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준성은 뒤로 물러나며 그 피를 밟지 않도록 피했다. 잘못해 피를 밟을 경우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적을 앞에 두고 꼴사납게 넘어지면 그 다음은 개죽음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수많은 키메라를 상대로 싸우면서 알고 있었다.


워터 소이어(water sawyer)


준성은 물러서며 재빨리 다음 공격을 시도했고, 준성의 심발법으로 인해 발현된 마법의 힘으로 바닥에 흐른 녹색 피가 물결치기 시작했다. 그 물결은 매우 빠르게 변화해가기 시작했고, 샤볼들이 그 위를 기어오려 할 땐 이미 수백 개의 날카로운 표면을 이루어 샤볼들을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샤볼과 만나 푸다다닥! 하는 소릴 내는 그 파도는 샤볼들이 죽어나가며 더 많은 피가 흘러나오고 자연스럽게 더 커져갔다.

이대로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게임보다 현실은 어려웠다. 게임이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볼 수 있을지 모를 장면이지만, 지금 당장 준성이 보기엔 그저 끔찍한 광경일 뿐이었다. 그 탓에 결국 마법을 빨리 거둬들이고 말았다.


“으…”


아무런 말없이 인상만 찡그렸지만, 그 속에 담긴 준성이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담겨져 있었다. 준성은 칼을 고쳐 쥐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준성이 카로마니아에서 분명 롱소드로 훈련을 받았는데... 갑자기 이도류인 이유는... 꿈 속에서 롱소드에서 이도류로 변화했던 중간 내용이 기억이 안 납니다. 일단 소설 시작하면서 전체 내용을 새로 짜긴 했지만, 그래도 기초는 꿈을 토대로 쓰기 때문인데요. 꿈 속에서 처음에 롱소드와 방패를 들고 전쟁터에 나갔다가... 그 다음에 어떤 사건이 있은 직후 칼을 두 개 쥐게 됬는데... 그 부분이 기억이 안나는 거죠. 그래서 뜬금없는 이도류인 겁니다. 그냥 이번 기회에 이도류도 괜찮네? 라는 생각을 입혀주고 싶었을 뿐... 이라고 할까요;;;


잡설 3.

미치겠습니다. 싸우긴 해야 겠는데... 그렇다고 미쳐서 날뛸수도 없는 거고... 그렇다고 겁에 질려 벌벌 떨수도 없는 거고... 중도를 지키며 싸우기란 영... 쉬운 게 아니네요.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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