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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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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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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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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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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Gloomy Feast - 교육

DUMMY

준성이 수련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브리나가 수련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라 해 봐야 처음 마법 수련장에 들렸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긴 하지만, 분명히 어딘가 바뀐 게 있긴 있었다. 그것이 느낌뿐인 것이라 해도, 차이는 있었다.


“오늘부터는 몸 안에 흐르는 기운을 느껴볼 거예요. 하루 이틀 만에 될 일이 아니니 우선은 이 구슬을 양 손으로 쥐고 가장 편한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도록 해요.”


준성은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가 내밀은 속이 투명한 수정구를 받아들고 구석에 있는 평편한 돌 위에 대충 앉았다. 그러자 사브리나가 빙그레 웃더니 준성에게 다가와 자세를 고쳐주며 양 손을 모으게 한 뒤, 그 속에 수정구를 올려주었다.


“자, 이제 그 자세로 명상에 잠기도록 해요. 명상을 할 때 필요한 게 뭔지 아나요?”

“예? 그게…”


명상의 자세조차 모르는 준성이 명상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준성을 향해 사브리나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온화한 그 미소 그대로 지어보이며 명상에 필요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명상에 필요한 건, 한 가지 생각이에요. 평소 자신이 알고 싶었던 것, 혹은 평소 자신이 고민하던 것.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명상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그게, 마법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요?”

“후후, 불레를 느끼기 위함이죠. 마법의 사용법 중 심발(心發)이라는 게 있었죠? 불레의 가장 기초는 심발에서 시작해요. 다시 말해 심발을 위해 마음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소리죠. 마음을 다스리면 자연스럽게 불레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시작하세요.”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밖엔 없었다. 아니, 뭐가 됐던 일단 하라는 데로 할 수밖엔 없었다. 선택권은 없었고, 하라는 걸 해야만 마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준성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였다. 그 모습에 뒤늦게 준성이 명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브리나는 준성에게 명상을 그만두도록 했다.


“눈을 감고 앉아있는 것만이 명상의 전부가 아니에요. 명상엔 호흡도 중요하죠. 규칙적인 복식 호흡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한 가지 생각에만 전념하도록 해요. 호흡법 먼저 따라 해보도록 해요.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사브리나의 말 대로 호흡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장시간 한 자세로 있는 것. 그것은 명상이라곤 처음 접해보는 준성에겐 죽을 맛이 따로 없었다. 마법 하나 배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마법을 처음 배우기 위해선 명상을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경우는 오로지 준성이와 같이 속성(速成)으로 마법을 배우려는 경우에 명상이 필요하다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법을 배우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불레를 단련시키는 법을 배워나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이가 어릴수록 불레가 굳어있지 않고 불레의 선(線)을 따라 몸 곳곳을 자유롭게 다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굳이 불레를 활성화시킬 필요도 없거니와 불레를 느끼기 위해 명상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으음…”


허리가 쑤셔왔다. 다리가 아파왔다. 뭐든 하나의 생각을 하라고 했지만, 떠오르는 건 ‘내가 왜 이곳에 와 있을까?’ 라는 것과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라는 것뿐이었다. 눈을 살며시 떠서 주위를 살펴보자 바로 앞에서 준성에게 등을 돌린 채 명상에 빠져있는 사브리나가 보였다.

그나마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안심이 된 준성은 살짝 자세를 바꾸려 몸을 틀었다. 그 순간.


“처음엔 많이 힘들 거예요. 하지만 숙련되면 괜찮아질 테니 인내심을 갖고 명상을 하도록 해요.”


사브리나의 목소리가 준성의 귓가에 울리고 준성은 재빨리 자세를 다잡았다. 마치 자신을 보고 말하는 것 같은 사브리나의 말에 준성은 거역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후우…”


아무래도 이번 수련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다르게 힘들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


3일이 지나자 숙달이 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한 시간 정도는 명상하는 자세로 견딜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시간을 의식하고 있었기에 시간만 축내고 있을 뿐, 불레를 느낀다던가 하는 건 현 시점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무의미한 짓을 준성은 오늘도 하고 있었다.


“아악! 못해먹겠네!”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튀어나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모든 것이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가 없기 때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만에 하나 사브리나가 있었다면 준성이 이 정도까지 화를 내며 일어나진 않았을 테니까.


“…놀래라. 어서 다시 앉아.”


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 준성은 들어 올렸던 두 팔을 내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준성의 뒤엔 근 석 달 만에 보는 자신을 이곳까지 끌고 온 장본인인 미진이 무언가 바구니를 들고 수련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 야!”

“귀 안 먹었어. 목소리 좀 낮춰줄래? 그리고 난 ‘야’가 아냐.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 이게 내 본명이야.”


미진,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은 들고 있던 바구니를 수련장 한편에 내려놓고 준성에게 다가와 마주보고 섰다. 무슨 일로 불렀냐는 표정이었다. 물론,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바네사이기에 굳이 준성이 내뱉을 말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기분을 담아두게 할 순 없는 일.


“대체 날 왜 이곳을 끌고 온 거야?”

“운명이니까.”

“뭐?”


바네사로선 이 이상 좋은 핑계거리를 찾지 못한 것이지만, 준성으로선 이해되지 않는 대답일 뿐이었다. 다짜고짜 이해할 수도 없는 곳으로 끌고 와 놓고는 돌아온 대답이라는 게, 고작 운명 타령이니 준성이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뭔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이딴 곳에, 마법이 뭐고, 그딴 역사가 뭐고, 알아들을 수 없는 그딴 말들이 대체 뭐냐고! 왜 날 여기로 끌고 온 거냐고! 돌려줘, 내 삶… 내 나라로 돌려보내 달라고!”


바네사는 아무 말 없이 준성을 쳐다볼 뿐이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준성의 눈에선 광채가 돌았다. 그 만큼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었다. 화를 내면 분이 풀린다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상식일 뿐이었다. 화를 내면 낼수록 분은 쌓이고, 결국 지금까지 쌓여있던 분을 한꺼번에 푸는 것과 동시에 화는 더욱 크게 쌓이기 마련이다.


“말해봐! 뭐라고 말해보라고! 왜, 왜 날 이딴 이해할 수 없는 곳으로 끌고 온 거야! 왜!”

“…그게 네 운명이니까. 이 세상을 구할 운명이니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세상을 구해? 내가? 하,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거 제대로 미친 놈 하나 오늘 만나네. 무슨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을 지껄이는 거야!”


주먹이 그대로 바네사의 얼굴을 향해 내리 꽂혔다. 그러나 그 순간, 준성은 지금까지 자신이 보던 바네사의 얼굴이 빠르게 지나감을 느끼고, 어느새 등과 뒷머리에 충격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나뭇잎 사이로 비취는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알 수 있었던 건, 바네사에게 내쳐졌다는 것 정도였다.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


그 순간,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누군가 수련장으로 들어왔다. 바로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 오비트 던컨이었다. 시내라도 나가 사온 것인지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던 사브리나가 바구니까지 내팽개치고 달려 들어와 준성을 일으켜 세웠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그게, 갑자기 덤벼들기에 무의식적으로…”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바네사가 준성을 메친 일은 결코 해선 안 되는 일이었던 건 분명해보였다. 무엇보다 어쩔 줄 모르고 쩔쩔 매는 모습은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보였다.


“어서 돌아가도록 해요. 그럼, 이 일은 불문에 부치도록 하겠어요.”

“…실례했습니다.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 그리고 벨로드.”


가벼운 목례로 사브리나와 준성에게 인사를 한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은 빠른 걸음으로 수련장을 빠져나갔다. 그것은 겁을 집어먹고 그 자릴 서둘러 빠져나가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은 자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가 나가고,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와 준성만이 수련장에 남았다.


“대체… 대체 뭐냐고! 왜, 왜 내가 이딴 곳에서 살아야 하는 거냐고! 왜 날 여기로 끌고 온 거냐고!”


준성은 사라진 바네사의 등 뒤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


“적응을 했다고 여겨졌지만, 사실은 그 감정을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것 같아요.”


이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사실이 알려진 건 없었지만, 이후 수업과 식사를 거부하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버린 준성에 대한 회의는 꼭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준성을 담당했던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 오비트 던컨은 이 일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 자리에 꼭 불려오지 않으면 안될 만큼 준성의 상황은 심각했다.


“큰일이군요. 수업 거부도 그렇지만, 식사까지 거부하고 있다니… 이대론 피의 군주 벨로드의 탄생을 보기도 전에 시체를 치우게 생겼군요.”


이 자리에 모인 십여 명의 순례자들은 모두 순조로운 일의 진행을 만족하고 있다가 갑자기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실망을 금치 못한 듯,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어찌됐던,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 피의 군주 벨로드 에르테르프의 교육을 맡은 이상,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는 회의실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준성에게로 향했다. 오늘까지 굶으면 4일째 굶는 게 된다. 더 이상은 한계나 다름없는 상황. 만에 하나 오늘까지 굶는다면 강제적으로라도 밥을 먹이면 안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준성의 방문을 두드렸지만, 적어도 대답은 하던 준성이 이제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벨로드! 벨로드 에르테르프!”


불안감이 엄습한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는 마법으로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텅 비어있는 방 안. 마치 방 자체가 죽어 있는 듯이 너무나 고요하고 삭막하기까지 한 방안이었다. 준성이 사라졌다.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곧바로 탑이 봉쇄되고, 탑에 거주하는 모든 인원이 준성을 찾아 탑을 헤맸다. 근 한 시간을 찾아 헤맨 끝에 준성이 발견된 곳은 마법 수련장이었다.


“늦으셨네요.”

“벨로드… 괜찮은 건가요?”

“예, 괜찮습니다.”


웃음이 없는 얼굴. 차갑다는 수준을 넘어 건들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얼굴을 준성은 하고 있었다.


“…한 가지 꿈이 생겼습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부탁드립니다.


잡설 2.

선작수가 꾸준히 감소중이군요. 그게 당연할 겁니다. 내용 진행은 없고, 끝임없이 교육이니까요. 하지만... 한동안 이 상태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검술 훈련까지 받아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끌고 갈 수도 없으니, 다음화로 마법 배우는 걸 끝내고, 검술 수련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잡설 3.

준성의 감정이 갑자기 변화된 거 아니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이상, 준성이 느끼고 있을 변화에 대한 혼란을 그냥 넘어갈 순 없는 일이고, 석달 가까이 참았으니 충분하다는 생각에 이렇게 써봤습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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