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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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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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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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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Gloomy Feast - 여행

DUMMY

“저걸 어쩐다.”


각기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종족의 두 남녀가 코사스 단에 붙잡혀 코사스 단의 근거지로 끌려들어가는 준성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여자는 휴르만(人間族, 인간족)족이며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 그리고 남자는 고래 인간 족인 보히그(砲人族, 포인족)족으로 타루엘 베루카야의 군대 호법자 소속의 하르멘스 존 반 레인이었다. 바다의 종족이지만 이젠 지상에서 사는 것도 꽤 적응이 되어 있는 하르멘스였다.

각기 다른 소속의, 각기 다른 종족의, 각기 다른 성별을 가진 이 둘이었지만, 고민하는 건 단 하나였다. 그것은 준성을 구해내야 하냐는 것이었다. 지금 준성의 싸움의 기술은 인정할 만한 실력이었다. 열심히 하는 것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믿은 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수련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마음가짐.

순례자가 되기 위해선, 아니 피의 군주가 되긴 위해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각오를 세워야 한다. 언제나 생사를 넘나드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만큼 남을 죽일 각오와 자신이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 마지막 훈련이 바로 생존 훈련을 겸한 모노스 숲 통과 수행을 치르게 되는 것이었다. 그 시험의 결과는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떤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엔 없다. 그걸 세울 수 있는 곳이라면 이번만큼 좋은 건 없겠지만, 준성이 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너무나 소심하기에 그저 어떤 최악의 경우에서도 웃음으로 넘기려는 그가 사람을 죽이고 탈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설마 끌려가 순순히 죽진 않겠지? 아냐, 저 소심한 게 어떤 짓을 할지도 몰라. 하아… 저자식이 죽으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무엇보다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는 준성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그것이 임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 섣불리 도와주게 되면 보호라 하지만 준성이 느끼기에 감시일 수밖엔 없었고, 어찌됐던 자신이 따라다녔다는 것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다 그랬다간 위험한 순간에 또 다시 기대를 가지게 될 테니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설 수도, 그렇다고 나서지 않을 수도 없단 소린가. 대체 어디서 이런 경우가…”


그것은 하르멘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준성을 도와줘도 되겠지만, 준성을 도와주게 된다면 주인인 타루엘이 원하는 피의 군주의 탄생의 순간을 늦추게 되거나 아예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것이었다.


“우선은 가까이 가봐야겠어.”


하르멘스는 코사스들이 모두 근거지로 들어가자 재빨리 그들의 근거지 근처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근처가 모두 숲이라 들키지만 않는다면 가까운 곳까지의 접근은 그리 어렵지 않은 탓에 비교적 가까운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우선은 전망 좋은 곳을 찾아야겠네. 저격이라도 해야지.”


하르멘스와는 반대로 온화의 순례자는 저격 위치를 잡기 위해 근처를 살폈다. 코사스 단의 근거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위대하신 검사나리께서 이런 곳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겠지?”


그렇게 숲 속이 바쁘게 돌아가는 동안, 준성과 샤네키(蛇人族, 사인족)족의 여자 검사는 이들 코사스의 두목의 앞에 무릎을 꿇린 채 앉아있었다. 그 상황이 꽤나 굴욕적으로 받아들여진 건지 샤네키 족의 여자 검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두목을 노려보았다.


“후후, 그렇게 노려본다고 해서 가리고 있는 내 얼굴이 드러나는 건 아니지. 이대로 죽일 건지 아니면 살릴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죽음보다 더 큰 걸 선물할지… 고민한 후에 내 얼굴을 보여줄 테니 그때까진 즐거움은 참아주길 바래.”


비웃음.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절대적 강자의 위치에서 서 있는 자의 발아래를 향한 비웃음에 여자 검사의 두 눈은 이제 살기까지 띠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자극하면 울 것 같기도 했다. 그 만큼 지금 상황이 이 여자 검사에겐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준성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저자가 그 이상하다는 자인가?”

“예.”


준성을 여기까지 끌고 온 위처 원이라 불린 남자가 재빨리 대답했다. 얼굴을 검은색 천으로 가리고 있는 두목은 그저 덜덜 떨며 바닥만 쳐다본 채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 준성을 한참동안 내려다보고는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너도 이젠 겁이 많아졌나보군. 내가 보기엔 그저 밀입국이라도 하려는 놈 같은데 말이다.”

“…그럼.”


두목은 더 말이 필요 있냐는 표정으로 위처 원이라 불린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죽여.”

“예.”


위처 원이라 불렸던 남자는 곧바로 부하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두 명의 남자가 다가와 준기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준성이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죽음이 결정지어지자 본능적으로 살 공간을 찾고 싶어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준성을 들어 올린 두 남자의 힘은 준성을 제압하기 충분했고, 결국 준성은 발악하면서도 끌려 나갈 수밖엔 없었다.


“자, 잠깐!”


그 순간 여자 검사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만큼 그 실내에 있던 모든 이들의 행동을 멈출 정도의 힘이 있었다.


“응? 하핫, 왜? 정의의 사도이신 검사께서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으셨나?”


두목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두목의 말은 여자 검사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뭐라 해도 힘없는 사람들을 지키는 게 검사의 도리라 했다. 꼭 그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여자 검사는 적어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죽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건 확고한 마음이었다.


“저놈 역시 범죄자일 뿐. 그렇다면 너희들의 입장으론 악이 아닌가? 악을 없애주겠다는 데 감사해야 하지 않아? 응?”

“…….”


무슨 일인지 몰라도 대답할 수 없었다.


“후후, 걱정하지 마라. 너 역시 곱게 살아가진 못할 테니까. 저건 골방에 처넣어놔”

“예!”


여자 검사는 준성이 끌려간 곳과 반대 방향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여자 검사는 끌려가며 등 뒤로 시선을 돌려 준기가 끌려 나간 공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에 펼쳐진 복도를…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처형 준비.”


그저 오락거리였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이라기 보단 자신들만의 하나의 작은 유흥거리. 그것이 바로 공개처형이었다. 그리고 준성 역시 그 오락거리의 하나가 되었다. 코사스 단의 광장 한복판에 세워져 있는 교수대로 끌려가 목이 걸렸다. 여기저기서 어서 줄을 당기라는 외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준성에게 어떠한 악의적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오락거리이기 때문이었다.

줄이 당겨졌다. 그와 동시에 준성의 몸이 천천히 떠오르고 그와 동시에 바닥이 아래로 빠졌다. 다시 몸이 떨어졌고, 그 발은 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탓이었다. 목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뼈가 부러진 건 아닌 듯, 준성은 아직 죽지 않은 채 고통스런 몸짓으로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감정을 부추긴 건지 주변에서 웃음소리까지 튀어나왔다.

옆에서 덩치 좋은 남자가 날이 넓은 칼을 들고 준성의 곁으로 다가와 칼을 들어올렸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튀어나왔고, 그 남자는 양 팔을 벌리고 주위의 환호를 더욱 크게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환호성이 절정에 오르자 칼을 들어 올렸다.


탕! 타앙!


두 발의 총성이 숲을 울렸다. 그 총성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반응하고 당황하기도 전에 칼을 들고 올라왔던 남자의 머리의 한쪽이 날아가며 교수대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준성 역시 목을 옭아매고 있던 줄이 끊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함성이 들려왔다. 준성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에 죽을 뻔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의 목을 치려던 칼을 거머쥐었다.

아쉽게도 준성에겐 각오를 정할 만큼의 여유로운 시간은 허락되지 못할 것 같았다.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어.”


준성은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듯 그 칼을 쥐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칼끝에 검푸른 색의 기운이 씌워졌다. 누군가 달리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준성은 교수대에서 달려 나가며 그 발자국의 주인을 향해 빠르게 칼을 휘둘렀다. 불의의 기습. 무엇이 목적이었을지는 준성 역시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무기를 챙겨 나오던 코사스 단의 일원인 한 남자가 준성의 내지른 칼에 목이 찔린 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준성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러나 굳이 궁금해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느낌이 손끝에서부터 전해졌다.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종족의 남자가 덤벼들었던 것이다. 준성은 재빨리 자신의 손에 죽어 쓰러져가는 남자의 손에서 칼을 뺏어들어 달려드는 남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본능적인 움직임이 준성의 칼놀림을 더욱 빠르게 했고, 결국 달려들던 코사스 단의 남자는 목에서 피를 뿜으며 비틀거리다 쓰러져버렸다.


“걱정할 것도 없이 싸울 줄 알고 있는 모양이네. 저쪽엔 순례자도 있는 것 같고, 그럼 난 여자나 구하러 가볼까.”


호법자 하르멘스는 준성이 싸우는 광경을 쳐다보고는 샤네키(蛇人族, 사인족)족의 여자 검사가 끌려간 건물로 재빨리 들어갔다. 여자 검사를 구해야 할 어떠한 책임도 없었다. 그러나 버리고 가는 게 편할 것 같지 않다는 게 결국 건물 안으로 하르멘스를 들어가게 한 이유였다.


워터 블릿(water bullet), 바이올렛 블로우(violent blow), 드로우닝(drowning)


준성의 생각에 따라 손끝에서 검푸른 물방울들이 십여 개 뭉쳐져 생겼다. 심발법(心發法)이었다. 손끝에 뭉쳐든 물방울들은 곧바로 준성의 손끝에서 떠나 달려드는 코사스 단의 단원들을 향해 쏘아져나가 마치 총알이라도 되는 듯 몸을 꿰뚫기 시작했고, 그 물방울들을 맞은 사람들은 몸의 모든 구멍에서 맑은 물을 토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워터 블릿과 바이올렛 블로우를 이용해 쏘아 몸속에 다량으로 박아넣은 물을 빠르게 몸 전신에 퍼지게 만들어 익사까지 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준성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살육에 대한 광기가 아니었다. 준성의 두 눈이 말하는 감정은… 공포와 슬픔. 그것뿐이었다. 그저 달려드는 자들을 더 이상 달려들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


<용어 설명>


워터 블릿 :

둥근 물방울을 손끝에 모아 총알처럼 쏘는 마법. 관통력은 없지만, 꿰뚫을 순 있다.


바이올렛 블로우 :

다량의 마법을 난사해 적을 공격하는 마법.


드로우닝 :

목표물을 익사시키는 마법.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날려버려 눈물이 흐릅니다만, 준성을 살리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크흑... 주인공만 아니었으면 넌 진작 죽었어! ... 라는 거죠.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립니다만, 교수형에 대한 건 아닙니다. 첫 살인 후의 감정을 말씀드린 겁니다.


잡설 3.

준성이 피의 군주가 되는 건 뒤의 일입니다. 이번화는 그저 첫 살인 정도는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할까요. 이후의 감정선을 위해서요.

...그런 것입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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