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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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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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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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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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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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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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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Gloomy Feast - 여행

DUMMY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입니다.”

“염원의 순례자로부터 명령입니다.”


카트를 따라잡자마자 바네사는 덱샤를 꺼내들고 덱샤를 쥐고 있는 손으로 카트에서 어떤 과자를 집어올린 뒤 돈을 지불했다. 그러며 내뱉은 말에 카트를 끌고 다니던 여자 승무원은 그 돈을 받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과자에 눌려있는 덱샤의 화면이 반짝하고 빛이 났다.


“…알겠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손님.”


여자 승무원은 직업적인 미소로 바네사에게 인사한 뒤 카트를 끌고 조용히 복도를 지나갔다. 바네사는 한숨을 내쉬며 덱샤를 확인하였다. 덱샤엔 준성을 지키라는 명령과 준성을 제대로 잘 지킨다면 지금 하는 행동의 그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 순간 과거의 기억이 바네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샤르피와 샤볼을 보낸 자들이 무언가 저지를 거란 소린가.”


아주 짧은 전문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런 일에 잔뼈가 굵은 바네사로선 그 의미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따라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네.”

“괜찮은 게 없더라고.”


바네사는 가볍게 둘러댔다. 준성은 바네사의 말에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무거운 침묵이 이들이 앉아있는 공간 안에 가득 차올랐다. 그 침묵은 계속 이어져 메르헨 시까지 가는 동안 계속 이어졌다. 무엇보다 준성이 아예 눈을 감고 자버린 탓도 컸다.


손님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저희 기차는 기차의 종점인 메르헨 시에 도착하겠습니다. 내리실 땐 잊어버린 물건이 없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기차가 메르헨 시에 도착하였다. 푸르스름한 아침 안개가 준성과 바네사를 반겨주었다. 그러나 그 안개 따윈 관심에도 없다는 듯, 준성은 기차에서 내려 기차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신전으로 갈 길부터 찾고 있었다.


“시공의 여신 헬케나의 신전은 어디에 있는 거야?”

“지금 신전을 찾아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야.”


바네사는 준성의 질문에 덱샤를 꺼내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신전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11시. 열차는 예정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해서 아직 6시 50분이었기에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우선은 신전이 열릴 시간까지 기다릴 만한 곳을 찾는 게 우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왜? 순백의 순례자가 날 어떻게든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라고 했냐?”

“뭐?”

“아냐? 그게 아니라면 왜 지금 신전으로 가지 못하겠다는 건데?”


준성은 바네사의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고맙다는 인삿말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도 지금 준성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생각 중 하나였다.


“시공의 여신 헬케니 여신님의 신전은 11시에 문을 열고 신도를 받아들여. 이건 헬케나 여신님이 정한 규칙이야.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어.”

“…신이 시간을 정해놓고 신도를 받는다는 건가? 그건 이 세계의 신종 개그냐?”


준성에겐 그저 웃기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신이라 하면 매일같이 바쁘고 또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논리였다. 그것을 시간을 정해놓고 출근해서 업무보고 시간되면 퇴근한다는 식의 회사원의 표준 생활 방식을 준수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인 것이었다.


“네 말을 믿을 수 있게 증명해봐.”

“…….”


바네사는 준성을 쳐다보았다. 준성의 갈색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준성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바네사는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준성은 지금 바네사를 믿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바네사가 순례자라는 가장 큰 이유로 인해 바네사가 내뱉는 말 자체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응.”


너무 단호하게 말을 하니 바네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럼, 내가 같이 가겠다고 했을 때 왜 고맙다고 한 거야?”

“길을 안내할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간단한 이유였다. 지리를 알 수 없는 준성에게 바네사는 아주 좋은 길잡이였다. 물론 이유가 그것뿐이었다면 준성은 바네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까지 밝힐 필요는 없었다. 바네사는 준성에게 있어 그저 순례자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럼 신전으로 가서 확인시켜주면 되는 거야?”

“…아니.”


준성은 고개를 저었다. 좀 더 확실한 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중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고한 답을 줘.”


바네사에겐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준성에겐 이 이상 바네사에게 요구할 게 없었다. 굳이 신전으로 가서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영화나 소설, 만화를 많이 본 탓에 순례자가 신전 앞에서 변장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말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준성이 느끼고 있는 순례자라는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악의 세력과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

“…그건, 네가 알아서 해.”


솔직히 어떻게 해서 답을 달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걸 생각해야 하는 것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 만큼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바네사가 해결할 수밖엔 없게 되어버렸다.


“…좋아. 우선은 앉아서 쉴 곳부터 찾아보자. 그 다음에 네가 원하는 답이라는 걸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


준성은 바네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네사를 쳐다보던 시선을 돌리고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바네사가 말한 앉아서 쉴 곳을 어서 찾고 싶은 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 조차도 말해줄 생각이 없는 건지 준성은 바네사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서 걸어갔다.


“허… 이런, 어떻게 보면 싸우고 돌아서는 연인 같은 모습이야. 저런 자가 피의 군주의 이름을 잇는 자라… 농담이 지나친 것 아닌지 모르겠어.”


준성이 앞서나가고 그 뒤를 서둘러 따라가는 바네사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남자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그걸 밟으며 비웃음을 날렸다. 그리고 준성과 바네사의 뒤를 따라갔다. 그 역시 준성에게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앉아있던 준성에게 지금까지 먼발치에서 몰래 따라오고 있던 남자가 준성에게 다가왔다. 검은색 머리를 짧게 깎아 고슴도치처럼 세운 건장한 체격의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엔도르(善人族 : 선인족 - 순수한 인간종이 천사가 된 종족)족의 남자. 이것이 준성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남자의 첫 인상이었다.


“…처, 천사?”


준성은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귀 뒤로 보이는 순수한 흰 빛을 내는 아주 작은 날개가 그 남자가 천사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비록 인간이 천사가 되어 탄생된 엔도르라는 반 천사의 종족이지만, 천사라는 걸 처음 보는 준성에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순수한 천사는 아닙니다만,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준성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남자에게 의자를 빼주었고, 엔도르 족 남자는 준성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때마침 자리로 돌아오던 준성의 맞은편에 앉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고함을 지르며 달려왔다.


“적법의 순례자 시머스!”


엔도르 족 남자의 이름은 시머스 그레헴. 적법의 순례자라는 직위를 갖고 있는 남자였다.


“순례자?”

“아, 이런 훼방꾼이 벌써 돌아올 줄이야.”


준성이 순례자라는 말에 놀라고 있을 때, 이미 바네사는 붉은 색 불길을 내뿜고 있는 칼을 뽑아들고 있었다. 덕분에 가게 안에 있던 모든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가게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큰 싸움이 벌어질 거란 것 정도는 굳이 더 이상 지켜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경하게 나오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난 이제 순례자가 아니라고. 난 이제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이야.”

“인…도자?”

“결국 순례자를 배신했다는 거냐? 네놈이지? 저쪽으로 샤르피와 샤볼을 보낸 게!”


긴장하고 있는 바네사와는 달리 준성은 시머스 그레헴이 내뱉은 인도자라는 말에 더 큰 반응을 보였다. 인도자라 하면 빛의 여신 레이지스의 군대의 이름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지?”


시머스 그레헴은 바네사를 향해 비웃었다.


“지금 당장 마음을 먹는다면 자네 하나는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


바네사는 시머스의 협박에 긴장하며 뜨거울 것 같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칼을 양 손으로 꽉 쥐었다. 시머스는 그런 바네사를 쳐다보고 비웃더니 다시 준성을 쳐다보았다.


“자네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주겠네. 어떤가?”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열 다섯분이 선작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오늘로 드디어 복귀했습니다. 다시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잡설 3.

인도자의 재등장... 그러니까 빛과 미의 여신 레이지스의 암약기관 요원의 등장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랜드 블루에서 황제의 편에 섰던 자들이 바로 인도자였죠. 이것으로 순례자와 호법자, 인도자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슬슬 파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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