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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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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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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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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Gloomy Feast - 여행

DUMMY

입김이 서렸다. 탑 안에서야 지하인 만큼 밖의 날씨를 알 수가 없었는데, 막상 나와 보니 굉장한 추위였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우거진 숲이라 해도 쉽게 막아주질 못하는 듯 했다.


“이제… 절반쯤 통과한 건가.”


준성은 덱샤에 표시되는 현재 위치를 확인하였다. 수련의 숲이라는 곳에 들어온 지도 4일 째. 이제 절반 정도 통과했을 뿐이었다. 준성의 입에선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4일간의 기억이라곤 숲에 들어오자마자 키메라와 마주쳐 싸웠다는 것, 그리고 그 뒤로도 지금까지… 끝임 없이 키메라에 쫓기며 싸우고 있다는 것 외엔 다른 기억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제기랄…”


결코 유쾌한 기억일 수가 없었다. 비록 동물이고, 기형적으로 생긴 몬스터일 뿐이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그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불쾌했다.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휘두른 칼이었다고 해도 살아있는 생명을 빼앗는 것은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까지 다녔던 준성에게는 몸 전체에 벌레라도 기어 다니는 듯한,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대체, 내가 왜 이딴 곳에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큰 소리를 내진 않았다. 4일 동안의 경험상, 큰 소리는 주변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키메라들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문… 아마 평생을 두고도 해결하지 못할 의문일 것이다. ‘왜?’ 라는 질문에서 파생되어 벌써 반년 넘는 시간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질문이었다. 사브리나에게서 이 질문의 답은 받을 수 있었다. 세상을 위해서라는 둥, 피의 군주의 이름을 이어야 하기 위해서라는 둥.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브리나가 내놓은 대답일 뿐, 준성은 그 대답에 만족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살기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빼앗는 건 유쾌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조만간 해가 지겠네.”


굳이 덱샤에 뜬 시간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나무들 사이로 저물기 시작하는 태양이 숲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던 준성은 주위의 나무들 중에 잘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4일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알게 된 두 번째 사실은 바로 야생에서 그나마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나무 위라는 것이었다. 비행이 가능한 키메라들도 많이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지상이나 지하를 기어 다니는 키메라의 수가 더 많았다. 그러니 차라리 나무 위가 안전한 것이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묵어야겠네.”


잠을 잘만한 나무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굵은 나무줄기가 얽혀서 자라는 기이한 나무만 찾으면 되니까 말이다. 이 얽혀있는 줄기 사이엔 항상 넓고 평편한 공간이 있었다. 넓고 평편하다 해도 결국 나무줄기이기에 좁고 불편한 건 매한가지라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슨 표범처럼 나무줄기에 엎드려 두 팔 두 다리 다 내리고 잘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나마 편한 자리라 할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지.”


쌓여있던 눈을 치우고 아직은 축축한 줄기 위에 들고 있던 짐들을 모두 나무줄기 사이의 공간에 넣어놓고는 저녁 식사를 위한 사냥을 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육포라도 만들 줄 알면 그동안 잡은 것들을 육포로 만들어 저장해 놓았겠지만, 아쉽게도 만들 줄 모르니 사냥은 필수였다. 지금까진 싸워서 죽였던 키메라 고기가 끼니의 전부였다. 아마 오늘 저녁도 그리 바뀔 건 없어보였다. 이 숲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게 키메라니까.


“맛만 좀… 아니 향이라도 좀 좋으면 괜찮을 텐데.”


키메라 고기는 몸 전체에서… 뼈 속에서까지 풍겨 나오는 시큼한 냄새부터가 싫었다. 냄새는 둘째 치더라도 떨떠름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정말 이걸 먹지 않으면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참담한 현실을 직시한 뒤, 참고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그렇긴 하지만…”


숲속 어둠 너머로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준성으로선 이런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키메라가 내뿜는 살기였다. 뒷목이 싸늘해지는 기분. 준성은 본능적으로 칼을 뽑아들었다. 먹기 위해서일까. 살아남기 위해서일까. 준성은 차가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숲 속을 향해 칼끝을 향했다.


“미안하지만… 이런 곳에서 굶어죽을 순 없으니까.”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


온 몸에 상처를 입은 뒤에야 겨우 잡은 박쥐 형태의 키메라 고기를 일부러 잠을 잘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워먹은 준성은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나무위로 돌아왔다. 그러나 왠지 쉽게 잠들 것 같지 않았다.


“후… 이 숲을 지나오라니…”


사브리나를 따라 지상에 올라오자마자 들은 명령이라곤 ‘이 숲은 순례자가 되기 위한 최종 시험 관문으로 이 숲 속에는 수많은 종류의 변형생물이 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이 숲을 지나서 덱샤에 표시된 마을의 여관으로 오면 된다.’ 는 것뿐이었다. 그 마을에 도착하면 신분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꼭 필요한 것들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외엔 어떠한 말도 없이 사브리나는 준성을 내버려 둔 채 먼저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뒤로 4일 간… 준성은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후우…”


밤하늘에 퍼져가는 한숨… 준성은 요즘 들어 한숨이 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


숲을 빠져나온 건 그 뒤로 3일 뒤의 일이었다. 그 동안 살기는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고, 생명을 죽이고 그 피를 뒤집어쓰는 데 있어 적어도 그 전만큼은 덜 꺼리게 되었다. 익숙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인간이 아니라면 살기 위해서라면 죽이는 데 아무런 심적 제제가 없을 것 같았다.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


6일 동안 가장 많이 바뀐 건 말투였다. 조금은 딱딱해진 말투… 좋게 말하면 차분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과 싸운 직후 차가워졌던 그 말투와 닮아있었다. 그렇다고 화난 건 아닌 듯 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보군요.”

“아니, 그런 것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바뀌는 건 없었다. 단지 준성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더 이상 생각이란 걸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목적의식조차 불분명했다. 세상을 위해서 자신을 이곳까지 끌고 와 이런 훈련을 시켰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광신도 집단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 순례자란 자들… 그리고 그들에게 배운 살생의 기술…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마음을 닫고 생각을 접어버린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고 마음을 두어야 할 곳은 오로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뿐. 그 외의 어떠한 것도 준성에겐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이게 당신의 여권과 신분증, 그리고 돈과 몇 가지 옷들, 그리고 생필품이 들어 있는 가방이에요. 확인해보도록 해요.”


사브리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양성한 순례자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지만, 그것은 준성에게 순례자가 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례자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세상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 순례자가 탄생되어 지금까지 유지해오는 데 있어 가장 큰 정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생겨야 하는 마음. 강제적으로 납치되어 와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람을 죽이는 법부터 배워야 했던 준성에게 그런 마음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준성은 가방을 받아든 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가방안의 물건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이제, 모든 명령은 덱샤로 전해질 거예요. 임무 이외의 모든 시간은 자유니 여행이라도 다녀보도록 해요.”

“예, 그럴 생각입니다.”

“어디로 갈 생각이죠?”


사브리나의 질문에 준성은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더니 사브리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레크 제국으로 가볼까 합니다.”


처음부터 준성에겐 목적지가 되었던 나라였다. 마레크 제국 어를 배우며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준성으로 하여금 마레크 제국을 목적지로 삶게 한 이유였다. 바로 그 곳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시공의 여신 헬케나의 신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헬리오프 섬의 작은 휴양지의 저택.

아직은 겨울이 만연한 탓에 휴양도시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없었지만, 이 저택의 내부는 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타루엘 베루카야의 시녀 중 한 명이 라비안(兎耳族 - 토이족) 족의 루시아 엘 비라이가 가장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호법자들이 모아오는 정보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분석하기에 눈코 뜰 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루시아 엘 비라이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게 만든 한 정보가 막 도착했다.


똑똑똑


“들어오라.”

“주인님.”


루시아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꽤 다급했던 것과는 달리 타루엘의 방에 들어오는 데선 마치 귀부인처럼 느긋한 자세로 문을 열고 들어와 타루엘의 책상 위에 보고서를 올려놓고 그 앞에 엎드렸다. 차를 마시고 있던 타루엘은 루시아가 올려놓은 보고서를 향해 시선을 옮기다가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그 보고서를 들어올려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렇군. 루시아.”

“예, 주인님.”


타루엘의 책상 앞에 엎드려 있던 루시아가 즉각 대답했다.


“지금 벨로드는 어디에 있지?”

“피리야 플로렌스와 함께 볼켄 그룬트 왕국에 있습니다.”


볼켄 그룬트 왕국… 셀렌 대륙 북부의 북쪽에 자리한 마레크 제국이라면 볼켄 그룬트 왕국은 셀렌 대륙 남부의 남쪽에 자리한 왕국이었다. 거리상 한참 떨어져 있는 나라. 두 벨로드를 만나게 하는 건 무리였다. 애초에 만나선 안 될 일이기에 물어본 말이었지만…


“좋아, 그럼 하르멘스 존 반 레인에게 순례자들의 벨로드를 계속 쫓으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루시아는 그 명령을 받자마자 타루엘에게 절을 하고 곧바로 방을 빠져나갔다. 한동안 생기가 넘치던 방은 루시아가 나가는 순간 순식간에 차분히 가라앉았다. 타루엘은 다시 차를 들어올렸다.


“재미있군. 제 7대 벨로드가… 이로써 2명 째 인가.”


타루엘은 그렇게 말하며 비웃음을 지우려는 듯, 차를 입 안으로 흘려보냈다. 씁쓸한 차향이 입 안에 퍼져나갔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부탁드립니다.


잡설 2.

또 다시 새로운 호법자 하르멘스 등장입니다. 뭐, 당분간 극 전반에 등장할 일은 없겠지만요. 그러고 보면... 십인중에서 호법자로 바꾼 뒤로 머릿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잡설 3.

드디어 슬슬 벨로드로 변화해가는 선택의 장입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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