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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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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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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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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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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Gloomy Feast - 여행

DUMMY

메르헨 시 까지 약 3시간의 비행거리였다. 처음 비행은 언제나처럼 그저 돌풍에 기체가 약하게 흔들리는 정도의 아주 소소한 문제만 발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사고는 갑작스럽게 생기는 법. 그리고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도록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부터 생기는 법이었다.


-승객 여러분께 안내방송 드립니다. 저희 비행기는 지금 비구름을 통과하고 있어 기체가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든 승객께서는 자리에 앉아 안전띠를 메어주십시오.


그 안내방송 이전부터 시작된 기체의 요동은 안내방송이 끝나는 순간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기체 여기저기서 마치 비틀려 부셔지기라도 할 듯이 금속끼리 마찰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함께 뒤섞여 기내를 울리기 시작했다.


“으윽!”


준성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기체가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급하게 내려가 듯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기체의 요동 때문인지 아니면 불안 때문인지 몸이 떨렸다. 이러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도 전혀 다른 공간의 세계에서, 고작 비행기 사고로 죽을 수도 있게 생겼다는 게… 준성으로선 가장 큰 공포였다.


쾅!


“꺄아악!”


정상 고도로 올라갔던 기체가 이번엔 무언가와 충돌하며 다시 뚝 떨어졌다.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으며, 그 순간 머리위에서 산소호흡기가 떨어졌다. 노란 줄에 매달린 반투명한 호흡기가 이리저리 요동치기 시작하자 몇몇의 사람들은 그 줄을 잡기 위해 애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줄조차 잡을 수 없어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소동이 지나갔다.

비행정은 고도가 꽤 많이 떨어진 뒤에야 겨우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비행정은 우리 코사스가 점거한다.


비행정이 떨어졌을 때보다 더 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준성은 코사스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로울 순 없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주위의 분위기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준성이 코사스가 뭔지 모른다는 건 결코 자신에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 코사스는 이 근처에 지나가는 여객기는 물론이거니와 군용수송기까지 터는 범죄조직이었다.


“자, 승객 여러분. 모두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손 올리도록 해.”


복면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기내에 쳐들어와 승무원들이 가장 먼저 제압당했고, 화장실까지 열어 안에 있던 승객을 끌어내기도 하는 둥, 발 빠르게 기내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돈과 귀금속이다. 걱정마라 목숨까진 빼앗진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 생각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길 바란다. 그럼, 우리의 장사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길 바래.”


이제야 준성은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공중 납치. 그것보다 조금은 더 규모가 커진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 공중 납치된 건 사실이었다. 거기다 해적들이나 내뱉을 것 같은 말. 준성은 복면을 한, 그들 말로 이미 장사를 시작한 그들을 눈동자만 굴려 쳐다보았다. 고개를 꺾을 수 없을 만큼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 나서서 싸울까? 아니야, 괜히 싸우다 죽을 수도 있겠지? 목숨을 빼앗진 않는다고 했어. 가만히 있는 다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날 수 있을 거야.’


준성은 생각했다. 자신은 이제 이 세계에서 완전히 뜰 것이다. 일 년여 동안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돌아가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그걸 지금에 와서 괜한 영웅 행세로 그 기회마저 날릴 순 없는 일이었다.


“꺄아악!”


묶여 있던 승무원들 사이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남자 승무원 한명이 승무원을 감시하던 복면한 자에게 얻어맞고 있는 것이었다. 전후 사정을 알 길은 없지만, 무언가 복면한 자에게 결코 이로운 짓을 하진 않았다는 것. 그 탓에 승무원들과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사람들까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그들만의 장사를 하던 공중 납치범들까지 모두 손을 놓고 그곳을 향해 쳐다보았다.


“모두 조용히 해!”


기내에 들어오자마자 유일하게 입을 열었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기내 안이 쩌렁쩌렁 울리며 들리던 비명소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승무원들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또 다른 복면한 자에게 고갯짓을 했고, 그에 그 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승무원을 패던 복면한 남자를 말리고 일으켜 세웠다.


“무슨 일이야?”


승무원을 패던 남자가 말없이 은빛이 나는 어떤 물체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호기심이 생긴 준성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쳐다보았다. 들어 올린 건 포크였다. 대충 상황이 예상되었다. 그 남자 승무원이 포크를 집어 들어 찌르려 했을 것이고, 그것에 찔릴 뻔한 납치범이 승무원을 개 패듯 팼다. 는 게 이 일의 전모라 할 수 있었다.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포크를 들어 올린 남자에게 다가가 포크의 끝을 확인한 뒤, 복면한 남자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감시 똑바로 하라고 했지! 그리고 너! 또 이러면 그땐 죽게 될 거야.”


온 얼굴을 자신의 피로 물들인 남자 승무원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빠르게 움직여 마치 고장 난 기계가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하는 것 같았다. 죽을 뻔 한 기억이 그로 하여금 순종할 수밖엔 없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자 리더로 보이는 복면한 남자는 다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승무원의 목숨이 구해졌다고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다. 이건 충고로 해두지. 두 번 거역은 죽음이 될 거다.”


굵직한 음성이 기내에 울려 퍼졌다. 리더로 보이는 그 복면한 남자는 기내를 한 번 훑어보았다.


“좋아, 계속 일 해.”


다시 공중 납치범들의 일이 시작되었다. 선반위에 있던 짐들이 복도로 떨어졌고, 곧바로 그 내용물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대부분 여행객들이라 소지하고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고, 대부분 공항에서 구입한 값비싼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들이 우선순위로 긁어모아졌다.


“위처 원.”

“응?”


준성은 공중 납치범 중 한명이 외친 위처 원이라는 말에 반응하는 그 리더로 보이는 남자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름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준성의 틀린 생각이었다. 만화나 영화에서 보면 복면한 주제에 그 사람의 이름이나 성을 그대로 불러버리는 모습이 나오는 데, 그걸 떠올린 탓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리는 없다. 위처 원은 마레크 제국의 속어로 일급 범죄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걸 코사스는 암호로 쓰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 이 자입니다.”


정확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신분증처럼 보였다. 문제는 위처 원이라 불린 복면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게 했을 만큼 그 여자의 신분이 결코 그들에게 이로울 순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하하, 유명한 검사님이시군.”

“…….”


여자는 미간을 찡그리곤 총구를 넘어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위처 원이라 불린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것까지 본 순간 준성의 눈앞을 어떤 검은 물체가 가렸다. 복면한 자들 중 한명이 드디어 준성에게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저 공포일뿐이었다면, 지금은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는 걸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몸이 떨려왔다.

준성의 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당탕 소리가 들리고 짐을 떨어뜨린 남자는 준성에게 비밀번호를 물은 뒤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가방 안을 이리저리 뒤지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위처 원.”


준성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심장은 곧 터져버릴 듯 더욱 빠르게 뛰었다. 마치 누군가 귓가에서 심장 소리를 들려주듯 심장이 뛰는 소리와 그 느낌이 몸 전체에서… 뚜렷하고 들리고 또한 느껴졌다. 위처 원이라 불린 남자가 준성에게 다가왔다.

준성의 가방을 뒤지던 남자가 들고 있는 건 2개의 여권. 그것도 이름과 국적이 다른 순백의 순례자 사브리나가 건네준 여권이었다.


철컥.


총구가 겨눠졌다. 준성의 눈에 검은색 총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두뇌회전은 멈춰버렸다.


“일반 여행객치곤 여권이 좀 많군.”


이미 준성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저 멀리서 누군가 외치는 것 같지만,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 들리지 않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위가 멍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준성은 누군가 자신의 몸을 강제로 끌어당긴다는 걸 느꼈고, 그 손길에 힘없이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비명 같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준성의 귓가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이 모두 꿈이었으면 했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가면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준성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의적인 행동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모든 의지를 놓아버린 탓에 생긴 모습이었다.


“저 여자와 이 자를 끌고 간다. 모두 짐을 챙겼으면 가자.”


위처 원이라 불린 남자의 명령에 공중 납치범 전원이 내려왔던 계단으로 다시 빠르게 사라졌다. 그 인파 속에 검사였던 여자와 이미 모든 의지를 놓아버린 준성도 섞여있었다.


“저 자식 뭐하는 거야.”


겁먹은 표정으로 지금껏 묵묵히 앉아있던 여자가 코사스에게 끌려간 준성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여자는 준성을 이곳까지 끌고 온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이었다.


“젠장, 염원의 순례자에게 혼나겠는 걸.”


투덜거리던 바네사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갑자기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비명 같은 한숨을 내쉬며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바네사 이레인은 그런 것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준성을 끌고 간 코사스를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런, 피의 군주를 보기 전에 피바다를 보게 생겼군.”


바네사가 승무원의 제지조차 받지 않고 그대로 계단으로 올라가 사라지자 이번엔 남자가 일어났다. 10대 중반의 소년이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결코 10대가 쓸 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하르멘스 존 반 레인이었다. 바로 타루엘이 준성을 감시하기 위해 붙인 호법자였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부탁드립니다.


잡설 2.

제 소설에서 보면 주인공들의 답답한 면이 좀 많으실 겁니다. 헌터즈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액션을 보여주는 케릭터들이 없죠. 이번 역시 그럴 것 같은데요. 그냥... 이런 성격의 케릭터라고 하면... 핑계로 들리려나요;;;

준성에게 조금은 리얼한 모습을 그려주고 싶었습니다.


잡설 3.

비명소리가 여자가 지르는 소리 밖엔 없는 이유는 남자가 지르는 비명은 매력이 없거든요. <- / 아아악 보단 꺄아악 인 겁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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