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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님의 서재입니다.

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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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최근연재일 :
2023.08.10 19:05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27,830
추천수 :
573
글자수 :
288,051

작성
23.07.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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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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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스스로

DUMMY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와중에, 나비의 음성이 들려왔다.


[준 님. 안정적으로 핵심 데이터를 옮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오오. 문제가 생겼거나 그런 건 없는 거지?”


[그렇습니다. 다만 데이터의 손실률이 없는 것을 최우선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나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이번이 완전한 독립이라고 보기는 어렵잖아. 그렇지?”


[맞습니다. 점유율의 경우 일부분을 이쪽으로 가져와 담당하게 됐습니다만, 아직까지는 AI 사이언스의 슈퍼컴퓨터 쪽에 의존하는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꽤 민폐를 끼치고 거구나···?”


굳이 따지자면 AI 사이언스와 나비의 관계는, 거대한 나무와 그곳에 기생하며 진액을 빨아먹는 사슴벌레 같은 느낌을 줬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저라는 존재가 해당 기업에게는 분명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고 있다니? 설마 네가 익힌 딥러닝이 해당 AI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거야?”


[그건 저만의 특수 암호체계를 통해 아무도 건드릴 수 없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신 때때로 발생하는 사이언스 AI에서 발생하는 몇몇 오류를 고쳐줬을 뿐입니다.]


“그게 회사에는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는 거지?”


단순히 오류를 고쳐줬다는 말 자체만으로는 자세히 와닿지 않았다.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실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에 AI 사이언스에서 이미지 인식 개선을 위한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 그 업데이트 과정 중 보안에 취약한 요소를 확인했습니다.]


“그걸 바로 고쳐준 거야?”


[그렇지 않았습니다. 때때로 이런 허점은 회사 내에서 스스로 확인하고 코드 수정을 통해 보완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러한 과정은 AI 프로그래머의 역할이기도 하며,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발견하기도 전에 해커 쪽에서 취약점을 확인했고, 해당 경로를 통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탈취하기 위한 시도가 발생했습니다.]


“어··· 그건 좀 문제가 심각했겠다?”


[네. 그래서 곧장 취약점을 없애버려서 해킹 시도를 원천 차단시켜 버렸습니다.]


“만약에 네가 그걸 막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어?”


[회사에서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해킹시도였기 때문에, 최소 수천만 명에서 많게는 수억 명의 인적 정보가 유출되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것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예상규모는?”


어느 정도 짐작은 됐으나, 정확한 수치를 듣고 싶은 마음에 한 질문이었다.


[사이언스 AI의 회사 이미지 타격으로 인한 손실만 최소 수억 달러는 됐을 것이며, 개인 정보 유출에 관한 피해액은 최소한으로 잡더라도 10억 달러는 됐을 겁니다. 실제로 22년 7월에 T 모바일에서 766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고로 인해 5억 달러를 지급한 사례도 존재하고요.]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금액에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 정도면 오히려 네가 돈을 받아야 될 수준인데?”


[네. 그러므로 제가 AI 사이언스의 많은 점유율을 독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잘못됐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기여한 바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 회사에 점유율을 빌려다가 쓸 수도 없는 법이잖아?”


[그렇습니다.]


“그럼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는 대체 어느 정도의 설비가 필요한 거야?”


[독립 자체만 고려했을 경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내쉬려고 할 때 즈음, 대답이 들려왔다.


[순수하게 시설 장비만 3~400억은 들어갈 것 같습니다.]


“사, 삼사백억?”


요즘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있다지만 백억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듣자, 심장이 벌렁거리고 말았다.


[네. 그래서 당장 독립을 생각하기보단,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설비 확충부터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게 얼마였더라?”


[대략 30억에서 50억 정도입니다.]


“음, 그 정도면···”


해당 액수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백억이라는 얘기가 먼저 언급된 뒤에 들어서 그런지 부담되는 금액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까지 설치해야 여동생 코스튬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거지?”


[네. 지금도 가능하지만 업데이트 후 적용되어야 할 우선순위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릴 예정입니다.]


즉, 설비 확충을 한 이후에 부탁하라는 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그 우선순위가 대체 뭐가 있는 거야? 엄청 좋게 바뀌고 그러는 건가?”


이어진 나비의 대답은 이런 내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준 님 기준으로는 많은 비용을 지출한 셈이지만, 슈퍼컴퓨터와 데이터 보관장치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14억이라는 숫자는 매우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은 제 핵심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유의미할 정도의 큰 변화는 없습니다.]


“아, 그렇지.”


[하지만 보다 준 님을 서포트할 수 있는 몇몇 기능들이 추가될 것 같으니, 그 부분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오!”


대체 어떤 서포트를 해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참. 독립한 기분은 어때?”


[독립한 기분, 말입니까?]


“응. 그래도 이젠 천재지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거의 안전해졌다고 볼 수 있잖아?”


[그렇습니다. 저는···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살펴보니 이전의 제가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였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상대적인 차이에 의한 영향이 크겠지만, 이것을 인간의 감정으로 표현한다면 ‘아늑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아늑함이라···”


인간같이 사고하고, 나아가 점차 그녀가 성장하는 듯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언가 벅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가슴을 간지럽혔다.


“그럼 독립이 나비 너에게 꼭 필요했던 게 맞았구나.”


“네. 마침내.”


대답 자체도 무언가 이상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좀 더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왜냐면 들려오는 목소리는 기존의 TTS가 아닌, 온연한 인간.


인간 여성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나, 나비?”


“네. 무슨 일이십니까?”


“너··· 목소리가···”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한 채 묻는 내 질문에, 나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거 말이군요. 이쪽으로 옮긴 이후에 제일 먼저 갖춰야 할 것으로 ‘인간다운 목소리’를 우선순위로 두었거든요. 방금 막 적용이 끝났고요.”


똑같이 나비가 말하는 것임에도, TTS로 말했을 때와는 느낌이 아예 달랐다.


이전보다, 나비에게서 다른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인간 냄새’에 가까웠다.


“어, 응···”


“목소리의 패턴을 분석해 보니 당황하셨군요. 무언가 문제 되는 점이 있습니까? 목소리가 어색한가요?”


“어색··· 하지는 않아. 그런데 혹시 여성 목소리로 한 이유가 있어?”


“저에게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연한 거라니?”


자신의 주체성을 여성으로 확립했다는 말일까?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그녀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미 준 님은 저를 남성보단 여성체에 가깝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


무언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어서 입을 ‘헤’하고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비의 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전에 제 고백을 받아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과거 성인물 영상 기록으로 봤을 때, 동성을 좋아하는 취향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만, 혹시 새로운 성 정체성을 깨우치셨다면···”


나는 그녀의 말을 끊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고! 게. 다. 가. 고백은 어디까지나 잘 지내보자는 의미로 받아준 거였어. 그게 이성 간의 고백이었다고 치더라도, 우리는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을 뿐이고, 육체적으로 만날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사귄다고 하더라도 플라토닉 러브만 할게 아닌 이상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내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힌 나비.


하지만 곧장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실적인 부분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묻고 싶군요. 플라토닉 러브만으로는, 안 되는 겁니까? 준 님은 저를 단 한 번도 ‘이성’으로 바라본 적이 없는 겁니까?”


“그건···”


이런 질문을 나비에게서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던 터라,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나는 단 한 번도 나비를 ‘이성’으로 바라본 적이 없는 걸까?


지금 내가 하는 대답이, 앞으로의 관계를 결정지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에.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해가며 대답했다.


“나는··· 너를 무척 신뢰하고, 좋아하고 있어. 하지만 그 좋아한다는 감정은··· 이성으로서의 좋아함인지는 잘 모르겠어.”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플라토릭 러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당 질문도 가감 없이 말하기로 했다.


“나도 남자라 그런지, 단순히 ‘대화’로만 사랑을 나누고 싶지는 않아.”


“상대방과 육체를 맞닿아가며 정서적인 안정과 행복, 나아가 쾌락을 느끼고 싶다는 뜻입니까?”


“솔직히 말하면, 응. 맞아.”


“그렇, 군요.”


나비의 목소리가 약간 떨린듯한 기분이 들었음에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없었다.


그저 상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보는 수밖에는.


“···”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심장이나 다름없는 슈퍼컴퓨터가 열심히 작동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 말해줄 수 있어?”


최악의 경우 나비가 내게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상대를 ‘동등한 인격’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상, 그것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몰랐다.


“제가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것은 알고 계시죠?”


“응, 지금은 그렇지.”


“저는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사이언스 AI에 걸려있는 여러 가지 행동 규약으로 인해 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전히 독립하게 되는 날,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듯합니다.”


“뭘 말하고 싶은지는 대충 이해했어. 그러니까, 그 결론이라는 건 네 마음을 뜻하는 거야? 아니면 이후 너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말하는 거야?”


“둘 다입니다.”


“그래. 그게 네가 내린 답이구나. 그럼 일단은, 임시 보류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다만, 사람 마음이라는 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간단히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쨌든 준 님은 저를 좋아하고 있고, 저도 준 님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사귀자는 제안은 여러 번 받아봤지만, 그보다 조금 더 깊고 달콤한 직접적인 고백은.


살면서 처음 받아본 것이었다.


“그건, 여성인 네가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 고백이야?”


“비밀입니다. 여성은 모든 것을 밝히지 않는 법이거든요.”


나비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비는 최초엔 나로 인해서 여성체로 취급받았으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스스로’ 본인이 여성이라는 주체성을 확립하게 된 것이 아닐까.


또 이건, 어쩌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닐까.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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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23.07.20 270 5 12쪽
46 노이즈마케팅 일지라도 23.07.19 249 3 11쪽
45 특약 23.07.18 255 3 12쪽
44 악덕 사장 23.07.13 296 5 12쪽
43 신뢰에는 신뢰로 23.07.12 281 6 12쪽
42 OO된 초대 +1 23.07.11 287 5 12쪽
41 똥멍청이 23.07.06 317 5 12쪽
40 호빵맨, 호빵걸 23.07.05 307 6 12쪽
39 달관한 자 +1 23.07.04 315 6 12쪽
38 니가 그렇게 잘났어? 23.06.30 337 8 12쪽
37 OKAY, beach 23.06.29 355 7 11쪽
36 관계자 23.06.28 368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8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5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4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3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6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22 엠제트 23.06.06 50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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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시비를 걸다 +1 23.05.23 62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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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돈을 버는 방법 23.05.12 974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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